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24 현장] 인도, 힌두 왕비와 무슬림왕 로맨스 영화 논란

입력 2017.11.24 (20:34) 수정 2017.11.24 (2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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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최근 인도에서 개봉을 앞둔 상업 영화 한 편이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힌두 왕비와 무슬림 왕의 사랑 이야기를 다룬 영화인데, 힌두 민족주의자들이 '역사 왜곡'이라고 주장하며 항의 시위에 나선 겁니다.

이 영화를 두고 인도 정치권에서도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는데요.

특파원 연결해 자세한 얘기 나눠봅니다.

<질문>
김종수 특파원, 어떤 영화이길래 역사 왜곡 논란에 휩싸인 겁니까?

<답변>
네. 이 영화는 14세기 인도 북부 라자스탄 주의 힌두 왕조 '라지푸트'의 파드마바티 왕비 이야기를 다뤘습니다.

인도 서사시에 따르면, 이슬람 왕조의 킬리지 왕이 공격해오자, 파드마바티 왕비가 자신의 정조를 지키기 위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하지만 영화 속 내용은 다릅니다.

공개된 예고 영상에는 이 두 사람의 사랑을 암시하는 듯한 장면들이 묘사돼 있습니다.

힌두교를 믿는 사람들의 관점에서 보면, 그동안 '명예'의 상징으로 추앙받던 파드마바티 왕비가 자신의 정절을 버린 여인이 된 겁니다.

<질문>
힌두 왕비와 이슬람 왕의 로맨스가 허구라면, 다른 내용들은 역사적 사실이 맞습니까?

<답변>
사실 여부를 떠나 약간 민감한 부분이 있습니다.

물론, 이슬람 왕이 힌두 왕조를 침략한 것은 사실이지만, 파드마바티 왕비는 실존 인물이 아니어서 역사 왜곡이라고 단정짓기는 어렵습니다.

그럼에도, 인도 사회는 이번 영화를 용납할 수 없다는 분위깁니다.

힌두 민족주의자들은 '역사 날조'라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습니다.

<녹취> 라지푸트족 대표(힌두교) : "모디 총리는 인도 국민의 정서를 배반하지 않을 것입니다. 이는 저의 신념이며, 영화 (상영은) 금지돼야 합니다."

영화 감독과 출연 배우들을 향한 협박도 잇따르고 있습니다.

여당 소속의 한 고위 당직자는 감독과 여배우를 해하면 우리돈 약 17억 원의 현상금을 지급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사태가 심각해지자, 420억 원이 투입된 이 영화는 결국 개봉이 무기한 연기됐습니다.

<질문>
인도 정치권에서도 이 문제로 시끄럽다고요?

<답변>
네. 그렇습니다.

인도 제1 야당인 인도국민회의(INC) 내부에서도 영화를 둘러싼 논란이 격화하고 있습니다.

펀자브주 주총리는 "누구도 역사를 왜곡해서는 안 된다"며 시위자들을 옹호한 반면, 카르나타카주 주총리는 "나라에 관용이 사라지고 증오가 커지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질문>
일각에서는 이 문제가 인도 사회 전반에 확산되고 있는 '힌두 민족주의'와 관련이 있다는 분석을 내놨다고요?

<답변>
네. 그렇습니다.

외신들은 힌두 민족주의 성향의 인도인민당(BJP)이 집권한 이후, 힌두교 정통성은 부각시키고 과거 이슬람 왕조 역사를 무시하거나 깎아내리는 경향이 뚜렷해졌다고 전했습니다.

인도의 대표 건축물인 타지마할도 이슬람 왕조가 지었다는 이유로 노골적인 비난과 홀대를 받고 있고요.

'암소 자경단'으로 불리는 힌두 극우주의자들이 이슬람교도를 상대로 폭력을 행사하는 것 또한 마찬가집니다.

미 워싱턴포스트는 인도 정부가 영화에 대한 검열을 강화하며 문화 영역에도 정치·종교적 잣대를 들이대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지금까지 뉴델리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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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로벌24 현장] 인도, 힌두 왕비와 무슬림왕 로맨스 영화 논란
    • 입력 2017-11-24 20:05:18
    • 수정2017-11-24 20:52:21
    글로벌24
<앵커 멘트>

최근 인도에서 개봉을 앞둔 상업 영화 한 편이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힌두 왕비와 무슬림 왕의 사랑 이야기를 다룬 영화인데, 힌두 민족주의자들이 '역사 왜곡'이라고 주장하며 항의 시위에 나선 겁니다.

이 영화를 두고 인도 정치권에서도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는데요.

특파원 연결해 자세한 얘기 나눠봅니다.

<질문>
김종수 특파원, 어떤 영화이길래 역사 왜곡 논란에 휩싸인 겁니까?

<답변>
네. 이 영화는 14세기 인도 북부 라자스탄 주의 힌두 왕조 '라지푸트'의 파드마바티 왕비 이야기를 다뤘습니다.

인도 서사시에 따르면, 이슬람 왕조의 킬리지 왕이 공격해오자, 파드마바티 왕비가 자신의 정조를 지키기 위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하지만 영화 속 내용은 다릅니다.

공개된 예고 영상에는 이 두 사람의 사랑을 암시하는 듯한 장면들이 묘사돼 있습니다.

힌두교를 믿는 사람들의 관점에서 보면, 그동안 '명예'의 상징으로 추앙받던 파드마바티 왕비가 자신의 정절을 버린 여인이 된 겁니다.

<질문>
힌두 왕비와 이슬람 왕의 로맨스가 허구라면, 다른 내용들은 역사적 사실이 맞습니까?

<답변>
사실 여부를 떠나 약간 민감한 부분이 있습니다.

물론, 이슬람 왕이 힌두 왕조를 침략한 것은 사실이지만, 파드마바티 왕비는 실존 인물이 아니어서 역사 왜곡이라고 단정짓기는 어렵습니다.

그럼에도, 인도 사회는 이번 영화를 용납할 수 없다는 분위깁니다.

힌두 민족주의자들은 '역사 날조'라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습니다.

<녹취> 라지푸트족 대표(힌두교) : "모디 총리는 인도 국민의 정서를 배반하지 않을 것입니다. 이는 저의 신념이며, 영화 (상영은) 금지돼야 합니다."

영화 감독과 출연 배우들을 향한 협박도 잇따르고 있습니다.

여당 소속의 한 고위 당직자는 감독과 여배우를 해하면 우리돈 약 17억 원의 현상금을 지급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사태가 심각해지자, 420억 원이 투입된 이 영화는 결국 개봉이 무기한 연기됐습니다.

<질문>
인도 정치권에서도 이 문제로 시끄럽다고요?

<답변>
네. 그렇습니다.

인도 제1 야당인 인도국민회의(INC) 내부에서도 영화를 둘러싼 논란이 격화하고 있습니다.

펀자브주 주총리는 "누구도 역사를 왜곡해서는 안 된다"며 시위자들을 옹호한 반면, 카르나타카주 주총리는 "나라에 관용이 사라지고 증오가 커지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질문>
일각에서는 이 문제가 인도 사회 전반에 확산되고 있는 '힌두 민족주의'와 관련이 있다는 분석을 내놨다고요?

<답변>
네. 그렇습니다.

외신들은 힌두 민족주의 성향의 인도인민당(BJP)이 집권한 이후, 힌두교 정통성은 부각시키고 과거 이슬람 왕조 역사를 무시하거나 깎아내리는 경향이 뚜렷해졌다고 전했습니다.

인도의 대표 건축물인 타지마할도 이슬람 왕조가 지었다는 이유로 노골적인 비난과 홀대를 받고 있고요.

'암소 자경단'으로 불리는 힌두 극우주의자들이 이슬람교도를 상대로 폭력을 행사하는 것 또한 마찬가집니다.

미 워싱턴포스트는 인도 정부가 영화에 대한 검열을 강화하며 문화 영역에도 정치·종교적 잣대를 들이대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지금까지 뉴델리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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