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르포] 쿤밍에서 다시 만난 남북 유소년 축구

입력 2017.12.23 (08:08) 수정 2017.12.23 (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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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북한의 핵 질주로 남북간 교류가 꽁꽁 얼어붙었지만 이번 주 중국 쿤밍에서는 남북 청소년들이 만나 훈풍 속에 축구 시합을 펼쳤습니다.

남북 유소년 축구는 지난해는 북한의 핵실험으로 중단됐다가 올해 2년 만에 재개된 것인데요.

<남북의 창>이 중국 현지 르포를 통해 남북 교류와 평창올림픽에까지 희망의 메시지를 던진 이번 유소년 축구 대회의 의미를 짚어봤습니다.

김도엽 특파원입니다.

<리포트>

골네트를 향한 힘찬 발길질. 축구공이 연이어 그물을 가릅니다.

중국 쿤밍에서 열리는 국제 유소년 축구대회 참가를 앞두고 강원도 선수단이 훈련에 한창입니다.

15살 이하 앳된 선수들이지만, 대회를 준비하는 자세만큼은 성인 선수 못지 않은데요,

북한 선수를 만난다는 기대감도 컸습니다.

<녹취> 안태영(강원도 선수단) : "설레면서 서로 친해지고 싶기도 하고 나중에 성공해서 만날 수도 있으니까 그런 거 때문에 계속 친해지고 싶기도 하고 그렇습니다."

주최측 역시 2년 만에 다시 열리는 이번 대회가 남북 대화의 물꼬를 트는 계기가 되기를 희망했습니다.

<인터뷰> 김경성(남북체육교류협회 이사장) : "이번 행사가 새 정부 들어와서 첫 교류입니다. 결국은 이런 스포츠 교류가 군사적 긴장을 완화시키는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입니다."

<녹취> "강원도, 대한민국, 평창올림픽 화이팅!"

해발 고도 2,100미터, 중국 서남부 윈난성의 성도 쿤밍입니다.

1년 내내 봄과 같은 기후를 유지해 춘성, 봄의 도시라고도 불립니다.

쿤밍 국제체육훈련기지. 제3차 아리스포츠컵 국제 유소년 축구대회가 열리는 곳입니다.

이번 대회는 한국과 북한, 중국에서 각각 두 팀씩 모두 여섯 팀이 참가했습니다.

가장 먼저 눈에 띈 붉은색 운동복 차림의 선수들.

북한 4.25 체육단 소속 축구선수들입니다.

북한팀은 지난 1, 2차 대회에서 모두 우승을 차지할 만큼 뛰어난 기량을 자랑하고 있습니다.

훈련 뒤 취재진을 만난 북한 4.25팀 단장은 이번 대회에 참가한 목적을 설명했습니다.

<인터뷰> 김기혁(北 4.25 체육단 단장) : "1차 때부터 국제적인 교류를 위해서, 더 많은 나라들과의 경기 경험과 교류를 가지고서 앞으로 국제무대에서 우승하는 게 목표입니다."

우리 강원도 유소년팀도 훈련에 들어갔습니다.

출국 전부터 북한 선수들에 대한 호기심이 컸던 만큼 직접 본 소감이 궁금했습니다.

<인터뷰> 김수성(강원도 선수단) : "북한 선수들 개인 기량이 뛰어나고 스피드, 힘, 체력 면에서 저희보다 월등한 것 같아 가지고. 일단 최소한 실점은 막으면서 이기려고 노력할 거예요."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강해보이는 북한팀.

하지만 승부를 떠나 이번 경기가 2년 만에 어렵사리 성사된 화합의 자리라는 사실을 선수들도 잘 알고 있습니다.

<인터뷰> 심민석(강원도 선수단 감독) : "저희 선수단들이 (저에게) 말을 전달을 한 게 이제 같은 친구고 이러다 보니까 저희 애들이 좀 설렌 부분이 있습니다. 기대를 많이 하고 있고, 승패를 떠나서 화합차원에서 안 다치는 선에서 아마 경기를 준비를 해야 할 것 같습니다."

한국선수들을 비롯해 북한과 중국 선수들은 벌써 닷새째 이곳 쿤밍에서 훈련 중입니다.

아직 어색한 분위기가 감돌지만 남과 북이 2년 만에 다시 경기를 재개하는 것은 의미가 적지 않습니다.

남북 유소년 축구 교류는 남북관계의 부침 속에서도 10여년간 지속돼 왔습니다.

특히 아리스포츠컵 대회는 남북간 긴장이 고조된 상황에서도 2014년 경기도 연천에서 2015년에는 평양에서 열렸습니다.

특히 2015년 대회는 북한의 목함 지뢰 도발이 촉발한 군사적 긴장이 최고조에 이른 가운데 평양에서 열려 주목을 받았습니다.

<녹취> 2015년 8월, KBS뉴스광장 : "남북의 군사적 긴장감이 높아가고 있는 가운데 평양에서는 예정대로 국제유소년축구대회가 개막했습니다."

당시 국내 언론으로는 유일하게 KBS 취재진이 평양에서 동행 취재를 하며 긴장 속 대회 분위기를 생생하게 전하기도 했습니다.

<녹취> 2016년 1월, 조선중앙TV : "주체 조선의 첫 수소탄시험 완전 성공!"

그러나 지난 해 초 북한 4차 핵실험의 여파로 2016년 대회는 무산되고 말았습니다.

<인터뷰> 김경성(남북체육교류협회 이사장) : "제3회 개최가 2016년도에 됐어야 되는데 남북 환경으로 인해서 개최가 되지 못했고 이번에 제3국 중국에서 개최가 됐습니다. 스포츠교류는 정치적 환경이나 군사적 환경에서 중단돼서는 안 됩니다."

훈련을 마친 뒤 남북 선수들이 한자리에 모였습니다.

이번 축구대회 참가 선수들을 위한 환영 만찬입니다.

<녹취> 최문순(강원도지사/강원도 선수단장) : "아리스포츠컵 2017 국제 유소년 축구대회에 함께 하신 모든 분들을 환영하고 여러분들 모두를 열렬이 환영합니다."

북측도 만찬사를 통해 기대감을 나타냈습니다.

<녹취> 문 웅(北 유소년축구단 총단장) : "여기에 참가한 모든 팀 선수들이 평소에 연마한 기술을 남김없이 발휘해서 보기에 좋은 경기장면들을 보여 줄 것이라는 것을 기대합니다."

선수들 사이의 어색했던 분위기도 잠시.

시간이 흐를수록 대화에 적극성을 보였습니다.

어느새 서로의 자리로 옮겨가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나누는 선수들.

<녹취> "(포지션 어디야, 포지션?) 어디에 서나? (응 자리.) 오른쪽 백."

<인터뷰> 박동준(강원도 선수단) : "서먹할 줄 알았는데 장난도 많이 쳐주고 그래가지고 생각보다 좋은 거 같아요."

북한 선수들 역시 조금씩 속마음을 털어 놓습니다.

<인터뷰> 김강성(北 4.25 체육단) : "처음 보다는 좀 좋습니다."

또래인 남북 청소년들은 손을 맞잡고 사진도 함께 찍으며 추억을 쌓았습니다.

만찬 뒤 남북 대표단은 따로 만남을 가졌습니다.

남측은 이 자리에서 북한의 평창올림픽 참가를 공식적으로 요청했습니다.

북한 선수단과 응원단은 원산에서 크루즈를 이용해 수송하자고 구체적으로 제안하기도 했습니다.

개막식을 하루 앞두고 선수들이 한 자리에 어우러지는 특별한 자리가 마련됐습니다.

스스럼없이 어울리는 어린 선수들의 모습은 오랫동안 경색되었던 남북관계를 잠시나마 잊게 만들 정도였습니다.

그날 밤 우리 선수단 숙소를 찾았습니다.

잠이 쉽게 오지 않는 듯 선수들이 삼삼오오 한 방에 모여 있습니다.

한창 많이 먹을 나이, 야식이 빠질 수 없습니다.

역시 북한 선수들에 대한 이야기가 많았습니다.

처음엔 서로 어색했지만...

<인터뷰> 신기환(강원도선수단) : "가끔 승강기에서 마주치면 그냥 얘기 잠깐 하고.. 이름은 안 물어봤어요."

만찬 자리를 통해 긴장이 좀 풀어졌다고 말합니다.

<인터뷰> 서재윤(강원도 선수단) : "북한 선수들은 처음 봐 가지고 긴장되기도 하고 친해지려고 하기도 했어요. 처음에는 말을 안 하다가 나중에 계속 말을 거니까 편해져서 말 하는 것 같아요."

북한 선수들, 이들은 승부를 겨뤄야하는 상대 그 이상의 의미로 이미 다가오고 있었습니다.

드디어 남북 선수 사이의 경기가 열리는 날. 축구 앞에서는 양 팀 선수 모두 진지해집니다.

승리의 파이팅도 외칩니다.

시작과 동시에 우승 후보 북한 4.25 체육단을 몰아붙이는 강원도 선수단.

첫 골을 얻어냅니다.

한 골을 내준 북한 감독의 지시가 이어집니다.

반격에 나선 북한 4.25 체육단. 두 골을 연거푸 따내며 승리했습니다.

다시 한번 우승을 향한 발판을 마련한 북한 선수단은 자신감을 드러냈습니다.

<인터뷰> 문 웅(北 유소년축구단 총단장) : "선수 상태는 경기하기에는 아직 일(문제) 없고... (3회 대회도 자신 있으신가요?) 자신 있습니다."

아쉽게 패한 강원도 선수들도 얻은 것이 적지 않습니다.

<인터뷰> 정승수(강원도 선수단) : "끝나고 저한테 와서 수고했다고 인사도 하고 그랬어요. 원래 있었던 선입견이나 편견이 많이 깨진 것 같아요."

향후 남북 스포츠 교류가 보다 더 활발해지기를 바라는 기대도 밝혔습니다.

<인터뷰> 심민석(강원도 선수단 감독) : "굉장히 공격력이 강하더라고요. 북측의 선수하고 저희 이제 한국선수들하고 빨리 좋은 일이 벌어져 갖고 같이 훈련도 하고 같이 시합도 나가고 그런 날이 왔으면 좋겠습니다."

승패를 떠나 자연스럽게 농담도 주고받을 정도로 분위기가 좋아졌습니다.

<녹취> 김규선(연천군수) : "만만하게 보고 하다가 한 골 먼저 먹어서..."

<녹취> 정남철(北축구기술부장) : "아, 그거 잘된 겁니다."

<녹취> 김규선(연천군수) : "잘된 거예요? 그게?"

<녹취> 정남철(北축구기술부장) : "경기란 그렇습니다."

<녹취> 김규선(연천군수) : "네, 맞아요. 실력을 나중에 보여준 거지."

남측은 이번 축구 대회와 교류가 북한의 평창올림픽 참가로 이어지는 계기가 되기를 희망했습니다.

<인터뷰> 최문순(강원도지사) : "올림픽 참가가 이루어지게 되면 그냥 단순히 선수들만 참가하는 게 아니고 거기에 응원단 그리고 문화공연단 이렇게 같이 참가를 하게 됨으로서 여러가지 문제가 해소될 걸로 뭐 기대를 하고 있습니다. 저희는 지속적으로 참가요청을 하고 지금까지 쌓아온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해서 저희들이 이 어려움을 좀 뚫어볼까 하는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경기장에서 스포츠정신과 우정을 나눈 남과 북의 유소년 선수단들은 모두가 승자였습니다.

이들이 선사한 뜨거운 열기가 남과 북의 관계에도 온기를 다해 주길 기대해 봅니다.

남북 간 긴장 상황 속에서도 교류를 이어가고 있는 유소년 축구.

내년에도 6월에 평양에서, 10월에는 경기도 연천군과 강원도에서 대회를 여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우리 청소년들이 되살린 교류의 불씨가 남과 북 평화의 길을 밝히는 횃불로 이어지길 희망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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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획 르포] 쿤밍에서 다시 만난 남북 유소년 축구
    • 입력 2017-12-23 08:21:20
    • 수정2017-12-23 08:27:02
    남북의 창
<앵커 멘트>

북한의 핵 질주로 남북간 교류가 꽁꽁 얼어붙었지만 이번 주 중국 쿤밍에서는 남북 청소년들이 만나 훈풍 속에 축구 시합을 펼쳤습니다.

남북 유소년 축구는 지난해는 북한의 핵실험으로 중단됐다가 올해 2년 만에 재개된 것인데요.

<남북의 창>이 중국 현지 르포를 통해 남북 교류와 평창올림픽에까지 희망의 메시지를 던진 이번 유소년 축구 대회의 의미를 짚어봤습니다.

김도엽 특파원입니다.

<리포트>

골네트를 향한 힘찬 발길질. 축구공이 연이어 그물을 가릅니다.

중국 쿤밍에서 열리는 국제 유소년 축구대회 참가를 앞두고 강원도 선수단이 훈련에 한창입니다.

15살 이하 앳된 선수들이지만, 대회를 준비하는 자세만큼은 성인 선수 못지 않은데요,

북한 선수를 만난다는 기대감도 컸습니다.

<녹취> 안태영(강원도 선수단) : "설레면서 서로 친해지고 싶기도 하고 나중에 성공해서 만날 수도 있으니까 그런 거 때문에 계속 친해지고 싶기도 하고 그렇습니다."

주최측 역시 2년 만에 다시 열리는 이번 대회가 남북 대화의 물꼬를 트는 계기가 되기를 희망했습니다.

<인터뷰> 김경성(남북체육교류협회 이사장) : "이번 행사가 새 정부 들어와서 첫 교류입니다. 결국은 이런 스포츠 교류가 군사적 긴장을 완화시키는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입니다."

<녹취> "강원도, 대한민국, 평창올림픽 화이팅!"

해발 고도 2,100미터, 중국 서남부 윈난성의 성도 쿤밍입니다.

1년 내내 봄과 같은 기후를 유지해 춘성, 봄의 도시라고도 불립니다.

쿤밍 국제체육훈련기지. 제3차 아리스포츠컵 국제 유소년 축구대회가 열리는 곳입니다.

이번 대회는 한국과 북한, 중국에서 각각 두 팀씩 모두 여섯 팀이 참가했습니다.

가장 먼저 눈에 띈 붉은색 운동복 차림의 선수들.

북한 4.25 체육단 소속 축구선수들입니다.

북한팀은 지난 1, 2차 대회에서 모두 우승을 차지할 만큼 뛰어난 기량을 자랑하고 있습니다.

훈련 뒤 취재진을 만난 북한 4.25팀 단장은 이번 대회에 참가한 목적을 설명했습니다.

<인터뷰> 김기혁(北 4.25 체육단 단장) : "1차 때부터 국제적인 교류를 위해서, 더 많은 나라들과의 경기 경험과 교류를 가지고서 앞으로 국제무대에서 우승하는 게 목표입니다."

우리 강원도 유소년팀도 훈련에 들어갔습니다.

출국 전부터 북한 선수들에 대한 호기심이 컸던 만큼 직접 본 소감이 궁금했습니다.

<인터뷰> 김수성(강원도 선수단) : "북한 선수들 개인 기량이 뛰어나고 스피드, 힘, 체력 면에서 저희보다 월등한 것 같아 가지고. 일단 최소한 실점은 막으면서 이기려고 노력할 거예요."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강해보이는 북한팀.

하지만 승부를 떠나 이번 경기가 2년 만에 어렵사리 성사된 화합의 자리라는 사실을 선수들도 잘 알고 있습니다.

<인터뷰> 심민석(강원도 선수단 감독) : "저희 선수단들이 (저에게) 말을 전달을 한 게 이제 같은 친구고 이러다 보니까 저희 애들이 좀 설렌 부분이 있습니다. 기대를 많이 하고 있고, 승패를 떠나서 화합차원에서 안 다치는 선에서 아마 경기를 준비를 해야 할 것 같습니다."

한국선수들을 비롯해 북한과 중국 선수들은 벌써 닷새째 이곳 쿤밍에서 훈련 중입니다.

아직 어색한 분위기가 감돌지만 남과 북이 2년 만에 다시 경기를 재개하는 것은 의미가 적지 않습니다.

남북 유소년 축구 교류는 남북관계의 부침 속에서도 10여년간 지속돼 왔습니다.

특히 아리스포츠컵 대회는 남북간 긴장이 고조된 상황에서도 2014년 경기도 연천에서 2015년에는 평양에서 열렸습니다.

특히 2015년 대회는 북한의 목함 지뢰 도발이 촉발한 군사적 긴장이 최고조에 이른 가운데 평양에서 열려 주목을 받았습니다.

<녹취> 2015년 8월, KBS뉴스광장 : "남북의 군사적 긴장감이 높아가고 있는 가운데 평양에서는 예정대로 국제유소년축구대회가 개막했습니다."

당시 국내 언론으로는 유일하게 KBS 취재진이 평양에서 동행 취재를 하며 긴장 속 대회 분위기를 생생하게 전하기도 했습니다.

<녹취> 2016년 1월, 조선중앙TV : "주체 조선의 첫 수소탄시험 완전 성공!"

그러나 지난 해 초 북한 4차 핵실험의 여파로 2016년 대회는 무산되고 말았습니다.

<인터뷰> 김경성(남북체육교류협회 이사장) : "제3회 개최가 2016년도에 됐어야 되는데 남북 환경으로 인해서 개최가 되지 못했고 이번에 제3국 중국에서 개최가 됐습니다. 스포츠교류는 정치적 환경이나 군사적 환경에서 중단돼서는 안 됩니다."

훈련을 마친 뒤 남북 선수들이 한자리에 모였습니다.

이번 축구대회 참가 선수들을 위한 환영 만찬입니다.

<녹취> 최문순(강원도지사/강원도 선수단장) : "아리스포츠컵 2017 국제 유소년 축구대회에 함께 하신 모든 분들을 환영하고 여러분들 모두를 열렬이 환영합니다."

북측도 만찬사를 통해 기대감을 나타냈습니다.

<녹취> 문 웅(北 유소년축구단 총단장) : "여기에 참가한 모든 팀 선수들이 평소에 연마한 기술을 남김없이 발휘해서 보기에 좋은 경기장면들을 보여 줄 것이라는 것을 기대합니다."

선수들 사이의 어색했던 분위기도 잠시.

시간이 흐를수록 대화에 적극성을 보였습니다.

어느새 서로의 자리로 옮겨가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나누는 선수들.

<녹취> "(포지션 어디야, 포지션?) 어디에 서나? (응 자리.) 오른쪽 백."

<인터뷰> 박동준(강원도 선수단) : "서먹할 줄 알았는데 장난도 많이 쳐주고 그래가지고 생각보다 좋은 거 같아요."

북한 선수들 역시 조금씩 속마음을 털어 놓습니다.

<인터뷰> 김강성(北 4.25 체육단) : "처음 보다는 좀 좋습니다."

또래인 남북 청소년들은 손을 맞잡고 사진도 함께 찍으며 추억을 쌓았습니다.

만찬 뒤 남북 대표단은 따로 만남을 가졌습니다.

남측은 이 자리에서 북한의 평창올림픽 참가를 공식적으로 요청했습니다.

북한 선수단과 응원단은 원산에서 크루즈를 이용해 수송하자고 구체적으로 제안하기도 했습니다.

개막식을 하루 앞두고 선수들이 한 자리에 어우러지는 특별한 자리가 마련됐습니다.

스스럼없이 어울리는 어린 선수들의 모습은 오랫동안 경색되었던 남북관계를 잠시나마 잊게 만들 정도였습니다.

그날 밤 우리 선수단 숙소를 찾았습니다.

잠이 쉽게 오지 않는 듯 선수들이 삼삼오오 한 방에 모여 있습니다.

한창 많이 먹을 나이, 야식이 빠질 수 없습니다.

역시 북한 선수들에 대한 이야기가 많았습니다.

처음엔 서로 어색했지만...

<인터뷰> 신기환(강원도선수단) : "가끔 승강기에서 마주치면 그냥 얘기 잠깐 하고.. 이름은 안 물어봤어요."

만찬 자리를 통해 긴장이 좀 풀어졌다고 말합니다.

<인터뷰> 서재윤(강원도 선수단) : "북한 선수들은 처음 봐 가지고 긴장되기도 하고 친해지려고 하기도 했어요. 처음에는 말을 안 하다가 나중에 계속 말을 거니까 편해져서 말 하는 것 같아요."

북한 선수들, 이들은 승부를 겨뤄야하는 상대 그 이상의 의미로 이미 다가오고 있었습니다.

드디어 남북 선수 사이의 경기가 열리는 날. 축구 앞에서는 양 팀 선수 모두 진지해집니다.

승리의 파이팅도 외칩니다.

시작과 동시에 우승 후보 북한 4.25 체육단을 몰아붙이는 강원도 선수단.

첫 골을 얻어냅니다.

한 골을 내준 북한 감독의 지시가 이어집니다.

반격에 나선 북한 4.25 체육단. 두 골을 연거푸 따내며 승리했습니다.

다시 한번 우승을 향한 발판을 마련한 북한 선수단은 자신감을 드러냈습니다.

<인터뷰> 문 웅(北 유소년축구단 총단장) : "선수 상태는 경기하기에는 아직 일(문제) 없고... (3회 대회도 자신 있으신가요?) 자신 있습니다."

아쉽게 패한 강원도 선수들도 얻은 것이 적지 않습니다.

<인터뷰> 정승수(강원도 선수단) : "끝나고 저한테 와서 수고했다고 인사도 하고 그랬어요. 원래 있었던 선입견이나 편견이 많이 깨진 것 같아요."

향후 남북 스포츠 교류가 보다 더 활발해지기를 바라는 기대도 밝혔습니다.

<인터뷰> 심민석(강원도 선수단 감독) : "굉장히 공격력이 강하더라고요. 북측의 선수하고 저희 이제 한국선수들하고 빨리 좋은 일이 벌어져 갖고 같이 훈련도 하고 같이 시합도 나가고 그런 날이 왔으면 좋겠습니다."

승패를 떠나 자연스럽게 농담도 주고받을 정도로 분위기가 좋아졌습니다.

<녹취> 김규선(연천군수) : "만만하게 보고 하다가 한 골 먼저 먹어서..."

<녹취> 정남철(北축구기술부장) : "아, 그거 잘된 겁니다."

<녹취> 김규선(연천군수) : "잘된 거예요? 그게?"

<녹취> 정남철(北축구기술부장) : "경기란 그렇습니다."

<녹취> 김규선(연천군수) : "네, 맞아요. 실력을 나중에 보여준 거지."

남측은 이번 축구 대회와 교류가 북한의 평창올림픽 참가로 이어지는 계기가 되기를 희망했습니다.

<인터뷰> 최문순(강원도지사) : "올림픽 참가가 이루어지게 되면 그냥 단순히 선수들만 참가하는 게 아니고 거기에 응원단 그리고 문화공연단 이렇게 같이 참가를 하게 됨으로서 여러가지 문제가 해소될 걸로 뭐 기대를 하고 있습니다. 저희는 지속적으로 참가요청을 하고 지금까지 쌓아온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해서 저희들이 이 어려움을 좀 뚫어볼까 하는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경기장에서 스포츠정신과 우정을 나눈 남과 북의 유소년 선수단들은 모두가 승자였습니다.

이들이 선사한 뜨거운 열기가 남과 북의 관계에도 온기를 다해 주길 기대해 봅니다.

남북 간 긴장 상황 속에서도 교류를 이어가고 있는 유소년 축구.

내년에도 6월에 평양에서, 10월에는 경기도 연천군과 강원도에서 대회를 여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우리 청소년들이 되살린 교류의 불씨가 남과 북 평화의 길을 밝히는 횃불로 이어지길 희망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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