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스페셜] 동남아 관광 산업 재앙…원인은?

입력 2018.04.21 (21:53) 수정 2018.04.21 (22:53)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앵커]

동남아의 해변들이 최근 하나둘씩 문을 닫고 있습니다.

관광객들이 너무 많이 찾아오면서 환경이 심해도 너무 심하게 망가져버렸기 때문인데요,

늦은 감은 있지만 자연에게도 휴식이 필요하다는 깨달음에 따른 결단이기에 다행스럽기도 합니다.

어느 정도였기에 이런 결정까지 내리게 됐는지, 복구는 어떻게 진행 중인지 유석조 특파원이 현장을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에머럴드 빛 바다와 고운 해변으로 유명한 태국 피피섬 마야베이.

한때 한적하고 때묻지 않은 경관을 자랑했지만 지금은 사정이 달라졌습니다.

2백미터에 불과한 해변 모래사장은 아침 일찍부터 밀려 오는 관광객들로 발디딜 틈이 없을 정도입니다.

이곳을 찾는 관광객 수는 하루 평균 4천명, 많을 때는 5천명에 이릅니다.

[캐세라/미국 관광객 : "이곳이 아름다운 곳이라 사람들이 많이 오는 거지만 그래도 지나치게 많은것 같아요.너무 혼잡해서 빈 공간이 없을 정도예요."]

[루이스/캐나다 관광객 : "모래가 특히 좋아요. 여행이 만족스럽긴하지만 관광객들이 너무 많네요. 6월 폐쇄 전에 오게 돼서 그나마 다행이죠."]

모래사장 앞 바다에는 관광객들을 실어 나르는 배로 만원입니다.

배가 해변을 점령해 버려 수영을 할 공간도 찾기 어렵습니다.

피피섬에 등록돼 있는 이런 스피드 보트만 1800대나 되는데요. 관광객을 싣은 스피드 보트가 마야베이 해변을 제한없이 드나들면서 바다속 산호 군락이 많이 훼손되고 있습니다.

수심이 얕은 해안에 배가 들어와 닻을 내리면서 산호초 생태 환경을 파괴하고 있는 것입니다.

마야베이 앞 바다 속.

비교적 물은 깨끗한 편이지만 바닥에 붙어있던 산호초는 거의 사라졌습니다.

6년 전 같은 장소에서 촬영한 화면에서는 곳곳에 살아있는 산호를 볼 수 있지만 지금은 흔적만 남은 곳이 많습니다.

[톤 탐롱나와사왓/태국 해양생물학자 : "전에는 살아있는 산호 비율이 90%를 넘었지만 이제는 5% 이하로 줄었습니다. 거의 다 죽은거죠."]

결국 죽어가고 있는 마야베이를 살리기 위해 태국 정부가 초강수를 선택했습니다.

오는 6월부터 9월까지 넉달동안 마야 베이를 폐쇄하고 관광객을 실은 배가 해안에 접안하지 못하도록 했습니다.

나아가 태국 전체 해양국립공원내 외국인 관광객 수를 연간 6백만 명 이하로 제한하는 조치까지 검토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태국 피피섬을 방문한 관광객은 2백만 명 올해는 250만명으로 예상되는데요. 태국정부는 관광객수를 줄여서 지속 가능한 관광이 되도록 하겠다는 계획입니다.

지난해 태국을 찾은 외국 관광객은 3천 6백만 명을 넘어섰습니다.

관광 수입도 2조 8천만밧, 우리돈 95조원으로 태국 전체 GDP의 20%에 이릅니다.

이처럼 관광산업 의존도가 높은 태국에서 이 같은 결정을 내린 것은 환경오염으로 관광산업이 순식간에 무너질 수 있다는 판단 때문입니다.

방콕에서 가까운 해변 휴양지 파타야.

비닐과 플라스틱, 음료수 병 등 관광객들이 버린 쓰레기들이 해변에 널려있습니다.

제때 수거가 되지 않다보니 악취가 나고 바닷물 수질도 심각한 상황입니다.

[나탈리아/러시아 관광객 : "관광객들이 플라스틱과 병, 다른 쓰레기를 버립니다. 다들 그래요. 문제입니다."]

[알렉산더/ 벨라루스 관광객 : "저는 호텔 수영장에서 수영을 하고 여기서는 안해요. 여기 수질이 너무 안좋아서요."]

파타야에서 나오는 쓰레기 양은 하루 400톤. 5년 전보다 두배로 늘었습니다.

[나롱 칸캔/쓰레기 수거업체 직원 : "관광객들은 많은데 쓰레기 수거 인력은 백명밖에 되지 않습니다. 때로은 밤늦게까지 쓰레기를 주워야 합니다. 집에도 못들어가고 식사도 거를 때가 많습니다."]

쓰레기 문제는 동남아 해변휴양지의 공통된 골치거리입니다.

인도네시아의 발리섬 인근 바다.

해파리 같은 것들이 떠다니지만 자세히 보면 비닐과 플라스틱들입니다.

지난해초 발리 당국은 쓰레기 비상사태까지 선포하고 쓰레기 2백톤을 수거했지만, 여전히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있습니다.

지난해 한국인 관광객 35만여명이 찾았던 필리핀 보라카이 섬도 환경오염 때문에 결국 폐쇄를 결정했습니다.

4월 26일부터 6개월 동안입니다.

대부분의 식당과 리조트가 폐수를 정화하지 않고 흘려 보내면서 수질 오염이 심각해졌기 때문입니다.

[두테르테/필리핀 대통령/지난2월 : "보라카이를 폐쇄시킬 것입니다. 보라카이는 시궁창이나 다름없어요."]

동남아 국가들의 잇단 유명 관광지 폐쇄 조치로 여행업계는 물론 지역 상권에 타격이 불가피합니다.

[요란다/보라카이 마사지사 : "우리는 다른 거 할게 없어요. 더이상 돈을벌수가 없는거죠. 정부가 보조금을 준다해도 보라카이가 폐쇄되면 일자리를 줄수 없잖아요."]

하지만 당장의 부작용에도 불구하고 향후 지속적인 관광산업을 위해 결단이 필요했다는게 이들 국가들의 입장입니다.

한때 고운 백사장으로 유명했던 파타야 해변에서는 요즘 해변 복구작업이 한창입니다.

기후변화와 무분별한 개발로 해변 침식이 심해지면서 한때 30미터가 넘던 해변 너비가 5미터 이하로 줄어들었습니다.

3천킬로미터에 이르는 태국 전체 해안의 30%가 이같은 현상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에카랏 칸타로/태국 해양자원부 파타야사무소장 : "만약 그냥 방치해 둔다면 침식이 계속돼서 윗쪽 도로와 거주지역까지 깎여 올라갈 것입니다."]

관광 수입을 위해 그동안 환경 훼손을 용인해 왔던 동남아 국가들.

이들 국가들이 더이상 버티지 못하고 속속 돌아서고 있는 것은 환경을 무시한 관광산업의 한계를 경험했기 때문입니다.

[탄야 텟티타마쿰/태국 국립공원· 야생동물보호청 사무총장 : "지금 섬을 살리기에 너무 늦은 것이냐고 묻는다면 아니라고 대답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만약 오늘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면 늦게 될 것입니다."]

관광수입과 환경보호, 두마리 토끼 사이에서 고민하던 동남아 국가들이 결국 지속가능한 관광을 위해 환경 보호가 선행돼야 한다는 쪽으로 방향을 잡아가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방콕에서 유석조였습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특파원 스페셜] 동남아 관광 산업 재앙…원인은?
    • 입력 2018-04-21 22:36:19
    • 수정2018-04-21 22:53:58
    특파원 보고 세계는 지금
[앵커]

동남아의 해변들이 최근 하나둘씩 문을 닫고 있습니다.

관광객들이 너무 많이 찾아오면서 환경이 심해도 너무 심하게 망가져버렸기 때문인데요,

늦은 감은 있지만 자연에게도 휴식이 필요하다는 깨달음에 따른 결단이기에 다행스럽기도 합니다.

어느 정도였기에 이런 결정까지 내리게 됐는지, 복구는 어떻게 진행 중인지 유석조 특파원이 현장을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에머럴드 빛 바다와 고운 해변으로 유명한 태국 피피섬 마야베이.

한때 한적하고 때묻지 않은 경관을 자랑했지만 지금은 사정이 달라졌습니다.

2백미터에 불과한 해변 모래사장은 아침 일찍부터 밀려 오는 관광객들로 발디딜 틈이 없을 정도입니다.

이곳을 찾는 관광객 수는 하루 평균 4천명, 많을 때는 5천명에 이릅니다.

[캐세라/미국 관광객 : "이곳이 아름다운 곳이라 사람들이 많이 오는 거지만 그래도 지나치게 많은것 같아요.너무 혼잡해서 빈 공간이 없을 정도예요."]

[루이스/캐나다 관광객 : "모래가 특히 좋아요. 여행이 만족스럽긴하지만 관광객들이 너무 많네요. 6월 폐쇄 전에 오게 돼서 그나마 다행이죠."]

모래사장 앞 바다에는 관광객들을 실어 나르는 배로 만원입니다.

배가 해변을 점령해 버려 수영을 할 공간도 찾기 어렵습니다.

피피섬에 등록돼 있는 이런 스피드 보트만 1800대나 되는데요. 관광객을 싣은 스피드 보트가 마야베이 해변을 제한없이 드나들면서 바다속 산호 군락이 많이 훼손되고 있습니다.

수심이 얕은 해안에 배가 들어와 닻을 내리면서 산호초 생태 환경을 파괴하고 있는 것입니다.

마야베이 앞 바다 속.

비교적 물은 깨끗한 편이지만 바닥에 붙어있던 산호초는 거의 사라졌습니다.

6년 전 같은 장소에서 촬영한 화면에서는 곳곳에 살아있는 산호를 볼 수 있지만 지금은 흔적만 남은 곳이 많습니다.

[톤 탐롱나와사왓/태국 해양생물학자 : "전에는 살아있는 산호 비율이 90%를 넘었지만 이제는 5% 이하로 줄었습니다. 거의 다 죽은거죠."]

결국 죽어가고 있는 마야베이를 살리기 위해 태국 정부가 초강수를 선택했습니다.

오는 6월부터 9월까지 넉달동안 마야 베이를 폐쇄하고 관광객을 실은 배가 해안에 접안하지 못하도록 했습니다.

나아가 태국 전체 해양국립공원내 외국인 관광객 수를 연간 6백만 명 이하로 제한하는 조치까지 검토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태국 피피섬을 방문한 관광객은 2백만 명 올해는 250만명으로 예상되는데요. 태국정부는 관광객수를 줄여서 지속 가능한 관광이 되도록 하겠다는 계획입니다.

지난해 태국을 찾은 외국 관광객은 3천 6백만 명을 넘어섰습니다.

관광 수입도 2조 8천만밧, 우리돈 95조원으로 태국 전체 GDP의 20%에 이릅니다.

이처럼 관광산업 의존도가 높은 태국에서 이 같은 결정을 내린 것은 환경오염으로 관광산업이 순식간에 무너질 수 있다는 판단 때문입니다.

방콕에서 가까운 해변 휴양지 파타야.

비닐과 플라스틱, 음료수 병 등 관광객들이 버린 쓰레기들이 해변에 널려있습니다.

제때 수거가 되지 않다보니 악취가 나고 바닷물 수질도 심각한 상황입니다.

[나탈리아/러시아 관광객 : "관광객들이 플라스틱과 병, 다른 쓰레기를 버립니다. 다들 그래요. 문제입니다."]

[알렉산더/ 벨라루스 관광객 : "저는 호텔 수영장에서 수영을 하고 여기서는 안해요. 여기 수질이 너무 안좋아서요."]

파타야에서 나오는 쓰레기 양은 하루 400톤. 5년 전보다 두배로 늘었습니다.

[나롱 칸캔/쓰레기 수거업체 직원 : "관광객들은 많은데 쓰레기 수거 인력은 백명밖에 되지 않습니다. 때로은 밤늦게까지 쓰레기를 주워야 합니다. 집에도 못들어가고 식사도 거를 때가 많습니다."]

쓰레기 문제는 동남아 해변휴양지의 공통된 골치거리입니다.

인도네시아의 발리섬 인근 바다.

해파리 같은 것들이 떠다니지만 자세히 보면 비닐과 플라스틱들입니다.

지난해초 발리 당국은 쓰레기 비상사태까지 선포하고 쓰레기 2백톤을 수거했지만, 여전히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있습니다.

지난해 한국인 관광객 35만여명이 찾았던 필리핀 보라카이 섬도 환경오염 때문에 결국 폐쇄를 결정했습니다.

4월 26일부터 6개월 동안입니다.

대부분의 식당과 리조트가 폐수를 정화하지 않고 흘려 보내면서 수질 오염이 심각해졌기 때문입니다.

[두테르테/필리핀 대통령/지난2월 : "보라카이를 폐쇄시킬 것입니다. 보라카이는 시궁창이나 다름없어요."]

동남아 국가들의 잇단 유명 관광지 폐쇄 조치로 여행업계는 물론 지역 상권에 타격이 불가피합니다.

[요란다/보라카이 마사지사 : "우리는 다른 거 할게 없어요. 더이상 돈을벌수가 없는거죠. 정부가 보조금을 준다해도 보라카이가 폐쇄되면 일자리를 줄수 없잖아요."]

하지만 당장의 부작용에도 불구하고 향후 지속적인 관광산업을 위해 결단이 필요했다는게 이들 국가들의 입장입니다.

한때 고운 백사장으로 유명했던 파타야 해변에서는 요즘 해변 복구작업이 한창입니다.

기후변화와 무분별한 개발로 해변 침식이 심해지면서 한때 30미터가 넘던 해변 너비가 5미터 이하로 줄어들었습니다.

3천킬로미터에 이르는 태국 전체 해안의 30%가 이같은 현상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에카랏 칸타로/태국 해양자원부 파타야사무소장 : "만약 그냥 방치해 둔다면 침식이 계속돼서 윗쪽 도로와 거주지역까지 깎여 올라갈 것입니다."]

관광 수입을 위해 그동안 환경 훼손을 용인해 왔던 동남아 국가들.

이들 국가들이 더이상 버티지 못하고 속속 돌아서고 있는 것은 환경을 무시한 관광산업의 한계를 경험했기 때문입니다.

[탄야 텟티타마쿰/태국 국립공원· 야생동물보호청 사무총장 : "지금 섬을 살리기에 너무 늦은 것이냐고 묻는다면 아니라고 대답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만약 오늘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면 늦게 될 것입니다."]

관광수입과 환경보호, 두마리 토끼 사이에서 고민하던 동남아 국가들이 결국 지속가능한 관광을 위해 환경 보호가 선행돼야 한다는 쪽으로 방향을 잡아가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방콕에서 유석조였습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