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숨 쉬는 컬링대표팀 “다음 달 훈련 장소도 몰라요”

입력 2017.11.27 (18:03) 수정 2017.11.27 (1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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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링 국가대표팀이 취재진 앞에서 2018 평창동계올림픽 포부를 밝히는 미디어데이 행사에서 깊은 한숨만 내쉬었다.

"당장 다음 달 어디서 훈련할지도 모른다."

컬링 남자팀과 여자팀, 믹스더블팀은 27일 강릉컬링센터에서 열린 미디어데이에서 이같은 걱정을 토로했다.

홈 이점을 살려 올림픽 컬링 경기가 열리는 강릉컬링센터에서 훈련하고는 있지만, 사용 기간이 짧아 효용성이 없다는 것이다.

또 이달 말까지만 경기장을 사용할 수 있고, 12월부터는 훈련장소가 확정되지 않아 일정을 정하기가 어렵다고 털어놨다.

특히 남자팀은 지난 14∼19일 캐나다에서 열린 그랜드슬램 대회 '부스트 내셔널'에 출전하고 지난 21일에야 귀국해서 아직 강릉컬링센터에서 훈련을 한 번도 못 해봤다고 밝혔다.

이날 홈 경기장 훈련을 시작한다고 해도, 훈련 시간은 사흘밖에 없다는 점이 아쉽다.

12월부터는 평창올림픽조직위원회가 강릉컬링센터 시설 테스트와 보완 작업을 해야 해서 대표팀에게 개방하지 못한다는 설명이다.

그나마 11월에는 짧더라도 훈련장은 확보된 상태다. 진천선수촌에 입촌하는 계획이 있지만, 선수촌 컬링장이 완공되지 않아 문제다.

김민정 여자팀 감독은 "12월 훈련장소가 명확하지 않다. 선수촌 입촌 후 이천(장애인컬링경기장)으로 이동하라는 이야기가 있는데, 빙질이 국제대회에 적합한지가 문제다. 선수들 동선도 문제다"라며 "상당히 열악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선수들도 어려움을 토로했다.

여자팀 리드 김영미는 "올림픽을 70여 일 앞두고 기술적 훈련을 걱정하기보다는 장소 걱정이 앞선다. 기술 훈련에 집중을 못 하고 있다"는 심정을 드러냈다.

컬링대표팀의 훈련장소 문제의 화살은 대한컬링경기연맹을 향했다.

연맹은 부실 운영 실태가 드러나 지난 8월 대한체육회 관리단체로 지정된 상태다. 현재 연맹은 관리위원회 주도로 운영되고 있다.

최은기 연맹 사무처장은 "9월부터 연맹 현황을 들여다보니 대표팀 훈련장 대관 일정이 전혀 잡혀있지 않더라"라며 씁쓸해했다.

급한 대로 다음 달 경상북도 컬링대회 개최를 추진하고, 내년 1월 동계체전 기간에 대표팀이 실전 연습을 하도록 하는 방안이 제시된 상태다.

하지만 이는 대표팀 판단에 홈 이점을 제대로 살리는 방법이 아니다.

대표팀이 생각하는 최선의 훈련은 '강릉컬링센터에서 정상급 외국팀을 초청해 관중이 들어오는 국제대회를 여는 것'이다.

김 감독은 "관중이 있을 때와 없을 때의 빙질이 달라진다. 관중이 소음으로 플레이를 방해하는 상황도 대비해야 한다. 그런 차이를 줄이려면 시뮬레이션 게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여자팀 스킵 김은정도 "지금 좋은 샷을 만들어도, 사람이 가득 찼을 때도 그 샷을 만들 수 있을지는 장담할 수 없다. 20일의 훈련보다 일주일의 대회가 더 필요하다. 처음 이 경기장에 훈련하러 왔을 때 가슴이 벅찼다. 하지만 올림픽에서도 이 샷을 할 수 있을까 걱정도 된다"고 말했다.

이는 현 대표팀이 올림픽 경험이 없다는 점에서 출발하는 문제다.

실제 올림픽 경기장 분위기가 어떤지 알고 싶은 마음에서 시뮬레이션이 가능한 대회를 요구하는 것이다.

이와 같은 맥락으로 대표팀은 올림픽 경험이 있는 외국인 코치도 필요하다고 밝혔다. 현재 남자팀과 여자팀은 올림픽 경험은 없지만 컬링 강국 캐나다 출신의 외국인 코치를 두고 있다. 믹스더블팀은 외국인 코치를 찾는 중이다.

관리단체 체제의 연맹도 외국인 코치를 물색하면 영입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협조하겠다는 입장이다.

장반석 믹스더블 감독은 "사실 감독이 전지훈련 숙소와 렌터카 예약, 연습팀 섭외까지 다 하고 있다. 선수 관리와 훈련은 물론 메달도 따야 한다"며 외국인 코치까지 직접 물색해야 하는 현실을 지적했다.

이어 "많은 기업이 컬링에 굉장한 금액을 지원하고 있는데, 대표팀은 왜 돈이 없어서 훈련을 제대로 못 하는지 의문이 든다"는 강도 높은 비판까지 했다.

그는 "현재의 컬링 환경에서 많은 지원인력을 바라는 게 무리라는 것은 알지만, 발전을 위해 이런 요구를 계속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믹스더블 대표 이기정은 "사실 지난 8월 미디어데이 행사에서도 강도 높게 말을 해서 욕도 많이 먹었다. 그만큼 변화를 기대했는데, 변화가 없다. 자꾸 암울한 분위기가 나와서 죄송스럽다"며 "관심을 더 주신다면 메달을 선명하게 볼 수 있을 것 같다"고 밝혔다.

성토장이 된 미디어데이 현장을 지켜본 윤흥기 연맹 관리원장은 "저변이 열악해서 최적의 답을 얻기는 어렵다. 모든 일이 하루아침에 되지는 않는다. 지금부터라도 하나하나 문제를 식별해 최선이 아니면 차선이라도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걱정도 많지만, 대표팀은 올림픽 선전 의지를 다지는 것을 잊지 않았다.

임명섭 남자팀 감독은 "여전히 배워야하는 상황이고 부족한 부분도 많다. 남은 기간에 많은 부분 돕고 최선 다한다면, 가진 기량을 올림픽에서 보여줄수만 있다면 기대하는 성적을 보여줄 수 있다. 훈련에 집중하고 좋은 환경에서 훈련해서 좋은 성적 거두도록 최선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사진출처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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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11-27 18:03:47
    • 수정2017-11-27 18:04:22
    연합뉴스
컬링 국가대표팀이 취재진 앞에서 2018 평창동계올림픽 포부를 밝히는 미디어데이 행사에서 깊은 한숨만 내쉬었다.

"당장 다음 달 어디서 훈련할지도 모른다."

컬링 남자팀과 여자팀, 믹스더블팀은 27일 강릉컬링센터에서 열린 미디어데이에서 이같은 걱정을 토로했다.

홈 이점을 살려 올림픽 컬링 경기가 열리는 강릉컬링센터에서 훈련하고는 있지만, 사용 기간이 짧아 효용성이 없다는 것이다.

또 이달 말까지만 경기장을 사용할 수 있고, 12월부터는 훈련장소가 확정되지 않아 일정을 정하기가 어렵다고 털어놨다.

특히 남자팀은 지난 14∼19일 캐나다에서 열린 그랜드슬램 대회 '부스트 내셔널'에 출전하고 지난 21일에야 귀국해서 아직 강릉컬링센터에서 훈련을 한 번도 못 해봤다고 밝혔다.

이날 홈 경기장 훈련을 시작한다고 해도, 훈련 시간은 사흘밖에 없다는 점이 아쉽다.

12월부터는 평창올림픽조직위원회가 강릉컬링센터 시설 테스트와 보완 작업을 해야 해서 대표팀에게 개방하지 못한다는 설명이다.

그나마 11월에는 짧더라도 훈련장은 확보된 상태다. 진천선수촌에 입촌하는 계획이 있지만, 선수촌 컬링장이 완공되지 않아 문제다.

김민정 여자팀 감독은 "12월 훈련장소가 명확하지 않다. 선수촌 입촌 후 이천(장애인컬링경기장)으로 이동하라는 이야기가 있는데, 빙질이 국제대회에 적합한지가 문제다. 선수들 동선도 문제다"라며 "상당히 열악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선수들도 어려움을 토로했다.

여자팀 리드 김영미는 "올림픽을 70여 일 앞두고 기술적 훈련을 걱정하기보다는 장소 걱정이 앞선다. 기술 훈련에 집중을 못 하고 있다"는 심정을 드러냈다.

컬링대표팀의 훈련장소 문제의 화살은 대한컬링경기연맹을 향했다.

연맹은 부실 운영 실태가 드러나 지난 8월 대한체육회 관리단체로 지정된 상태다. 현재 연맹은 관리위원회 주도로 운영되고 있다.

최은기 연맹 사무처장은 "9월부터 연맹 현황을 들여다보니 대표팀 훈련장 대관 일정이 전혀 잡혀있지 않더라"라며 씁쓸해했다.

급한 대로 다음 달 경상북도 컬링대회 개최를 추진하고, 내년 1월 동계체전 기간에 대표팀이 실전 연습을 하도록 하는 방안이 제시된 상태다.

하지만 이는 대표팀 판단에 홈 이점을 제대로 살리는 방법이 아니다.

대표팀이 생각하는 최선의 훈련은 '강릉컬링센터에서 정상급 외국팀을 초청해 관중이 들어오는 국제대회를 여는 것'이다.

김 감독은 "관중이 있을 때와 없을 때의 빙질이 달라진다. 관중이 소음으로 플레이를 방해하는 상황도 대비해야 한다. 그런 차이를 줄이려면 시뮬레이션 게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여자팀 스킵 김은정도 "지금 좋은 샷을 만들어도, 사람이 가득 찼을 때도 그 샷을 만들 수 있을지는 장담할 수 없다. 20일의 훈련보다 일주일의 대회가 더 필요하다. 처음 이 경기장에 훈련하러 왔을 때 가슴이 벅찼다. 하지만 올림픽에서도 이 샷을 할 수 있을까 걱정도 된다"고 말했다.

이는 현 대표팀이 올림픽 경험이 없다는 점에서 출발하는 문제다.

실제 올림픽 경기장 분위기가 어떤지 알고 싶은 마음에서 시뮬레이션이 가능한 대회를 요구하는 것이다.

이와 같은 맥락으로 대표팀은 올림픽 경험이 있는 외국인 코치도 필요하다고 밝혔다. 현재 남자팀과 여자팀은 올림픽 경험은 없지만 컬링 강국 캐나다 출신의 외국인 코치를 두고 있다. 믹스더블팀은 외국인 코치를 찾는 중이다.

관리단체 체제의 연맹도 외국인 코치를 물색하면 영입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협조하겠다는 입장이다.

장반석 믹스더블 감독은 "사실 감독이 전지훈련 숙소와 렌터카 예약, 연습팀 섭외까지 다 하고 있다. 선수 관리와 훈련은 물론 메달도 따야 한다"며 외국인 코치까지 직접 물색해야 하는 현실을 지적했다.

이어 "많은 기업이 컬링에 굉장한 금액을 지원하고 있는데, 대표팀은 왜 돈이 없어서 훈련을 제대로 못 하는지 의문이 든다"는 강도 높은 비판까지 했다.

그는 "현재의 컬링 환경에서 많은 지원인력을 바라는 게 무리라는 것은 알지만, 발전을 위해 이런 요구를 계속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믹스더블 대표 이기정은 "사실 지난 8월 미디어데이 행사에서도 강도 높게 말을 해서 욕도 많이 먹었다. 그만큼 변화를 기대했는데, 변화가 없다. 자꾸 암울한 분위기가 나와서 죄송스럽다"며 "관심을 더 주신다면 메달을 선명하게 볼 수 있을 것 같다"고 밝혔다.

성토장이 된 미디어데이 현장을 지켜본 윤흥기 연맹 관리원장은 "저변이 열악해서 최적의 답을 얻기는 어렵다. 모든 일이 하루아침에 되지는 않는다. 지금부터라도 하나하나 문제를 식별해 최선이 아니면 차선이라도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걱정도 많지만, 대표팀은 올림픽 선전 의지를 다지는 것을 잊지 않았다.

임명섭 남자팀 감독은 "여전히 배워야하는 상황이고 부족한 부분도 많다. 남은 기간에 많은 부분 돕고 최선 다한다면, 가진 기량을 올림픽에서 보여줄수만 있다면 기대하는 성적을 보여줄 수 있다. 훈련에 집중하고 좋은 환경에서 훈련해서 좋은 성적 거두도록 최선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사진출처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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