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신범철 교수(국립외교원) “탄두 중량 해제로 '평양' 쑥대밭 만들 수 있어...전술핵 재배치 논의 억제력에 도움” ②

입력 2017.09.06 (1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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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송일시 : 2017년 9월 6일(수요일)
□ 출연자 :


“탄두 중량 해제로 '평양' 쑥대밭 만들 수 있어...전술핵 재배치 논의 억제력에 도움”

[윤준호] 문재인 대통령과 트럼프 미 대통령이 한미 미사일지침의 미사일 탄두 중량 제한을 해제하기로 전격 합의했습니다. 이에 따라 한미 양국이 1979년 미사일 지침에 처음 합의한 지 38년 만에 우리 군의 탄두 중량 제한이 사라지게 됐는데요. 왜 이 제한을 푼 걸까요? 이 제한이 사라지면 무슨 변화가 생기는 걸까요? 국립외교원 신범철 교수와 자세한 얘기 나눠 보겠습니다.

[신범철] 네, 안녕하십니까?

[윤준호] 그동안 한미 미사일 지침에 따라서 우리가 미사일 개발과 활용에 제한을 받아온 거죠?

[신범철] 그렇습니다.

[윤준호] 이 지침이라는 게 언제 왜 만들어진 것입니까?

[신범철] 말씀하신 대로 79년에 만들어졌는데요. 저희가 70년대 미사일 개발할 때 우리가 독자적인 개발이었기 때문에 미국의 미사일 기술에 기반한 측면이 있었습니다. 그러다 보니까 미국측에서는 기술 통제를 하려고 했던 것이고 그래서 한미 간 합의를 해서 한국은 이 정도까지 미사일을 갖자 하는 합의가 이루어진 것이 미사일 지침입니다.

[윤준호] 그런데 왜 이걸 조약으로 또는 협정으로 한 것이 아니고 지침이라는 형식으로 했을까요?

[신범철] 기본적으로 조약은, 미국도 국민에게 특별한 부담을 지우거나 경제적인 부담이 있을 때 조약으로 하는 거고 이것은 양 정부 간 기본적 합의거든요. 조약으로 했을 때 어려운 점은, 우리나라도 그렇고 미국도 그렇고 국회 동의를 받아야 되는 측면이 있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그러한 복잡한 과정을 생략하고 결국 국민에게 새로운 권리나 의무를 부담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행정 협정 수준에서 서로 합의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윤준호] 그동안에도 북한의 도발은 끊임없이 계속돼 왔고 위협은 계속 점증돼 오지 않았습니까? 따라서 우리는 미사일을 사거리라든가 중량이라든가 계속적으로 늘리고자 했고 개발에 박차를 가해 온 게 사실인데요. 우리한테 직접적인 구속력은 없는 거 아닌가요?

[신범철] 그래도 조약은 아니더라도 국가 간 합의는 지키는 게 원칙이니까 정치적인, 군사적인 관계를 한미 간에 존중하기 때문에 이러한 합의를 지켜야 된다고 생각했고요. 만약 우리가 이러한 합의를 위반하면 미국도 자신들의 안보 공약을 지키지 않을 수 있기 때문에 서로 존중해 왔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윤준호] 그동안 우리측의 요구가 있어서 몇 차례 개정이 있었죠?

[신범철] 네, 그렇습니다. 처음에는 이것이 180km의 거리 제약으로 시작했습니다. 그러다가 300km까지 기술 통제를 하지 말자는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또 우리의 요구사항으로 2001년에 거리가 300km, 중량은 500kg의 개정이 있었고요. 그다음에 2012년에 한 번 더 늘려서 우리가 800km 그리고 탄두 중량은 500kg이라는 합의 개정을 해 왔습니다.

[윤준호] 이번에 탄두 중량을 당초에는 한 1톤 정도까지 늘리자는 이야기가 있었는데, 그러면 아예 제한 자체를 완전히 없애버렸어요.

[신범철] 네. 그래서 저는 미국이 왜 이럴까 할 정도로 충격적이었는데요. 아무튼 우리의 재래식 군사력과 건설에 있어서는 상당한 성과라고 말씀드릴 수 있겠습니다. 탄두 중량이 정말 중요하거든요. 폭발력 측면에서요.

[윤준호] 탄두 중량을 늘리게 되면 폭발력 측면에서 중요하다고 말씀해 주셨는데, 어떤 부분이 어떻게 달라지는 겁니까?

[신범철] 그러니까 탄두는 일반적으로 미사일을 제어하는 장치도 들어 있지만 결국에는 그 안의 무게를 대부분 차지하는 건 TNT, 폭약의 무게입니다. 탄두 중량이 늘어나면 폭약이 많이 들어가는 거죠. 그러니까 폭발력이 커지는데요. 과거와 같이 500kg짜리 탄두면 벙커버스터를 만들어도 한 10m 정도밖에 못 들어가지만 지금과 같이 이것을 1톤, 2톤 늘리면 수십미터까지 파고들 수 있는 기반이 되는 거죠.

[윤준호] 벙커버스터는 지하에 있는 시설을 파괴하는 폭탄을 말하는 거죠?

[신범철] 네, 그렇습니다.

[윤준호] 현재 우리가 가지고 있는 미사일 가운데 가장 탄두 중량이 무거운 건 어느 미사일이고 그 무게는 얼마나 됩니까?

[신범철] 기본적으로 우리는 지대지 미사일을 현무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현무-2가 300km, 500km, 800km 이렇게 세 가지 타입이 있는데요. 800km는 500kg이니까 거리가 짧을수록 많이 실을 수 있습니다. 300km짜리 현무-2A가 1.5톤까지 가능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윤준호] 1.5톤이면 그 파괴력은 대단하겠지만 그 중량을 싣고 300km까지밖에는 못 가니까요.

[신범철] 네. 거리는 짧은 거죠.

[윤준호] 그런데 이렇게 되면 이게 현재 적어도 핵이 아닌 상황에서 가장 강력한 무기를 보유할 수 있게 되는 것 같은데, 사거리는 800km에서 더 늘리는 건 불가능합니까? 어떻습니까?

[신범철] 사실 늘릴 수 있는 거죠. 2000km 이상 늘린다고 해도 별다른 문제는 없는데, 중요한 건 이것이 군사가 항상 외교하고 같이 가는 게 문제인 것 같습니다. 지금 당장은 우리가 중국이라든가와 북한 핵문제의 협조를 구해야 되는데 중국측에서 왜 우리를 겨냥하느냐, 사드를 가지고도 그러는데 새로운 문제제기를 할 수 있고 또 일본 같은 경우에는 아예 탄도미사일 능력을 갖지 못하고 있습니다. 미국이 제한을 해서요. 그래서 일본은 그런 걸 가지고 싶어하는데 한국만 거리를 늘리면 불만이 나오니까 미국측으로서도, 아마 실무적인 협상 차원에서는 사거리 부분은 또 제한을 하려고 할 것 같습니다.

[윤준호] 그러니까 사거리가 800km 이내가 돼도 충분히 북한은 커버하고 있기 때문에 우리가 충분히 북한에 대해서 억제력을 갖출 수 있다는 거죠? 그 이상은 오히려 의심을 살 수 있는, 중국의 반발을 살 수 있다는 거죠?

[신범철] 그렇습니다. 기술적으로는 사실 800km에 2톤짜리를 실을 수 있다고 하면 그 2톤을 1톤으로 하면 1000km 이상 날아가고 그렇게 적용이 되는 거거든요. 그런데 우리가 굳이 거리를 강조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윤준호] 우리 군이 이렇게 탄두 중량 제한을 없앰에 따라서 북한 핵미사일 위협에 대응하는 삼축체계, 이 중에서 대량 응징 보복 체계 KMPR의 실효성을 상대적으로 많이 높일 수 있게 됐다고 하는데, 이거 말이 좀 어려워요. 구체적으로 풀어서 설명해 주시겠습니까?

[신범철] 그러니까 KMPR, 대량 응징 보복은 북한이 도발해 왔을 때 우리도 북한에 대해서 과감한 타격을 하겠다고 하는 것이 내용입니다. 그런데 북한에서 대량 타격을 하려고 하는데 우리의 미사일 능력이 제한되면 그 수단이 없는 겁니다. 따라서 이번처럼 탄두 중량을 늘림으로써 북한을 공격할 때라도 폭발력 있는, 그래서 북한에게 큰 피해를 남길 수 있는 공격 능력을 보유하게 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윤준호] 적어도 공격에 대한 대응체계로서 어느 정도 균형을 갖출 수 있게 됐다는 말씀이신 거군요?

[신범철] 그렇습니다. 그러니까 사실 핵무기와 재래식 무기를 비교할 수는 없지만 북한이 그러한 공격을 해 왔을 때 적어도 우리가 평양 하나 정도는 쑥대밭을 만들 수 있다는 능력을 가질 수 있다는 거죠.

[윤준호] 그렇지만 방금 말씀해 주신 것처럼 핵이라는 것 자체가 상대할 수 없는 부분이기 때문에 비대칭이라는 말을 쓰지 않습니까? 공포의 균형이 무너진 상황에서 탄두 제한을 없앤다고 해서 이걸로는 부족하다, 그래서 전술핵 재배치가 필요하다, 이게 이미 자유한국당은 당론으로 채택해서 주장하고 있는 부분이거든요. 최근 전술핵 재배치 이야기가 계속 나오는데, 어떻게 보세요?

[신범철] 저는 두 가지 측면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정부는 지금 비핵화 협상 중입니다. 따라서 정부가 지금 대놓고 전술핵 재배치를 주장하기는 어려운 측면이 있습니다. 하지만 내부적으로는 준비가 필요한 거죠. 왜냐하면 북한 핵문제가 대화로서 잘 해결될 수 있겠지만 북한이 계속해서 핵을 더 개발할 수 있기 때문에 거기에 상응하는 억제력이 필요한 것이고 그래서 내부적 준비도 필요하다, 그래서 저는 의회라든가 학계라든가 언론에서 이러한 이야기를 많이 함으로써 오히려 정부의 협상력도 제고해 주는 측면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윤준호] 그러면 송영무 국방 장관이 어제 답변에서 전술핵 재배치도 충분히 검토 대상이라고 한 답변은 그러한 걸 담고 있다고 봐야 될까요?

[신범철]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정부의 공식 입장은 아직 전술핵 배치는 아니라고 하겠지만 군은 위협을 대응하는 기관이잖아요. 그래서 북한의 위협이 상승하는 단계에 따라서 우리의 억제력도 구비를 해 나가야 되는 겁니다. 따라서 군 차원에서는 당연히 해야 될 일이라고 생각하고요. 저는 송영무 장관이 잘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윤준호] 현재 우리 정부의 대북 정책의 기본 틀은 대화와 협상에 의해서 북한을 비핵화로 이끌겠다는 것 아닙니까?

[신범철] 네, 그렇습니다.

[윤준호] 정부의 정책의 틀과는 조금 다르지만 그래도 우리의 안위를 위해서 이걸 계속적으로 검토하고 준비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말씀으로 받아들여야 되는 거죠?

[신범철] 네,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흔히들 전술핵 배치 하면 비핵화 목표를 포기하는 것이냐 하고 말씀하시는데, 사실 비핵화 목표는 우리가 전술핵을 배치하든 독자적인 핵무기를 갖든 한 번 더 비핵화를 지향하면서 북한이 비핵화를 할 경우 우리가 전술핵을 다시 철수하고 가지고 있는 핵무기를 포기하고 이렇게 나가면 되는 거거든요. 따라서 억제력과 비핵화 목표를 혼동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윤준호] 그런데 미국 내 언론에서도 어제 보도된 내용인데, 미국 내 전문가들은 한국의 전술핵을 다시 재배치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굉장히 부정적이라고 보도가 나오고 있습니다.

[신범철] 원래 미국의 비확산 전문가들은 그런 것을 계속해서 반대해 왔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거기에 너무 저희가 의존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하고요. 우리의 국익이 있는 곳이 무엇인가를 우리가 이야기하면서 미국을 설득하는 그러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윤준호] 현재는 일본에는 전술핵이 배치돼 있나요?

[신범철] 없습니다.

[윤준호] 그렇다면 괌에만 있나요? 아시아권에는 지금 전술핵이 괌에만 있나요?

[신범철] 괌에도 없습니다.

[윤준호] 괌에도 전술핵 배치가 안 됐나요?

[신범철] 네.

[윤준호] 그러면 전술핵을 유사시에 이동시키기 위해서는 항공모함 또는 B-52 정도가 수단이 되겠네요?

[신범철] 북한에 대한 공격을 하려면 전략 폭격기에다가, 그걸 갖다가 B-2에다 배치를 할 건데요. 괌에다가 만약에 이동시켜 놓겠다고 하면 그건 미국 수송기로 할 수 있다고 보고요. 현재는 NATO, 그러니까 과거 소련의 핵위협 때문에 전술핵이 유럽에 배치됐던 것이고 미국 본토에 있습니다.

[윤준호] 유럽 5개국이죠?

[신범철] 그렇습니다. 그리고 만약에 우리가 필요하다고 하면 유럽 5개국에서 일부를 또는 미국 본토에 있는, 그건 소량이라고 하는데, 그런 것을 배치할 수는 있다고 봅니다. 다만 이것이 현 단계에서 할 것인가, 북한이 ICBM을 완료한 단계에서 할 것인가 아니면 그 이후의 단계에서 할 것인가, 우리에게 가해지는 위협을 정확하게 판단하고 그 위협을 가장 적절히 막을 수준에서 우리도 전술핵 배치라든가 독자적 핵개발을 논의하면 된다고 생각합니다.

[윤준호] 그러니까 우리의 외교적인 협상력 또는 실질적인 안보 협상력을 늘리기 위해서도 이 부분을 굳이 금기어로 가져갈 필요는 없다는 말씀이시네요.

[신범철] 네. 정부 차원에서는 신중해야 되지만 의회, 학계, 언론에서는 이 이야기를 해 줌으로써 오히려 정부를 도와주는 측면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윤준호] 마지막으로 이 질문을 드려볼게요. 국정원이 국회에 보고한 내용인데, 북한이 이번에 9.9절, 그러니까 자신들의 정권 수립일인 9일에 태평양상으로 정각으로 ICBM을 쏠 수 있다고 보고했습니다. 그건 언론을 통해서도 들으셨죠?

[신범철] 네.

[윤준호] 정각으로 ICBM을 쏘면 알래스카 가까이까지도 갈 수 있는 것 아닌가요?

[신범철] 그렇죠. 미국 방향으로는 정각, 그러니까 실거리 사격을 하지 못하겠죠. 태평양 괌 쪽으로 쏘겠죠.

[윤준호] 이번에 만약에 ICBM을 정각으로 쏜다면 미국이 어떻게 나올까요?

[신범철] 미국이 더 강도 높은 경제적 조치와 군사적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아직 미국이 중국을 압박하는 상황에서 말로서 하고 있는데, 앞으로는 모르겠습니다. 미국 항공모함이 한 대가 배치될지 두 대가 배치될지요. 그런데 그러한 조치를 미국이 보다 강도 높게 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윤준호] 네, 오늘 말씀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신범철] 네, 감사합니다.

[윤준호] 지금까지 국립외교원 신범철 교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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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터뷰] 신범철 교수(국립외교원) “탄두 중량 해제로 '평양' 쑥대밭 만들 수 있어...전술핵 재배치 논의 억제력에 도움” ②
    • 입력 2017-09-06 10:48:56
    안녕하십니까 윤준호입니다
□ 방송일시 : 2017년 9월 6일(수요일)
□ 출연자 :


“탄두 중량 해제로 '평양' 쑥대밭 만들 수 있어...전술핵 재배치 논의 억제력에 도움”

[윤준호] 문재인 대통령과 트럼프 미 대통령이 한미 미사일지침의 미사일 탄두 중량 제한을 해제하기로 전격 합의했습니다. 이에 따라 한미 양국이 1979년 미사일 지침에 처음 합의한 지 38년 만에 우리 군의 탄두 중량 제한이 사라지게 됐는데요. 왜 이 제한을 푼 걸까요? 이 제한이 사라지면 무슨 변화가 생기는 걸까요? 국립외교원 신범철 교수와 자세한 얘기 나눠 보겠습니다.

[신범철] 네, 안녕하십니까?

[윤준호] 그동안 한미 미사일 지침에 따라서 우리가 미사일 개발과 활용에 제한을 받아온 거죠?

[신범철] 그렇습니다.

[윤준호] 이 지침이라는 게 언제 왜 만들어진 것입니까?

[신범철] 말씀하신 대로 79년에 만들어졌는데요. 저희가 70년대 미사일 개발할 때 우리가 독자적인 개발이었기 때문에 미국의 미사일 기술에 기반한 측면이 있었습니다. 그러다 보니까 미국측에서는 기술 통제를 하려고 했던 것이고 그래서 한미 간 합의를 해서 한국은 이 정도까지 미사일을 갖자 하는 합의가 이루어진 것이 미사일 지침입니다.

[윤준호] 그런데 왜 이걸 조약으로 또는 협정으로 한 것이 아니고 지침이라는 형식으로 했을까요?

[신범철] 기본적으로 조약은, 미국도 국민에게 특별한 부담을 지우거나 경제적인 부담이 있을 때 조약으로 하는 거고 이것은 양 정부 간 기본적 합의거든요. 조약으로 했을 때 어려운 점은, 우리나라도 그렇고 미국도 그렇고 국회 동의를 받아야 되는 측면이 있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그러한 복잡한 과정을 생략하고 결국 국민에게 새로운 권리나 의무를 부담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행정 협정 수준에서 서로 합의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윤준호] 그동안에도 북한의 도발은 끊임없이 계속돼 왔고 위협은 계속 점증돼 오지 않았습니까? 따라서 우리는 미사일을 사거리라든가 중량이라든가 계속적으로 늘리고자 했고 개발에 박차를 가해 온 게 사실인데요. 우리한테 직접적인 구속력은 없는 거 아닌가요?

[신범철] 그래도 조약은 아니더라도 국가 간 합의는 지키는 게 원칙이니까 정치적인, 군사적인 관계를 한미 간에 존중하기 때문에 이러한 합의를 지켜야 된다고 생각했고요. 만약 우리가 이러한 합의를 위반하면 미국도 자신들의 안보 공약을 지키지 않을 수 있기 때문에 서로 존중해 왔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윤준호] 그동안 우리측의 요구가 있어서 몇 차례 개정이 있었죠?

[신범철] 네, 그렇습니다. 처음에는 이것이 180km의 거리 제약으로 시작했습니다. 그러다가 300km까지 기술 통제를 하지 말자는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또 우리의 요구사항으로 2001년에 거리가 300km, 중량은 500kg의 개정이 있었고요. 그다음에 2012년에 한 번 더 늘려서 우리가 800km 그리고 탄두 중량은 500kg이라는 합의 개정을 해 왔습니다.

[윤준호] 이번에 탄두 중량을 당초에는 한 1톤 정도까지 늘리자는 이야기가 있었는데, 그러면 아예 제한 자체를 완전히 없애버렸어요.

[신범철] 네. 그래서 저는 미국이 왜 이럴까 할 정도로 충격적이었는데요. 아무튼 우리의 재래식 군사력과 건설에 있어서는 상당한 성과라고 말씀드릴 수 있겠습니다. 탄두 중량이 정말 중요하거든요. 폭발력 측면에서요.

[윤준호] 탄두 중량을 늘리게 되면 폭발력 측면에서 중요하다고 말씀해 주셨는데, 어떤 부분이 어떻게 달라지는 겁니까?

[신범철] 그러니까 탄두는 일반적으로 미사일을 제어하는 장치도 들어 있지만 결국에는 그 안의 무게를 대부분 차지하는 건 TNT, 폭약의 무게입니다. 탄두 중량이 늘어나면 폭약이 많이 들어가는 거죠. 그러니까 폭발력이 커지는데요. 과거와 같이 500kg짜리 탄두면 벙커버스터를 만들어도 한 10m 정도밖에 못 들어가지만 지금과 같이 이것을 1톤, 2톤 늘리면 수십미터까지 파고들 수 있는 기반이 되는 거죠.

[윤준호] 벙커버스터는 지하에 있는 시설을 파괴하는 폭탄을 말하는 거죠?

[신범철] 네, 그렇습니다.

[윤준호] 현재 우리가 가지고 있는 미사일 가운데 가장 탄두 중량이 무거운 건 어느 미사일이고 그 무게는 얼마나 됩니까?

[신범철] 기본적으로 우리는 지대지 미사일을 현무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현무-2가 300km, 500km, 800km 이렇게 세 가지 타입이 있는데요. 800km는 500kg이니까 거리가 짧을수록 많이 실을 수 있습니다. 300km짜리 현무-2A가 1.5톤까지 가능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윤준호] 1.5톤이면 그 파괴력은 대단하겠지만 그 중량을 싣고 300km까지밖에는 못 가니까요.

[신범철] 네. 거리는 짧은 거죠.

[윤준호] 그런데 이렇게 되면 이게 현재 적어도 핵이 아닌 상황에서 가장 강력한 무기를 보유할 수 있게 되는 것 같은데, 사거리는 800km에서 더 늘리는 건 불가능합니까? 어떻습니까?

[신범철] 사실 늘릴 수 있는 거죠. 2000km 이상 늘린다고 해도 별다른 문제는 없는데, 중요한 건 이것이 군사가 항상 외교하고 같이 가는 게 문제인 것 같습니다. 지금 당장은 우리가 중국이라든가와 북한 핵문제의 협조를 구해야 되는데 중국측에서 왜 우리를 겨냥하느냐, 사드를 가지고도 그러는데 새로운 문제제기를 할 수 있고 또 일본 같은 경우에는 아예 탄도미사일 능력을 갖지 못하고 있습니다. 미국이 제한을 해서요. 그래서 일본은 그런 걸 가지고 싶어하는데 한국만 거리를 늘리면 불만이 나오니까 미국측으로서도, 아마 실무적인 협상 차원에서는 사거리 부분은 또 제한을 하려고 할 것 같습니다.

[윤준호] 그러니까 사거리가 800km 이내가 돼도 충분히 북한은 커버하고 있기 때문에 우리가 충분히 북한에 대해서 억제력을 갖출 수 있다는 거죠? 그 이상은 오히려 의심을 살 수 있는, 중국의 반발을 살 수 있다는 거죠?

[신범철] 그렇습니다. 기술적으로는 사실 800km에 2톤짜리를 실을 수 있다고 하면 그 2톤을 1톤으로 하면 1000km 이상 날아가고 그렇게 적용이 되는 거거든요. 그런데 우리가 굳이 거리를 강조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윤준호] 우리 군이 이렇게 탄두 중량 제한을 없앰에 따라서 북한 핵미사일 위협에 대응하는 삼축체계, 이 중에서 대량 응징 보복 체계 KMPR의 실효성을 상대적으로 많이 높일 수 있게 됐다고 하는데, 이거 말이 좀 어려워요. 구체적으로 풀어서 설명해 주시겠습니까?

[신범철] 그러니까 KMPR, 대량 응징 보복은 북한이 도발해 왔을 때 우리도 북한에 대해서 과감한 타격을 하겠다고 하는 것이 내용입니다. 그런데 북한에서 대량 타격을 하려고 하는데 우리의 미사일 능력이 제한되면 그 수단이 없는 겁니다. 따라서 이번처럼 탄두 중량을 늘림으로써 북한을 공격할 때라도 폭발력 있는, 그래서 북한에게 큰 피해를 남길 수 있는 공격 능력을 보유하게 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윤준호] 적어도 공격에 대한 대응체계로서 어느 정도 균형을 갖출 수 있게 됐다는 말씀이신 거군요?

[신범철] 그렇습니다. 그러니까 사실 핵무기와 재래식 무기를 비교할 수는 없지만 북한이 그러한 공격을 해 왔을 때 적어도 우리가 평양 하나 정도는 쑥대밭을 만들 수 있다는 능력을 가질 수 있다는 거죠.

[윤준호] 그렇지만 방금 말씀해 주신 것처럼 핵이라는 것 자체가 상대할 수 없는 부분이기 때문에 비대칭이라는 말을 쓰지 않습니까? 공포의 균형이 무너진 상황에서 탄두 제한을 없앤다고 해서 이걸로는 부족하다, 그래서 전술핵 재배치가 필요하다, 이게 이미 자유한국당은 당론으로 채택해서 주장하고 있는 부분이거든요. 최근 전술핵 재배치 이야기가 계속 나오는데, 어떻게 보세요?

[신범철] 저는 두 가지 측면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정부는 지금 비핵화 협상 중입니다. 따라서 정부가 지금 대놓고 전술핵 재배치를 주장하기는 어려운 측면이 있습니다. 하지만 내부적으로는 준비가 필요한 거죠. 왜냐하면 북한 핵문제가 대화로서 잘 해결될 수 있겠지만 북한이 계속해서 핵을 더 개발할 수 있기 때문에 거기에 상응하는 억제력이 필요한 것이고 그래서 내부적 준비도 필요하다, 그래서 저는 의회라든가 학계라든가 언론에서 이러한 이야기를 많이 함으로써 오히려 정부의 협상력도 제고해 주는 측면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윤준호] 그러면 송영무 국방 장관이 어제 답변에서 전술핵 재배치도 충분히 검토 대상이라고 한 답변은 그러한 걸 담고 있다고 봐야 될까요?

[신범철]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정부의 공식 입장은 아직 전술핵 배치는 아니라고 하겠지만 군은 위협을 대응하는 기관이잖아요. 그래서 북한의 위협이 상승하는 단계에 따라서 우리의 억제력도 구비를 해 나가야 되는 겁니다. 따라서 군 차원에서는 당연히 해야 될 일이라고 생각하고요. 저는 송영무 장관이 잘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윤준호] 현재 우리 정부의 대북 정책의 기본 틀은 대화와 협상에 의해서 북한을 비핵화로 이끌겠다는 것 아닙니까?

[신범철] 네, 그렇습니다.

[윤준호] 정부의 정책의 틀과는 조금 다르지만 그래도 우리의 안위를 위해서 이걸 계속적으로 검토하고 준비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말씀으로 받아들여야 되는 거죠?

[신범철] 네,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흔히들 전술핵 배치 하면 비핵화 목표를 포기하는 것이냐 하고 말씀하시는데, 사실 비핵화 목표는 우리가 전술핵을 배치하든 독자적인 핵무기를 갖든 한 번 더 비핵화를 지향하면서 북한이 비핵화를 할 경우 우리가 전술핵을 다시 철수하고 가지고 있는 핵무기를 포기하고 이렇게 나가면 되는 거거든요. 따라서 억제력과 비핵화 목표를 혼동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윤준호] 그런데 미국 내 언론에서도 어제 보도된 내용인데, 미국 내 전문가들은 한국의 전술핵을 다시 재배치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굉장히 부정적이라고 보도가 나오고 있습니다.

[신범철] 원래 미국의 비확산 전문가들은 그런 것을 계속해서 반대해 왔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거기에 너무 저희가 의존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하고요. 우리의 국익이 있는 곳이 무엇인가를 우리가 이야기하면서 미국을 설득하는 그러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윤준호] 현재는 일본에는 전술핵이 배치돼 있나요?

[신범철] 없습니다.

[윤준호] 그렇다면 괌에만 있나요? 아시아권에는 지금 전술핵이 괌에만 있나요?

[신범철] 괌에도 없습니다.

[윤준호] 괌에도 전술핵 배치가 안 됐나요?

[신범철] 네.

[윤준호] 그러면 전술핵을 유사시에 이동시키기 위해서는 항공모함 또는 B-52 정도가 수단이 되겠네요?

[신범철] 북한에 대한 공격을 하려면 전략 폭격기에다가, 그걸 갖다가 B-2에다 배치를 할 건데요. 괌에다가 만약에 이동시켜 놓겠다고 하면 그건 미국 수송기로 할 수 있다고 보고요. 현재는 NATO, 그러니까 과거 소련의 핵위협 때문에 전술핵이 유럽에 배치됐던 것이고 미국 본토에 있습니다.

[윤준호] 유럽 5개국이죠?

[신범철] 그렇습니다. 그리고 만약에 우리가 필요하다고 하면 유럽 5개국에서 일부를 또는 미국 본토에 있는, 그건 소량이라고 하는데, 그런 것을 배치할 수는 있다고 봅니다. 다만 이것이 현 단계에서 할 것인가, 북한이 ICBM을 완료한 단계에서 할 것인가 아니면 그 이후의 단계에서 할 것인가, 우리에게 가해지는 위협을 정확하게 판단하고 그 위협을 가장 적절히 막을 수준에서 우리도 전술핵 배치라든가 독자적 핵개발을 논의하면 된다고 생각합니다.

[윤준호] 그러니까 우리의 외교적인 협상력 또는 실질적인 안보 협상력을 늘리기 위해서도 이 부분을 굳이 금기어로 가져갈 필요는 없다는 말씀이시네요.

[신범철] 네. 정부 차원에서는 신중해야 되지만 의회, 학계, 언론에서는 이 이야기를 해 줌으로써 오히려 정부를 도와주는 측면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윤준호] 마지막으로 이 질문을 드려볼게요. 국정원이 국회에 보고한 내용인데, 북한이 이번에 9.9절, 그러니까 자신들의 정권 수립일인 9일에 태평양상으로 정각으로 ICBM을 쏠 수 있다고 보고했습니다. 그건 언론을 통해서도 들으셨죠?

[신범철] 네.

[윤준호] 정각으로 ICBM을 쏘면 알래스카 가까이까지도 갈 수 있는 것 아닌가요?

[신범철] 그렇죠. 미국 방향으로는 정각, 그러니까 실거리 사격을 하지 못하겠죠. 태평양 괌 쪽으로 쏘겠죠.

[윤준호] 이번에 만약에 ICBM을 정각으로 쏜다면 미국이 어떻게 나올까요?

[신범철] 미국이 더 강도 높은 경제적 조치와 군사적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아직 미국이 중국을 압박하는 상황에서 말로서 하고 있는데, 앞으로는 모르겠습니다. 미국 항공모함이 한 대가 배치될지 두 대가 배치될지요. 그런데 그러한 조치를 미국이 보다 강도 높게 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윤준호] 네, 오늘 말씀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신범철] 네, 감사합니다.

[윤준호] 지금까지 국립외교원 신범철 교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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