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리포트] 제주도민 1/10이 유족…마르지 않는 ‘4·3의 눈물’

입력 2018.04.03 (21:06) 수정 2018.04.03 (2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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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70년 전 4.3 당시 미군이 제주에서 촬영한 영상입니다.

불길에 휩싸인 제주도 마을의 모습이 흑백화면 속에 남아있는데요,

제주4.3은 1947년 3월 1일을 기점으로 1948년 4월 3일 발생한 소요사태, 그리고 1954년 9월 21일까지 제주도에서 일어난 좌우의 무력 충돌과 그 과정에서 주민들이 피해를 입은 사건을 말합니다.

당시 제주도 인구의 1/10인 3만 여 명이 희생된 것으로 추산됩니다.

당시 희생자 분포도를 보면 제주 어느 곳도 4.3에서 자유로운 곳이 없었는데요,

현재도 제주도민 10명 가운데 1명이 4.3 유족일 정도로 큰 상처를 남겼습니다.

해마다 4월 3일이면 제주 섬이 한 없는 슬픔에 잠기는 이윱니다.

강나래 기자입니다.

[리포트]

올해도 어김 없이 4.3 희생자의 이름이 새겨진 비석 앞에 선 유족들.

빼곡히 새겨진 숱한 이름들 속에서 가족의 것을 찾아 슬픔을 씻어내듯 닦고 또 닦아냅니다.

4.3 때 마을이 불 타면서 아버지와 누나를 잃은 7살 꼬마는 백발 노인이 됐습니다.

수 십년이 지나도 잊히지 않는 참혹한 기억을 삼키며, 제단 위에 술잔을 늘어놓습니다.

[강기웅/4·3유족/77살 : "저 혼자만 도망갔어요. 도망갔더니 이렇게 보니까 (사람을) 죽이지도 않고 그냥 막 불 붙여서 죽여버렸어요."]

일흔을 넘긴 남매는 올해도 행방불명인 묘역을 찾았습니다.

나무를 해야한다고 소집돼 끌려간 아버지는 대구형무소를 끝으로 소식이 끊겼습니다.

[강정숙/4·3유족/79살 : "어디가서 (시신을) 던져버린 건지, 알 수가 없으니까 그것이 애석하죠. 맛있는 거 먹을 때도 (아버지가) 생각나고, 아니면 친척들 모여 앉은 때도 생각나고."]

4.3의 아픔은 제주 곳곳에, 세대에서 세대로 이어집니다.

국가는 70년만에 4.3의 완전한 해결을 약속했습니다.

마르지 않는 제주 4.3 유족들의 눈물을 닦아줄 수 있는 건, 그 약속을 지키는 일뿐입니다.

KBS 뉴스 강나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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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앵커&리포트] 제주도민 1/10이 유족…마르지 않는 ‘4·3의 눈물’
    • 입력 2018-04-03 21:07:38
    • 수정2018-04-03 21:4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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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70년 전 4.3 당시 미군이 제주에서 촬영한 영상입니다.

불길에 휩싸인 제주도 마을의 모습이 흑백화면 속에 남아있는데요,

제주4.3은 1947년 3월 1일을 기점으로 1948년 4월 3일 발생한 소요사태, 그리고 1954년 9월 21일까지 제주도에서 일어난 좌우의 무력 충돌과 그 과정에서 주민들이 피해를 입은 사건을 말합니다.

당시 제주도 인구의 1/10인 3만 여 명이 희생된 것으로 추산됩니다.

당시 희생자 분포도를 보면 제주 어느 곳도 4.3에서 자유로운 곳이 없었는데요,

현재도 제주도민 10명 가운데 1명이 4.3 유족일 정도로 큰 상처를 남겼습니다.

해마다 4월 3일이면 제주 섬이 한 없는 슬픔에 잠기는 이윱니다.

강나래 기자입니다.

[리포트]

올해도 어김 없이 4.3 희생자의 이름이 새겨진 비석 앞에 선 유족들.

빼곡히 새겨진 숱한 이름들 속에서 가족의 것을 찾아 슬픔을 씻어내듯 닦고 또 닦아냅니다.

4.3 때 마을이 불 타면서 아버지와 누나를 잃은 7살 꼬마는 백발 노인이 됐습니다.

수 십년이 지나도 잊히지 않는 참혹한 기억을 삼키며, 제단 위에 술잔을 늘어놓습니다.

[강기웅/4·3유족/77살 : "저 혼자만 도망갔어요. 도망갔더니 이렇게 보니까 (사람을) 죽이지도 않고 그냥 막 불 붙여서 죽여버렸어요."]

일흔을 넘긴 남매는 올해도 행방불명인 묘역을 찾았습니다.

나무를 해야한다고 소집돼 끌려간 아버지는 대구형무소를 끝으로 소식이 끊겼습니다.

[강정숙/4·3유족/79살 : "어디가서 (시신을) 던져버린 건지, 알 수가 없으니까 그것이 애석하죠. 맛있는 거 먹을 때도 (아버지가) 생각나고, 아니면 친척들 모여 앉은 때도 생각나고."]

4.3의 아픔은 제주 곳곳에, 세대에서 세대로 이어집니다.

국가는 70년만에 4.3의 완전한 해결을 약속했습니다.

마르지 않는 제주 4.3 유족들의 눈물을 닦아줄 수 있는 건, 그 약속을 지키는 일뿐입니다.

KBS 뉴스 강나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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