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희도 독재자”…홍준표, 문 대통령 공격 위해 ‘무리수’?

입력 2018.03.27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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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이승만, 박정희, 전두환 대통령에 이어 4번째 독재 대통령이 됐다는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의 발언이 누리꾼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홍 대표는 어제(26일) 국회에서 열린 확대원내대책회의에서 문 대통령의 개헌안 발의를 비판하며 "국회와 상의하지 않은 대통령의 일방적 개헌안이 발의되는 오늘은 이승만, 박정희, 전두환 대통령에 이어서 네 번째 독재 대통령이 되는 날"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만발의 준비를 갖춰 좌파 폭주를 막는 저항 운동을 검토하겠다"고도 했다. 홍 대표가 정부 개헌안에 대해 '장외 투쟁'까지 시사하며 강력한 저항 의지를 밝힌 것이다.

홍 대표의 발언을 놓고 엇갈린 반응이 나왔지만, 인터넷 공간에선 어리둥절해 하는 의견이 많아 눈길을 끌었다.

보수를 대표하는 제1야당 대표의 입에서 자신들의 뿌리라고 할 수 있는 전임 대통령들을 '독재자'로 표현한 것이 놀랍다는 반응이다. 거친 표현은 보수 진영에 오히려 독이 될 것이라는 취지의 의견도 많았다.


홍 대표의 '독재 대통령' 발언은 그 적절성에 대한 논쟁보다는 불과 몇 달 전 그가 보인 언행과 너무 다른 것 아니냐는 지적이 잇따르면서 비판이 증폭된 분위기다.

홍 대표는 지난해 11월 이승만, 박정희, 김영삼 전 대통령의 사진을 자유한국당 여의도 당사는 물론 전국 시·도당에 걸게 했다.

자유한국당 서울 여의도 당사 회의실 벽에 김영삼(왼쪽부터), 박정희, 이승만 전 대통령의 사진액자가 걸려 있다. (2017.11.17)자유한국당 서울 여의도 당사 회의실 벽에 김영삼(왼쪽부터), 박정희, 이승만 전 대통령의 사진액자가 걸려 있다. (2017.11.17)


홍 대표는 앞서 열린 '박정희 전 대통령 탄생 100돌' 기념 토크 콘서트에 참석해 "건국의 아버지 이승만, 조국 근대화의 아버지 박정희, 민주화의 아버지인 김영삼 전 대통령 세 분의 존영을 당사에 걸겠다"고 선언했다.

그는 이어 "지난 70년간 이 땅을 지켜온 세력은 보수 우파"라며 "이 나라를 건국하고 5천 년 가난에서 벗어나게 해주고 민주화까지 이룬 세 분 대통령의 업적을 이어받은 당이 한국당"이라고 강조했다.

홍 대표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수세에 몰린 한국당이 신보수주의 가치에 충실한 '이념정당'으로 거듭나야 한다고 누차 강조했던 걸 생각하면 정치적 상징성을 내세운 선언이었다.

그런데 불과 4개월 만에 자신들의 뿌리나 다름없는 이승만, 박정희 전 대통령을 독재자로 묘사하자 이를 비난·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온 것이다.

홍준표 대표가 지난해 11월 10일 대구 엑스코에서 열린 박정희 대통령 탄생 100돌 기념 토크 콘서트에서 발언하고 있다.홍준표 대표가 지난해 11월 10일 대구 엑스코에서 열린 박정희 대통령 탄생 100돌 기념 토크 콘서트에서 발언하고 있다.

홍 대표가 스스로 모순된 행동을 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홍 대표가 치밀한 정치적 계산에서 발언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이와 관련해 "과거 이승만, 박정희 전 대통령이 독재했다는 점을 인정하면서 문재인 정권을 공격하는 전략일 수 있다"고 말했다.

홍 대표가 역사적 과오에 대해 인정할 부분은 인정하고 계승할 부분은 계승해나가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더 설득력을 얻을 것으로 판단했을 것이란 설명이다. 자신들의 잘못을 인정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상대방을 공격해야 더 효과적일 수 있기 때문이다.

신 교수는 그러면서 "어떻게 보면 당내 친박 인사들을 겨냥한 전술일 수도 있다. 이른바 양수겸장(兩手兼將·장기에서 두 개의 말이 한꺼번에 장을 부른다는 말로, 양쪽에서 동시에 하나를 노린다는 의미)이다."라고 덧붙였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위축돼 있지만, 여전히 잔존하고 있는 당내 친박 성향 의원들에게 압박을 주려는 의도일 수 있다는 것이다.

김용철 부산대 교수는 홍 대표의 발언을 "과거 독재 정권이 국민의 기본권을 무시하고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둘렀던 것을 문 대통령의 개헌안 발의에 연결해 강조하려다 보니 나온 말"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또 "선거를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중도층으로의 외연 확장을 염두에 둔 표현일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한국당이 업적을 계승했다고 밝힌 과거 정권의 공과를 동시에 표현해 중도층이나 무당층에 '당 대표가 객관적이고 중립적인 평가를 하려는구나'라는 인상을 주기 위한 시도라는 것이다. 더불어 문 대통령이 이대로 가면 과거 독재자의 전철을 똑같이 밟을 수도 있다는 경고를 은연중에 깔아놓은 발언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홍 대표의 속내가 어찌 됐든 '독재'발언이 나름 치밀한 계산하에 나왔을 것이라는 지적은 같았다.

신 교수는 "홍 대표는 권력투쟁에 능한 사람이다. 실언이나 충동적으로 발언한 것은 아닐 것"이라고 분석했고 김 교수도 "보수층, 이념적으로 매우 민감한 시기에 홍 대표가 즉흥적인 발언을 했다고 보진 않는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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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정희도 독재자”…홍준표, 문 대통령 공격 위해 ‘무리수’?
    • 입력 2018-03-27 17:21:12
    취재K
문재인 대통령이 이승만, 박정희, 전두환 대통령에 이어 4번째 독재 대통령이 됐다는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의 발언이 누리꾼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홍 대표는 어제(26일) 국회에서 열린 확대원내대책회의에서 문 대통령의 개헌안 발의를 비판하며 "국회와 상의하지 않은 대통령의 일방적 개헌안이 발의되는 오늘은 이승만, 박정희, 전두환 대통령에 이어서 네 번째 독재 대통령이 되는 날"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만발의 준비를 갖춰 좌파 폭주를 막는 저항 운동을 검토하겠다"고도 했다. 홍 대표가 정부 개헌안에 대해 '장외 투쟁'까지 시사하며 강력한 저항 의지를 밝힌 것이다.

홍 대표의 발언을 놓고 엇갈린 반응이 나왔지만, 인터넷 공간에선 어리둥절해 하는 의견이 많아 눈길을 끌었다.

보수를 대표하는 제1야당 대표의 입에서 자신들의 뿌리라고 할 수 있는 전임 대통령들을 '독재자'로 표현한 것이 놀랍다는 반응이다. 거친 표현은 보수 진영에 오히려 독이 될 것이라는 취지의 의견도 많았다.


홍 대표의 '독재 대통령' 발언은 그 적절성에 대한 논쟁보다는 불과 몇 달 전 그가 보인 언행과 너무 다른 것 아니냐는 지적이 잇따르면서 비판이 증폭된 분위기다.

홍 대표는 지난해 11월 이승만, 박정희, 김영삼 전 대통령의 사진을 자유한국당 여의도 당사는 물론 전국 시·도당에 걸게 했다.

자유한국당 서울 여의도 당사 회의실 벽에 김영삼(왼쪽부터), 박정희, 이승만 전 대통령의 사진액자가 걸려 있다. (2017.11.17)

홍 대표는 앞서 열린 '박정희 전 대통령 탄생 100돌' 기념 토크 콘서트에 참석해 "건국의 아버지 이승만, 조국 근대화의 아버지 박정희, 민주화의 아버지인 김영삼 전 대통령 세 분의 존영을 당사에 걸겠다"고 선언했다.

그는 이어 "지난 70년간 이 땅을 지켜온 세력은 보수 우파"라며 "이 나라를 건국하고 5천 년 가난에서 벗어나게 해주고 민주화까지 이룬 세 분 대통령의 업적을 이어받은 당이 한국당"이라고 강조했다.

홍 대표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수세에 몰린 한국당이 신보수주의 가치에 충실한 '이념정당'으로 거듭나야 한다고 누차 강조했던 걸 생각하면 정치적 상징성을 내세운 선언이었다.

그런데 불과 4개월 만에 자신들의 뿌리나 다름없는 이승만, 박정희 전 대통령을 독재자로 묘사하자 이를 비난·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온 것이다.

홍준표 대표가 지난해 11월 10일 대구 엑스코에서 열린 박정희 대통령 탄생 100돌 기념 토크 콘서트에서 발언하고 있다.
홍 대표가 스스로 모순된 행동을 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홍 대표가 치밀한 정치적 계산에서 발언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이와 관련해 "과거 이승만, 박정희 전 대통령이 독재했다는 점을 인정하면서 문재인 정권을 공격하는 전략일 수 있다"고 말했다.

홍 대표가 역사적 과오에 대해 인정할 부분은 인정하고 계승할 부분은 계승해나가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더 설득력을 얻을 것으로 판단했을 것이란 설명이다. 자신들의 잘못을 인정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상대방을 공격해야 더 효과적일 수 있기 때문이다.

신 교수는 그러면서 "어떻게 보면 당내 친박 인사들을 겨냥한 전술일 수도 있다. 이른바 양수겸장(兩手兼將·장기에서 두 개의 말이 한꺼번에 장을 부른다는 말로, 양쪽에서 동시에 하나를 노린다는 의미)이다."라고 덧붙였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위축돼 있지만, 여전히 잔존하고 있는 당내 친박 성향 의원들에게 압박을 주려는 의도일 수 있다는 것이다.

김용철 부산대 교수는 홍 대표의 발언을 "과거 독재 정권이 국민의 기본권을 무시하고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둘렀던 것을 문 대통령의 개헌안 발의에 연결해 강조하려다 보니 나온 말"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또 "선거를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중도층으로의 외연 확장을 염두에 둔 표현일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한국당이 업적을 계승했다고 밝힌 과거 정권의 공과를 동시에 표현해 중도층이나 무당층에 '당 대표가 객관적이고 중립적인 평가를 하려는구나'라는 인상을 주기 위한 시도라는 것이다. 더불어 문 대통령이 이대로 가면 과거 독재자의 전철을 똑같이 밟을 수도 있다는 경고를 은연중에 깔아놓은 발언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홍 대표의 속내가 어찌 됐든 '독재'발언이 나름 치밀한 계산하에 나왔을 것이라는 지적은 같았다.

신 교수는 "홍 대표는 권력투쟁에 능한 사람이다. 실언이나 충동적으로 발언한 것은 아닐 것"이라고 분석했고 김 교수도 "보수층, 이념적으로 매우 민감한 시기에 홍 대표가 즉흥적인 발언을 했다고 보진 않는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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