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적없는 영어교육, 미 교과서 불티

입력 2002.09.21 (21:00) 수정 2018.08.29 (15:00)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앵커: 최근 일부 학생들 사이에서 미국 초등학교 교과서를 이용한 영어학습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국적없는 교육이 우리 어린학생들의 정체성을 잃게 하지나 않을지 우려의 목소리가 높습니다.
정제혁 기자가 심층 취재했습니다.
⊙기자: 사교육 1번지 서울 강남의 한 영어학원은 교육방식이 좀 독특합니다.
여느 영어책과는 다른 미국의 초등학교에서 사용하는 교과서를 교재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최근 서울 강남 등지 학원가를 중심으로 미국 교과서 학습이 유행을 타면서 시내 대형 서점에는 특설코너까지 생겨났습니다.
한 권에 7, 8만원이 넘는 만만치 않은 가격이지만 한 달에 1만원 이상 팔릴 정도로 인기가 있습니다.
미국 교과서가 인기를 끄는 것은 최근 거세게 불고 있는 조기영어교육, 조기유학 열풍과 무관하지 않습니다.
⊙김홍기(조기유학생 학부모): 수업에 들어가야 되니까 그 교과서 비슷한 걸로 하니까 미리 선행해서 공부를 해야죠.
⊙기자: 시중에서 팔리고 있는 미국 교과서를 들여다 보았습니다.
미국민들의 신대륙 지배는 곧 신이 예정한 명백한 운명이라는 문구가 인용됐습니다.
미국의 세력확장을 긍정적으로 보는 반면 미국 인디언 등의 수난사는 비교적 간략히 기술됐습니다.
미국 초등학교 교과 과정을 배울 수 있다는 교육사이트도 사정은 비슷합니다.
⊙인터넷 영어교육사이트: 미국국가는 조국에 대한 사랑과 우리가 싸워 지켜온 자유를 일깨워 줍니다.
⊙기자: 이처럼 미국 중심으로 채색된 지식들을 청소년들이 여과없이 받아들이면서 부작용도 만만치 않습니다.
⊙영어학원 수강생: (한국보다) 더 좋은 나라요. 땅도 넓고 모든 사람이 영어를 쓰잖아요.
⊙영어학원 수강생: (미국인은) 착하고 인심 좋다는 느낌이 들어요.
⊙기자: 한마디로 무비판적인 미국 추종 등 국적 없는 교육이 우려된다는 것입니다.
⊙함인희(이화여대 사회학과 교수): 문화의 공존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지게 되는데 우리 청소년들이 강자중심의 세계관에 쉽게 길들여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기자: 영어가 경쟁력인 시대에 이처럼 영어교육 열기가 높아갈수록 우리 청소년들이 균형잡힌 시각을 가질 수 있도록 세심한 배려가 필요합니다.
KBS뉴스 정제혁입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국적없는 영어교육, 미 교과서 불티
    • 입력 2002-09-21 21:00:00
    • 수정2018-08-29 15:00:00
    뉴스 9
⊙앵커: 최근 일부 학생들 사이에서 미국 초등학교 교과서를 이용한 영어학습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국적없는 교육이 우리 어린학생들의 정체성을 잃게 하지나 않을지 우려의 목소리가 높습니다. 정제혁 기자가 심층 취재했습니다. ⊙기자: 사교육 1번지 서울 강남의 한 영어학원은 교육방식이 좀 독특합니다. 여느 영어책과는 다른 미국의 초등학교에서 사용하는 교과서를 교재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최근 서울 강남 등지 학원가를 중심으로 미국 교과서 학습이 유행을 타면서 시내 대형 서점에는 특설코너까지 생겨났습니다. 한 권에 7, 8만원이 넘는 만만치 않은 가격이지만 한 달에 1만원 이상 팔릴 정도로 인기가 있습니다. 미국 교과서가 인기를 끄는 것은 최근 거세게 불고 있는 조기영어교육, 조기유학 열풍과 무관하지 않습니다. ⊙김홍기(조기유학생 학부모): 수업에 들어가야 되니까 그 교과서 비슷한 걸로 하니까 미리 선행해서 공부를 해야죠. ⊙기자: 시중에서 팔리고 있는 미국 교과서를 들여다 보았습니다. 미국민들의 신대륙 지배는 곧 신이 예정한 명백한 운명이라는 문구가 인용됐습니다. 미국의 세력확장을 긍정적으로 보는 반면 미국 인디언 등의 수난사는 비교적 간략히 기술됐습니다. 미국 초등학교 교과 과정을 배울 수 있다는 교육사이트도 사정은 비슷합니다. ⊙인터넷 영어교육사이트: 미국국가는 조국에 대한 사랑과 우리가 싸워 지켜온 자유를 일깨워 줍니다. ⊙기자: 이처럼 미국 중심으로 채색된 지식들을 청소년들이 여과없이 받아들이면서 부작용도 만만치 않습니다. ⊙영어학원 수강생: (한국보다) 더 좋은 나라요. 땅도 넓고 모든 사람이 영어를 쓰잖아요. ⊙영어학원 수강생: (미국인은) 착하고 인심 좋다는 느낌이 들어요. ⊙기자: 한마디로 무비판적인 미국 추종 등 국적 없는 교육이 우려된다는 것입니다. ⊙함인희(이화여대 사회학과 교수): 문화의 공존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지게 되는데 우리 청소년들이 강자중심의 세계관에 쉽게 길들여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기자: 영어가 경쟁력인 시대에 이처럼 영어교육 열기가 높아갈수록 우리 청소년들이 균형잡힌 시각을 가질 수 있도록 세심한 배려가 필요합니다. KBS뉴스 정제혁입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대선특집페이지 대선특집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