[글로벌24 이슈] ‘세 번 외치면 이혼’ 이슬람 이혼법에 제동

입력 2017.08.23 (20:40) 수정 2017.08.23 (2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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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인도에 있는 이슬람 신자들 사이에서는 여전히 오래된 관습이 지켜지고 있습니다.

남편이 아내에게 이혼하겠다는 뜻을 세 번만 외치면 바로 이혼이 가능한, 불합리한 제도가 있습니다.

인도 사법부가 제동을 걸고 나섰는데요.

오늘 글로벌 이슈에선 이런 전근대적인 이혼법을 얘기해봅니다.

<질문>
이재석 기자, 듣기만 해도 황당한 관습인데, 이게 인도에서만 유독 그런 건가요.

<답변>
다른 이슬람권에서도 일부 있긴 하지만 소수고, 인도에서 특히 더 심해서 문제가 되는 것 같습니다.

인도인 대부분이 힌두교를 믿잖아요.

그런데 이슬람 신자도 1억 7천만 명입니다, 많죠.

아까 앵커께서 말씀하신 대로 남편이 아내에게 '탈라크'라는 말을 세 번 말하면 바로 이혼이 가능합니다.

'탈라크'가 '이혼'을 뜻하는 아랍어입니다.

그래서 이 관행을 '트리플 탈라크'라고 부르는데, 아무리 종교적 관습을 따른 것이라지만 많이 황당하죠.

인도 대법원이 결국 어제 제동을 걸었습니다.

헌법에 어긋난다고 결론을 내린 겁니다.

<녹취> 소만(인도 무슬림 여성 단체) : "역사적인 날입니다. 여기서 끝난 것은 아닙니다. 개혁과 올바른 인식, 여성 교육을 위한 긴 싸움이 시작될 겁니다."

남편한테 일방적으로 이혼을 당한 무슬림 여성들이 헌법소원을 제기해서 이런 결정이 난 거거든요.

물론 모든 무슬림 종파가 '탈라크'를 지키는 건 아니지만, 여하튼 대법원 결정도 참 오래 걸렸다 싶습니다.

<질문>
그렇네요.

이제야 위헌 결정이 난 거니까요.

그동안 이런 식으로 이혼을 통보받은 여성들은 얼마나 황당했을까요.

<답변>
심지어 이 '탈라크'라는 말을 육성으로 하지 않고 전화나 문자메시지, SNS 같은 걸로 하는 경우도 있었다고 합니다.

자 피해 사례를 좀 볼까요.

지난 5월 BBC가 보도한 내용입니다.

4년 전 남편한테 이혼을 당한 여성입니다.

남편이 전화로 '탈라크'를 세 번 외쳤다고 해요.

<녹취> 셰이크 : "남자들은 세 마디면 모든 책임감에서 벗어난다고 생각들 하죠. 누군가의 인생이 무너진다는 생각을 못하죠."

또 다른 여성인데, 지난 3월 미국에 있는 남편한테서 '탈라크' 통보를 받았는데, 휴대전화 메신저 앱으로 통보를 받았다고 합니다.

<녹취> 누르 : "탈라크 세 번과 함께 모든 게 끝났다는 메시지가 왔어요. 남편과 소통을 끊었어요. 제 잘못이 아니죠."

보통 이슬람 여성들이 경제적 자립도가 약하니까 이혼을 당하게 되면 바로 삶의 위기를 겪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질문>
그러니까 인도 대법원이 이제야 위헌 결정을 했다면, 지금까지는 법적으로 그런 관습을 규제할 수 없었다는 거잖아요.

<답변>
그렇습니다.

인도에는 가족법이 통일되지 않아서 이슬람 신도들은 그냥 자기들 관습대로 살고, 그게 관습법처럼 인정을 받았던 거죠.

<질문>
'탈라크' 제도만큼 이해하기 힘든 또 다른 제도를 오늘 이야기한다고 들었는데 뭡니까.

<답변>
네, '탈라크'와 연관된 또 다른 개념을 하나 추가로 설명드리고자 합니다.

이것도 당혹스러워요.

'할랄라'라는 게 있습니다.

이게 뭐냐면 이혼한 여성이 만약 전 남편과 다시 결합하고 싶다면, 바로 되는 게 아니라 다른 남자랑 결혼했다가 이혼을 하고 그런 다음 결합해야 합니다.

좀 이해하기 힘들죠.

물론 이것도 일부 종파에만 있습니다.

이슬람 사회가 다 그런 건 아니구요.

그런데 영국의 이슬람 사회에서도 일부지만 이런 관습이 있어서, 지난 4월 BBC 보도를 보면,

전 남편과 재결합을 원하는 무슬림 여성들을 위해서 낯선 남성을 알선해주는, '할랄라' 유료 서비스라는 게 인터넷에 있기도 합니다.

<녹취> "남편을 너무 사랑해서 재결합 할 수 있다면 무엇이든 할 수 있었죠. (낯선 사람과 결혼하고 성관계를 맺고 이혼을 하는 걸 감당한다는 거군요?) 정말 끔찍하게 들리겠지만 맞아요."

BBC 취재 결과 이 서비스를 이용하는 데 우리돈 5~600만 원은 든다고 합니다.

관습이라는 이름으로 정당화되는 이런 반인권적인 제도가 사회적으로 규제되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글로벌 이슈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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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로벌24 이슈] ‘세 번 외치면 이혼’ 이슬람 이혼법에 제동
    • 입력 2017-08-23 20:29:55
    • 수정2017-08-23 20:54:26
    글로벌24
<앵커 멘트>

인도에 있는 이슬람 신자들 사이에서는 여전히 오래된 관습이 지켜지고 있습니다.

남편이 아내에게 이혼하겠다는 뜻을 세 번만 외치면 바로 이혼이 가능한, 불합리한 제도가 있습니다.

인도 사법부가 제동을 걸고 나섰는데요.

오늘 글로벌 이슈에선 이런 전근대적인 이혼법을 얘기해봅니다.

<질문>
이재석 기자, 듣기만 해도 황당한 관습인데, 이게 인도에서만 유독 그런 건가요.

<답변>
다른 이슬람권에서도 일부 있긴 하지만 소수고, 인도에서 특히 더 심해서 문제가 되는 것 같습니다.

인도인 대부분이 힌두교를 믿잖아요.

그런데 이슬람 신자도 1억 7천만 명입니다, 많죠.

아까 앵커께서 말씀하신 대로 남편이 아내에게 '탈라크'라는 말을 세 번 말하면 바로 이혼이 가능합니다.

'탈라크'가 '이혼'을 뜻하는 아랍어입니다.

그래서 이 관행을 '트리플 탈라크'라고 부르는데, 아무리 종교적 관습을 따른 것이라지만 많이 황당하죠.

인도 대법원이 결국 어제 제동을 걸었습니다.

헌법에 어긋난다고 결론을 내린 겁니다.

<녹취> 소만(인도 무슬림 여성 단체) : "역사적인 날입니다. 여기서 끝난 것은 아닙니다. 개혁과 올바른 인식, 여성 교육을 위한 긴 싸움이 시작될 겁니다."

남편한테 일방적으로 이혼을 당한 무슬림 여성들이 헌법소원을 제기해서 이런 결정이 난 거거든요.

물론 모든 무슬림 종파가 '탈라크'를 지키는 건 아니지만, 여하튼 대법원 결정도 참 오래 걸렸다 싶습니다.

<질문>
그렇네요.

이제야 위헌 결정이 난 거니까요.

그동안 이런 식으로 이혼을 통보받은 여성들은 얼마나 황당했을까요.

<답변>
심지어 이 '탈라크'라는 말을 육성으로 하지 않고 전화나 문자메시지, SNS 같은 걸로 하는 경우도 있었다고 합니다.

자 피해 사례를 좀 볼까요.

지난 5월 BBC가 보도한 내용입니다.

4년 전 남편한테 이혼을 당한 여성입니다.

남편이 전화로 '탈라크'를 세 번 외쳤다고 해요.

<녹취> 셰이크 : "남자들은 세 마디면 모든 책임감에서 벗어난다고 생각들 하죠. 누군가의 인생이 무너진다는 생각을 못하죠."

또 다른 여성인데, 지난 3월 미국에 있는 남편한테서 '탈라크' 통보를 받았는데, 휴대전화 메신저 앱으로 통보를 받았다고 합니다.

<녹취> 누르 : "탈라크 세 번과 함께 모든 게 끝났다는 메시지가 왔어요. 남편과 소통을 끊었어요. 제 잘못이 아니죠."

보통 이슬람 여성들이 경제적 자립도가 약하니까 이혼을 당하게 되면 바로 삶의 위기를 겪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질문>
그러니까 인도 대법원이 이제야 위헌 결정을 했다면, 지금까지는 법적으로 그런 관습을 규제할 수 없었다는 거잖아요.

<답변>
그렇습니다.

인도에는 가족법이 통일되지 않아서 이슬람 신도들은 그냥 자기들 관습대로 살고, 그게 관습법처럼 인정을 받았던 거죠.

<질문>
'탈라크' 제도만큼 이해하기 힘든 또 다른 제도를 오늘 이야기한다고 들었는데 뭡니까.

<답변>
네, '탈라크'와 연관된 또 다른 개념을 하나 추가로 설명드리고자 합니다.

이것도 당혹스러워요.

'할랄라'라는 게 있습니다.

이게 뭐냐면 이혼한 여성이 만약 전 남편과 다시 결합하고 싶다면, 바로 되는 게 아니라 다른 남자랑 결혼했다가 이혼을 하고 그런 다음 결합해야 합니다.

좀 이해하기 힘들죠.

물론 이것도 일부 종파에만 있습니다.

이슬람 사회가 다 그런 건 아니구요.

그런데 영국의 이슬람 사회에서도 일부지만 이런 관습이 있어서, 지난 4월 BBC 보도를 보면,

전 남편과 재결합을 원하는 무슬림 여성들을 위해서 낯선 남성을 알선해주는, '할랄라' 유료 서비스라는 게 인터넷에 있기도 합니다.

<녹취> "남편을 너무 사랑해서 재결합 할 수 있다면 무엇이든 할 수 있었죠. (낯선 사람과 결혼하고 성관계를 맺고 이혼을 하는 걸 감당한다는 거군요?) 정말 끔찍하게 들리겠지만 맞아요."

BBC 취재 결과 이 서비스를 이용하는 데 우리돈 5~600만 원은 든다고 합니다.

관습이라는 이름으로 정당화되는 이런 반인권적인 제도가 사회적으로 규제되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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