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해설] ‘감싸기’ 논란 끝내야

입력 2018.04.14 (07:43) 수정 2018.04.14 (0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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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일상 해설위원]

김기식 금융감독원장을 둘러싼 도덕성 논란이 갈수록 커지고 있습니다. 외유성 해외출장뿐 아니라 정치 자금 사용처 등에 대한 새로운 의혹이 연일 불거지면서 사퇴 압박도 거셉니다. 대통령이 위법하거나 도덕성이 평균 이하라면 사임토록 하겠다고 밝혔지만, 그동안 김 원장을 감싸 온 청와대와 여당의 행보는 국민들의 눈높이와는 다른 모습들입니다.

김기식 원장에 대해 해임 불가 입장을 고수해 온 청와대는 이례적으로 후원금 사용 등 4가지 사안의 적법성 여부 판단을 선관위에 공식 의뢰했습니다. 그러면서 국회의원들의 해외출장 사례를 민주당의 도움을 받아 무작위로 조사한 결과 김 원장의 사례는 국회의 관행에 불과하다고 주장했습니다. 심지어 국회의원들의 평균치를 따져야 한다는 식의 해명을 내놓아 파문을 일으키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김 원장의 행위에 대한 위법성 여부를 선관위의 판단에 맡긴 것은 정치적 책임 회피이자 시간 끌기라는 지적이 많습니다. 선관위로서는 청와대가 질의한 내용 상당수에 대해 명확한 결론을 내기 어려울 것이라는 판단 때문입니다. 청와대가 이러한 사정을 모르고 일을 진행하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법적 판단을 떠나 감독기관의 기관장에 대한 평가기준은 더 엄격해야 하기 때문에 아무래도 대통령의 정치적 결단이 필요해 보입니다. 같은 맥락에서 정의당까지 김 원장의 사퇴를 촉구하고 김 원장이 몸담았던 참여연대도 부적절하다며 등을 돌렸습니다. 금융개혁을 위해 김 원장이 필요하다는 게 청와대의 입장이지만 이미 흠집이 난 김 원장이 조직을 제대로 장악할지도 의문입니다.

국회의원 전수 조사나 수긍하기 힘든 핑계는 오만함으로 비칠 수도 있습니다.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도 막지 못할 사태가 오기 전에 결정을 내려야 합니다. 청와대가 얼마 전 적폐 청산 수사 결과를 공유하면서 강조한 남을 대할 때는 봄바람처럼, 자신을 대할 때는 가을 서리처럼 엄격해야 한다는 뜻의 ‘춘풍 추상’이란 말을 새겨들을 때입니다. 뉴스해설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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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해설] ‘감싸기’ 논란 끝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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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정2018-04-14 08: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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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일상 해설위원]

김기식 금융감독원장을 둘러싼 도덕성 논란이 갈수록 커지고 있습니다. 외유성 해외출장뿐 아니라 정치 자금 사용처 등에 대한 새로운 의혹이 연일 불거지면서 사퇴 압박도 거셉니다. 대통령이 위법하거나 도덕성이 평균 이하라면 사임토록 하겠다고 밝혔지만, 그동안 김 원장을 감싸 온 청와대와 여당의 행보는 국민들의 눈높이와는 다른 모습들입니다.

김기식 원장에 대해 해임 불가 입장을 고수해 온 청와대는 이례적으로 후원금 사용 등 4가지 사안의 적법성 여부 판단을 선관위에 공식 의뢰했습니다. 그러면서 국회의원들의 해외출장 사례를 민주당의 도움을 받아 무작위로 조사한 결과 김 원장의 사례는 국회의 관행에 불과하다고 주장했습니다. 심지어 국회의원들의 평균치를 따져야 한다는 식의 해명을 내놓아 파문을 일으키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김 원장의 행위에 대한 위법성 여부를 선관위의 판단에 맡긴 것은 정치적 책임 회피이자 시간 끌기라는 지적이 많습니다. 선관위로서는 청와대가 질의한 내용 상당수에 대해 명확한 결론을 내기 어려울 것이라는 판단 때문입니다. 청와대가 이러한 사정을 모르고 일을 진행하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법적 판단을 떠나 감독기관의 기관장에 대한 평가기준은 더 엄격해야 하기 때문에 아무래도 대통령의 정치적 결단이 필요해 보입니다. 같은 맥락에서 정의당까지 김 원장의 사퇴를 촉구하고 김 원장이 몸담았던 참여연대도 부적절하다며 등을 돌렸습니다. 금융개혁을 위해 김 원장이 필요하다는 게 청와대의 입장이지만 이미 흠집이 난 김 원장이 조직을 제대로 장악할지도 의문입니다.

국회의원 전수 조사나 수긍하기 힘든 핑계는 오만함으로 비칠 수도 있습니다.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도 막지 못할 사태가 오기 전에 결정을 내려야 합니다. 청와대가 얼마 전 적폐 청산 수사 결과를 공유하면서 강조한 남을 대할 때는 봄바람처럼, 자신을 대할 때는 가을 서리처럼 엄격해야 한다는 뜻의 ‘춘풍 추상’이란 말을 새겨들을 때입니다. 뉴스해설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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