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배움에 나이 없어요”…아름다운 도전

입력 2018.02.28 (08:38) 수정 2018.02.28 (0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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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오늘 뉴스따라잡기에선 누구보다 열정이 넘치는 할머니 두 분을 소개하겠습니다.

배움에 나이는 없다는 말을 몸소 실천한 분들입니다.

우리 나이로 올해 구순에 젊은 사람도 어렵다는 석사 학위를 취득한 할머니.

그리고 여든일곱에 대학 새내기로 캠퍼스를 밟게 된 할머니입니다.

이분들의 학구열 앞에 나이는 정말 숫자에 불과했습니다.

자칫 무기력해질 수 있는 백세시대, 공부에서 인생 후반전의 의미를 되찾았습니다.

아직 끝나지 않은 만학도 할머니들의 꿈과 도전을 따라가 보겠습니다.

[리포트]

서울의 한 대학원 졸업식입니다.

손자뻘 되는 학생들 사이에서 석사모를 쓴 할머니가 당당히 단상 위에 오릅니다.

졸업생 모두 한마음으로 축하를 보냅니다.

[우제봉/숙명여대 특수대학원 졸업생/석사 : "열심히 가르쳐 주셔서 끝까지 논문을 잘 마무리할 수 있게 됐습니다. 그래서 여러분 앞에 서게 되어서 감사합니다."]

주인공은 우리 나이로 올해 구순인 우제봉 할머니입니다.

대학원 7학기 만에 실버비즈니스 석사 학위를 따고, 우수 논문상까지 받았습니다.

[우제봉/숙명여대 특수대학원 졸업생/석사 : “지금 의료 계통도 많이 발전하고 실버 센터도 발전했는데 (노인) 의류 계통은 미약해요. 그러니까 내가 제일 하고 싶었던 거고…."

지난 2014년 대학원에 입학한 우 할머니는 입학 때부터 국내 최고령 석사 과정생으로 주목을 받았습니다.

[김수경/숙명여대 특수대학원 교수 : "처음에 팔십 대라 그래서 저희가 놀라기는 했습니다. 그러나 면접을 보니까 전혀 연령의 구애를 받지 않고 정말 훌륭하고 좋은 학생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입학을 하시게 됐죠."]

수업을 따라올 수 있을까, 함께 어울릴 수 있을까 처음에는 주변의 우려도 컸습니다.

하지만 우려는 할머니의 열정 앞에 모두 기우가 됐습니다.

[하묘숙/대학원 후배 : "저희가 영어 필수 (과목) 통과하는 게 있거든요. 그런데 그 공부를 이분은 만점을 맞은 거예요. 저같은 경우는 어렵게 영어를 통과한 경우인데 그분은 그만큼 열심히 하신 거죠."]

[김수경/숙명여대 특수대학원 교수 : "정말 열심히 집중해서 공부하셨어요. 주제 발표를 하는데 핵심에 대해서 굉장히 잘 파악하고 발표하셨어요."]

할머니의 모든 생활은 공부를 중심으로 돌아갔습니다.

인터넷 강의를 반복해서 듣고, 완벽하게 이해할 때까지 수업 내용을 몇 번이고 복습했습니다.

평범한 주부로 일생을 살아왔던 우 할머니가 '공부'에 뜻을 두게 된 건 2012년쯤입니다.

유난히 사이가 좋았던 남편과 사별하고 상심이 컸을 때입니다.

[우제봉/숙명여대 특수대학원 졸업생/석사 : "외롭고 쓸쓸한데 그렇다고 해서 사회 돌아다니기도 그렇고 또 자식들 앞에서 우울하게 있을 수도 없고. 아이들이 엄마 좋아하는 공부하면 어떠냐고, 사위가 공부하는데 필요하면 내가 봐준다고 그 말에 용기를 냈죠."]

할머니의 목표는 석사 학위가 끝이 아닙니다.

패션 디자이너의 꿈을 위해 이른 아침부터 또 길을 나섭니다.

배움에 대한 열정은 어딜 가더라도 누구보다 뜨겁습니다.

올해는 방송통신대 대학원에도 진학할 예정입니다.

[김상/패션일러스트 강사 : "솔직히 여긴 과제를 안 해오면 진도가 안 나가거든요. 그런데 몇 배를 더 해오세요. 10개를 해오라면 10개를 다 못했다고 하시는데 10개 이상을 해오세요."]

[우제봉/숙명여대 특수대학원 졸업생/석사 : "저는 세 살짜리한테도 배울 게 있다는 걸 항상 생각해요. 무의미하게 아무 생각 없이 살면 나태해지고 기운이 없어요. 누구나 똑같아요. 저도 남편 잃고 그랬으니까요. 그걸 털고 일어나면 뭐든지 할 수 있어요."]

새 학기를 앞둔 서울의 또다른 대학, 한 할머니가 학과 사무실을 찾았습니다.

[이명순/백석예술대 외국어학부 신입생 : "저 수강신청하러 왔는데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잠시만요)."]

지난 수능 최고령 응시자였던 87살 이명순 할머니입니다.

신입생 합격자 명단에 당당히 이름을 올렸습니다.

[김성호/백석예술대 외국어학부 교수 : "처음에는 굉장히 놀랐습니다. 이분이 어떻게 오셨나 궁금했죠. 그런데 제가 말씀을 나누면서 '이 분이 굉장히 굳은 의지를 갖고서 우리 학교에 지원하셨구나.' 하는 걸 느꼈습니다."]

다른 새내기와 마찬가지로 첫발을 내딛는 캠퍼스가 낯설고 궁금한 것도 많습니다.

[이명순/백석예술대학교 외국어학부 신입생 : "(수강신청이) 전부 만원이 돼 있던데 그러면 어떻게 해야해요?"]

[김성호/백석예술대 외국어학부 교수 : "일찍 하셔야돼요. 수강신청 마감이 되니까 빨리 들어가서 (신청) 해야 돼요."]

황혼기에 처음 느낀 대학 새내기의 설렘.

할머니는 아직 믿어지지 않는 듯 강의실 이곳저곳을 둘러봅니다.

[이명순/백석예술대 외국어학부 신입생 : "좀 떨리기도 하고 기분도 좋고 꿈을 이루었나 그런 생각도 들고. 그런데 긴장이 정말 많이 돼요. 못 따라가면 어떡하나 그게 제일 걱정스럽고."]

일제 강점기 초등학교에 다닌 이 할머니는 해방 이후 어수선한 분위기에 중학교를 진학을 포기했습니다.

잊고 있던 학업의 꿈을 다시 일깨운 건 딸이 사는 독일에 갔을 때 겪은 일 때문입니다.

[이명순/백석예술대 외국어학부 신입생 : "쇼핑을 갔다가 내가 화장실에 가고 싶은데 화장실이 (어딘지) 몰라서 얼마나 헐떡헐떡 뛰고, 아래위로 층층이 쫓아다니면서... 근데 어떻게 할 수가 없어요. 아무리 손짓,발짓을 해도 안 돼."]

공부 시작 5년 만에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 첫 수업을 앞둔 지금은 영어와 일본어를 공부할 꿈에 부풀어 있습니다.

[이명순/백석예술대 외국어학부 신입생 : "나이 많다고 그냥 가라앉으면 세상 모든 게 나이와 똑같이 망가져 버려요. 배움은 죽을 때까지 해야 해요. 나이 많은 사람이라고 해서 뒤떨어지게 살 이유는 없다고 생각해요."]

백세 시대, 배움에 나이는 없다는 말을 만학도들이 증명해 보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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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 따라잡기] “배움에 나이 없어요”…아름다운 도전
    • 입력 2018-02-28 08:40:46
    • 수정2018-02-28 08:5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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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오늘 뉴스따라잡기에선 누구보다 열정이 넘치는 할머니 두 분을 소개하겠습니다.

배움에 나이는 없다는 말을 몸소 실천한 분들입니다.

우리 나이로 올해 구순에 젊은 사람도 어렵다는 석사 학위를 취득한 할머니.

그리고 여든일곱에 대학 새내기로 캠퍼스를 밟게 된 할머니입니다.

이분들의 학구열 앞에 나이는 정말 숫자에 불과했습니다.

자칫 무기력해질 수 있는 백세시대, 공부에서 인생 후반전의 의미를 되찾았습니다.

아직 끝나지 않은 만학도 할머니들의 꿈과 도전을 따라가 보겠습니다.

[리포트]

서울의 한 대학원 졸업식입니다.

손자뻘 되는 학생들 사이에서 석사모를 쓴 할머니가 당당히 단상 위에 오릅니다.

졸업생 모두 한마음으로 축하를 보냅니다.

[우제봉/숙명여대 특수대학원 졸업생/석사 : "열심히 가르쳐 주셔서 끝까지 논문을 잘 마무리할 수 있게 됐습니다. 그래서 여러분 앞에 서게 되어서 감사합니다."]

주인공은 우리 나이로 올해 구순인 우제봉 할머니입니다.

대학원 7학기 만에 실버비즈니스 석사 학위를 따고, 우수 논문상까지 받았습니다.

[우제봉/숙명여대 특수대학원 졸업생/석사 : “지금 의료 계통도 많이 발전하고 실버 센터도 발전했는데 (노인) 의류 계통은 미약해요. 그러니까 내가 제일 하고 싶었던 거고…."

지난 2014년 대학원에 입학한 우 할머니는 입학 때부터 국내 최고령 석사 과정생으로 주목을 받았습니다.

[김수경/숙명여대 특수대학원 교수 : "처음에 팔십 대라 그래서 저희가 놀라기는 했습니다. 그러나 면접을 보니까 전혀 연령의 구애를 받지 않고 정말 훌륭하고 좋은 학생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입학을 하시게 됐죠."]

수업을 따라올 수 있을까, 함께 어울릴 수 있을까 처음에는 주변의 우려도 컸습니다.

하지만 우려는 할머니의 열정 앞에 모두 기우가 됐습니다.

[하묘숙/대학원 후배 : "저희가 영어 필수 (과목) 통과하는 게 있거든요. 그런데 그 공부를 이분은 만점을 맞은 거예요. 저같은 경우는 어렵게 영어를 통과한 경우인데 그분은 그만큼 열심히 하신 거죠."]

[김수경/숙명여대 특수대학원 교수 : "정말 열심히 집중해서 공부하셨어요. 주제 발표를 하는데 핵심에 대해서 굉장히 잘 파악하고 발표하셨어요."]

할머니의 모든 생활은 공부를 중심으로 돌아갔습니다.

인터넷 강의를 반복해서 듣고, 완벽하게 이해할 때까지 수업 내용을 몇 번이고 복습했습니다.

평범한 주부로 일생을 살아왔던 우 할머니가 '공부'에 뜻을 두게 된 건 2012년쯤입니다.

유난히 사이가 좋았던 남편과 사별하고 상심이 컸을 때입니다.

[우제봉/숙명여대 특수대학원 졸업생/석사 : "외롭고 쓸쓸한데 그렇다고 해서 사회 돌아다니기도 그렇고 또 자식들 앞에서 우울하게 있을 수도 없고. 아이들이 엄마 좋아하는 공부하면 어떠냐고, 사위가 공부하는데 필요하면 내가 봐준다고 그 말에 용기를 냈죠."]

할머니의 목표는 석사 학위가 끝이 아닙니다.

패션 디자이너의 꿈을 위해 이른 아침부터 또 길을 나섭니다.

배움에 대한 열정은 어딜 가더라도 누구보다 뜨겁습니다.

올해는 방송통신대 대학원에도 진학할 예정입니다.

[김상/패션일러스트 강사 : "솔직히 여긴 과제를 안 해오면 진도가 안 나가거든요. 그런데 몇 배를 더 해오세요. 10개를 해오라면 10개를 다 못했다고 하시는데 10개 이상을 해오세요."]

[우제봉/숙명여대 특수대학원 졸업생/석사 : "저는 세 살짜리한테도 배울 게 있다는 걸 항상 생각해요. 무의미하게 아무 생각 없이 살면 나태해지고 기운이 없어요. 누구나 똑같아요. 저도 남편 잃고 그랬으니까요. 그걸 털고 일어나면 뭐든지 할 수 있어요."]

새 학기를 앞둔 서울의 또다른 대학, 한 할머니가 학과 사무실을 찾았습니다.

[이명순/백석예술대 외국어학부 신입생 : "저 수강신청하러 왔는데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잠시만요)."]

지난 수능 최고령 응시자였던 87살 이명순 할머니입니다.

신입생 합격자 명단에 당당히 이름을 올렸습니다.

[김성호/백석예술대 외국어학부 교수 : "처음에는 굉장히 놀랐습니다. 이분이 어떻게 오셨나 궁금했죠. 그런데 제가 말씀을 나누면서 '이 분이 굉장히 굳은 의지를 갖고서 우리 학교에 지원하셨구나.' 하는 걸 느꼈습니다."]

다른 새내기와 마찬가지로 첫발을 내딛는 캠퍼스가 낯설고 궁금한 것도 많습니다.

[이명순/백석예술대학교 외국어학부 신입생 : "(수강신청이) 전부 만원이 돼 있던데 그러면 어떻게 해야해요?"]

[김성호/백석예술대 외국어학부 교수 : "일찍 하셔야돼요. 수강신청 마감이 되니까 빨리 들어가서 (신청) 해야 돼요."]

황혼기에 처음 느낀 대학 새내기의 설렘.

할머니는 아직 믿어지지 않는 듯 강의실 이곳저곳을 둘러봅니다.

[이명순/백석예술대 외국어학부 신입생 : "좀 떨리기도 하고 기분도 좋고 꿈을 이루었나 그런 생각도 들고. 그런데 긴장이 정말 많이 돼요. 못 따라가면 어떡하나 그게 제일 걱정스럽고."]

일제 강점기 초등학교에 다닌 이 할머니는 해방 이후 어수선한 분위기에 중학교를 진학을 포기했습니다.

잊고 있던 학업의 꿈을 다시 일깨운 건 딸이 사는 독일에 갔을 때 겪은 일 때문입니다.

[이명순/백석예술대 외국어학부 신입생 : "쇼핑을 갔다가 내가 화장실에 가고 싶은데 화장실이 (어딘지) 몰라서 얼마나 헐떡헐떡 뛰고, 아래위로 층층이 쫓아다니면서... 근데 어떻게 할 수가 없어요. 아무리 손짓,발짓을 해도 안 돼."]

공부 시작 5년 만에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 첫 수업을 앞둔 지금은 영어와 일본어를 공부할 꿈에 부풀어 있습니다.

[이명순/백석예술대 외국어학부 신입생 : "나이 많다고 그냥 가라앉으면 세상 모든 게 나이와 똑같이 망가져 버려요. 배움은 죽을 때까지 해야 해요. 나이 많은 사람이라고 해서 뒤떨어지게 살 이유는 없다고 생각해요."]

백세 시대, 배움에 나이는 없다는 말을 만학도들이 증명해 보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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