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서 ‘암살 의혹’ 러 정보기관 GRU·FSB는 어떤곳?

입력 2018.03.16 (09:56) 수정 2018.03.16 (21:16)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英서 ‘이중간첩 암살 의혹’ 러 정보기관은 어떤 곳?

英서 ‘이중간첩 암살 의혹’ 러 정보기관은 어떤 곳?

전직 '러시아 이중간첩' 암살 시도와 관련해 영국과 러시아의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는 러시아 외교관 23명의 추방을 결정했고 러시아는 보복 조치를 예고하며 반발했다. 영국의 한 쇼핑몰에서 독성 물질에 노출된 세르게이 스크리팔은 러시아군 정보기관인 총정찰국(GRU)의 전직 장교다. GRU는 우리의 기무사령부와 정보사령부 기능을 합친 기관이다. 주로 대사관 직원으로 위장해 해외에서 군사·정치 관련 정보를 수집하고 비밀공작 활동도 수행한다.


GRU는 특히 최정예 특수부대를 육해공군에 분산시켜 운영하고 있다. 2014년 러시아의 크림반도 합병 때 우크라이나 정부에 대항해 친러 시위를 이끌고 지방 정부 청사를 점거하거나 비행장을 점령하며 조직적인 무장투쟁을 벌이면서도, 복면으로 얼굴을 가리고 자신의 신분을 철저히 감춘 이른바 ‘그린맨’들이 GRU 소속 특수부대원들일 가능성이 높다. 크림 반도와 우크라이나 동부에서 취재차 몇 번 대면한 적이 있는데 엘리트 군인이라는 자부심, 침착하고 여유 있는 모습 등이 기억에 남는다.

군 정보기관인 GRU의 경쟁 상대는 미소 냉전 시기에 악명을 떨쳤던 국가보안위원회 즉 KGB다. 1992년 소련 붕괴 이후 GRU는 주 기능을 그대로 유지했지만, KGB는 현재 대외정보총국(SVR)과 연방보안국(FSB)으로 분리됐다. KGB 후신으로 재탄생한 FSB은 우리나라로 치면 경찰과 검찰, 국정원과 감사원 등을 합친 매머드급 정보기관이다. 푸틴 대통령은 KGB 간부 출신으로 동독에서 근무했다. 그가 취임하면서 FSB는 조직을 크게 확대해 국경경비 기능과 금융범죄 수사권도 갖게 된다. 가장 강력한 기능 중의 하나가 영장 없이 단체나 기업을 압수 수색하고 조사할 수 있다는 것, 그리고 어느 기관으로부터도 감독받지 않는다는 점이다.

FSB 건물FSB 건물

러시아 특파원으로 일하다 보면 연방보안국(FSB) 요원들과 만날 일이 종종 발생한다. FSB는 해외정보 기능을 대외정보총국(SVR)에 이관했지만, 우크라이나, 에스토니아 등 소련에서 벗어난 옛 위성국을 중심으로 정보 수집과 비밀공작 활동 등을 수행하기 때문이다. FSB 요원들 역시 엘리트 정신과 국가 의식이 투철하다. 상대방을 힘으로 겁박하려 하지 않고 매뉴얼에 충실한 태도를 보였다. 2015년 4월 러시아 서부 국경도시 칼리닌그라드에서 만난 FSB의 중간 간부급 정보요원 (IO·Intelligence Officer)은 인물도 좋고 웃는 얼굴에 영어를 능숙하게 구사했다. 거만하지 않고 친절하면서 자신감 있는 모습은 오히려 상대를 더 긴장시킬 수 있다. 대부분의 IO는 조사가 끝나고 악수하며 헤어질 때, ‘한국은 러시아를 어떻게 생각하느냐?’ 는 질문을 던지곤 했다.

FSB 예산과 인원 규모는 비밀이지만 정규 요원만 50만 명으로 추정된다. 러시아에는 ‘실로비키(siloviki)’라는 말이 있는데, ‘제복을 입은 남자들’이란 뜻이다. 옛 소련 국가보안위원회(KGB) 나 그 후신인 연방보안국(FSB) 등 정보기관과 군, 경찰 출신 인사를 말한다. 실로비키는 러시아의 주요 권력기관을 장악하고 수직적 구도의 권력체제를 통해 푸틴 대통령을 보좌하며 러시아를 통치하고 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英서 ‘암살 의혹’ 러 정보기관 GRU·FSB는 어떤곳?
    • 입력 2018-03-16 09:56:36
    • 수정2018-03-16 21:16:27
    취재K
전직 '러시아 이중간첩' 암살 시도와 관련해 영국과 러시아의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는 러시아 외교관 23명의 추방을 결정했고 러시아는 보복 조치를 예고하며 반발했다. 영국의 한 쇼핑몰에서 독성 물질에 노출된 세르게이 스크리팔은 러시아군 정보기관인 총정찰국(GRU)의 전직 장교다. GRU는 우리의 기무사령부와 정보사령부 기능을 합친 기관이다. 주로 대사관 직원으로 위장해 해외에서 군사·정치 관련 정보를 수집하고 비밀공작 활동도 수행한다.


GRU는 특히 최정예 특수부대를 육해공군에 분산시켜 운영하고 있다. 2014년 러시아의 크림반도 합병 때 우크라이나 정부에 대항해 친러 시위를 이끌고 지방 정부 청사를 점거하거나 비행장을 점령하며 조직적인 무장투쟁을 벌이면서도, 복면으로 얼굴을 가리고 자신의 신분을 철저히 감춘 이른바 ‘그린맨’들이 GRU 소속 특수부대원들일 가능성이 높다. 크림 반도와 우크라이나 동부에서 취재차 몇 번 대면한 적이 있는데 엘리트 군인이라는 자부심, 침착하고 여유 있는 모습 등이 기억에 남는다.

군 정보기관인 GRU의 경쟁 상대는 미소 냉전 시기에 악명을 떨쳤던 국가보안위원회 즉 KGB다. 1992년 소련 붕괴 이후 GRU는 주 기능을 그대로 유지했지만, KGB는 현재 대외정보총국(SVR)과 연방보안국(FSB)으로 분리됐다. KGB 후신으로 재탄생한 FSB은 우리나라로 치면 경찰과 검찰, 국정원과 감사원 등을 합친 매머드급 정보기관이다. 푸틴 대통령은 KGB 간부 출신으로 동독에서 근무했다. 그가 취임하면서 FSB는 조직을 크게 확대해 국경경비 기능과 금융범죄 수사권도 갖게 된다. 가장 강력한 기능 중의 하나가 영장 없이 단체나 기업을 압수 수색하고 조사할 수 있다는 것, 그리고 어느 기관으로부터도 감독받지 않는다는 점이다.

FSB 건물
러시아 특파원으로 일하다 보면 연방보안국(FSB) 요원들과 만날 일이 종종 발생한다. FSB는 해외정보 기능을 대외정보총국(SVR)에 이관했지만, 우크라이나, 에스토니아 등 소련에서 벗어난 옛 위성국을 중심으로 정보 수집과 비밀공작 활동 등을 수행하기 때문이다. FSB 요원들 역시 엘리트 정신과 국가 의식이 투철하다. 상대방을 힘으로 겁박하려 하지 않고 매뉴얼에 충실한 태도를 보였다. 2015년 4월 러시아 서부 국경도시 칼리닌그라드에서 만난 FSB의 중간 간부급 정보요원 (IO·Intelligence Officer)은 인물도 좋고 웃는 얼굴에 영어를 능숙하게 구사했다. 거만하지 않고 친절하면서 자신감 있는 모습은 오히려 상대를 더 긴장시킬 수 있다. 대부분의 IO는 조사가 끝나고 악수하며 헤어질 때, ‘한국은 러시아를 어떻게 생각하느냐?’ 는 질문을 던지곤 했다.

FSB 예산과 인원 규모는 비밀이지만 정규 요원만 50만 명으로 추정된다. 러시아에는 ‘실로비키(siloviki)’라는 말이 있는데, ‘제복을 입은 남자들’이란 뜻이다. 옛 소련 국가보안위원회(KGB) 나 그 후신인 연방보안국(FSB) 등 정보기관과 군, 경찰 출신 인사를 말한다. 실로비키는 러시아의 주요 권력기관을 장악하고 수직적 구도의 권력체제를 통해 푸틴 대통령을 보좌하며 러시아를 통치하고 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