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즈업 북한] 제재 속 태권도 세계선수권대회

입력 2017.09.30 (08:07) 수정 2017.09.30 (0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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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북한에 대한 국제사회의 제재가 한창인 가운데 얼마 전 평양에선 대규모 국제 행사가 열렸습니다.

태권도 대회였는데요.

북한이 태권도의 모국이라고 주장하며 연일 관련 TV 프로그램도 방송했습니다.

하지만 우리 태권도 시범단의 방북은 결국 무산됐는데요.

클로즈업 북한, 이번 주에는 실제 북한이 태권도 종주국인지 그 실체를 파헤치고 북한 당국이 태권도에 집착하는 이유를 집중 분석했습니다.

<리포트>

자그마한 체구의 여성이 건장한 남성 둘을 순식간에 제압한다.

유연한 몸놀림과 박력 넘치는 동작들.

관중석에서 환호성이 터져 나온다.

상황극을 가미한 외국인 선수들의 모습 역시 눈길을 사로잡는다.

<녹취> "러시아 팀에서는 예술적 미에서 점수를 많이 받으려는 것 같지 않습니까? (네, 그렇습니다.)"

우리에게는 친숙한 태권도지만 시합 방식은 조금 낯선 이 경기는 국제태권도연맹, ITF가 주최한 세계 선수권 대회의 모습이다.

지난 17일, 평양에서 개막한 제20차 태권도 세계 선수권대회.

<녹취> "대양과 대륙을 넘어 태권도 모국으로 달려온 대회 참가자들을 열광적으로 환영했습니다."

군악대와 수많은 평양 시민들이 세계 각국의 선수단을 맞이했고 북한은 모두 69개 나라에서 선수들이 참가했다며 대대적으로 선전했다.

앞서 지난 6월, 전북 무주에서 열린 세계태권도선수권 대회 때 방문해 강한 인상을 남겼던 북한 태권도 시범단.

이번 평양 대회에선 우리 시범단의 답방을 기대했지만 북측의 거부로 무산됐다.

김정은 정권의 핵무기 개발에 따른 강력한 대북제재 속에서도 북한은 세계 선수권대회가 성공적으로 진행됐다고 자축했다.

연일 종목별 중계방송을 TV에 편성하고, 태권도 관련 특집 프로그램도 방송했다.

이단 옆차기로 날아올라 송판을 격파하는 북한 여성 태권도 선수. 뒤 이은 격파, 또 격파! 훈련대를 내려치며 주먹을 단련한다.

이들을 지도하는 이는 태권도 선수로, 또 국제심판으로 이름을 날렸다는 장경옥 북한 태권도 선수단 감독이다.

<녹취> "10년간 세계적인 태권도 선수로 이름 날린 그의 자랑찬 선수생활을 우리 인민과 세상 사람들은 오늘도 기억하고 있습니다."

노력영웅 칭호까지 받은 사례를 홍보하며 태권도를 장려하는 것이다.

북한은 각종 선전물을 통해 자신들이 태권도의 모국이라며 종주국의 지위를 주장하고 있다.

<녹취> "오늘도 민족의 자랑 태권도의 위력을 과시하고 태권도 모국의 기상을 세계에 떨칠 일념안고..."

그러나 실제 태권도는 대한민국에서 체계화됐고, 1980년대 들어서야 북한에 보급됐다는 것이 정설이다.

<인터뷰> 김종찬(국제태권도연맹(ITF) 창단 맴버/캐나다거주) : "그전에는 격술이라는 게 있었죠. 격술이 이북에..그러니까 태권도라는 체계적으로 선문화 되어 있지 않습니다. 종주국이라는 그거는..그거는 말이 안 돼요. 왜 말이 안 되느냐면 역사가 이야기하지 않습니까? 대한민국 군대가 다 했고 경찰이 다 했고 그걸 어떻게 자기들이 종주국이라 그거는 도용도 어마어마한 도용이죠. 그거는 있을 수가 없는 일입니다."

현대적 의미의 ‘태권도’를 정립하고 그 기반을 다지는 데는 대한민국 육군 소장 출신 최홍희의 역할이 컸다고 전해진다.

최홍희는 1966년 초대 총재로 국제태권도연맹, ITF를 이끌었지만 정치적 이유로 1972년 캐나다로 망명했다.

이후 1980년 15명의 ITF 사범단을 이끌고 북한으로 건너가 기술 전수를 시작했고, 한국에서는 이에 대응해 새로운 국제 태권도 기구인 세계태권도연맹 WTF가 세력을 확장해 나갔다.

<녹취> "위대한 수령님께서는 최홍희 선생이 국제 태권도연맹 총재로서 세계 각지로 태권도 무대를 넓혀가며 민족의 기백을 떨치도록 보살펴 주셨습니다."

최홍희의 방북을 계기로 북한은 태권도를 ‘국기’로 삼고 본격적인 보급에 나섰다.

조선태권도위원회라는 별도의 체육단체를 발족시켜 국가 차원에서 태권도를 장려했다.

<인터뷰> 성문정(한국스포츠개발원 수석연구위원) : "당을 위해서 건강한 체력으로 노동생산성을 높이고 이것이 국가와 당에 대한 충성도고 국가발전에 초석이에요. 그렇게 되면 그 밑 저변에는 가장 기본이 건강한 체력을 유지하는 거예요. 그러면 건강한 체력을 유지하기 위한 수단으로서 다른 종목보다는 태권도를 보급하기 위한 노력들이 강화된 거죠. 이런 연계선상에서 북한의 체육은 실질적으로 그러다보니까 체육이 정치적으로 이용될 수밖에 없는 구조죠."

태권도를 전문화·대중화한 것은 김정일이다.

<녹취> "우리가 다른 건물은 한두 채쯤 짓지 못 하더라도 태권도관을 꼭 지어야 한다시며 형성도안과 함께 그 부지 설정으로 설계와 시공에 이르는 건설공사 전반을 몸소 지도해주신 위대한 장군님..."

1992년 대규모 태권도 전용시설인 ‘태권도 전당’을 준공했고, 태권도 과외학교를 도별로 설치해 선수와 지도원을 양성했다.

<인터뷰> 채성민(前 북한 태권도 선수/2010년 탈북) : "김정일 방침 이후 각 지역마다 태권도 학교가 생겼는데 그 태권도 학교는 기본적으로 전문반, 중등반, 선수단 뭐 이렇게 구성돼 있거든요. 시범단까지. 중등반 같은 경우 어린 학생들이 방과 후에 가서 운동하는 거죠. 과외 체육, 과외 교육 시간이 있어서요 12년제 의무교육 자체 그 과정 안에 그 과정에 있거든요."

건강 태권도, 노인 태권도 등도 만들어 주민 모두가 태권도를 접하도록 했다.

<녹취> "제군들, 나는 태권도를 통해 힘을 키우고, 우리 민족의 대단합을 이루어 보자고 했소."

최홍희에 대한 예우도 각별하다. 그를 주인공으로 한 영화를 제작하고, 주요 체육 행사 때마다 추모하고 있다.

<녹취> "제20차 태권도세계선수권대회 참가자들이 최홍희 선생의 묘소를 방문했습니다."

하지만 북한 당국은 태권도의 발전은 김일성 부자의 역할이 절대적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녹취> "1980년대 초였습니다. 그때로 말하면 역사의 이끼 속에 희미해져가던 우리의 태권도가 장군님의 극진한 관심과 보살피심 속에 세상에 자기의 존재를 뚜렷이 드러내고 있던 그러한 시기였습니다."

<인터뷰> 채성민(前 북한 태권도 선수/2010년 탈북) : "북한에서는 일단 태권도도 김일성 김정일이 다 한 거죠. 그냥. 그 사람들이 다 만든 거고 그 사람들 때문에 된 거라고 그렇게 배웠는데. 내용상은 다 알고 있는 거죠. 1980년대 그 최홍희 선생이 북한에 처음 방문하면서 사실은 시작된 걸로 알고 있거든요."

전문가들은 이같은 북한의 태권도 장려와 역사 왜곡을 남한에 대한 스포츠 분야 경쟁 의식, 일종의 체제 경쟁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분석한다.

<인터뷰> 성문정(한국스포츠개발원 수석연구위원) : "우리나라는 국가적으로 보급하면서 이미 이제 세계 220여개 국가에 전체 보급이 되어 있고, 또 거기에 우리 지도자들이 파견되어 있고 그런데 그 좋은 아이템의 주제를 남쪽이 전부 가지고 가고 있다는 것에 대해서는 자기들은 상당히 기분 나빴을 거고 그러면서 최근에 이제 모국 종주국이라는 개념들을 유난히 많이 사용하고 있는 형태가 된 것 같습니다."

북한은 또 해외 태권도 도장을 통해 북한에 대한 지지 세력을 규합하고 태권도 보급을 외화벌이 수단으로도 활용했다.

태권도 동작 자체에도 정치가 투영됐다.

‘품새’즉 기본 동작에 해당하는 ‘틀’에 북한의 정치 구호에서 이름을 딴 ‘주체’틀을 추가한 것이 대표적이다.

<인터뷰> 유승희(국제태권도연맹(ITF) 대한민국협회 사무총장) : "우선 저희가 틀이라는 걸 하면서 단군, 도산, 원효, 율곡, 중군, 태계라는 부분을 수련자들에게 자연스럽게 알리고 이제 보급을 하게 되는데 거기에 이제 본인들은 주체의 틀을 넣었어요. 주체라는 걸 통해서 자신들의 어떤 사상에 대한 어떤 우월성과 어떤 그런 부분을 좀 많이 홍보를 하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북한은 국제대회 때마다 틀 종목에서 주체틀을 부각하고 있다.

<녹취> "지금 수행하고 있는 ‘주체틀’은 높은 기술동작을 요구하는 틀로 인정되고 있습니다. ‘주체틀’은 모두 45개 동작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김정은 역시 집권 후 태권도를 군중시위에 활용하는 등 체제 유지에 적극 활용하고 있다.

<녹취> "군중시위 대열에 태권도인들을 세워주시고 그들이 못내 대견하시여 환하게 웃으시며 친히 손까지 들어주시던 경애하는 원수님..."

북한은 김정은의 지시에 따라 올해 태권도 전당을 새롭게 단장해 문을 열었다.

수 천석의 관람석과 국제 통신실까지 갖춘 태권도 전당을 준공하면서 모든 공로를 김정은에게 돌렸다.

<녹취> "민족무도발전의 전성기를 펼쳐가시는 경애하는 최고 영도자 김정은 동지께 최대의 영예와 가장 뜨거운 인사를 드렸습니다."

국제태권도연맹, ITF 대한민국 협회는 북한이 이처럼 태권도를 정치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자칫 태권도에 대한 부정적 인식으로 이어질까 우려하고 있다.

<인터뷰> 유승희(국제태권도연맹(ITF) 대한민국협회 사무총장) : "한 민족이 같은 이름으로 태권도를 이제 수련하는 부분은 굉장히 반가운 일인데 그게 너무 어떤 비순수하게 정치적으로만 이용이 되고 있고 정치적인 활동을 하고 하다보니까 ITF라는 태권도 자체가 해외에서 좀 부정적인 시각으로 비춰지지 않길 바라고 있거든요."

북한은 이번 평양 태권도 대회에서 금메달 22개를 차지하며 종합 순위 1위를 차지했다.

기량면에서 압도적 우위에 있는 북한에게 국제 태권도 대회는 체제 선전과 내부 결속을 위한 좋은 계기가 된다.

나아가 국제적 대북 제재의 틈을 노릴 수 있는 만큼 태권도 등 스포츠를 활용한 체육 정치는 계속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전망한다.

<인터뷰> 성문정(한국스포츠개발원 수석연구위원) : "국제사회에서 아무런 제재를 한다 하더라도 스포츠만큼은 국제사회에 일방적 제재가 불가능하게 되어 있습니다. 민간부분들의 협력이고 그리고 또 보장이 되어있고 회원국가로서 의무를 수행해야 되기 때문에 그 국가가 핵과 미사일을 개발한다고 해서 IOC에서 당신네 올림픽 참여하지 마, 라고 말할 수 없잖아요. 그 자체가 정치적인 행위가 되니까 그러면 이 스포츠행사를 통해서 자기의 건재함을 보여줄 수 있는 유일한 수단으로서 스포츠 정치화는 지속될 가능성이 있죠. 다른 어느 때보다도 더 강력하게 이 부분들에 대해서는 업적을 강조하고 지속적으로 지원하고 할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 라고 봅니다."

핵 폭주에 따른 대북 제재 속에 외국인 선수들을 초청해 태권도 대회를 열고 좋은 성적까지 거두며 체제 선전의 기회로 삼은 북한.

태권도 교류를 통해 민족 동질성을 확인하고 경색된 남북관계 속에서 대화를 모색하려는 우리의 바람과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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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9-30 08:43:09
    • 수정2017-09-30 08:5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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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에 대한 국제사회의 제재가 한창인 가운데 얼마 전 평양에선 대규모 국제 행사가 열렸습니다.

태권도 대회였는데요.

북한이 태권도의 모국이라고 주장하며 연일 관련 TV 프로그램도 방송했습니다.

하지만 우리 태권도 시범단의 방북은 결국 무산됐는데요.

클로즈업 북한, 이번 주에는 실제 북한이 태권도 종주국인지 그 실체를 파헤치고 북한 당국이 태권도에 집착하는 이유를 집중 분석했습니다.

<리포트>

자그마한 체구의 여성이 건장한 남성 둘을 순식간에 제압한다.

유연한 몸놀림과 박력 넘치는 동작들.

관중석에서 환호성이 터져 나온다.

상황극을 가미한 외국인 선수들의 모습 역시 눈길을 사로잡는다.

<녹취> "러시아 팀에서는 예술적 미에서 점수를 많이 받으려는 것 같지 않습니까? (네, 그렇습니다.)"

우리에게는 친숙한 태권도지만 시합 방식은 조금 낯선 이 경기는 국제태권도연맹, ITF가 주최한 세계 선수권 대회의 모습이다.

지난 17일, 평양에서 개막한 제20차 태권도 세계 선수권대회.

<녹취> "대양과 대륙을 넘어 태권도 모국으로 달려온 대회 참가자들을 열광적으로 환영했습니다."

군악대와 수많은 평양 시민들이 세계 각국의 선수단을 맞이했고 북한은 모두 69개 나라에서 선수들이 참가했다며 대대적으로 선전했다.

앞서 지난 6월, 전북 무주에서 열린 세계태권도선수권 대회 때 방문해 강한 인상을 남겼던 북한 태권도 시범단.

이번 평양 대회에선 우리 시범단의 답방을 기대했지만 북측의 거부로 무산됐다.

김정은 정권의 핵무기 개발에 따른 강력한 대북제재 속에서도 북한은 세계 선수권대회가 성공적으로 진행됐다고 자축했다.

연일 종목별 중계방송을 TV에 편성하고, 태권도 관련 특집 프로그램도 방송했다.

이단 옆차기로 날아올라 송판을 격파하는 북한 여성 태권도 선수. 뒤 이은 격파, 또 격파! 훈련대를 내려치며 주먹을 단련한다.

이들을 지도하는 이는 태권도 선수로, 또 국제심판으로 이름을 날렸다는 장경옥 북한 태권도 선수단 감독이다.

<녹취> "10년간 세계적인 태권도 선수로 이름 날린 그의 자랑찬 선수생활을 우리 인민과 세상 사람들은 오늘도 기억하고 있습니다."

노력영웅 칭호까지 받은 사례를 홍보하며 태권도를 장려하는 것이다.

북한은 각종 선전물을 통해 자신들이 태권도의 모국이라며 종주국의 지위를 주장하고 있다.

<녹취> "오늘도 민족의 자랑 태권도의 위력을 과시하고 태권도 모국의 기상을 세계에 떨칠 일념안고..."

그러나 실제 태권도는 대한민국에서 체계화됐고, 1980년대 들어서야 북한에 보급됐다는 것이 정설이다.

<인터뷰> 김종찬(국제태권도연맹(ITF) 창단 맴버/캐나다거주) : "그전에는 격술이라는 게 있었죠. 격술이 이북에..그러니까 태권도라는 체계적으로 선문화 되어 있지 않습니다. 종주국이라는 그거는..그거는 말이 안 돼요. 왜 말이 안 되느냐면 역사가 이야기하지 않습니까? 대한민국 군대가 다 했고 경찰이 다 했고 그걸 어떻게 자기들이 종주국이라 그거는 도용도 어마어마한 도용이죠. 그거는 있을 수가 없는 일입니다."

현대적 의미의 ‘태권도’를 정립하고 그 기반을 다지는 데는 대한민국 육군 소장 출신 최홍희의 역할이 컸다고 전해진다.

최홍희는 1966년 초대 총재로 국제태권도연맹, ITF를 이끌었지만 정치적 이유로 1972년 캐나다로 망명했다.

이후 1980년 15명의 ITF 사범단을 이끌고 북한으로 건너가 기술 전수를 시작했고, 한국에서는 이에 대응해 새로운 국제 태권도 기구인 세계태권도연맹 WTF가 세력을 확장해 나갔다.

<녹취> "위대한 수령님께서는 최홍희 선생이 국제 태권도연맹 총재로서 세계 각지로 태권도 무대를 넓혀가며 민족의 기백을 떨치도록 보살펴 주셨습니다."

최홍희의 방북을 계기로 북한은 태권도를 ‘국기’로 삼고 본격적인 보급에 나섰다.

조선태권도위원회라는 별도의 체육단체를 발족시켜 국가 차원에서 태권도를 장려했다.

<인터뷰> 성문정(한국스포츠개발원 수석연구위원) : "당을 위해서 건강한 체력으로 노동생산성을 높이고 이것이 국가와 당에 대한 충성도고 국가발전에 초석이에요. 그렇게 되면 그 밑 저변에는 가장 기본이 건강한 체력을 유지하는 거예요. 그러면 건강한 체력을 유지하기 위한 수단으로서 다른 종목보다는 태권도를 보급하기 위한 노력들이 강화된 거죠. 이런 연계선상에서 북한의 체육은 실질적으로 그러다보니까 체육이 정치적으로 이용될 수밖에 없는 구조죠."

태권도를 전문화·대중화한 것은 김정일이다.

<녹취> "우리가 다른 건물은 한두 채쯤 짓지 못 하더라도 태권도관을 꼭 지어야 한다시며 형성도안과 함께 그 부지 설정으로 설계와 시공에 이르는 건설공사 전반을 몸소 지도해주신 위대한 장군님..."

1992년 대규모 태권도 전용시설인 ‘태권도 전당’을 준공했고, 태권도 과외학교를 도별로 설치해 선수와 지도원을 양성했다.

<인터뷰> 채성민(前 북한 태권도 선수/2010년 탈북) : "김정일 방침 이후 각 지역마다 태권도 학교가 생겼는데 그 태권도 학교는 기본적으로 전문반, 중등반, 선수단 뭐 이렇게 구성돼 있거든요. 시범단까지. 중등반 같은 경우 어린 학생들이 방과 후에 가서 운동하는 거죠. 과외 체육, 과외 교육 시간이 있어서요 12년제 의무교육 자체 그 과정 안에 그 과정에 있거든요."

건강 태권도, 노인 태권도 등도 만들어 주민 모두가 태권도를 접하도록 했다.

<녹취> "제군들, 나는 태권도를 통해 힘을 키우고, 우리 민족의 대단합을 이루어 보자고 했소."

최홍희에 대한 예우도 각별하다. 그를 주인공으로 한 영화를 제작하고, 주요 체육 행사 때마다 추모하고 있다.

<녹취> "제20차 태권도세계선수권대회 참가자들이 최홍희 선생의 묘소를 방문했습니다."

하지만 북한 당국은 태권도의 발전은 김일성 부자의 역할이 절대적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녹취> "1980년대 초였습니다. 그때로 말하면 역사의 이끼 속에 희미해져가던 우리의 태권도가 장군님의 극진한 관심과 보살피심 속에 세상에 자기의 존재를 뚜렷이 드러내고 있던 그러한 시기였습니다."

<인터뷰> 채성민(前 북한 태권도 선수/2010년 탈북) : "북한에서는 일단 태권도도 김일성 김정일이 다 한 거죠. 그냥. 그 사람들이 다 만든 거고 그 사람들 때문에 된 거라고 그렇게 배웠는데. 내용상은 다 알고 있는 거죠. 1980년대 그 최홍희 선생이 북한에 처음 방문하면서 사실은 시작된 걸로 알고 있거든요."

전문가들은 이같은 북한의 태권도 장려와 역사 왜곡을 남한에 대한 스포츠 분야 경쟁 의식, 일종의 체제 경쟁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분석한다.

<인터뷰> 성문정(한국스포츠개발원 수석연구위원) : "우리나라는 국가적으로 보급하면서 이미 이제 세계 220여개 국가에 전체 보급이 되어 있고, 또 거기에 우리 지도자들이 파견되어 있고 그런데 그 좋은 아이템의 주제를 남쪽이 전부 가지고 가고 있다는 것에 대해서는 자기들은 상당히 기분 나빴을 거고 그러면서 최근에 이제 모국 종주국이라는 개념들을 유난히 많이 사용하고 있는 형태가 된 것 같습니다."

북한은 또 해외 태권도 도장을 통해 북한에 대한 지지 세력을 규합하고 태권도 보급을 외화벌이 수단으로도 활용했다.

태권도 동작 자체에도 정치가 투영됐다.

‘품새’즉 기본 동작에 해당하는 ‘틀’에 북한의 정치 구호에서 이름을 딴 ‘주체’틀을 추가한 것이 대표적이다.

<인터뷰> 유승희(국제태권도연맹(ITF) 대한민국협회 사무총장) : "우선 저희가 틀이라는 걸 하면서 단군, 도산, 원효, 율곡, 중군, 태계라는 부분을 수련자들에게 자연스럽게 알리고 이제 보급을 하게 되는데 거기에 이제 본인들은 주체의 틀을 넣었어요. 주체라는 걸 통해서 자신들의 어떤 사상에 대한 어떤 우월성과 어떤 그런 부분을 좀 많이 홍보를 하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북한은 국제대회 때마다 틀 종목에서 주체틀을 부각하고 있다.

<녹취> "지금 수행하고 있는 ‘주체틀’은 높은 기술동작을 요구하는 틀로 인정되고 있습니다. ‘주체틀’은 모두 45개 동작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김정은 역시 집권 후 태권도를 군중시위에 활용하는 등 체제 유지에 적극 활용하고 있다.

<녹취> "군중시위 대열에 태권도인들을 세워주시고 그들이 못내 대견하시여 환하게 웃으시며 친히 손까지 들어주시던 경애하는 원수님..."

북한은 김정은의 지시에 따라 올해 태권도 전당을 새롭게 단장해 문을 열었다.

수 천석의 관람석과 국제 통신실까지 갖춘 태권도 전당을 준공하면서 모든 공로를 김정은에게 돌렸다.

<녹취> "민족무도발전의 전성기를 펼쳐가시는 경애하는 최고 영도자 김정은 동지께 최대의 영예와 가장 뜨거운 인사를 드렸습니다."

국제태권도연맹, ITF 대한민국 협회는 북한이 이처럼 태권도를 정치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자칫 태권도에 대한 부정적 인식으로 이어질까 우려하고 있다.

<인터뷰> 유승희(국제태권도연맹(ITF) 대한민국협회 사무총장) : "한 민족이 같은 이름으로 태권도를 이제 수련하는 부분은 굉장히 반가운 일인데 그게 너무 어떤 비순수하게 정치적으로만 이용이 되고 있고 정치적인 활동을 하고 하다보니까 ITF라는 태권도 자체가 해외에서 좀 부정적인 시각으로 비춰지지 않길 바라고 있거든요."

북한은 이번 평양 태권도 대회에서 금메달 22개를 차지하며 종합 순위 1위를 차지했다.

기량면에서 압도적 우위에 있는 북한에게 국제 태권도 대회는 체제 선전과 내부 결속을 위한 좋은 계기가 된다.

나아가 국제적 대북 제재의 틈을 노릴 수 있는 만큼 태권도 등 스포츠를 활용한 체육 정치는 계속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전망한다.

<인터뷰> 성문정(한국스포츠개발원 수석연구위원) : "국제사회에서 아무런 제재를 한다 하더라도 스포츠만큼은 국제사회에 일방적 제재가 불가능하게 되어 있습니다. 민간부분들의 협력이고 그리고 또 보장이 되어있고 회원국가로서 의무를 수행해야 되기 때문에 그 국가가 핵과 미사일을 개발한다고 해서 IOC에서 당신네 올림픽 참여하지 마, 라고 말할 수 없잖아요. 그 자체가 정치적인 행위가 되니까 그러면 이 스포츠행사를 통해서 자기의 건재함을 보여줄 수 있는 유일한 수단으로서 스포츠 정치화는 지속될 가능성이 있죠. 다른 어느 때보다도 더 강력하게 이 부분들에 대해서는 업적을 강조하고 지속적으로 지원하고 할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 라고 봅니다."

핵 폭주에 따른 대북 제재 속에 외국인 선수들을 초청해 태권도 대회를 열고 좋은 성적까지 거두며 체제 선전의 기회로 삼은 북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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