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해설] ‘거대한 장벽’ 깬 영웅

입력 2018.01.26 (07:34) 수정 2018.01.26 (0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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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현 해설위원]

정현 선수가 세계 테니스 4대 메이저대회의 하나인 호주 오픈 4강에 오름으로써 한국 스포츠 역사에 또 하나의 금자탑을 세웠습니다. 정 선수의 성공이 더욱 값진 건 종목이 테니스이기 때문입니다. 힘과 스피드가 바탕이 돼야 하는 테니스는 사실상 서양 선수들의 전유물이었습니다. 주니어 무대를 주름잡던 많은 동양 선수들이 성인 무대에서 시속 200킬로미터가 넘는 서양 선수들의 강력한 서브의 벽을 넘지 못하고 좌절해 왔습니다. 최강의 서양 선수들을 연이어 격파하면서 그들만의 리그에서 당당히 정상권에 진입한 정현 선수의 활약은 그래서 아시아인들에게 더욱 짜릿한 감동과 쾌감을 줍니다.

동양권 선수 가운데, 테니스 메이저 대회에서 준결승 이상 오른 선수는 중국계 미국인인 마이클 창과 일본의 테니스 영웅 니시코리 케이 두 명 정도입니다. 테니스 전문가들은 정현 선수가 이 두 사람을 넘어설 것으로 평가하고 있습니다. 테니스 선수로는 작은 키인 창과 니시코리는 동양 선수 특유의 빠른 발과 안정적인 스트로크로 상대를 괴롭히지만, 서브의 속도나 강도, 상대방의 강한 서브에 대한 리턴 능력에선 한계를 보였습니다. 이들과 달리 188센티미터의 장신인 정현은 서양 선수들과 대등한 체격 조건을 갖췄습니다. 세계 랭킹 4위 즈베레프의 220킬로미터대 광속 서브를 능란하게 받아넘기는 등 놀라운 리턴 능력을 선보였고, 자신의 서브 게임을 대부분 지켜내며, 서양 선수들에게 결코 밀리지 않는 서브 실력도 과시했습니다. 스트로크와 빠른 발, 지구력에선 오히려 서양 선수들을 압도하고 있는 정현의 행보는 거침이 없습니다. 동양인들에게 잠재돼 있던 오랜 콤플렉스를 속시원히 깨 버리면서 한국 나아가 아시아의 젊은 영웅으로 우뚝 섰습니다.

박세리, 박태환, 김연아 선수도 정현처럼 우리를 환호하게 만든 영웅들입니다. 이제 평창 동계올림픽이 보름도 남지 않았습니다. 동계올림픽 역시 주로 서양인들의 잔치였지만, 최근 들어 한중일 세 나라 선수들이 조금씩 벽을 허물어가고 있습니다. 특히 국내에서 열리는 대회인 만큼, 어느 때 보다 많은 우리의 새 영웅들이 탄생하길 기대합니다. 아울러 이미 충분히 감동을 선사한 정현 선수가 오늘 저녁 테니스 황제 페더러를 상대로 또 하나의 드라마를 만들어주길 기원합니다. 뉴스해설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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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해설] ‘거대한 장벽’ 깬 영웅
    • 입력 2018-01-26 07:35:51
    • 수정2018-01-26 07:4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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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현 해설위원]

정현 선수가 세계 테니스 4대 메이저대회의 하나인 호주 오픈 4강에 오름으로써 한국 스포츠 역사에 또 하나의 금자탑을 세웠습니다. 정 선수의 성공이 더욱 값진 건 종목이 테니스이기 때문입니다. 힘과 스피드가 바탕이 돼야 하는 테니스는 사실상 서양 선수들의 전유물이었습니다. 주니어 무대를 주름잡던 많은 동양 선수들이 성인 무대에서 시속 200킬로미터가 넘는 서양 선수들의 강력한 서브의 벽을 넘지 못하고 좌절해 왔습니다. 최강의 서양 선수들을 연이어 격파하면서 그들만의 리그에서 당당히 정상권에 진입한 정현 선수의 활약은 그래서 아시아인들에게 더욱 짜릿한 감동과 쾌감을 줍니다.

동양권 선수 가운데, 테니스 메이저 대회에서 준결승 이상 오른 선수는 중국계 미국인인 마이클 창과 일본의 테니스 영웅 니시코리 케이 두 명 정도입니다. 테니스 전문가들은 정현 선수가 이 두 사람을 넘어설 것으로 평가하고 있습니다. 테니스 선수로는 작은 키인 창과 니시코리는 동양 선수 특유의 빠른 발과 안정적인 스트로크로 상대를 괴롭히지만, 서브의 속도나 강도, 상대방의 강한 서브에 대한 리턴 능력에선 한계를 보였습니다. 이들과 달리 188센티미터의 장신인 정현은 서양 선수들과 대등한 체격 조건을 갖췄습니다. 세계 랭킹 4위 즈베레프의 220킬로미터대 광속 서브를 능란하게 받아넘기는 등 놀라운 리턴 능력을 선보였고, 자신의 서브 게임을 대부분 지켜내며, 서양 선수들에게 결코 밀리지 않는 서브 실력도 과시했습니다. 스트로크와 빠른 발, 지구력에선 오히려 서양 선수들을 압도하고 있는 정현의 행보는 거침이 없습니다. 동양인들에게 잠재돼 있던 오랜 콤플렉스를 속시원히 깨 버리면서 한국 나아가 아시아의 젊은 영웅으로 우뚝 섰습니다.

박세리, 박태환, 김연아 선수도 정현처럼 우리를 환호하게 만든 영웅들입니다. 이제 평창 동계올림픽이 보름도 남지 않았습니다. 동계올림픽 역시 주로 서양인들의 잔치였지만, 최근 들어 한중일 세 나라 선수들이 조금씩 벽을 허물어가고 있습니다. 특히 국내에서 열리는 대회인 만큼, 어느 때 보다 많은 우리의 새 영웅들이 탄생하길 기대합니다. 아울러 이미 충분히 감동을 선사한 정현 선수가 오늘 저녁 테니스 황제 페더러를 상대로 또 하나의 드라마를 만들어주길 기원합니다. 뉴스해설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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