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로 미래로] 북한 인권 개선을 위한 ‘특별한 지도’

입력 2017.09.02 (08:20) 수정 2017.09.02 (0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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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북한 인권을 증진하겠다며 정부가 발족시킨 북한 인권재단이 관련법이 발효된지 1년이 지나도록 제 기능을 못하고 있죠?

네, 반면에 민간 분야나 국제사회에서는 북한 주민들에 대한 북한 당국의 인권 유린 행위를 고발하는 노력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최근엔 북한 인권 범죄 지도가 만들어져서, 이 지도의 내용과 만든 사람들이 주목을 받고 있다면서요?

네, 탈북민 수백명의 증언을 바탕으로 북한 인권유린의 장소들을 기록해낸 주인공들을 정은지 리포터가 만났습니다.

<리포트>

2013년 세계적 지식 강연회인 ‘테드’ 무대에 올랐던 탈북민 이현서 씨.

<녹취> 이현서(탈북 인권운동가) : "제가 일곱 살 때, 저는 처음으로 공개 처형장면을 보게 되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에서의 제 삶이 평범하다고 생각했죠."

그녀는 북한이 자행하는 인권 유린 상황을 전 세계에 폭로해 큰 반향을 일으켰습니다.

미 의회에서 북한 정치범 수용소의 실상을 증언한 탈북민 김혜숙 씨는 평안남도 북창수용소의 모습을 그림으로 상세히 그려내 증언의 신빙성을 더했습니다.

13살 때부터 28년 동안 갇혀 살았던 곳입니다.

<녹취> 김혜숙(탈북민) : "자기 죄를 묻지 마라, 자기 죄를 묻는 자에 한해서는 무조건 반항한다는 죄로 공개 총살로 많이 죽였고, 공개 처형하는 것을 수없이 많이 봤습니다."

지난 해 말에는 가해자들의 증언도 나왔습니다.

<녹취> 김용화(전 북한 인민보안성 간부부) : "그때는 때리지 않고 봐주는 사람은 당에 충실한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사람 많이 때렸습니다. 실제로 저도 임산부를 때려가지고 유산도 시켜봤습니다."

용기를 낸 한 사람 한 사람의 목소리가 모여 큰 울림을 만들어 가고 있는데요.

북한 인권 개선을 요구하려면 북한의 인권 실태를 규명할 근거가 필요합니다.

김정은의 국제형사재판소 회부까지 거론하는 상황에서 국제사회에 내놓을 자료는 필수적인데요.

최근 북한의 인권 상황을 구체적으로 보여주는 보고서와 지도가 나와 주목받고 있습니다.

서울 종로에 위치한 작은 사무실.

<인터뷰> "안녕하세요~"

이곳에서 2,30대 젊은이들을 만날 수 있었는데요.

비영리단체인 ‘전환기정의 워킹그룹’의 연구원들입니다.

‘전환기정의’라는 말이 조금 낯설죠? 무슨 뜻일까요?

<인터뷰> 이영환(‘전환기정의 워킹그룹’ 대표) : "광복을 하는 과정 그리고 군사정권 독재정권에서 민주화가 되는 과정, 통일이 되는 과정이 더 큰 한반도 차원의 전환기가 되는데요. 과거청산 그다음에 역사 규 진실 규명이라고 생각을 하시면 되고요..."

대표인 이영환 씨를 중심으로 탈북민과 미국인, 영국인, 캐나다인 등 여러 나라의 젊은이들이 힘을 모아 북한 인권 범죄에 대한 증거들을 수집해 차곡차곡 쌓아가고 있습니다.

북한 인권 범죄의 가해자 처벌과 책임 규명 문제, 피해자 배상 등을 위해섭니다.

<인터뷰> 새라 손(박사/‘전환기정의 워킹그룹’ 연구팀장) : "국제 범죄 재판 과정 특히 국제법적인 방법을 통해야 한다는 부분은 유고슬라비아의 사례가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우리가 거기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습니다. 전임 국가 최고 지도자를 어떻게 법의 심판대에 세우는가 하는 것 말입니다."

이들이 단체 설립을 한 건 3년 전, 유엔북한인권조사보고서가 나온 직후입니다.

2년 여에 걸친 조사 끝에 얼마 전에는 북한 내의 인권범죄 현장과 기록 보관소의 위치를 추적해 냈습니다.

가장 많이 파악된 것은 총살 현장!

김혜숙 씨, 이현서 씨가 공개처형을 목격했다는 함경도를 포함해 북한 전역에 걸쳐 290곳이 파악됐습니다.

<인터뷰> 오세혁(‘전환기정의 워킹그룹’ 선임 연구원/탈북민) : "90년도 중반부터 90년대 말 이때에는 신기하게도 공개처형이 많았던 시기였어요. 예를 들면 옥수수 밭에 옥수수 가지러, 너무 배가 고프니까, 그거 하나 했다가(훔쳤다가) 그냥 즉시 처형당하는 분들도 계시고 2000년도에서 2010년도 이렇게 가면서부터는 USB 이런 남한 비디오나 또 이런 것 때문에 처형당하시는 분들이 (많았어요.)"

<인터뷰> 이영환(‘전환기정의 워킹그룹’ 대표) : "살해 장소는 주로 강둑, 시장, 교량 근처 심지어 학생들이 이용하는 운동장 같은 경우도 공개처형 장소로 이용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증거 자료 수집을 위해 375명의 탈북민을 심층 면담한 오세혁 씨... 그 역시 탈북민인데요. 누구보다 그들의 아픔을 잘 알기에 힘들 때도 많았다고 합니다.

<인터뷰> 오세혁(‘전환기정의 워킹그룹’ 선임 연구원/탈북민) : "두만강을 건너오다가 가족이 총살당해서 없어지는 경우도 있고 그러니까 그래서 이제 그 분들이 많이 감정이 격해지셔 가지고 막 우세요. 그러면 저도 같이 울게 되더라고요. 매핑(지도 제작)을 통해서 그분들이 혹시라도 그분들이 그 남편 아들 자녀들이 죽어서 묻힌 곳이라도 알게 된다면 그게 큰 선물이 되지 않을까..."

탈북민들은 세혁 씨와 심층 면담을 하면서 인터넷 위성사진을 기반으로 개발한 지도 시스템에 구체적인 범죄 현장을 지목했는데요.

덕분에 신뢰도가 높은 보고서를 완성할 수 있었습니다.

보고서는 현재 해외에서도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데요.

<인터뷰> 스캇 스티븐스(‘전환기정의 워킹그룹’ 커뮤니케이션팀장) : "이야기가 세계 곳곳의 언론에 보도됐습니다. 전 세계 수 십 개 나라에서 20개 언어로 보도됐을 겁니다. 북한에 관해서 인권에 대한 이야기도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게 중요합니다."

체계적이고 과학적으로 자료를 수집, 분석해 북한 인권 문제의 책임 규명을 시도한 전환기정의 워킹그룹.

이들은 곧 다음 단계 사업을 시작할 예정인데요.

강제 납북자와 실종자 문제를 파고들 계획입니다.

서울에 있는 유엔 북한인권사무소를 이영환, 오세혁 씨가 찾았습니다.

강제납북자, 실종자 문제에 관한 유엔 측의 진행 상황과 앞으로 필요한 자료 등을 파악하기 위해서입니다.

<인터뷰> "땡큐~(고맙습니다)"

시나 폴슨 소장은 이들의 관심과 적극적인 활동이 큰 힘이 될 거라고 말 합니다.

<인터뷰> 시나 폴슨(유엔 북한인권사무소 소장) : "그들은 문제를 여러 다른 방식으로 해결하려고 노력합니다. 정부나 유엔과 다른 방식으로 말이죠. 우리가 이곳에서 직면한 복잡한 문제에 있어 그런 노력은 매우 중요합니다."

태어난 나라는 달라도, 북한 정권이 자행하는 인권 범죄가 사라지길 바라는 마음은 하나인 ‘전환기정의 워킹그룹’.

<인터뷰> 이영환(‘전환기정의 워킹그룹’ 대표) : "앞으로 더이상 이런 범죄를 저지르지 않도록 저희가 그런 생각이 번쩍 들도록 하는 메시지를 계속 북한 쪽에 보내고자 합니다."

북한 인권 지도를 그리는 진짜 이유는 더 많은 가해자를 법정에 세우는 것이 아니라 더 이상의 가해자가 생기는 것을 막기 위해서라고 힘주어 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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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통일로 미래로] 북한 인권 개선을 위한 ‘특별한 지도’
    • 입력 2017-09-02 08:31:55
    • 수정2017-09-02 08:4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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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북한 인권을 증진하겠다며 정부가 발족시킨 북한 인권재단이 관련법이 발효된지 1년이 지나도록 제 기능을 못하고 있죠?

네, 반면에 민간 분야나 국제사회에서는 북한 주민들에 대한 북한 당국의 인권 유린 행위를 고발하는 노력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최근엔 북한 인권 범죄 지도가 만들어져서, 이 지도의 내용과 만든 사람들이 주목을 받고 있다면서요?

네, 탈북민 수백명의 증언을 바탕으로 북한 인권유린의 장소들을 기록해낸 주인공들을 정은지 리포터가 만났습니다.

<리포트>

2013년 세계적 지식 강연회인 ‘테드’ 무대에 올랐던 탈북민 이현서 씨.

<녹취> 이현서(탈북 인권운동가) : "제가 일곱 살 때, 저는 처음으로 공개 처형장면을 보게 되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에서의 제 삶이 평범하다고 생각했죠."

그녀는 북한이 자행하는 인권 유린 상황을 전 세계에 폭로해 큰 반향을 일으켰습니다.

미 의회에서 북한 정치범 수용소의 실상을 증언한 탈북민 김혜숙 씨는 평안남도 북창수용소의 모습을 그림으로 상세히 그려내 증언의 신빙성을 더했습니다.

13살 때부터 28년 동안 갇혀 살았던 곳입니다.

<녹취> 김혜숙(탈북민) : "자기 죄를 묻지 마라, 자기 죄를 묻는 자에 한해서는 무조건 반항한다는 죄로 공개 총살로 많이 죽였고, 공개 처형하는 것을 수없이 많이 봤습니다."

지난 해 말에는 가해자들의 증언도 나왔습니다.

<녹취> 김용화(전 북한 인민보안성 간부부) : "그때는 때리지 않고 봐주는 사람은 당에 충실한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사람 많이 때렸습니다. 실제로 저도 임산부를 때려가지고 유산도 시켜봤습니다."

용기를 낸 한 사람 한 사람의 목소리가 모여 큰 울림을 만들어 가고 있는데요.

북한 인권 개선을 요구하려면 북한의 인권 실태를 규명할 근거가 필요합니다.

김정은의 국제형사재판소 회부까지 거론하는 상황에서 국제사회에 내놓을 자료는 필수적인데요.

최근 북한의 인권 상황을 구체적으로 보여주는 보고서와 지도가 나와 주목받고 있습니다.

서울 종로에 위치한 작은 사무실.

<인터뷰> "안녕하세요~"

이곳에서 2,30대 젊은이들을 만날 수 있었는데요.

비영리단체인 ‘전환기정의 워킹그룹’의 연구원들입니다.

‘전환기정의’라는 말이 조금 낯설죠? 무슨 뜻일까요?

<인터뷰> 이영환(‘전환기정의 워킹그룹’ 대표) : "광복을 하는 과정 그리고 군사정권 독재정권에서 민주화가 되는 과정, 통일이 되는 과정이 더 큰 한반도 차원의 전환기가 되는데요. 과거청산 그다음에 역사 규 진실 규명이라고 생각을 하시면 되고요..."

대표인 이영환 씨를 중심으로 탈북민과 미국인, 영국인, 캐나다인 등 여러 나라의 젊은이들이 힘을 모아 북한 인권 범죄에 대한 증거들을 수집해 차곡차곡 쌓아가고 있습니다.

북한 인권 범죄의 가해자 처벌과 책임 규명 문제, 피해자 배상 등을 위해섭니다.

<인터뷰> 새라 손(박사/‘전환기정의 워킹그룹’ 연구팀장) : "국제 범죄 재판 과정 특히 국제법적인 방법을 통해야 한다는 부분은 유고슬라비아의 사례가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우리가 거기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습니다. 전임 국가 최고 지도자를 어떻게 법의 심판대에 세우는가 하는 것 말입니다."

이들이 단체 설립을 한 건 3년 전, 유엔북한인권조사보고서가 나온 직후입니다.

2년 여에 걸친 조사 끝에 얼마 전에는 북한 내의 인권범죄 현장과 기록 보관소의 위치를 추적해 냈습니다.

가장 많이 파악된 것은 총살 현장!

김혜숙 씨, 이현서 씨가 공개처형을 목격했다는 함경도를 포함해 북한 전역에 걸쳐 290곳이 파악됐습니다.

<인터뷰> 오세혁(‘전환기정의 워킹그룹’ 선임 연구원/탈북민) : "90년도 중반부터 90년대 말 이때에는 신기하게도 공개처형이 많았던 시기였어요. 예를 들면 옥수수 밭에 옥수수 가지러, 너무 배가 고프니까, 그거 하나 했다가(훔쳤다가) 그냥 즉시 처형당하는 분들도 계시고 2000년도에서 2010년도 이렇게 가면서부터는 USB 이런 남한 비디오나 또 이런 것 때문에 처형당하시는 분들이 (많았어요.)"

<인터뷰> 이영환(‘전환기정의 워킹그룹’ 대표) : "살해 장소는 주로 강둑, 시장, 교량 근처 심지어 학생들이 이용하는 운동장 같은 경우도 공개처형 장소로 이용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증거 자료 수집을 위해 375명의 탈북민을 심층 면담한 오세혁 씨... 그 역시 탈북민인데요. 누구보다 그들의 아픔을 잘 알기에 힘들 때도 많았다고 합니다.

<인터뷰> 오세혁(‘전환기정의 워킹그룹’ 선임 연구원/탈북민) : "두만강을 건너오다가 가족이 총살당해서 없어지는 경우도 있고 그러니까 그래서 이제 그 분들이 많이 감정이 격해지셔 가지고 막 우세요. 그러면 저도 같이 울게 되더라고요. 매핑(지도 제작)을 통해서 그분들이 혹시라도 그분들이 그 남편 아들 자녀들이 죽어서 묻힌 곳이라도 알게 된다면 그게 큰 선물이 되지 않을까..."

탈북민들은 세혁 씨와 심층 면담을 하면서 인터넷 위성사진을 기반으로 개발한 지도 시스템에 구체적인 범죄 현장을 지목했는데요.

덕분에 신뢰도가 높은 보고서를 완성할 수 있었습니다.

보고서는 현재 해외에서도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데요.

<인터뷰> 스캇 스티븐스(‘전환기정의 워킹그룹’ 커뮤니케이션팀장) : "이야기가 세계 곳곳의 언론에 보도됐습니다. 전 세계 수 십 개 나라에서 20개 언어로 보도됐을 겁니다. 북한에 관해서 인권에 대한 이야기도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게 중요합니다."

체계적이고 과학적으로 자료를 수집, 분석해 북한 인권 문제의 책임 규명을 시도한 전환기정의 워킹그룹.

이들은 곧 다음 단계 사업을 시작할 예정인데요.

강제 납북자와 실종자 문제를 파고들 계획입니다.

서울에 있는 유엔 북한인권사무소를 이영환, 오세혁 씨가 찾았습니다.

강제납북자, 실종자 문제에 관한 유엔 측의 진행 상황과 앞으로 필요한 자료 등을 파악하기 위해서입니다.

<인터뷰> "땡큐~(고맙습니다)"

시나 폴슨 소장은 이들의 관심과 적극적인 활동이 큰 힘이 될 거라고 말 합니다.

<인터뷰> 시나 폴슨(유엔 북한인권사무소 소장) : "그들은 문제를 여러 다른 방식으로 해결하려고 노력합니다. 정부나 유엔과 다른 방식으로 말이죠. 우리가 이곳에서 직면한 복잡한 문제에 있어 그런 노력은 매우 중요합니다."

태어난 나라는 달라도, 북한 정권이 자행하는 인권 범죄가 사라지길 바라는 마음은 하나인 ‘전환기정의 워킹그룹’.

<인터뷰> 이영환(‘전환기정의 워킹그룹’ 대표) : "앞으로 더이상 이런 범죄를 저지르지 않도록 저희가 그런 생각이 번쩍 들도록 하는 메시지를 계속 북한 쪽에 보내고자 합니다."

북한 인권 지도를 그리는 진짜 이유는 더 많은 가해자를 법정에 세우는 것이 아니라 더 이상의 가해자가 생기는 것을 막기 위해서라고 힘주어 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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