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차 없는 아파트’ 택배 갈등…해법은?

입력 2018.04.13 (08:32) 수정 2018.04.13 (0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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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최근 온라인상에서 한 신도시 아파트 단지가 뜨거운 감자가 됐죠.

택배 문제 때문인데요.

'차 없는 아파트'를 조성하면서 생긴 갈등입니다.

단지 내 지상 구간에 차량 통행을 막으면서 택배 차량이 들어오지 못하자 때아닌 택배 대란이 일어났습니다.

주민들은 안전이 우선이다, 택배 업체는 택배 박스 수백 개를 어떻게 차도 없이 다 배달하냐며 양측의 입장이 팽팽히 맞섰습니다.

이곳뿐만 아니라 차 없는 아파트가 요즘 들어 많이 생겨나고 있어서 상생 방안이 필요해 보이는데요.

택배 갈등의 원인은 무엇이고, 갈등을 풀 해법은 없을지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리포트]

경기도 남양주시의 신도시 아파트 단지입니다.

택배 차량이 아파트 안으로 들어가지 못하고, 입구 주차장에 물건을 내려놓습니다.

주민들은 입구까지 직접 나와 택배를 찾아갑니다.

[아파트 주민/음성변조 : "너무 불편하죠. 지금 물건도 제대로 시키지도 못하고…."]

[아파트 주민/음성변조 : "아무래도 불편함이 있죠. 제가 채소를 시켰었거든요. 생채소를. 그런 거는 반품이 안 되니까 이렇게라도 받아갈 생각이 있냐고 문자가 와서 밤 열 시 반에 (정문 앞으로) 나와서 받아왔죠."]

이달 1일부터 '차 없는 아파트'가 시행됐는데, 단지 내 지상으로는 택배 차량이 진입할 수 없어 나타난 모습입니다.

[택배 기사 : "지상 출입이 안 되고 지하 주차장을 통해서 택배를 배송해야 한다고 차량 개조를 하든지 방법을 강구하라는…. 무작정 (수레에 싣고) 끌고 가라는 거죠."]

택배 기사들은 아파트의 이런 방침 때문에 영업에 지장이 크다고 말합니다.

수레를 이용해 택배 상자를 나르다 보면, 하루에 배송할 수 있는 물건 수량이 현저히 줄어든다는 겁니다.

[택배 기사 : "토요일, 월요일은 물량이 없으니까 (한 달에) 20일 정도를 일한다고 봤을 때 (하루에) 한 250개 정도를 배달해야 한 달에 기름값 빼고 하면 300만 원 정도를 버는 식이거든요. 250군데를 다 이렇게 배송한다고 생각해보세요."]

아파트 단지에선 대안으로 지하 주차장에 무인 택배함을 만들어 놓았습니다.

하지만 이것도 택배 기사들은 이용이 어렵다고 합니다.

지하 주차장 통과 높이가 2.3m미터 정도인데, 높이가 더 높은 택배 차량은 지하 진입이 불가능한 상황입니다.

[택배 기사 : "낮은 차로 개조를 해버리면 바꾸면서도 (수리 비용을) 200~300만 원을 지불을 해야 하는 거죠. 차를 낮게 개조를 하게 되면 실을 수 있는 물건 양이 적어지잖아요."]

단지 내 '차 없는 아파트'가 본격적으로 시행된 건 지난달 초 일어난 일 때문입니다.

후진하던 차량이 지나가던 어린아이를 못 보고 칠 뻔한 게 문제가 됐습니다.

[관리사무소 관계자/음성변조 : "아이들이 엄청 많이 뛰어놀아요. 저런 곳으로 차가 다니니까 누가 좋아하겠어요."]

애초에 단지 설계 때부터 '차 없는 아파트'를 계획하다 보니 아파트 놀이터는 차도와 구분하는 턱도 없습니다.

[아파트 주민/음성변조 : "여기가 도로라도 분리가 되어있으면 할 말이 없는데 그냥 튀어나가면 바로 애들이 사고 날 분위기니까…."]

[아파트 주민/음성변조 : "분양받을 때 차가 안 다닌다는 거에 장점을 느끼고 분양을 받아서 들어온 건데 이제 와서 택배기사 분들이 불편하다고 저희가 아이들의 안전을 포기할 수는 없잖아요."]

주민과 갈등이 계속되자 일부 택배 업체는 지하 주차장 출입이 가능한 미니 승합차를 도입했습니다.

하지만 기존 택배 차량 보다 물건을 실을 공간이 좁아 시간에 쫓기는 택배 기사들 입장에선 답답함이 큽니다.

[택배 기사 : "이 차는 원래 배송용은 못돼요. 물건을 얼마 못 실어요. 일단. 택배용 트럭이 한 번에 배송하는 걸 이 차로는 보통 다섯 번씩 왕복해야 돼요."]

논란이 커진 뒤 해당 아파트 단지 내 관리사무소와 택배 업체는 타협점을 모색하기 위해 간담회를 하는 등 분주해진 모습입니다.

[관리사무소 관계자/음성변조 : "임시로라도 어느 정도 기간을 두고 (택배 차량 진입로를) 여는 부분도 검토하고 있는 상황인데 협의해 나가려고 저희도 노력하고 있고, 서로 합의점을 찾아서 준비할 사항이 있으면 준비하는 거고요."]

택배 기사들은 아직은 일단 집 앞까지 배달을 해주는 경우가 많지만, 언제 상황이 변할지는 알 수가 없습니다.

[택배 기사 : "13개 동에 (택배 상자가) 한 550개 나와요. 네 번 정도는 올라갔다 와야 돼요. 저녁에라도 개방을 해주면 제일 중간에 있는 입구 있잖아요. 거기까지만 차가 들어가도 일은 할 수 있다는 얘기죠. 우리가 힘을 들여서 몇 번 왔다 갔다 하더라도."]

최근 지어진 아파트 중에는 이런 식으로 단지 지상에 차량 통행을 금지하는 곳이 많습니다.

나름대로 해법을 마련한 아파트 단지도 있었는데요.

서울의 한 아파트인데, 3년 전부터 실버 택배를 운영 중입니다.

택배 기사들이 아파트 단지의 특정 장소에 물건을 내려두면 소일거리가 필요한 동네 노인들이 집 앞까지 물건을 배달해주는 겁니다.

["택배 왔습니다. 택배요."]

택배 업체에선 노인들에게 택배 건당 요금을 주고, 구청에선 보조금을 지급해 실버 택배를 장려하고 있습니다.

[최경아/실버 택배 이용 주민 : "(차로 배달하는 게 아니니까) 위험성도 덜할 거 같고 그런 좋은 점이 있는 거 같아요."]

어느새 실생활과 뗄 수 없게 된 택배 배송.

주민과 택배 업체 사이에 원만한 합의점을 찾아가는 노력이 필요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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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4-13 08:37:17
    • 수정2018-04-13 08:4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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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온라인상에서 한 신도시 아파트 단지가 뜨거운 감자가 됐죠.

택배 문제 때문인데요.

'차 없는 아파트'를 조성하면서 생긴 갈등입니다.

단지 내 지상 구간에 차량 통행을 막으면서 택배 차량이 들어오지 못하자 때아닌 택배 대란이 일어났습니다.

주민들은 안전이 우선이다, 택배 업체는 택배 박스 수백 개를 어떻게 차도 없이 다 배달하냐며 양측의 입장이 팽팽히 맞섰습니다.

이곳뿐만 아니라 차 없는 아파트가 요즘 들어 많이 생겨나고 있어서 상생 방안이 필요해 보이는데요.

택배 갈등의 원인은 무엇이고, 갈등을 풀 해법은 없을지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리포트]

경기도 남양주시의 신도시 아파트 단지입니다.

택배 차량이 아파트 안으로 들어가지 못하고, 입구 주차장에 물건을 내려놓습니다.

주민들은 입구까지 직접 나와 택배를 찾아갑니다.

[아파트 주민/음성변조 : "너무 불편하죠. 지금 물건도 제대로 시키지도 못하고…."]

[아파트 주민/음성변조 : "아무래도 불편함이 있죠. 제가 채소를 시켰었거든요. 생채소를. 그런 거는 반품이 안 되니까 이렇게라도 받아갈 생각이 있냐고 문자가 와서 밤 열 시 반에 (정문 앞으로) 나와서 받아왔죠."]

이달 1일부터 '차 없는 아파트'가 시행됐는데, 단지 내 지상으로는 택배 차량이 진입할 수 없어 나타난 모습입니다.

[택배 기사 : "지상 출입이 안 되고 지하 주차장을 통해서 택배를 배송해야 한다고 차량 개조를 하든지 방법을 강구하라는…. 무작정 (수레에 싣고) 끌고 가라는 거죠."]

택배 기사들은 아파트의 이런 방침 때문에 영업에 지장이 크다고 말합니다.

수레를 이용해 택배 상자를 나르다 보면, 하루에 배송할 수 있는 물건 수량이 현저히 줄어든다는 겁니다.

[택배 기사 : "토요일, 월요일은 물량이 없으니까 (한 달에) 20일 정도를 일한다고 봤을 때 (하루에) 한 250개 정도를 배달해야 한 달에 기름값 빼고 하면 300만 원 정도를 버는 식이거든요. 250군데를 다 이렇게 배송한다고 생각해보세요."]

아파트 단지에선 대안으로 지하 주차장에 무인 택배함을 만들어 놓았습니다.

하지만 이것도 택배 기사들은 이용이 어렵다고 합니다.

지하 주차장 통과 높이가 2.3m미터 정도인데, 높이가 더 높은 택배 차량은 지하 진입이 불가능한 상황입니다.

[택배 기사 : "낮은 차로 개조를 해버리면 바꾸면서도 (수리 비용을) 200~300만 원을 지불을 해야 하는 거죠. 차를 낮게 개조를 하게 되면 실을 수 있는 물건 양이 적어지잖아요."]

단지 내 '차 없는 아파트'가 본격적으로 시행된 건 지난달 초 일어난 일 때문입니다.

후진하던 차량이 지나가던 어린아이를 못 보고 칠 뻔한 게 문제가 됐습니다.

[관리사무소 관계자/음성변조 : "아이들이 엄청 많이 뛰어놀아요. 저런 곳으로 차가 다니니까 누가 좋아하겠어요."]

애초에 단지 설계 때부터 '차 없는 아파트'를 계획하다 보니 아파트 놀이터는 차도와 구분하는 턱도 없습니다.

[아파트 주민/음성변조 : "여기가 도로라도 분리가 되어있으면 할 말이 없는데 그냥 튀어나가면 바로 애들이 사고 날 분위기니까…."]

[아파트 주민/음성변조 : "분양받을 때 차가 안 다닌다는 거에 장점을 느끼고 분양을 받아서 들어온 건데 이제 와서 택배기사 분들이 불편하다고 저희가 아이들의 안전을 포기할 수는 없잖아요."]

주민과 갈등이 계속되자 일부 택배 업체는 지하 주차장 출입이 가능한 미니 승합차를 도입했습니다.

하지만 기존 택배 차량 보다 물건을 실을 공간이 좁아 시간에 쫓기는 택배 기사들 입장에선 답답함이 큽니다.

[택배 기사 : "이 차는 원래 배송용은 못돼요. 물건을 얼마 못 실어요. 일단. 택배용 트럭이 한 번에 배송하는 걸 이 차로는 보통 다섯 번씩 왕복해야 돼요."]

논란이 커진 뒤 해당 아파트 단지 내 관리사무소와 택배 업체는 타협점을 모색하기 위해 간담회를 하는 등 분주해진 모습입니다.

[관리사무소 관계자/음성변조 : "임시로라도 어느 정도 기간을 두고 (택배 차량 진입로를) 여는 부분도 검토하고 있는 상황인데 협의해 나가려고 저희도 노력하고 있고, 서로 합의점을 찾아서 준비할 사항이 있으면 준비하는 거고요."]

택배 기사들은 아직은 일단 집 앞까지 배달을 해주는 경우가 많지만, 언제 상황이 변할지는 알 수가 없습니다.

[택배 기사 : "13개 동에 (택배 상자가) 한 550개 나와요. 네 번 정도는 올라갔다 와야 돼요. 저녁에라도 개방을 해주면 제일 중간에 있는 입구 있잖아요. 거기까지만 차가 들어가도 일은 할 수 있다는 얘기죠. 우리가 힘을 들여서 몇 번 왔다 갔다 하더라도."]

최근 지어진 아파트 중에는 이런 식으로 단지 지상에 차량 통행을 금지하는 곳이 많습니다.

나름대로 해법을 마련한 아파트 단지도 있었는데요.

서울의 한 아파트인데, 3년 전부터 실버 택배를 운영 중입니다.

택배 기사들이 아파트 단지의 특정 장소에 물건을 내려두면 소일거리가 필요한 동네 노인들이 집 앞까지 물건을 배달해주는 겁니다.

["택배 왔습니다. 택배요."]

택배 업체에선 노인들에게 택배 건당 요금을 주고, 구청에선 보조금을 지급해 실버 택배를 장려하고 있습니다.

[최경아/실버 택배 이용 주민 : "(차로 배달하는 게 아니니까) 위험성도 덜할 거 같고 그런 좋은 점이 있는 거 같아요."]

어느새 실생활과 뗄 수 없게 된 택배 배송.

주민과 택배 업체 사이에 원만한 합의점을 찾아가는 노력이 필요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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