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24 현장] 美 뉴욕시 “전기자전거 금지”…위기의 배달원들

[앵커]

미국 뉴욕시가 올해 1월부터 전기 자전거 운행에 대해 대대적인 단속에 나섰습니다.

전기 자전거가 일반 자전거보다 속도가 빨라 시민의 안전을 위협한다는 이유 때문인데요,

그러나 배달을 생업으로 하는 노동자들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규제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습니다.

뉴욕 연결합니다.

[앵커]
김철우 특파원, 뉴욕시가 전기 자전거 운행을 금지한 이유가 뭔가요?

[기자]
네, 뉴욕시에서는 주정부 관련법에 따라 2013년부터 전기 자전거 운행이 불법입니다.

하지만 그동안은 크게 단속을 하지 않았는데요,

안전 문제가 꾸준히 제기되자 전면적인 단속에 나선 겁니다.

횡단보도를 건너는 사람들 사이로 자전거 한 대가 빠르게 지나갑니다.

신호를 무시한 채 건너다 자동차와 부딪힐 뻔한 아찔한 상황도 나오는데요.

모두 전기 자전거입니다.

[뉴욕시민 : "하루 종일 전기 자전거들이 차량 사이로 지나다니고 빨간 신호에도 달립니다. 인도로 다니는 경우도 있어요."]

전기 자전거의 제한 속도는 시속 20마일, 약 30킬로미터로 전동스쿠터와 비슷한 속도입니다.

드 블라지오 뉴욕시장은 전기 자전거가 수많은 보행자와 자동차 운전자를 위험에 노출시킨다고 말했습니다.

[빌 드 블라지오/뉴욕시장 : "지난 2년 동안 전기 자전거는 많은 문제를 일으켰습니다. 특히 우리 이웃들을 위험에 처하게 했어요."

[앵커]
그런데, 뉴욕에서 전기 자전거를 타는 상당수가 배달원이라고요?

[기자]
네, 그렇습니다.

자전거 배달원은 대부분 중국이나 남아메리카 출신 이민자들로 뉴욕시에만 5만여 명이 있는데요,

이 가운데 60%가 전기 자전거를 사용합니다.

중국 음식점에서 배달 일을 하는 이 남성도 전기 자전거를 이용합니다.

일반 자전거보다 힘은 덜 들이고도 훨씬 빨리 달릴 수 있어 그만큼 일의 효율이 높기 때문입니다.

[아이민 리우/음식점 배달원 : "다리가 불편해 일반 자전거는 탈 수가 없어요. 양쪽 발에 관절염을 앓고 있어요."]

그러나 뉴욕시가 단속에 나서면서 생계를 위협받고 있습니다.

도로에서 전기 자전거를 타다 적발되면 벌금이 500달러, 우리돈 55만 원에 자전거도 압수 당합니다.

한 이민자 출신 자전거 배달원은 자신이 하루 평균 버는 돈은 10달러 남짓이라고 말했습니다.

단속에 걸리면 한달 치 수입이 전부 날아가는 겁니다.

[리창 류/자전거 배달원 : "4~5일 간 일도 못하고 벌금 500달러를 내게 되면 천 달러 정도의 손실을 입게 되는 겁니다."]

[앵커]
논란이 커지자 드 블라지오 시장이 업주에게 대신 벌금을 물리겠다고 밝혔죠?

[기자]
네, 뉴욕시는 전기 자전거를 이용해 배달을 하다 단속에 걸릴 경우 해당 사업체 업주에 첫 적발시엔 100달러, 두 번째 적발부터는 200달러를 부과하기로 했습니다.

그러나 업주에게 직접 고용된 배달원들은 극히 일부에 불과합니다.

뉴욕 배달 시장의 90%를 차지하는 그럽허브에 소속된 자전거 배달원들의 사정도 마찬가지입니다.

독립 계약 형태이다 보니 모든 법적 책임은 배달원 개개인에게 있습니다.

현지 언론들은 자전거 배달원들이 회사로부터 보호도 받지 못하고 생계 수단인 전기 자전거마저도 이용하지 못하게 됐다고 지적했습니다.

지금까지 뉴욕에서 전해드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