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타지 영화 전환점 맞나…‘염력’ ‘인랑’ 등 개봉·제작 잇따라

입력 2018.01.24 (15:18) 수정 2018.01.24 (15:19)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그동안 한국의 판타지 영화는 관객들이 잘 받아들이지 않았어요. 제작자 입장에서도 제작비가 많이 들고, 관객들의 호응은 없어서 도전하기가 힘들었죠. '신과함께'가 좋은 성적을 내면서 앞으로는 달라질 것 같습니다."

영화사 신씨네 신철 대표의 말이다. 신 대표는 '은행나무 침대' '구미호' '엽기적인 그녀' 등을 만든 한국의 대표적인 영화 제작자다.

그는 최근 판타지 영화 '퇴마록'의 리부트(원작의 골격만 차용하고 새로 해석한 이야기) 버전 제작을 추진 중이다. '살인의 추억' '타짜' '말죽거리 잔혹사' 등을 히트시킨 제작자 차승재 대표와 함께 손을 잡고 만든다.

안성기·신현준이 주연한 '퇴마록'은 세기말 인간 세상을 어지럽히는 악에 대항해 싸우는 퇴마사들의 이야기로, 1998년 개봉 당시 한국형 블록버스터로 불리며 화제를 모았다.

현재 해외에 머무는 신 대표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3년간 준비해온 프로젝트"라며 "1998년작과는 전혀 다른 내용으로, 차세대 버전으로 리부트하는 영화"라고 소개했다. 기술 테스트 촬영을 이미 마쳤고, 감독 선임과 배우 캐스팅을 마치는 대로 본격적인 촬영에 들어간다.

◇ '염력' 등 판타지 영화 속속 제작·개봉

그동안 '판타지는 안된다'는 고정관념이 퍼져있던 한국영화계에 변화가 일고 있다. '퇴마록' 리부트 버전뿐만 아니라 다양한 판타지 영화가 속속 제작되거나 개봉을 앞두고 있다.

1천300만 명이 관람한 '신과함께-죄와벌'이 판타지 장르를 본격적으로 열어젖힌 데 이어 이달 31일에는 연상호 감독의 '염력'이 개봉한다.

'염력'은 하루아침에 초능력을 얻게 된 아버지(류승룡)가 곤경에 처한 딸(심은경)을 위해 초능력을 발휘한다는 내용의 판타지 코미디다. 생각만으로 힘을 일으키는 염력을 컴퓨터그래픽(CG)으로 그럴듯하게 구현해냈다.

김지운 감독의 SF 액션 '인랑'도 올해 개봉한다. 일본의 고전으로 꼽히는 오키우라 히로유키 감독의 동명 애니메이션이 원작이다.

투자배급을 맡은 워너브러더스코리아 측은 "가까운 미래를 배경으로 반정부 테러 단체 섹트 세력과 이에 대응하기 위해 설립된 특수 경찰조직 특기대, 국가정보기관인 공안부를 세 축으로, 그 뒤에 숨은 권력기관 간에 벌어지는 격돌을 그린 묵시록적 SF액션"이라고 소개했다.

이외에 김명민 주연의 '물괴'(허종호 감독), 현빈 주연의 '창궐'(김성훈 감독) 등 사극 판타지를 표방한 작품들도 올해 관객과 만난다. '물괴'는 조선 중종 22년에 흉악한 짐승이 나타나 나라를 어지럽히자 왕의 부름을 받은 윤겸(김명민)이 물괴의 실체를 파헤치는 내용이며, '창궐'은 밤에만 활동하는 야귀의 창궐을 막고 조선을 구하려는 이청(현빈)의 사투를 그린 액션 블록버스터다.

◇ 시각적 특수효과·자본력 뒷받침…한국영화 외연 넓혀

그동안 한국영화계에서 판타지 영화가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다. '퇴마록'부터 '단적비연수'(2000) '중천'(2000) '화산고'(2001) '번지점프를 하다'(2001) '성냥팔이 소녀의 재림'(2002) 등이 판타지를 표방했다. 심형래 감독의 '디 워'(2008)와 최동훈 감독의 '전우치'(2009)는 한국형 판타지 영화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판타지는 현실에서 가능하지 않은 상상의 세계를 구현해내는 장르다. '해리포터'나 '반지의 제왕' 시리즈, '아바타' 등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한국 판타지 영화들은 이런 작품들과는 궤를 달리한다.

전찬일 평론가는 "가상의 세계를 무대로 무한 상상력을 자극하는 것이 진정한 판타지 장르"라며 "그런 의미에서 볼 때 한국에서 독립적인 판타지 장르는 사실상 전무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국내 판타지 영화들은 사실적인 캐릭터가 등장하는 멜로나 코미디, 정통 드라마에 판타지적 요소가 가미된 작품이 대부분이다. '신과함께'나 '염력' 등도 완전한 상상의 세계라기보다 현실적인 요소가 강하다.

그렇더라도 한국영화의 외연을 넓힌다는 차원에서 판타지를 표방하는 영화가 늘어나는 것은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진다. 상상의 세계를 구현할 기술력과 자본이 그만큼 뒷받침되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윤성은 영화 평론가는 "판타지 장르의 영화가 많아지는 것은 시각적 특수효과(VFX) 측면에서 한국영화의 수준이 높아졌기 때문"이라며 "또 대규모 물량을 투입한 블록버스터들에 투자하는 경향이 커지면서 스펙터클한 쾌감을 선사할 수 있는 판타지 장르로 시야를 넓히고 있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대형 배급사 관계자는 "다양한 영화에 대한 관객들의 욕구가 늘어나면서 이야기나 소재, 장르가 이제는 확장돼야 하는 시점에 다다랐기 때문인 것 같다"고 말했다.

판타지 장르가 정착되려면 기술력뿐만 아니라 소재와 이야기가 뒷받침돼야 한다. 전찬일 평론가는 "판타지 영화는 기본적으로 드라마 구성부터가 달라야 한다"면서 "세상과 사람을 보는 관점부터 무한한 상상력을 발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진출처 : 연합뉴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판타지 영화 전환점 맞나…‘염력’ ‘인랑’ 등 개봉·제작 잇따라
    • 입력 2018-01-24 15:18:13
    • 수정2018-01-24 15:19:28
    연합뉴스
"그동안 한국의 판타지 영화는 관객들이 잘 받아들이지 않았어요. 제작자 입장에서도 제작비가 많이 들고, 관객들의 호응은 없어서 도전하기가 힘들었죠. '신과함께'가 좋은 성적을 내면서 앞으로는 달라질 것 같습니다."

영화사 신씨네 신철 대표의 말이다. 신 대표는 '은행나무 침대' '구미호' '엽기적인 그녀' 등을 만든 한국의 대표적인 영화 제작자다.

그는 최근 판타지 영화 '퇴마록'의 리부트(원작의 골격만 차용하고 새로 해석한 이야기) 버전 제작을 추진 중이다. '살인의 추억' '타짜' '말죽거리 잔혹사' 등을 히트시킨 제작자 차승재 대표와 함께 손을 잡고 만든다.

안성기·신현준이 주연한 '퇴마록'은 세기말 인간 세상을 어지럽히는 악에 대항해 싸우는 퇴마사들의 이야기로, 1998년 개봉 당시 한국형 블록버스터로 불리며 화제를 모았다.

현재 해외에 머무는 신 대표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3년간 준비해온 프로젝트"라며 "1998년작과는 전혀 다른 내용으로, 차세대 버전으로 리부트하는 영화"라고 소개했다. 기술 테스트 촬영을 이미 마쳤고, 감독 선임과 배우 캐스팅을 마치는 대로 본격적인 촬영에 들어간다.

◇ '염력' 등 판타지 영화 속속 제작·개봉

그동안 '판타지는 안된다'는 고정관념이 퍼져있던 한국영화계에 변화가 일고 있다. '퇴마록' 리부트 버전뿐만 아니라 다양한 판타지 영화가 속속 제작되거나 개봉을 앞두고 있다.

1천300만 명이 관람한 '신과함께-죄와벌'이 판타지 장르를 본격적으로 열어젖힌 데 이어 이달 31일에는 연상호 감독의 '염력'이 개봉한다.

'염력'은 하루아침에 초능력을 얻게 된 아버지(류승룡)가 곤경에 처한 딸(심은경)을 위해 초능력을 발휘한다는 내용의 판타지 코미디다. 생각만으로 힘을 일으키는 염력을 컴퓨터그래픽(CG)으로 그럴듯하게 구현해냈다.

김지운 감독의 SF 액션 '인랑'도 올해 개봉한다. 일본의 고전으로 꼽히는 오키우라 히로유키 감독의 동명 애니메이션이 원작이다.

투자배급을 맡은 워너브러더스코리아 측은 "가까운 미래를 배경으로 반정부 테러 단체 섹트 세력과 이에 대응하기 위해 설립된 특수 경찰조직 특기대, 국가정보기관인 공안부를 세 축으로, 그 뒤에 숨은 권력기관 간에 벌어지는 격돌을 그린 묵시록적 SF액션"이라고 소개했다.

이외에 김명민 주연의 '물괴'(허종호 감독), 현빈 주연의 '창궐'(김성훈 감독) 등 사극 판타지를 표방한 작품들도 올해 관객과 만난다. '물괴'는 조선 중종 22년에 흉악한 짐승이 나타나 나라를 어지럽히자 왕의 부름을 받은 윤겸(김명민)이 물괴의 실체를 파헤치는 내용이며, '창궐'은 밤에만 활동하는 야귀의 창궐을 막고 조선을 구하려는 이청(현빈)의 사투를 그린 액션 블록버스터다.

◇ 시각적 특수효과·자본력 뒷받침…한국영화 외연 넓혀

그동안 한국영화계에서 판타지 영화가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다. '퇴마록'부터 '단적비연수'(2000) '중천'(2000) '화산고'(2001) '번지점프를 하다'(2001) '성냥팔이 소녀의 재림'(2002) 등이 판타지를 표방했다. 심형래 감독의 '디 워'(2008)와 최동훈 감독의 '전우치'(2009)는 한국형 판타지 영화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판타지는 현실에서 가능하지 않은 상상의 세계를 구현해내는 장르다. '해리포터'나 '반지의 제왕' 시리즈, '아바타' 등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한국 판타지 영화들은 이런 작품들과는 궤를 달리한다.

전찬일 평론가는 "가상의 세계를 무대로 무한 상상력을 자극하는 것이 진정한 판타지 장르"라며 "그런 의미에서 볼 때 한국에서 독립적인 판타지 장르는 사실상 전무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국내 판타지 영화들은 사실적인 캐릭터가 등장하는 멜로나 코미디, 정통 드라마에 판타지적 요소가 가미된 작품이 대부분이다. '신과함께'나 '염력' 등도 완전한 상상의 세계라기보다 현실적인 요소가 강하다.

그렇더라도 한국영화의 외연을 넓힌다는 차원에서 판타지를 표방하는 영화가 늘어나는 것은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진다. 상상의 세계를 구현할 기술력과 자본이 그만큼 뒷받침되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윤성은 영화 평론가는 "판타지 장르의 영화가 많아지는 것은 시각적 특수효과(VFX) 측면에서 한국영화의 수준이 높아졌기 때문"이라며 "또 대규모 물량을 투입한 블록버스터들에 투자하는 경향이 커지면서 스펙터클한 쾌감을 선사할 수 있는 판타지 장르로 시야를 넓히고 있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대형 배급사 관계자는 "다양한 영화에 대한 관객들의 욕구가 늘어나면서 이야기나 소재, 장르가 이제는 확장돼야 하는 시점에 다다랐기 때문인 것 같다"고 말했다.

판타지 장르가 정착되려면 기술력뿐만 아니라 소재와 이야기가 뒷받침돼야 한다. 전찬일 평론가는 "판타지 영화는 기본적으로 드라마 구성부터가 달라야 한다"면서 "세상과 사람을 보는 관점부터 무한한 상상력을 발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진출처 : 연합뉴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