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 학대 심각

입력 2002.09.29 (21:00) 수정 2018.08.29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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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우리나라도 이제 고령화 사회에 접어들었습니다.
그러나 주변에는 아직도 자식들에게 학대받는 노인들이 많습니다.
노인의 날을 사흘 앞두고 학대받는 노인들의 실태를 기동취재부 이승기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경찰에 신변 보호를 받고 다니는 이 할아버지는 집을 나와 6개월째 도피중인 처지입니다.
조울증이 있는 큰아들에게 또 언제 폭행을 당할지 두렵기 때문입니다.
⊙박 모 할아버지(67살): 아들에게 맞아 뇌수술까지 했어요.
칼들고 휘두르는 바람에 문밖으로 빠져나왔지.
⊙기자: 그런 아버지를 둘째 아들마저 받아주지 않아 설 땅을 잃은 상태입니다.
⊙둘째 아들: 아버님 믿을 수 없어요.
모시고 싶은 생각은 없습니다.
⊙기자: 4년째 병원 신세를 지고 있는 이 할머니는 오늘도 아들 삼형제가 자신을 데리러 오기를 기다리지만 부질 없는 일입니다.
⊙김 모 할머니(78살): 아프니까 자식한테 가서 죽어야지 하는 마음인데, 받아주지 않아요.
⊙둘째 아들: 죽든지 말든지 내가 모실 필요 없어요.
솔직한 얘기로.
⊙기자: 서울의 한 시설에 보호중인 노인 100여 명은 한결같이 자식들이 찾아올 날을 손꼽고 있지만 꿈은 허망하기만 합니다.
⊙전 모 할머니(85살): 큰아들·작은아들·막내아들 5남매가 있지.
⊙기자: 늙고 병든 부모를 모시지 않으려는 패륜적인 노인 학대는 본격적인 고령화시대를 맞아 심각한 사회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전국적으로 학대를 받는 노인은 27만여 명으로 추산됩니다.
지난해 3월 개설된 노인학대 상담전화에는 지금까지 700여 건이 접수됐고, 가운데 언어적, 신체적 학대가 60%, 방치하는 경우도 20%나 됐습니다.
⊙박안란(까리따스 노인학대 상담센터 소장): 피해자나 가해자를 같이 상담해서 어떤 부분에 있어서 갈등이 일어나고 어떤 부분에 있어서 학대가 일어났는지 원인을 찾게 되고 거기에 대해서 문제 해결을 할 수가 있는데 현재는 그런 장치가 돼 있지 않아서 어렵다는 거죠.
⊙기자: 어미새처럼 애틋했던 자식 사랑을 배신당한 노년의 삶이란 비참하기 그지 없습니다.
거동조차 어려운 이 노 부부는 20년 전 자신들을 버리고 재산을 훔쳐 외국으로 떠나버린 외동딸이 생각할수록 야속하기만 합니다.
⊙양순희(89살/서울 역촌동): 그 애를 낳아서 세상 없이 할아버지가 사다가 먹이고 이렇게 길렀는데 이렇게 할 수가 없어요.
⊙기자: 젊음이 끝난 뒤에는 누구에게나 하얀 노년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KBS뉴스 이승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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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노인 학대 심각
    • 입력 2002-09-29 21:00:00
    • 수정2018-08-29 15:00:00
    뉴스 9
⊙앵커: 우리나라도 이제 고령화 사회에 접어들었습니다. 그러나 주변에는 아직도 자식들에게 학대받는 노인들이 많습니다. 노인의 날을 사흘 앞두고 학대받는 노인들의 실태를 기동취재부 이승기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경찰에 신변 보호를 받고 다니는 이 할아버지는 집을 나와 6개월째 도피중인 처지입니다. 조울증이 있는 큰아들에게 또 언제 폭행을 당할지 두렵기 때문입니다. ⊙박 모 할아버지(67살): 아들에게 맞아 뇌수술까지 했어요. 칼들고 휘두르는 바람에 문밖으로 빠져나왔지. ⊙기자: 그런 아버지를 둘째 아들마저 받아주지 않아 설 땅을 잃은 상태입니다. ⊙둘째 아들: 아버님 믿을 수 없어요. 모시고 싶은 생각은 없습니다. ⊙기자: 4년째 병원 신세를 지고 있는 이 할머니는 오늘도 아들 삼형제가 자신을 데리러 오기를 기다리지만 부질 없는 일입니다. ⊙김 모 할머니(78살): 아프니까 자식한테 가서 죽어야지 하는 마음인데, 받아주지 않아요. ⊙둘째 아들: 죽든지 말든지 내가 모실 필요 없어요. 솔직한 얘기로. ⊙기자: 서울의 한 시설에 보호중인 노인 100여 명은 한결같이 자식들이 찾아올 날을 손꼽고 있지만 꿈은 허망하기만 합니다. ⊙전 모 할머니(85살): 큰아들·작은아들·막내아들 5남매가 있지. ⊙기자: 늙고 병든 부모를 모시지 않으려는 패륜적인 노인 학대는 본격적인 고령화시대를 맞아 심각한 사회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전국적으로 학대를 받는 노인은 27만여 명으로 추산됩니다. 지난해 3월 개설된 노인학대 상담전화에는 지금까지 700여 건이 접수됐고, 가운데 언어적, 신체적 학대가 60%, 방치하는 경우도 20%나 됐습니다. ⊙박안란(까리따스 노인학대 상담센터 소장): 피해자나 가해자를 같이 상담해서 어떤 부분에 있어서 갈등이 일어나고 어떤 부분에 있어서 학대가 일어났는지 원인을 찾게 되고 거기에 대해서 문제 해결을 할 수가 있는데 현재는 그런 장치가 돼 있지 않아서 어렵다는 거죠. ⊙기자: 어미새처럼 애틋했던 자식 사랑을 배신당한 노년의 삶이란 비참하기 그지 없습니다. 거동조차 어려운 이 노 부부는 20년 전 자신들을 버리고 재산을 훔쳐 외국으로 떠나버린 외동딸이 생각할수록 야속하기만 합니다. ⊙양순희(89살/서울 역촌동): 그 애를 낳아서 세상 없이 할아버지가 사다가 먹이고 이렇게 길렀는데 이렇게 할 수가 없어요. ⊙기자: 젊음이 끝난 뒤에는 누구에게나 하얀 노년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KBS뉴스 이승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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