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와숫자들 송재경 “솔로 데뷔, 시시콜콜한 얘기 하고싶었죠”

입력 2018.02.18 (0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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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인디 음악계에 잔잔한 반향을 몰고 온 밴드가 있다. 면면은 특이한데 노래는 1970년대 포크송처럼 따스했다. 바로 밴드 '9와 숫자들' 이야기다.

멤버들의 예명은 숫자다. 9는 보컬 송재경, 0은 기타 유정목, 4는 베이스 꿀버섯, 3은 드럼 유병덕이다. 이 가운데 송재경은 한국 인디사가 교과서에 실린다면 이름이 나오길 기대해볼 만하다. 서울대 사학과를 졸업한 그는 대표적인 인디 레이블 '붕가붕가레코드' 초기 설립자 중 하나다.

'9와 숫자들' 활동 9주년을 맞이한 올해, 밴드에서 작사·작곡과 보컬을 도맡아온 송재경이 자신의 첫 솔로 앨범을 발표했다. 변곡점에 선 그를 최근 서울 광화문에서 만났다.

"처음에는 밴드에서 제 정체성이 굉장히 강했어요. 시간이 지날수록 시시콜콜한 얘기를 밴드라는 '조직'을 통해 풀어내는 게 미안하더라고요. 그래서 정규 3집 '수렴과 발산'에선 개인적인 생각을 배제했는데, 그러고 나니 또 혼자만의 이야기를 하고 싶었어요. 밴드에 제 사사로운 욕망을 투영할 필요가 없으니 훨씬 편하네요."

이번 솔로 앨범에는 타이틀곡 '손금' 등 10곡이 담겼다. '문학소년', '통근버스', '방공호', '작은마음'은 과거에 낸 솔로 싱글을 다시 믹싱해 담았고, 6곡은 새로 썼다. 잊히는 것, 연약한 것에 대한 애정이 앨범 전반을 관통한다.

"앨범명 '고고학자'를 지을 때 한자 뜻이 참 좋았어요. 생각할 고(考)에 옛 고(古). 옛것을 생각한다. 전 과거를 굉장히 많이 생각해요. 과거의 기억이 사라지는 게 안타까워서요. 하지만 사람들은 당장 밥 먹고 사느라 옛것을 잊어버리죠. 노래로라도 이 말을 붙잡아두고 싶었어요."

이런 안타까움이 짙게 드러나는 건 수록곡 '앞바다'다. 4년 전 인천 송도로 이사 온 뒤 곡을 썼다. '손바닥만큼 내가 차지한 자리/ 누구에게도 양보 못 한다고/ 밀물에 젖은 검은 흙으로/ 궁전을 짓고 조개 방벽을 쌓네'라는 가사가 쓸쓸하다.

"인천은 대한민국의 축소판인 것 같아요. 미래와 과거의 연결을 생각하지 않고 당장 좋아 보이는 대로 개발하죠. 그래서인지 어떤 곳은 굉장히 낙후했고 어떤 곳은 과도하게 장식적이에요. 직장인들이 안주머니에 사표를 품고서, 무엇인가 포기해가면서 이 땅에 버티고 사는 이유가 뭘지 고민했어요."

송재경은 '9와숫자들'의 노래가 복고적이라는 세간의 평가에 대해서도 "따분하다"고 했다. 우리 사회에서 '복고'는 현재와 단절된 옛것을 의미할 때가 많아서다.

"오늘날 영국 밴드들에선 데이비드 보위, 롤링스톤즈, 비틀스, 퀸의 흔적을 찾을 수 있거든요. 문화 발전에 역사성이 있는 거죠. 그런데 우리나라는 모든 게 단절적이에요. 건축도 마찬가지죠. 과도하게 인위적으로 전통을 보여주거나 어디서 비롯됐는지 알 수 없는 유리로 된 초고층건물들. 제가 미래의 선지자로부터 텔레파시를 받아 음악을 만드는 게 아니잖아요. '복고'가 다른 식으로 해석되면 좋겠어요."

인터뷰 말미에 포스코건설 전략기획팀 과장으로 '투잡'을 뛰는 그에게 직장생활 비결을 물었다. 2009년 입사했으니 '9와 숫자들' 활동 시기와 겹친다. 송재경은 "아이러니하게도 '딴짓하느라 일 못 한다'고 흠 잡히지 않으려고 하다 보니 꽤 일을 잘하는 편이다. 속도가 중요하다"며 웃어 보였다.

'9와 숫자들'은 9주년이 된 올해 매달 9일 팬들과 만날 예정이다. 지난 9일에는 홍대 블루라이트홀에서 '올나인파티'(ALL 9 PARTY)의 첫 번째 공연을 했다. 연내 새 앨범도 낼 예정이다.

"우리는 기본적으로 기타 사운드 중심의 록밴드잖아요. 여태까지는 정체성이 갈팡질팡했던 것 같아요. 솔로 앨범으로 개인적인 것들을 털어냈으니 앞으로 밴드에선 좀 더 기타가 또렷한, 좋은 노래를 만들고 싶어요."

[사진출처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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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9와숫자들 송재경 “솔로 데뷔, 시시콜콜한 얘기 하고싶었죠”
    • 입력 2018-02-18 08:18:26
    연합뉴스
2009년 인디 음악계에 잔잔한 반향을 몰고 온 밴드가 있다. 면면은 특이한데 노래는 1970년대 포크송처럼 따스했다. 바로 밴드 '9와 숫자들' 이야기다.

멤버들의 예명은 숫자다. 9는 보컬 송재경, 0은 기타 유정목, 4는 베이스 꿀버섯, 3은 드럼 유병덕이다. 이 가운데 송재경은 한국 인디사가 교과서에 실린다면 이름이 나오길 기대해볼 만하다. 서울대 사학과를 졸업한 그는 대표적인 인디 레이블 '붕가붕가레코드' 초기 설립자 중 하나다.

'9와 숫자들' 활동 9주년을 맞이한 올해, 밴드에서 작사·작곡과 보컬을 도맡아온 송재경이 자신의 첫 솔로 앨범을 발표했다. 변곡점에 선 그를 최근 서울 광화문에서 만났다.

"처음에는 밴드에서 제 정체성이 굉장히 강했어요. 시간이 지날수록 시시콜콜한 얘기를 밴드라는 '조직'을 통해 풀어내는 게 미안하더라고요. 그래서 정규 3집 '수렴과 발산'에선 개인적인 생각을 배제했는데, 그러고 나니 또 혼자만의 이야기를 하고 싶었어요. 밴드에 제 사사로운 욕망을 투영할 필요가 없으니 훨씬 편하네요."

이번 솔로 앨범에는 타이틀곡 '손금' 등 10곡이 담겼다. '문학소년', '통근버스', '방공호', '작은마음'은 과거에 낸 솔로 싱글을 다시 믹싱해 담았고, 6곡은 새로 썼다. 잊히는 것, 연약한 것에 대한 애정이 앨범 전반을 관통한다.

"앨범명 '고고학자'를 지을 때 한자 뜻이 참 좋았어요. 생각할 고(考)에 옛 고(古). 옛것을 생각한다. 전 과거를 굉장히 많이 생각해요. 과거의 기억이 사라지는 게 안타까워서요. 하지만 사람들은 당장 밥 먹고 사느라 옛것을 잊어버리죠. 노래로라도 이 말을 붙잡아두고 싶었어요."

이런 안타까움이 짙게 드러나는 건 수록곡 '앞바다'다. 4년 전 인천 송도로 이사 온 뒤 곡을 썼다. '손바닥만큼 내가 차지한 자리/ 누구에게도 양보 못 한다고/ 밀물에 젖은 검은 흙으로/ 궁전을 짓고 조개 방벽을 쌓네'라는 가사가 쓸쓸하다.

"인천은 대한민국의 축소판인 것 같아요. 미래와 과거의 연결을 생각하지 않고 당장 좋아 보이는 대로 개발하죠. 그래서인지 어떤 곳은 굉장히 낙후했고 어떤 곳은 과도하게 장식적이에요. 직장인들이 안주머니에 사표를 품고서, 무엇인가 포기해가면서 이 땅에 버티고 사는 이유가 뭘지 고민했어요."

송재경은 '9와숫자들'의 노래가 복고적이라는 세간의 평가에 대해서도 "따분하다"고 했다. 우리 사회에서 '복고'는 현재와 단절된 옛것을 의미할 때가 많아서다.

"오늘날 영국 밴드들에선 데이비드 보위, 롤링스톤즈, 비틀스, 퀸의 흔적을 찾을 수 있거든요. 문화 발전에 역사성이 있는 거죠. 그런데 우리나라는 모든 게 단절적이에요. 건축도 마찬가지죠. 과도하게 인위적으로 전통을 보여주거나 어디서 비롯됐는지 알 수 없는 유리로 된 초고층건물들. 제가 미래의 선지자로부터 텔레파시를 받아 음악을 만드는 게 아니잖아요. '복고'가 다른 식으로 해석되면 좋겠어요."

인터뷰 말미에 포스코건설 전략기획팀 과장으로 '투잡'을 뛰는 그에게 직장생활 비결을 물었다. 2009년 입사했으니 '9와 숫자들' 활동 시기와 겹친다. 송재경은 "아이러니하게도 '딴짓하느라 일 못 한다'고 흠 잡히지 않으려고 하다 보니 꽤 일을 잘하는 편이다. 속도가 중요하다"며 웃어 보였다.

'9와 숫자들'은 9주년이 된 올해 매달 9일 팬들과 만날 예정이다. 지난 9일에는 홍대 블루라이트홀에서 '올나인파티'(ALL 9 PARTY)의 첫 번째 공연을 했다. 연내 새 앨범도 낼 예정이다.

"우리는 기본적으로 기타 사운드 중심의 록밴드잖아요. 여태까지는 정체성이 갈팡질팡했던 것 같아요. 솔로 앨범으로 개인적인 것들을 털어냈으니 앞으로 밴드에선 좀 더 기타가 또렷한, 좋은 노래를 만들고 싶어요."

[사진출처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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