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후] ‘영화 킹스맨’ 홀로그램 회의는 기본, 5G면 이것까지 가능?
입력 2018.03.06 (15:57)
수정 2018.03.07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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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렸던 세계 최대 이동통신 박람회 'MWC'를 다녀왔습니다. 이동통신을 주제로 한 단일 박람회 중 가장 큰 규모에 걸맞게 전 세계 2,300여 개 업체가 참여했고 업종 관계자들 10만여 명이 다녀갔습니다. 물론 나라별 주요 이동통신사 CEO 및 관계부처 장관들은 콘퍼런스에 참여했었고 심지어 우리나라 과방위 의원들도 단체로 관람하고 있는 장면을 목격했습니다.
올해 MWC도 어김없이 모바일, 인공지능, 가상현실, 사물인터넷 등과 같은 4차산업혁명의 주요 키워드들로 가득했습니다. 하지만 유난히 전체 전시관 곳곳에 쓰인 하나의 단어가 있었는데 바로 '5G'입니다.
현재 4G라 불리는 LTE를 넘어선 세대를 뜻하는 5G는 지난해도 주요 키워드였습니다. 하지만 지난해까지는 속도를 구현하는 데 집중했습니다. 유선 네트워크의 속도가 아닌 무선 네트워크 속도가 얼마나 빠르게 구현되는지 기술적으로 시연하는 것이 주된 흐름이었습니다.
영화 한 편 1초 만에 다운로드 5G...실제로 누가 쓸까요?
흔히 5G를 설명할 때 쉽게 표현하자는 의미에서 "스마트폰으로 영화 한 편 내려받는데 1초면 충분하다"고 말합니다. 이론상은 맞습니다. 아무런 장애가 없을 때 20Gbps, 즉 1초에 2.5GB 정도를 전송합니다. 현재 LTE가 1Gbps이니 20배 빨라진다고 설명합니다.
그런데 실제로 모바일 5G가 상용화되면 누가 영화를 내려받을까요? 1초 만에 2.5GB 데이터를 다 쓰면 몇 초만 쓰면 한 달 데이터를 다 쓰게 될 텐데 말이죠. 다시 말해 5G 통신이 상용화된다 해도 스마트폰 사용 습관에는 큰 변화가 없을 겁니다. 음성통화는 지금도 충분하고 데이터통신이 좀 더 빨라지겠지만 빨라진 속도로 체감할 수 있는 서비스가 그리 많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러면 왜 5G를 유독 강조할까요? 그동안 통신은 음성 통신에서 데이터 통신, 즉 인터넷 정보 혹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 동영상 시청 등이 중점 영역이었습니다. 그런데 몇 년 전부터 사물인터넷이 등장했습니다. 즉, 사물과 사물이 서로 통신을 한다는 개념이죠. 여기에 인공지능도 함께 거론됐습니다. 머신러닝을 통한 빅데이터 분석은 대부분 클라우드를 기반으로 합니다.
특히 자율주행차 기술이 발전하면서 자동차 간 통신도 중요해졌는데요. 문제는 사물 간 통신에서 핵심은 지연이 없어야 한다는 점입니다. 예를 들어 자율주행차 간 통신에 지연이 발생하면 사고 위험성이 발생하게 됩니다. 따라서 사람과 사람의 통신을 넘어 사물과 사물의 통신에서도 실시간성이 확보돼야 하는데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통신 속도가 5G에서는 가능합니다.
영화 킹스맨을 보면 멀리 떨어져 있는 사람들이 홀로그램으로 한 공간에 모여 회의를 합니다. 현재로선 매우 먼 얘기가 되지만 가상현실 기기를 착용하고 한 공간에 모이는 것은 지금도 가능합니다. 이때는 대용량의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주고받아야 하는 전제조건이 있는데 이 역시 5G에서는 시도해볼 수 있다고 합니다.
따라서 앞으로 10년간의 가치 창출에 필요한 것이 5G이고 이를 위해 수많은 기업이 기술 경쟁을 펼치고 있는데요. 이번 MWC에 참가한 주요 업체들의 면면을 보면 짐작할 수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화웨이, 노키아, 퀄컴, 인텔, NTT도코모, SK텔레콤 등을 보면 흐름을 파악할 수 있을 듯합니다.
5G 굴기 화웨이, 신기방기 노키아, 퀄컴 vs 인텔
올해 MWC의 주요 스폰서는 화웨이였습니다. 화웨이는 중국의 통신 네트워크 장비 업체지만 최근에는 스마트폰, 태블릿, 노트북 등의 컨슈머 제품의 경쟁력도 상당 수준 올라왔습니다. 스마트폰의 경우 중국 내 점유율이 1등이고 인도나 유럽 등에서도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이런 화웨이는 이번 MWC에는 새로운 신제품을 공개하지 않았습니다. 스마트폰 신제품은 다음 달에 공개하기로 했고 이번 MWC에는 철저하게 5G 기술과 장비 소개에 집중했습니다. 화웨이는 주요 전시관에 부스를 설치했는데 그중 가장 큰 규모는 1관이었습니다. 9000㎡로 1관의 절반가량을 차지했습니다. 주로 업계 관계자 중심으로 출입을 허용했고 사전 승인된 미디어들도 들어갈 수 있었습니다.
부스 입구부터 규모는 다른 회사들을 압도했고 막상 1관 부스 안으로 들어갔을 때는 더 놀랐습니다. 자체 개발한 5G 칩셋 '발롱5G01'을 발표했고 이를 탑재한 자율주행차 등을 선보이는 등 온통 5G 테마로 가득했습니다. 5관에 위치한 화웨이 부스에서는 이항이라는 회사가 몇 년 전 공개했던 사람 탑승용 드론을 전시하고 있었는데 이 역시 5G로 실제 구동을 염두에 두고 있는 분위기였습니다.
화웨이의 전략은 분명합니다. 5G 기술 표준이 아직 정해지지 않은 상황에서 자사의 기술을 인정받아 전 세계 수많은 통신사가 자신들의 기술을 적용해주기를 바라는 겁니다. 또한 5G를 적용한 모바일이나 각종 전자기기에 자신들의 칩셋이 장착되는 것을 원할 겁니다. 우리나라 통신사들이 현재 5G 구축과 관련해 어떤 장비회사를 택할 것인지도 관심사인데 화웨이가 적어도 하나의 통신사와는 관계를 맺을 것이라는 예측이 많습니다.
노키아는 핀란드의 상징적인 기업입니다. 스마트폰 전 단계에서는 노키아폰이 글로벌 영향력 1위를 차지했지만 스마트폰 등장 이후 노키아가 폰 사업을 포기하면서 기업이 망한 것 아니냐는 억측도 나왔었습니다. 하지만 노키아 역시 네트워크 기술과 장비를 개발하는 고유의 영역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여전히 건재한 기업의 이미지를 갖고 있습니다. 이번 MWC에서도 화웨이 다음으로 큰 부스를 꾸렸는데 주요 테마는 역시 5G였고 이들은 5G를 산업 영역에 어떻게 적용할 것인가를 집중적으로 설명했습니다.
현장에서 인기를 끌었던 기술이 있었습니다. 멀리 떨어진 상황에서도 정밀한 작업을 할 수 있고 멀리 떨어진 의사가 원격 진료를 보다 더 세심하게 할 수 있도록 구현한 일종의 로봇 기계였는데요. 손을 갖다 대면 미세한 진동이나 촉감까지 그대로 전달하도록 개발됐습니다. 노키아 관계자는 이 기술이 가능한 이유도 5G 통신을 적용했기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지연 없는 실시간 데이터 전송이 중요하다는 의미입니다.
그 외에도 증강현실 헤드셋을 착용해 스마트팩토리를 구축하는 기술들을 선보였고 벨연구소가 개발한 미래형 스마트 통신기기 '더 슬리브(The Sleeve) '의 시제품도 선보였습니다.
노키아 CTO 겸 벨연구소 사장 마커스 웰던은 현장에서 "스마트폰은 죽었다"면서 팔뚝에 두르는 형태의 슬리브는 근육의 전기 신호를 감지해 움직임을 인식하고 이 정보를 네트워크로 전송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아직은 와 닿지 않는 기술이지만 현재의 스마트폰 형태가 불편하다는 인식이 많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폴더블과 더불어 스마트폰의 미래를 엿볼 수도 있겠습니다.
화웨이와 노키아 등의 통신 장비 외에도 주목해야 할 점은 5G를 지원할 전자기기에 들어가는 칩셋입니다. 화웨이도 개발하고 삼성네트웍스도 개발하고 있지만, 퀄컴과 인텔은 이 분야의 글로벌 영향력이 막강하기 때문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퀄컴 부스를 찾았을 때 역시 5G가 강조되고 있었는데요. 퀄컴이 최근 개발한 모바일용 5G 칩셋을 볼 수 있었습니다. 엄밀히 말하면 이 칩셋이 장착된 기기가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시연하고 있었는데요.
5G의 주파수 대역은 3.5GHz와 28GHz을 사용합니다. 하지만 이 대역의 주파수는 직진성은 매우 강하지만 회전성이 약하기 때문에 이를 극복하는 게 기술인데요. 퀄컴 부스에서는 5G칩셋을 장착한 기기에 연속으로 움직임을 가하고 이를 제대로 인식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었습니다. 인텔 역시 모바일 분야에서 자신들의 입지를 강화하고자 다양한 기술을 선보였는데 평창올림픽에서 시연한 5G 기술을 강조하는 모습이었습니다.
통신사들의 고민... 5G로 무엇을 할 것인가?
통신사들 전시장도 둘러봤습니다. 대부분의 통신사들은 5G가 상용화됐을 때 무엇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한 새로운 모델을 선보이는 데 주력했습니다.
일본의 대표적인 통신사인 NTT도코모가 많은 사람의 관심을 받았습니다. 2020년 도쿄올림픽을 기점으로 5G 서비스를 사실상 완성한다는 느낌이었는데요.
5G의 초저지연성을 강조한 로봇 퍼포먼스, 자율주행차에 적용될 서비스와 공사현장 등에서 어떻게 기기가 통신할 것인지 등도 개념적으로 설명하고 있었습니다.
국내 통신사 SK텔레콤은 유일하게 3관에 단독 부스를 열었습니다. SKT 역시 5G로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중점적으로 구성했는데요. 360도 영상통화, 소셜VR, 자율주행차가 대표적이었습니다.
360 영상통화의 경우 기존의 2차원적 평면 영상통화와 달리 실시간으로 상대방이 있는 공간을 탐색할 수 있는 기능입니다. 대용량의 영상데이터를 곧바로 전송한다는 것이 기술의 핵심인데 앞으로는 어디 있는지 속일 방법은 없어질지도 모르겠습니다.
소셜VR은 가상의 공간에 여러 명이 동시 접속해 스포츠나 공연 등을 동시 관람할 수 있고 자신의 감정을 이모티콘 등으로 표현할 수 있다는 기술이었습니다. 이 서비스가 인기를 끌 것이라는 짐작은 할 수 없지만, SF 영화에서나 봤던 상상 속 기술이 계속해서 현실화될 수는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했습니다.
KT는 가상현실 기기를 착용하고 온라인 게임에 여러 명이 접속해 온몸으로 체감하는 기술을 선보였습니다. 컴퓨터 화면을 보면서 키보드와 마우스만으로 즐겼던 게임에서 말 그대로 '액션'을 즐길 수 있다는 게 핵심인데 역시 5G가 전제돼야 한다는 의미였습니다.
정리하자면 5G 통신은 단순히 스마트폰에만 적용되는 기술이 아니라는 의미입니다. VR, AR 기술로 무엇을 할 것이냐, 자율주행차는 정말 믿고 탈 수 있는가, 모든 것을 연결한다는 사물인터넷, 스마트시티에서는 어떤 변화가 나타날 것이냐를 해결하는 밑거름이라는 결론입니다. 사람과 사람의 통신에서 사람과 사물, 사물과 사물의 통신으로 이른바 '통신 개념의 확장'을 불러올 기술을 준비하는 현장이 바로 올해 MWC에서 나타난 특징이었습니다.
삼성 갤럭시S9...미디어들은 왜 침묵했나
MWC는 통신이 주제지만 몇 년 전부터 단말기 제조사가 신제품을 발표하는 자리가 되었는데요. 올해는 삼성전자와 소니가 신제품 스마트폰을 발표했습니다. 이 가운데 삼성은 글로벌 영향력 1위라는 이미지 때문인지 대규모 '언팩' 행사를 가졌는데요. MWC 개막 하루 전날 저녁이었습니다.
전 세계 미디어들을 초청해 자신들의 신작을 공개하는 자리였는데 최소 3천 개 미디어였고 갤럭시 브랜드의 팬들과 관계자들 등을 합치면 현장에는 5천여 명이 있었습니다.
보통 언팩 현장에는 미디어들이 많다 보니 이른바 '리액션'은 둔합니다. 하지만 혁신적인 이미지와 기능들이 등장할 때면 탄성을 자아내곤 하는데 이번 삼성의 갤럭시S9 시리즈 발표 때는 삼성 관계자들과 그 뒤편에 있는 사람들을 제외하곤 거의 조용했습니다.
이미 예상된 디자인에 언론에서 언급한 기능들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그나마 사용자의 얼굴을 캐릭터로 표현해주는 '이모지' 기능이 시연됐을 때 웃음소리가 나오는 정도였습니다.
발표 현장에서 만난 전문가들의 반응을 들어봤습니다. 대략 요약하면 다음과 같은데요.
"삼성이 강조한 이모지는 애플의 애니모지로 이미 경험을 한 바 있습니다. 기술은 다를지 몰라도 느낌은 비슷했습니다. 슈퍼 슬로우모션은 소니가 이미 구현했던 기술이고 한 단계 더 진화한 조리갯값 구현은 사용자들이 느끼기엔 크지 않은 영역입니다."
언팩행사 전까지 현장에선 MWC의 주인공은 갤럭시S9이라는 의견들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공개 이후 MWC 현장의 주인공은 5G였고 S9은 조연 정도였습니다.
실제로 제품 발표 이후 시장에선 큰 반응이 느껴지지 않고 있습니다. 기존 고객들을 유지하는 형태가 될 것이라는 반응이 많은 것도 같은 이유가 아닐까 합니다.
MWC 유감...왜 스페인에서 계속해야 하나?
MWC는 세계이동통신사업자협회인 GSMA가 주관합니다. 유럽에 본부를 두고 있는 단체죠. MWC가 최초 개최된 곳은 프랑스였습니다. 2005년까지 프랑스 칸에서 열리던 MWC는 관람객 숫자가 늘어나면서 바르셀로나로 옮겼습니다. 관광, 교통, 인프라 등이 비교적 좋고 대규모 박람회 경험도 있다는 이유라고 합니다. 바르셀로나가 올해 개최 자격을 연장하는 데 성공해 앞으로 5년 더 MWC를 개최하게 됐다고 하는데요.
바르셀로나 MWC에 가장 큰 유감인 점은 주변 숙소입니다. 평소 대비 5배는 기본이고 전시장 주변의 호텔은 10배 가까이 가격이 오르기도 합니다. 소규모 호텔이라 해도 가격이 오르는 건 같습니다. 하지만 인터넷 시설이 열악해 이용하기가 불편합니다.
이동통신 박람회인데도 불구하고 현지 네트워크 사정은 열악했습니다. 로밍해서 간 경우라면 참을 '인'터넷을 각오해야 합니다. 10만 명이 몰린다고 해도 통신을 주제로 한 박람회인데 통신 사정이 좋지 않다는 점은 아쉬운 대목이었습니다.
현장에서 한국 회사 관계자에게 왜 굳이 이곳에서 제품 행사를 여느냐고 물었더니 그렇게 하지 않으면 힘들어진다고 했습니다. 주최 측 눈치를 봐야 하는데 협조가 되지 않으면 불이익이 돌아올 수도 있다는 우려였습니다.
세계 어느 나라보다 통신 인프라가 잘 만들어진 한국에서 MWC를 개최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여러 번 했는데 실현 가능성은 거의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전 세계 업체들이 참여한 전시장에서 한국 브랜드가 크게 느껴지지 않았던 점을 생각해보면 명분이 충분하지 않겠다 싶기도 했습니다. 참고로 매년 바르셀로나 MWC가 끝난 후 중국에선 'MWC 상하이'를 개최합니다.
올해 MWC도 어김없이 모바일, 인공지능, 가상현실, 사물인터넷 등과 같은 4차산업혁명의 주요 키워드들로 가득했습니다. 하지만 유난히 전체 전시관 곳곳에 쓰인 하나의 단어가 있었는데 바로 '5G'입니다.
현재 4G라 불리는 LTE를 넘어선 세대를 뜻하는 5G는 지난해도 주요 키워드였습니다. 하지만 지난해까지는 속도를 구현하는 데 집중했습니다. 유선 네트워크의 속도가 아닌 무선 네트워크 속도가 얼마나 빠르게 구현되는지 기술적으로 시연하는 것이 주된 흐름이었습니다.
영화 한 편 1초 만에 다운로드 5G...실제로 누가 쓸까요?
흔히 5G를 설명할 때 쉽게 표현하자는 의미에서 "스마트폰으로 영화 한 편 내려받는데 1초면 충분하다"고 말합니다. 이론상은 맞습니다. 아무런 장애가 없을 때 20Gbps, 즉 1초에 2.5GB 정도를 전송합니다. 현재 LTE가 1Gbps이니 20배 빨라진다고 설명합니다.
그런데 실제로 모바일 5G가 상용화되면 누가 영화를 내려받을까요? 1초 만에 2.5GB 데이터를 다 쓰면 몇 초만 쓰면 한 달 데이터를 다 쓰게 될 텐데 말이죠. 다시 말해 5G 통신이 상용화된다 해도 스마트폰 사용 습관에는 큰 변화가 없을 겁니다. 음성통화는 지금도 충분하고 데이터통신이 좀 더 빨라지겠지만 빨라진 속도로 체감할 수 있는 서비스가 그리 많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러면 왜 5G를 유독 강조할까요? 그동안 통신은 음성 통신에서 데이터 통신, 즉 인터넷 정보 혹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 동영상 시청 등이 중점 영역이었습니다. 그런데 몇 년 전부터 사물인터넷이 등장했습니다. 즉, 사물과 사물이 서로 통신을 한다는 개념이죠. 여기에 인공지능도 함께 거론됐습니다. 머신러닝을 통한 빅데이터 분석은 대부분 클라우드를 기반으로 합니다.
특히 자율주행차 기술이 발전하면서 자동차 간 통신도 중요해졌는데요. 문제는 사물 간 통신에서 핵심은 지연이 없어야 한다는 점입니다. 예를 들어 자율주행차 간 통신에 지연이 발생하면 사고 위험성이 발생하게 됩니다. 따라서 사람과 사람의 통신을 넘어 사물과 사물의 통신에서도 실시간성이 확보돼야 하는데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통신 속도가 5G에서는 가능합니다.
영화 킹스맨을 보면 멀리 떨어져 있는 사람들이 홀로그램으로 한 공간에 모여 회의를 합니다. 현재로선 매우 먼 얘기가 되지만 가상현실 기기를 착용하고 한 공간에 모이는 것은 지금도 가능합니다. 이때는 대용량의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주고받아야 하는 전제조건이 있는데 이 역시 5G에서는 시도해볼 수 있다고 합니다.
따라서 앞으로 10년간의 가치 창출에 필요한 것이 5G이고 이를 위해 수많은 기업이 기술 경쟁을 펼치고 있는데요. 이번 MWC에 참가한 주요 업체들의 면면을 보면 짐작할 수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화웨이, 노키아, 퀄컴, 인텔, NTT도코모, SK텔레콤 등을 보면 흐름을 파악할 수 있을 듯합니다.
5G 굴기 화웨이, 신기방기 노키아, 퀄컴 vs 인텔
올해 MWC의 주요 스폰서는 화웨이였습니다. 화웨이는 중국의 통신 네트워크 장비 업체지만 최근에는 스마트폰, 태블릿, 노트북 등의 컨슈머 제품의 경쟁력도 상당 수준 올라왔습니다. 스마트폰의 경우 중국 내 점유율이 1등이고 인도나 유럽 등에서도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화웨이 전시관
이런 화웨이는 이번 MWC에는 새로운 신제품을 공개하지 않았습니다. 스마트폰 신제품은 다음 달에 공개하기로 했고 이번 MWC에는 철저하게 5G 기술과 장비 소개에 집중했습니다. 화웨이는 주요 전시관에 부스를 설치했는데 그중 가장 큰 규모는 1관이었습니다. 9000㎡로 1관의 절반가량을 차지했습니다. 주로 업계 관계자 중심으로 출입을 허용했고 사전 승인된 미디어들도 들어갈 수 있었습니다.
부스 입구부터 규모는 다른 회사들을 압도했고 막상 1관 부스 안으로 들어갔을 때는 더 놀랐습니다. 자체 개발한 5G 칩셋 '발롱5G01'을 발표했고 이를 탑재한 자율주행차 등을 선보이는 등 온통 5G 테마로 가득했습니다. 5관에 위치한 화웨이 부스에서는 이항이라는 회사가 몇 년 전 공개했던 사람 탑승용 드론을 전시하고 있었는데 이 역시 5G로 실제 구동을 염두에 두고 있는 분위기였습니다.
화웨이 전시관(왼쪽)과 5G 칩셋 ‘발롱5G01’(오른쪽)
화웨이의 전략은 분명합니다. 5G 기술 표준이 아직 정해지지 않은 상황에서 자사의 기술을 인정받아 전 세계 수많은 통신사가 자신들의 기술을 적용해주기를 바라는 겁니다. 또한 5G를 적용한 모바일이나 각종 전자기기에 자신들의 칩셋이 장착되는 것을 원할 겁니다. 우리나라 통신사들이 현재 5G 구축과 관련해 어떤 장비회사를 택할 것인지도 관심사인데 화웨이가 적어도 하나의 통신사와는 관계를 맺을 것이라는 예측이 많습니다.
노키아 전시관
노키아는 핀란드의 상징적인 기업입니다. 스마트폰 전 단계에서는 노키아폰이 글로벌 영향력 1위를 차지했지만 스마트폰 등장 이후 노키아가 폰 사업을 포기하면서 기업이 망한 것 아니냐는 억측도 나왔었습니다. 하지만 노키아 역시 네트워크 기술과 장비를 개발하는 고유의 영역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여전히 건재한 기업의 이미지를 갖고 있습니다. 이번 MWC에서도 화웨이 다음으로 큰 부스를 꾸렸는데 주요 테마는 역시 5G였고 이들은 5G를 산업 영역에 어떻게 적용할 것인가를 집중적으로 설명했습니다.
5G 기술을 이용한 노키아의 ‘로봇 기계’ 시연
현장에서 인기를 끌었던 기술이 있었습니다. 멀리 떨어진 상황에서도 정밀한 작업을 할 수 있고 멀리 떨어진 의사가 원격 진료를 보다 더 세심하게 할 수 있도록 구현한 일종의 로봇 기계였는데요. 손을 갖다 대면 미세한 진동이나 촉감까지 그대로 전달하도록 개발됐습니다. 노키아 관계자는 이 기술이 가능한 이유도 5G 통신을 적용했기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지연 없는 실시간 데이터 전송이 중요하다는 의미입니다.
그 외에도 증강현실 헤드셋을 착용해 스마트팩토리를 구축하는 기술들을 선보였고 벨연구소가 개발한 미래형 스마트 통신기기 '더 슬리브(The Sleeve) '의 시제품도 선보였습니다.
노키아 CTO 겸 벨연구소 사장 마커스 웰던은 현장에서 "스마트폰은 죽었다"면서 팔뚝에 두르는 형태의 슬리브는 근육의 전기 신호를 감지해 움직임을 인식하고 이 정보를 네트워크로 전송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아직은 와 닿지 않는 기술이지만 현재의 스마트폰 형태가 불편하다는 인식이 많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폴더블과 더불어 스마트폰의 미래를 엿볼 수도 있겠습니다.
화웨이와 노키아 등의 통신 장비 외에도 주목해야 할 점은 5G를 지원할 전자기기에 들어가는 칩셋입니다. 화웨이도 개발하고 삼성네트웍스도 개발하고 있지만, 퀄컴과 인텔은 이 분야의 글로벌 영향력이 막강하기 때문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퀄컴의 5G 칩셋 시연
퀄컴 부스를 찾았을 때 역시 5G가 강조되고 있었는데요. 퀄컴이 최근 개발한 모바일용 5G 칩셋을 볼 수 있었습니다. 엄밀히 말하면 이 칩셋이 장착된 기기가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시연하고 있었는데요.
5G의 주파수 대역은 3.5GHz와 28GHz을 사용합니다. 하지만 이 대역의 주파수는 직진성은 매우 강하지만 회전성이 약하기 때문에 이를 극복하는 게 기술인데요. 퀄컴 부스에서는 5G칩셋을 장착한 기기에 연속으로 움직임을 가하고 이를 제대로 인식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었습니다. 인텔 역시 모바일 분야에서 자신들의 입지를 강화하고자 다양한 기술을 선보였는데 평창올림픽에서 시연한 5G 기술을 강조하는 모습이었습니다.
통신사들의 고민... 5G로 무엇을 할 것인가?
통신사들 전시장도 둘러봤습니다. 대부분의 통신사들은 5G가 상용화됐을 때 무엇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한 새로운 모델을 선보이는 데 주력했습니다.
일본의 대표적인 통신사인 NTT도코모가 많은 사람의 관심을 받았습니다. 2020년 도쿄올림픽을 기점으로 5G 서비스를 사실상 완성한다는 느낌이었는데요.
NTT도코모 전시관
5G의 초저지연성을 강조한 로봇 퍼포먼스, 자율주행차에 적용될 서비스와 공사현장 등에서 어떻게 기기가 통신할 것인지 등도 개념적으로 설명하고 있었습니다.
국내 통신사 SK텔레콤은 유일하게 3관에 단독 부스를 열었습니다. SKT 역시 5G로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중점적으로 구성했는데요. 360도 영상통화, 소셜VR, 자율주행차가 대표적이었습니다.
360 영상통화의 경우 기존의 2차원적 평면 영상통화와 달리 실시간으로 상대방이 있는 공간을 탐색할 수 있는 기능입니다. 대용량의 영상데이터를 곧바로 전송한다는 것이 기술의 핵심인데 앞으로는 어디 있는지 속일 방법은 없어질지도 모르겠습니다.
소셜VR은 가상의 공간에 여러 명이 동시 접속해 스포츠나 공연 등을 동시 관람할 수 있고 자신의 감정을 이모티콘 등으로 표현할 수 있다는 기술이었습니다. 이 서비스가 인기를 끌 것이라는 짐작은 할 수 없지만, SF 영화에서나 봤던 상상 속 기술이 계속해서 현실화될 수는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했습니다.
KT의 5G를 이용한 VR 게임 시연
KT는 가상현실 기기를 착용하고 온라인 게임에 여러 명이 접속해 온몸으로 체감하는 기술을 선보였습니다. 컴퓨터 화면을 보면서 키보드와 마우스만으로 즐겼던 게임에서 말 그대로 '액션'을 즐길 수 있다는 게 핵심인데 역시 5G가 전제돼야 한다는 의미였습니다.
정리하자면 5G 통신은 단순히 스마트폰에만 적용되는 기술이 아니라는 의미입니다. VR, AR 기술로 무엇을 할 것이냐, 자율주행차는 정말 믿고 탈 수 있는가, 모든 것을 연결한다는 사물인터넷, 스마트시티에서는 어떤 변화가 나타날 것이냐를 해결하는 밑거름이라는 결론입니다. 사람과 사람의 통신에서 사람과 사물, 사물과 사물의 통신으로 이른바 '통신 개념의 확장'을 불러올 기술을 준비하는 현장이 바로 올해 MWC에서 나타난 특징이었습니다.
삼성 갤럭시S9...미디어들은 왜 침묵했나
MWC는 통신이 주제지만 몇 년 전부터 단말기 제조사가 신제품을 발표하는 자리가 되었는데요. 올해는 삼성전자와 소니가 신제품 스마트폰을 발표했습니다. 이 가운데 삼성은 글로벌 영향력 1위라는 이미지 때문인지 대규모 '언팩' 행사를 가졌는데요. MWC 개막 하루 전날 저녁이었습니다.
전 세계 미디어들을 초청해 자신들의 신작을 공개하는 자리였는데 최소 3천 개 미디어였고 갤럭시 브랜드의 팬들과 관계자들 등을 합치면 현장에는 5천여 명이 있었습니다.
삼성 갤럭시S9의 이모지 기능 시연
보통 언팩 현장에는 미디어들이 많다 보니 이른바 '리액션'은 둔합니다. 하지만 혁신적인 이미지와 기능들이 등장할 때면 탄성을 자아내곤 하는데 이번 삼성의 갤럭시S9 시리즈 발표 때는 삼성 관계자들과 그 뒤편에 있는 사람들을 제외하곤 거의 조용했습니다.
이미 예상된 디자인에 언론에서 언급한 기능들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그나마 사용자의 얼굴을 캐릭터로 표현해주는 '이모지' 기능이 시연됐을 때 웃음소리가 나오는 정도였습니다.
발표 현장에서 만난 전문가들의 반응을 들어봤습니다. 대략 요약하면 다음과 같은데요.
"삼성이 강조한 이모지는 애플의 애니모지로 이미 경험을 한 바 있습니다. 기술은 다를지 몰라도 느낌은 비슷했습니다. 슈퍼 슬로우모션은 소니가 이미 구현했던 기술이고 한 단계 더 진화한 조리갯값 구현은 사용자들이 느끼기엔 크지 않은 영역입니다."
언팩행사 전까지 현장에선 MWC의 주인공은 갤럭시S9이라는 의견들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공개 이후 MWC 현장의 주인공은 5G였고 S9은 조연 정도였습니다.
실제로 제품 발표 이후 시장에선 큰 반응이 느껴지지 않고 있습니다. 기존 고객들을 유지하는 형태가 될 것이라는 반응이 많은 것도 같은 이유가 아닐까 합니다.
MWC 유감...왜 스페인에서 계속해야 하나?
MWC는 세계이동통신사업자협회인 GSMA가 주관합니다. 유럽에 본부를 두고 있는 단체죠. MWC가 최초 개최된 곳은 프랑스였습니다. 2005년까지 프랑스 칸에서 열리던 MWC는 관람객 숫자가 늘어나면서 바르셀로나로 옮겼습니다. 관광, 교통, 인프라 등이 비교적 좋고 대규모 박람회 경험도 있다는 이유라고 합니다. 바르셀로나가 올해 개최 자격을 연장하는 데 성공해 앞으로 5년 더 MWC를 개최하게 됐다고 하는데요.
바르셀로나 MWC에 가장 큰 유감인 점은 주변 숙소입니다. 평소 대비 5배는 기본이고 전시장 주변의 호텔은 10배 가까이 가격이 오르기도 합니다. 소규모 호텔이라 해도 가격이 오르는 건 같습니다. 하지만 인터넷 시설이 열악해 이용하기가 불편합니다.
이동통신 박람회인데도 불구하고 현지 네트워크 사정은 열악했습니다. 로밍해서 간 경우라면 참을 '인'터넷을 각오해야 합니다. 10만 명이 몰린다고 해도 통신을 주제로 한 박람회인데 통신 사정이 좋지 않다는 점은 아쉬운 대목이었습니다.
현장에서 한국 회사 관계자에게 왜 굳이 이곳에서 제품 행사를 여느냐고 물었더니 그렇게 하지 않으면 힘들어진다고 했습니다. 주최 측 눈치를 봐야 하는데 협조가 되지 않으면 불이익이 돌아올 수도 있다는 우려였습니다.
세계 어느 나라보다 통신 인프라가 잘 만들어진 한국에서 MWC를 개최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여러 번 했는데 실현 가능성은 거의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전 세계 업체들이 참여한 전시장에서 한국 브랜드가 크게 느껴지지 않았던 점을 생각해보면 명분이 충분하지 않겠다 싶기도 했습니다. 참고로 매년 바르셀로나 MWC가 끝난 후 중국에선 'MWC 상하이'를 개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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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취재후] ‘영화 킹스맨’ 홀로그램 회의는 기본, 5G면 이것까지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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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18-03-06 15:57:26
- 수정2018-03-07 16:05:53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렸던 세계 최대 이동통신 박람회 'MWC'를 다녀왔습니다. 이동통신을 주제로 한 단일 박람회 중 가장 큰 규모에 걸맞게 전 세계 2,300여 개 업체가 참여했고 업종 관계자들 10만여 명이 다녀갔습니다. 물론 나라별 주요 이동통신사 CEO 및 관계부처 장관들은 콘퍼런스에 참여했었고 심지어 우리나라 과방위 의원들도 단체로 관람하고 있는 장면을 목격했습니다.
올해 MWC도 어김없이 모바일, 인공지능, 가상현실, 사물인터넷 등과 같은 4차산업혁명의 주요 키워드들로 가득했습니다. 하지만 유난히 전체 전시관 곳곳에 쓰인 하나의 단어가 있었는데 바로 '5G'입니다.
현재 4G라 불리는 LTE를 넘어선 세대를 뜻하는 5G는 지난해도 주요 키워드였습니다. 하지만 지난해까지는 속도를 구현하는 데 집중했습니다. 유선 네트워크의 속도가 아닌 무선 네트워크 속도가 얼마나 빠르게 구현되는지 기술적으로 시연하는 것이 주된 흐름이었습니다.
영화 한 편 1초 만에 다운로드 5G...실제로 누가 쓸까요?
흔히 5G를 설명할 때 쉽게 표현하자는 의미에서 "스마트폰으로 영화 한 편 내려받는데 1초면 충분하다"고 말합니다. 이론상은 맞습니다. 아무런 장애가 없을 때 20Gbps, 즉 1초에 2.5GB 정도를 전송합니다. 현재 LTE가 1Gbps이니 20배 빨라진다고 설명합니다.
그런데 실제로 모바일 5G가 상용화되면 누가 영화를 내려받을까요? 1초 만에 2.5GB 데이터를 다 쓰면 몇 초만 쓰면 한 달 데이터를 다 쓰게 될 텐데 말이죠. 다시 말해 5G 통신이 상용화된다 해도 스마트폰 사용 습관에는 큰 변화가 없을 겁니다. 음성통화는 지금도 충분하고 데이터통신이 좀 더 빨라지겠지만 빨라진 속도로 체감할 수 있는 서비스가 그리 많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러면 왜 5G를 유독 강조할까요? 그동안 통신은 음성 통신에서 데이터 통신, 즉 인터넷 정보 혹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 동영상 시청 등이 중점 영역이었습니다. 그런데 몇 년 전부터 사물인터넷이 등장했습니다. 즉, 사물과 사물이 서로 통신을 한다는 개념이죠. 여기에 인공지능도 함께 거론됐습니다. 머신러닝을 통한 빅데이터 분석은 대부분 클라우드를 기반으로 합니다.
특히 자율주행차 기술이 발전하면서 자동차 간 통신도 중요해졌는데요. 문제는 사물 간 통신에서 핵심은 지연이 없어야 한다는 점입니다. 예를 들어 자율주행차 간 통신에 지연이 발생하면 사고 위험성이 발생하게 됩니다. 따라서 사람과 사람의 통신을 넘어 사물과 사물의 통신에서도 실시간성이 확보돼야 하는데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통신 속도가 5G에서는 가능합니다.
영화 킹스맨을 보면 멀리 떨어져 있는 사람들이 홀로그램으로 한 공간에 모여 회의를 합니다. 현재로선 매우 먼 얘기가 되지만 가상현실 기기를 착용하고 한 공간에 모이는 것은 지금도 가능합니다. 이때는 대용량의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주고받아야 하는 전제조건이 있는데 이 역시 5G에서는 시도해볼 수 있다고 합니다.
따라서 앞으로 10년간의 가치 창출에 필요한 것이 5G이고 이를 위해 수많은 기업이 기술 경쟁을 펼치고 있는데요. 이번 MWC에 참가한 주요 업체들의 면면을 보면 짐작할 수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화웨이, 노키아, 퀄컴, 인텔, NTT도코모, SK텔레콤 등을 보면 흐름을 파악할 수 있을 듯합니다.
5G 굴기 화웨이, 신기방기 노키아, 퀄컴 vs 인텔
올해 MWC의 주요 스폰서는 화웨이였습니다. 화웨이는 중국의 통신 네트워크 장비 업체지만 최근에는 스마트폰, 태블릿, 노트북 등의 컨슈머 제품의 경쟁력도 상당 수준 올라왔습니다. 스마트폰의 경우 중국 내 점유율이 1등이고 인도나 유럽 등에서도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이런 화웨이는 이번 MWC에는 새로운 신제품을 공개하지 않았습니다. 스마트폰 신제품은 다음 달에 공개하기로 했고 이번 MWC에는 철저하게 5G 기술과 장비 소개에 집중했습니다. 화웨이는 주요 전시관에 부스를 설치했는데 그중 가장 큰 규모는 1관이었습니다. 9000㎡로 1관의 절반가량을 차지했습니다. 주로 업계 관계자 중심으로 출입을 허용했고 사전 승인된 미디어들도 들어갈 수 있었습니다.
부스 입구부터 규모는 다른 회사들을 압도했고 막상 1관 부스 안으로 들어갔을 때는 더 놀랐습니다. 자체 개발한 5G 칩셋 '발롱5G01'을 발표했고 이를 탑재한 자율주행차 등을 선보이는 등 온통 5G 테마로 가득했습니다. 5관에 위치한 화웨이 부스에서는 이항이라는 회사가 몇 년 전 공개했던 사람 탑승용 드론을 전시하고 있었는데 이 역시 5G로 실제 구동을 염두에 두고 있는 분위기였습니다.
화웨이의 전략은 분명합니다. 5G 기술 표준이 아직 정해지지 않은 상황에서 자사의 기술을 인정받아 전 세계 수많은 통신사가 자신들의 기술을 적용해주기를 바라는 겁니다. 또한 5G를 적용한 모바일이나 각종 전자기기에 자신들의 칩셋이 장착되는 것을 원할 겁니다. 우리나라 통신사들이 현재 5G 구축과 관련해 어떤 장비회사를 택할 것인지도 관심사인데 화웨이가 적어도 하나의 통신사와는 관계를 맺을 것이라는 예측이 많습니다.
노키아는 핀란드의 상징적인 기업입니다. 스마트폰 전 단계에서는 노키아폰이 글로벌 영향력 1위를 차지했지만 스마트폰 등장 이후 노키아가 폰 사업을 포기하면서 기업이 망한 것 아니냐는 억측도 나왔었습니다. 하지만 노키아 역시 네트워크 기술과 장비를 개발하는 고유의 영역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여전히 건재한 기업의 이미지를 갖고 있습니다. 이번 MWC에서도 화웨이 다음으로 큰 부스를 꾸렸는데 주요 테마는 역시 5G였고 이들은 5G를 산업 영역에 어떻게 적용할 것인가를 집중적으로 설명했습니다.
현장에서 인기를 끌었던 기술이 있었습니다. 멀리 떨어진 상황에서도 정밀한 작업을 할 수 있고 멀리 떨어진 의사가 원격 진료를 보다 더 세심하게 할 수 있도록 구현한 일종의 로봇 기계였는데요. 손을 갖다 대면 미세한 진동이나 촉감까지 그대로 전달하도록 개발됐습니다. 노키아 관계자는 이 기술이 가능한 이유도 5G 통신을 적용했기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지연 없는 실시간 데이터 전송이 중요하다는 의미입니다.
그 외에도 증강현실 헤드셋을 착용해 스마트팩토리를 구축하는 기술들을 선보였고 벨연구소가 개발한 미래형 스마트 통신기기 '더 슬리브(The Sleeve) '의 시제품도 선보였습니다.
노키아 CTO 겸 벨연구소 사장 마커스 웰던은 현장에서 "스마트폰은 죽었다"면서 팔뚝에 두르는 형태의 슬리브는 근육의 전기 신호를 감지해 움직임을 인식하고 이 정보를 네트워크로 전송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아직은 와 닿지 않는 기술이지만 현재의 스마트폰 형태가 불편하다는 인식이 많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폴더블과 더불어 스마트폰의 미래를 엿볼 수도 있겠습니다.
화웨이와 노키아 등의 통신 장비 외에도 주목해야 할 점은 5G를 지원할 전자기기에 들어가는 칩셋입니다. 화웨이도 개발하고 삼성네트웍스도 개발하고 있지만, 퀄컴과 인텔은 이 분야의 글로벌 영향력이 막강하기 때문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퀄컴 부스를 찾았을 때 역시 5G가 강조되고 있었는데요. 퀄컴이 최근 개발한 모바일용 5G 칩셋을 볼 수 있었습니다. 엄밀히 말하면 이 칩셋이 장착된 기기가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시연하고 있었는데요.
5G의 주파수 대역은 3.5GHz와 28GHz을 사용합니다. 하지만 이 대역의 주파수는 직진성은 매우 강하지만 회전성이 약하기 때문에 이를 극복하는 게 기술인데요. 퀄컴 부스에서는 5G칩셋을 장착한 기기에 연속으로 움직임을 가하고 이를 제대로 인식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었습니다. 인텔 역시 모바일 분야에서 자신들의 입지를 강화하고자 다양한 기술을 선보였는데 평창올림픽에서 시연한 5G 기술을 강조하는 모습이었습니다.
통신사들의 고민... 5G로 무엇을 할 것인가?
통신사들 전시장도 둘러봤습니다. 대부분의 통신사들은 5G가 상용화됐을 때 무엇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한 새로운 모델을 선보이는 데 주력했습니다.
일본의 대표적인 통신사인 NTT도코모가 많은 사람의 관심을 받았습니다. 2020년 도쿄올림픽을 기점으로 5G 서비스를 사실상 완성한다는 느낌이었는데요.
5G의 초저지연성을 강조한 로봇 퍼포먼스, 자율주행차에 적용될 서비스와 공사현장 등에서 어떻게 기기가 통신할 것인지 등도 개념적으로 설명하고 있었습니다.
국내 통신사 SK텔레콤은 유일하게 3관에 단독 부스를 열었습니다. SKT 역시 5G로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중점적으로 구성했는데요. 360도 영상통화, 소셜VR, 자율주행차가 대표적이었습니다.
360 영상통화의 경우 기존의 2차원적 평면 영상통화와 달리 실시간으로 상대방이 있는 공간을 탐색할 수 있는 기능입니다. 대용량의 영상데이터를 곧바로 전송한다는 것이 기술의 핵심인데 앞으로는 어디 있는지 속일 방법은 없어질지도 모르겠습니다.
소셜VR은 가상의 공간에 여러 명이 동시 접속해 스포츠나 공연 등을 동시 관람할 수 있고 자신의 감정을 이모티콘 등으로 표현할 수 있다는 기술이었습니다. 이 서비스가 인기를 끌 것이라는 짐작은 할 수 없지만, SF 영화에서나 봤던 상상 속 기술이 계속해서 현실화될 수는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했습니다.
KT는 가상현실 기기를 착용하고 온라인 게임에 여러 명이 접속해 온몸으로 체감하는 기술을 선보였습니다. 컴퓨터 화면을 보면서 키보드와 마우스만으로 즐겼던 게임에서 말 그대로 '액션'을 즐길 수 있다는 게 핵심인데 역시 5G가 전제돼야 한다는 의미였습니다.
정리하자면 5G 통신은 단순히 스마트폰에만 적용되는 기술이 아니라는 의미입니다. VR, AR 기술로 무엇을 할 것이냐, 자율주행차는 정말 믿고 탈 수 있는가, 모든 것을 연결한다는 사물인터넷, 스마트시티에서는 어떤 변화가 나타날 것이냐를 해결하는 밑거름이라는 결론입니다. 사람과 사람의 통신에서 사람과 사물, 사물과 사물의 통신으로 이른바 '통신 개념의 확장'을 불러올 기술을 준비하는 현장이 바로 올해 MWC에서 나타난 특징이었습니다.
삼성 갤럭시S9...미디어들은 왜 침묵했나
MWC는 통신이 주제지만 몇 년 전부터 단말기 제조사가 신제품을 발표하는 자리가 되었는데요. 올해는 삼성전자와 소니가 신제품 스마트폰을 발표했습니다. 이 가운데 삼성은 글로벌 영향력 1위라는 이미지 때문인지 대규모 '언팩' 행사를 가졌는데요. MWC 개막 하루 전날 저녁이었습니다.
전 세계 미디어들을 초청해 자신들의 신작을 공개하는 자리였는데 최소 3천 개 미디어였고 갤럭시 브랜드의 팬들과 관계자들 등을 합치면 현장에는 5천여 명이 있었습니다.
보통 언팩 현장에는 미디어들이 많다 보니 이른바 '리액션'은 둔합니다. 하지만 혁신적인 이미지와 기능들이 등장할 때면 탄성을 자아내곤 하는데 이번 삼성의 갤럭시S9 시리즈 발표 때는 삼성 관계자들과 그 뒤편에 있는 사람들을 제외하곤 거의 조용했습니다.
이미 예상된 디자인에 언론에서 언급한 기능들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그나마 사용자의 얼굴을 캐릭터로 표현해주는 '이모지' 기능이 시연됐을 때 웃음소리가 나오는 정도였습니다.
발표 현장에서 만난 전문가들의 반응을 들어봤습니다. 대략 요약하면 다음과 같은데요.
"삼성이 강조한 이모지는 애플의 애니모지로 이미 경험을 한 바 있습니다. 기술은 다를지 몰라도 느낌은 비슷했습니다. 슈퍼 슬로우모션은 소니가 이미 구현했던 기술이고 한 단계 더 진화한 조리갯값 구현은 사용자들이 느끼기엔 크지 않은 영역입니다."
언팩행사 전까지 현장에선 MWC의 주인공은 갤럭시S9이라는 의견들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공개 이후 MWC 현장의 주인공은 5G였고 S9은 조연 정도였습니다.
실제로 제품 발표 이후 시장에선 큰 반응이 느껴지지 않고 있습니다. 기존 고객들을 유지하는 형태가 될 것이라는 반응이 많은 것도 같은 이유가 아닐까 합니다.
MWC 유감...왜 스페인에서 계속해야 하나?
MWC는 세계이동통신사업자협회인 GSMA가 주관합니다. 유럽에 본부를 두고 있는 단체죠. MWC가 최초 개최된 곳은 프랑스였습니다. 2005년까지 프랑스 칸에서 열리던 MWC는 관람객 숫자가 늘어나면서 바르셀로나로 옮겼습니다. 관광, 교통, 인프라 등이 비교적 좋고 대규모 박람회 경험도 있다는 이유라고 합니다. 바르셀로나가 올해 개최 자격을 연장하는 데 성공해 앞으로 5년 더 MWC를 개최하게 됐다고 하는데요.
바르셀로나 MWC에 가장 큰 유감인 점은 주변 숙소입니다. 평소 대비 5배는 기본이고 전시장 주변의 호텔은 10배 가까이 가격이 오르기도 합니다. 소규모 호텔이라 해도 가격이 오르는 건 같습니다. 하지만 인터넷 시설이 열악해 이용하기가 불편합니다.
이동통신 박람회인데도 불구하고 현지 네트워크 사정은 열악했습니다. 로밍해서 간 경우라면 참을 '인'터넷을 각오해야 합니다. 10만 명이 몰린다고 해도 통신을 주제로 한 박람회인데 통신 사정이 좋지 않다는 점은 아쉬운 대목이었습니다.
현장에서 한국 회사 관계자에게 왜 굳이 이곳에서 제품 행사를 여느냐고 물었더니 그렇게 하지 않으면 힘들어진다고 했습니다. 주최 측 눈치를 봐야 하는데 협조가 되지 않으면 불이익이 돌아올 수도 있다는 우려였습니다.
세계 어느 나라보다 통신 인프라가 잘 만들어진 한국에서 MWC를 개최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여러 번 했는데 실현 가능성은 거의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전 세계 업체들이 참여한 전시장에서 한국 브랜드가 크게 느껴지지 않았던 점을 생각해보면 명분이 충분하지 않겠다 싶기도 했습니다. 참고로 매년 바르셀로나 MWC가 끝난 후 중국에선 'MWC 상하이'를 개최합니다.
올해 MWC도 어김없이 모바일, 인공지능, 가상현실, 사물인터넷 등과 같은 4차산업혁명의 주요 키워드들로 가득했습니다. 하지만 유난히 전체 전시관 곳곳에 쓰인 하나의 단어가 있었는데 바로 '5G'입니다.
현재 4G라 불리는 LTE를 넘어선 세대를 뜻하는 5G는 지난해도 주요 키워드였습니다. 하지만 지난해까지는 속도를 구현하는 데 집중했습니다. 유선 네트워크의 속도가 아닌 무선 네트워크 속도가 얼마나 빠르게 구현되는지 기술적으로 시연하는 것이 주된 흐름이었습니다.
영화 한 편 1초 만에 다운로드 5G...실제로 누가 쓸까요?
흔히 5G를 설명할 때 쉽게 표현하자는 의미에서 "스마트폰으로 영화 한 편 내려받는데 1초면 충분하다"고 말합니다. 이론상은 맞습니다. 아무런 장애가 없을 때 20Gbps, 즉 1초에 2.5GB 정도를 전송합니다. 현재 LTE가 1Gbps이니 20배 빨라진다고 설명합니다.
그런데 실제로 모바일 5G가 상용화되면 누가 영화를 내려받을까요? 1초 만에 2.5GB 데이터를 다 쓰면 몇 초만 쓰면 한 달 데이터를 다 쓰게 될 텐데 말이죠. 다시 말해 5G 통신이 상용화된다 해도 스마트폰 사용 습관에는 큰 변화가 없을 겁니다. 음성통화는 지금도 충분하고 데이터통신이 좀 더 빨라지겠지만 빨라진 속도로 체감할 수 있는 서비스가 그리 많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러면 왜 5G를 유독 강조할까요? 그동안 통신은 음성 통신에서 데이터 통신, 즉 인터넷 정보 혹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 동영상 시청 등이 중점 영역이었습니다. 그런데 몇 년 전부터 사물인터넷이 등장했습니다. 즉, 사물과 사물이 서로 통신을 한다는 개념이죠. 여기에 인공지능도 함께 거론됐습니다. 머신러닝을 통한 빅데이터 분석은 대부분 클라우드를 기반으로 합니다.
특히 자율주행차 기술이 발전하면서 자동차 간 통신도 중요해졌는데요. 문제는 사물 간 통신에서 핵심은 지연이 없어야 한다는 점입니다. 예를 들어 자율주행차 간 통신에 지연이 발생하면 사고 위험성이 발생하게 됩니다. 따라서 사람과 사람의 통신을 넘어 사물과 사물의 통신에서도 실시간성이 확보돼야 하는데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통신 속도가 5G에서는 가능합니다.
영화 킹스맨을 보면 멀리 떨어져 있는 사람들이 홀로그램으로 한 공간에 모여 회의를 합니다. 현재로선 매우 먼 얘기가 되지만 가상현실 기기를 착용하고 한 공간에 모이는 것은 지금도 가능합니다. 이때는 대용량의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주고받아야 하는 전제조건이 있는데 이 역시 5G에서는 시도해볼 수 있다고 합니다.
따라서 앞으로 10년간의 가치 창출에 필요한 것이 5G이고 이를 위해 수많은 기업이 기술 경쟁을 펼치고 있는데요. 이번 MWC에 참가한 주요 업체들의 면면을 보면 짐작할 수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화웨이, 노키아, 퀄컴, 인텔, NTT도코모, SK텔레콤 등을 보면 흐름을 파악할 수 있을 듯합니다.
5G 굴기 화웨이, 신기방기 노키아, 퀄컴 vs 인텔
올해 MWC의 주요 스폰서는 화웨이였습니다. 화웨이는 중국의 통신 네트워크 장비 업체지만 최근에는 스마트폰, 태블릿, 노트북 등의 컨슈머 제품의 경쟁력도 상당 수준 올라왔습니다. 스마트폰의 경우 중국 내 점유율이 1등이고 인도나 유럽 등에서도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이런 화웨이는 이번 MWC에는 새로운 신제품을 공개하지 않았습니다. 스마트폰 신제품은 다음 달에 공개하기로 했고 이번 MWC에는 철저하게 5G 기술과 장비 소개에 집중했습니다. 화웨이는 주요 전시관에 부스를 설치했는데 그중 가장 큰 규모는 1관이었습니다. 9000㎡로 1관의 절반가량을 차지했습니다. 주로 업계 관계자 중심으로 출입을 허용했고 사전 승인된 미디어들도 들어갈 수 있었습니다.
부스 입구부터 규모는 다른 회사들을 압도했고 막상 1관 부스 안으로 들어갔을 때는 더 놀랐습니다. 자체 개발한 5G 칩셋 '발롱5G01'을 발표했고 이를 탑재한 자율주행차 등을 선보이는 등 온통 5G 테마로 가득했습니다. 5관에 위치한 화웨이 부스에서는 이항이라는 회사가 몇 년 전 공개했던 사람 탑승용 드론을 전시하고 있었는데 이 역시 5G로 실제 구동을 염두에 두고 있는 분위기였습니다.
화웨이의 전략은 분명합니다. 5G 기술 표준이 아직 정해지지 않은 상황에서 자사의 기술을 인정받아 전 세계 수많은 통신사가 자신들의 기술을 적용해주기를 바라는 겁니다. 또한 5G를 적용한 모바일이나 각종 전자기기에 자신들의 칩셋이 장착되는 것을 원할 겁니다. 우리나라 통신사들이 현재 5G 구축과 관련해 어떤 장비회사를 택할 것인지도 관심사인데 화웨이가 적어도 하나의 통신사와는 관계를 맺을 것이라는 예측이 많습니다.
노키아는 핀란드의 상징적인 기업입니다. 스마트폰 전 단계에서는 노키아폰이 글로벌 영향력 1위를 차지했지만 스마트폰 등장 이후 노키아가 폰 사업을 포기하면서 기업이 망한 것 아니냐는 억측도 나왔었습니다. 하지만 노키아 역시 네트워크 기술과 장비를 개발하는 고유의 영역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여전히 건재한 기업의 이미지를 갖고 있습니다. 이번 MWC에서도 화웨이 다음으로 큰 부스를 꾸렸는데 주요 테마는 역시 5G였고 이들은 5G를 산업 영역에 어떻게 적용할 것인가를 집중적으로 설명했습니다.
현장에서 인기를 끌었던 기술이 있었습니다. 멀리 떨어진 상황에서도 정밀한 작업을 할 수 있고 멀리 떨어진 의사가 원격 진료를 보다 더 세심하게 할 수 있도록 구현한 일종의 로봇 기계였는데요. 손을 갖다 대면 미세한 진동이나 촉감까지 그대로 전달하도록 개발됐습니다. 노키아 관계자는 이 기술이 가능한 이유도 5G 통신을 적용했기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지연 없는 실시간 데이터 전송이 중요하다는 의미입니다.
그 외에도 증강현실 헤드셋을 착용해 스마트팩토리를 구축하는 기술들을 선보였고 벨연구소가 개발한 미래형 스마트 통신기기 '더 슬리브(The Sleeve) '의 시제품도 선보였습니다.
노키아 CTO 겸 벨연구소 사장 마커스 웰던은 현장에서 "스마트폰은 죽었다"면서 팔뚝에 두르는 형태의 슬리브는 근육의 전기 신호를 감지해 움직임을 인식하고 이 정보를 네트워크로 전송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아직은 와 닿지 않는 기술이지만 현재의 스마트폰 형태가 불편하다는 인식이 많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폴더블과 더불어 스마트폰의 미래를 엿볼 수도 있겠습니다.
화웨이와 노키아 등의 통신 장비 외에도 주목해야 할 점은 5G를 지원할 전자기기에 들어가는 칩셋입니다. 화웨이도 개발하고 삼성네트웍스도 개발하고 있지만, 퀄컴과 인텔은 이 분야의 글로벌 영향력이 막강하기 때문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퀄컴 부스를 찾았을 때 역시 5G가 강조되고 있었는데요. 퀄컴이 최근 개발한 모바일용 5G 칩셋을 볼 수 있었습니다. 엄밀히 말하면 이 칩셋이 장착된 기기가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시연하고 있었는데요.
5G의 주파수 대역은 3.5GHz와 28GHz을 사용합니다. 하지만 이 대역의 주파수는 직진성은 매우 강하지만 회전성이 약하기 때문에 이를 극복하는 게 기술인데요. 퀄컴 부스에서는 5G칩셋을 장착한 기기에 연속으로 움직임을 가하고 이를 제대로 인식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었습니다. 인텔 역시 모바일 분야에서 자신들의 입지를 강화하고자 다양한 기술을 선보였는데 평창올림픽에서 시연한 5G 기술을 강조하는 모습이었습니다.
통신사들의 고민... 5G로 무엇을 할 것인가?
통신사들 전시장도 둘러봤습니다. 대부분의 통신사들은 5G가 상용화됐을 때 무엇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한 새로운 모델을 선보이는 데 주력했습니다.
일본의 대표적인 통신사인 NTT도코모가 많은 사람의 관심을 받았습니다. 2020년 도쿄올림픽을 기점으로 5G 서비스를 사실상 완성한다는 느낌이었는데요.
5G의 초저지연성을 강조한 로봇 퍼포먼스, 자율주행차에 적용될 서비스와 공사현장 등에서 어떻게 기기가 통신할 것인지 등도 개념적으로 설명하고 있었습니다.
국내 통신사 SK텔레콤은 유일하게 3관에 단독 부스를 열었습니다. SKT 역시 5G로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중점적으로 구성했는데요. 360도 영상통화, 소셜VR, 자율주행차가 대표적이었습니다.
360 영상통화의 경우 기존의 2차원적 평면 영상통화와 달리 실시간으로 상대방이 있는 공간을 탐색할 수 있는 기능입니다. 대용량의 영상데이터를 곧바로 전송한다는 것이 기술의 핵심인데 앞으로는 어디 있는지 속일 방법은 없어질지도 모르겠습니다.
소셜VR은 가상의 공간에 여러 명이 동시 접속해 스포츠나 공연 등을 동시 관람할 수 있고 자신의 감정을 이모티콘 등으로 표현할 수 있다는 기술이었습니다. 이 서비스가 인기를 끌 것이라는 짐작은 할 수 없지만, SF 영화에서나 봤던 상상 속 기술이 계속해서 현실화될 수는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했습니다.
KT는 가상현실 기기를 착용하고 온라인 게임에 여러 명이 접속해 온몸으로 체감하는 기술을 선보였습니다. 컴퓨터 화면을 보면서 키보드와 마우스만으로 즐겼던 게임에서 말 그대로 '액션'을 즐길 수 있다는 게 핵심인데 역시 5G가 전제돼야 한다는 의미였습니다.
정리하자면 5G 통신은 단순히 스마트폰에만 적용되는 기술이 아니라는 의미입니다. VR, AR 기술로 무엇을 할 것이냐, 자율주행차는 정말 믿고 탈 수 있는가, 모든 것을 연결한다는 사물인터넷, 스마트시티에서는 어떤 변화가 나타날 것이냐를 해결하는 밑거름이라는 결론입니다. 사람과 사람의 통신에서 사람과 사물, 사물과 사물의 통신으로 이른바 '통신 개념의 확장'을 불러올 기술을 준비하는 현장이 바로 올해 MWC에서 나타난 특징이었습니다.
삼성 갤럭시S9...미디어들은 왜 침묵했나
MWC는 통신이 주제지만 몇 년 전부터 단말기 제조사가 신제품을 발표하는 자리가 되었는데요. 올해는 삼성전자와 소니가 신제품 스마트폰을 발표했습니다. 이 가운데 삼성은 글로벌 영향력 1위라는 이미지 때문인지 대규모 '언팩' 행사를 가졌는데요. MWC 개막 하루 전날 저녁이었습니다.
전 세계 미디어들을 초청해 자신들의 신작을 공개하는 자리였는데 최소 3천 개 미디어였고 갤럭시 브랜드의 팬들과 관계자들 등을 합치면 현장에는 5천여 명이 있었습니다.
보통 언팩 현장에는 미디어들이 많다 보니 이른바 '리액션'은 둔합니다. 하지만 혁신적인 이미지와 기능들이 등장할 때면 탄성을 자아내곤 하는데 이번 삼성의 갤럭시S9 시리즈 발표 때는 삼성 관계자들과 그 뒤편에 있는 사람들을 제외하곤 거의 조용했습니다.
이미 예상된 디자인에 언론에서 언급한 기능들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그나마 사용자의 얼굴을 캐릭터로 표현해주는 '이모지' 기능이 시연됐을 때 웃음소리가 나오는 정도였습니다.
발표 현장에서 만난 전문가들의 반응을 들어봤습니다. 대략 요약하면 다음과 같은데요.
"삼성이 강조한 이모지는 애플의 애니모지로 이미 경험을 한 바 있습니다. 기술은 다를지 몰라도 느낌은 비슷했습니다. 슈퍼 슬로우모션은 소니가 이미 구현했던 기술이고 한 단계 더 진화한 조리갯값 구현은 사용자들이 느끼기엔 크지 않은 영역입니다."
언팩행사 전까지 현장에선 MWC의 주인공은 갤럭시S9이라는 의견들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공개 이후 MWC 현장의 주인공은 5G였고 S9은 조연 정도였습니다.
실제로 제품 발표 이후 시장에선 큰 반응이 느껴지지 않고 있습니다. 기존 고객들을 유지하는 형태가 될 것이라는 반응이 많은 것도 같은 이유가 아닐까 합니다.
MWC 유감...왜 스페인에서 계속해야 하나?
MWC는 세계이동통신사업자협회인 GSMA가 주관합니다. 유럽에 본부를 두고 있는 단체죠. MWC가 최초 개최된 곳은 프랑스였습니다. 2005년까지 프랑스 칸에서 열리던 MWC는 관람객 숫자가 늘어나면서 바르셀로나로 옮겼습니다. 관광, 교통, 인프라 등이 비교적 좋고 대규모 박람회 경험도 있다는 이유라고 합니다. 바르셀로나가 올해 개최 자격을 연장하는 데 성공해 앞으로 5년 더 MWC를 개최하게 됐다고 하는데요.
바르셀로나 MWC에 가장 큰 유감인 점은 주변 숙소입니다. 평소 대비 5배는 기본이고 전시장 주변의 호텔은 10배 가까이 가격이 오르기도 합니다. 소규모 호텔이라 해도 가격이 오르는 건 같습니다. 하지만 인터넷 시설이 열악해 이용하기가 불편합니다.
이동통신 박람회인데도 불구하고 현지 네트워크 사정은 열악했습니다. 로밍해서 간 경우라면 참을 '인'터넷을 각오해야 합니다. 10만 명이 몰린다고 해도 통신을 주제로 한 박람회인데 통신 사정이 좋지 않다는 점은 아쉬운 대목이었습니다.
현장에서 한국 회사 관계자에게 왜 굳이 이곳에서 제품 행사를 여느냐고 물었더니 그렇게 하지 않으면 힘들어진다고 했습니다. 주최 측 눈치를 봐야 하는데 협조가 되지 않으면 불이익이 돌아올 수도 있다는 우려였습니다.
세계 어느 나라보다 통신 인프라가 잘 만들어진 한국에서 MWC를 개최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여러 번 했는데 실현 가능성은 거의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전 세계 업체들이 참여한 전시장에서 한국 브랜드가 크게 느껴지지 않았던 점을 생각해보면 명분이 충분하지 않겠다 싶기도 했습니다. 참고로 매년 바르셀로나 MWC가 끝난 후 중국에선 'MWC 상하이'를 개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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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정인 기자 jicha@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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