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리포트] 일본 ‘3무 마을’…인구 증가 비법은?

입력 2018.04.21 (22:08) 수정 2018.04.21 (2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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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우리도 그렇지만 일본의 지방도시들도 인구 감소 때문에 존폐 위기를 맞고 있습니다.

그런데 인구가 증가하고 있는 한 마을이 있는데요, 상수도조차 없는 시골 마을이랍니다.

어디이고, 어떻게 된 걸까요?

이민영 특파원이 찾아갔습니다.

[리포트]

일본에서 두 번째 큰 섬 홋카이도입니다.

홋카이도 중앙에 위치한 아사히카와 국제공항에서 차로 10분 거리에 히가시가와 마을이 있습니다.

일본은 세계 1위의 철도 국가지만 이 마을엔 철도가 없습니다.

국도와 상수도도 없습니다.

그래서 히가시가와는 3무 마을로 불립니다.

히가시가와 초등학교의 입학식.

2학년 선배들의 환영 속에 신입생들이 식장에 들어옵니다.

이 학교의 올해 신입생은 61명.

시골 학교들이 학생이 없어 문을 닫고 있지만 이 학교는 이 만큼의 신입생 수가 유지되고 있습니다.

[마에다 아키히코/히가시가와 초등학교 교장 : "히가시가와는 초등학교뿐 아니라 아이들 교육환경이 잘 갖춰져 있고 여러가지 지원이 상당히 많습니다."]

[오오니시 준 신입생 학부모 : "(인구 감소로) 학생수가 줄어드는 추세인데 여기는 이렇게 많은 학생들이 있어서 놀랐어요. 왜 그럴까? 그만큼 매력이 있어서라고 생각합니다."]

전교생 340여 명.

학교 건물은 단층인데 길이가 270미터나 됩니다.

1학년부터 6학년까지 한 데 어울려 추운 바깥 대신 학교 건물 안에서 마음껏 뛰어놀 수 있습니다.

수업에는 담임교사 외에 보조 교사도 들어가 아이들을 돌봅니다.

초등학생들이 방과 후에 이용하는 지역 아동센터입니다. 학교와 바로 연결돼 있어 쉽게 이동할 수 있습니다.

맞벌이 부부 등을 위해 오후 7시까지 돌봐주는데 100명 넘는 아이들이 이용하고 있습니다.

[황아연/신입생 학부모 : "맞벌이 부부인 가정은 다른 시설로 옮겨서 애를 6시까지 봐줄 수 있으니까 나도 조금 있으면 일을 할 수 있다는 안심감..."]

공무원 의자들고 걸어가고.

이 마을 아이들은 백일이 되면 자치단체로부터 특별한 선물을 받습니다.

["안녕하세요~ 이오리 양의 '너의 의자'를 가져왔습니다."]

'너의 의자'.

이름과 생일이 새겨진 세상에 단 하나뿐인 의자입니다.

세 아이가 있는 이 집은 의자도 세 갭니다.

[토미오카 마사토/3자매 아빠 : "(딸들이 결혼하면 의자를 어떻게 하실 건가요?) 거기까지는 아직 생각을 안해봤지만 딸들이 기념으로 가져갔으면 좋겠습니다."]

자연환경도 매력적입니다.

해발 2천 미터가 넘는 산들과 청정한 물이 흐르는 강이 마을을 감싸고 있습니다.

차로 15분 정도 산을 오르면 수원지가 있습니다.

특히 미네랄이 풍부한 천연수는 이 마을의 자랑거리입니다.

주변 도시에서도 물을 받으러 올 정돕니다.

[주민 : (어디서 오셨어요?) 아사히가와요. (왜 물을 받으러 오셨어요?) 맛있으니까요."]

수량은 1분에 4600리터, 수온은 7도.

산에서 내려온 물은 1년 365일 일정한 온도를 유지하며 흐르고 있습니다.이 물은 그대로 땅속으로 들어가 마을 주민들의 식수원이 되고 있습니다.

마을의 모든 가정과 가게는 이 지하수를 펌프로 끌어올려 그대로 사용합니다.

["맛있어?"]

이런 환경은 외지인들을 불러 모으고 있습니다.

농지 한가운데 위치한 건물.

헛간이 아닌 커피 전문점입니다.

이 가게 주인인 47살 요시노리 씨.

주변 대도시에서 살다 가족들과 함께 3년 전 이곳으로 이주했습니다.

[요시노리/전입자 커피전문점 운영 : "3년 반 됐는데 전혀 불편하지 않습니다. 무엇보다 공기가 맑아서 살기가 좋습니다. 생활하는데 쾌적함을 느낍니다."]

이처럼 외지에서 전입하는 인구가 연간 400여 명에 이릅니다.

대부분 30~40대 젊은층인데 도심에 나갔다 다시 고향으로 돌아온 사람들도 많습니다.

외국인들도 증가하고 있습니다.

이 마을에 있는 일본 유일의 공립 일본어학교 덕분입니다.

3년 전 14명으로 개교해 지금은 330여 명의 학생이 다니고 있습니다.

전체 마을 주민의 4%를 차지합니다.

중국과 타이완, 태국뿐 아니라 유럽이나 러시아에서 온 학생들도 있습니다.

[이리나/러시아 유학생 : "어떤 가게를 가도 항상 어디서 왔느냐고 관심 갖고 말을 걸어주는 게 좋아요."]

학비의 절반 가량은 장학금으로 되돌려줍니다.

학교 예산의 80%를 국가가 지원해 주기 때문에 가능한 일입니다.

[마스다 요시유키/사무국장 : "이 지역 자치단체의 예산부담은 20%입니다.이건 사립에서는 불가능한 일입니다."]

히가시가와의 현재 인구는 8천3백여 명.

지난 20년 사이에 20%나 인구가 늘었습니다.

야나기사와 쇼이치로 공무원 이 지역 주택 가동률이 90~99% 입니다. 신임 공무원도 히가시가와에 집을 구할 수 없을 정도입니다.

[마쓰오카 이치로/마을 촌장 : "우리 사회는 인간 한 명 한 명이 가로로 연결돼 있는 수평의 사회입니다. 대도시는 수직으로 연결돼 있습니다. 우리는 가로로 연결되는 걸 소중하게 생각합니다."]

잘 할 수 있는 것과 다른 데 없는걸 자신들의 매력으로 만드는 게 경쟁력이고, 경쟁력이 있으면 사람들이 모인다고 히가시가와 마을은 말하고 있습니다.

히가시가와에서 이민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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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로벌 리포트] 일본 ‘3무 마을’…인구 증가 비법은?
    • 입력 2018-04-21 22:38:37
    • 수정2018-04-21 22:53:59
    특파원 보고 세계는 지금
[앵커]

우리도 그렇지만 일본의 지방도시들도 인구 감소 때문에 존폐 위기를 맞고 있습니다.

그런데 인구가 증가하고 있는 한 마을이 있는데요, 상수도조차 없는 시골 마을이랍니다.

어디이고, 어떻게 된 걸까요?

이민영 특파원이 찾아갔습니다.

[리포트]

일본에서 두 번째 큰 섬 홋카이도입니다.

홋카이도 중앙에 위치한 아사히카와 국제공항에서 차로 10분 거리에 히가시가와 마을이 있습니다.

일본은 세계 1위의 철도 국가지만 이 마을엔 철도가 없습니다.

국도와 상수도도 없습니다.

그래서 히가시가와는 3무 마을로 불립니다.

히가시가와 초등학교의 입학식.

2학년 선배들의 환영 속에 신입생들이 식장에 들어옵니다.

이 학교의 올해 신입생은 61명.

시골 학교들이 학생이 없어 문을 닫고 있지만 이 학교는 이 만큼의 신입생 수가 유지되고 있습니다.

[마에다 아키히코/히가시가와 초등학교 교장 : "히가시가와는 초등학교뿐 아니라 아이들 교육환경이 잘 갖춰져 있고 여러가지 지원이 상당히 많습니다."]

[오오니시 준 신입생 학부모 : "(인구 감소로) 학생수가 줄어드는 추세인데 여기는 이렇게 많은 학생들이 있어서 놀랐어요. 왜 그럴까? 그만큼 매력이 있어서라고 생각합니다."]

전교생 340여 명.

학교 건물은 단층인데 길이가 270미터나 됩니다.

1학년부터 6학년까지 한 데 어울려 추운 바깥 대신 학교 건물 안에서 마음껏 뛰어놀 수 있습니다.

수업에는 담임교사 외에 보조 교사도 들어가 아이들을 돌봅니다.

초등학생들이 방과 후에 이용하는 지역 아동센터입니다. 학교와 바로 연결돼 있어 쉽게 이동할 수 있습니다.

맞벌이 부부 등을 위해 오후 7시까지 돌봐주는데 100명 넘는 아이들이 이용하고 있습니다.

[황아연/신입생 학부모 : "맞벌이 부부인 가정은 다른 시설로 옮겨서 애를 6시까지 봐줄 수 있으니까 나도 조금 있으면 일을 할 수 있다는 안심감..."]

공무원 의자들고 걸어가고.

이 마을 아이들은 백일이 되면 자치단체로부터 특별한 선물을 받습니다.

["안녕하세요~ 이오리 양의 '너의 의자'를 가져왔습니다."]

'너의 의자'.

이름과 생일이 새겨진 세상에 단 하나뿐인 의자입니다.

세 아이가 있는 이 집은 의자도 세 갭니다.

[토미오카 마사토/3자매 아빠 : "(딸들이 결혼하면 의자를 어떻게 하실 건가요?) 거기까지는 아직 생각을 안해봤지만 딸들이 기념으로 가져갔으면 좋겠습니다."]

자연환경도 매력적입니다.

해발 2천 미터가 넘는 산들과 청정한 물이 흐르는 강이 마을을 감싸고 있습니다.

차로 15분 정도 산을 오르면 수원지가 있습니다.

특히 미네랄이 풍부한 천연수는 이 마을의 자랑거리입니다.

주변 도시에서도 물을 받으러 올 정돕니다.

[주민 : (어디서 오셨어요?) 아사히가와요. (왜 물을 받으러 오셨어요?) 맛있으니까요."]

수량은 1분에 4600리터, 수온은 7도.

산에서 내려온 물은 1년 365일 일정한 온도를 유지하며 흐르고 있습니다.이 물은 그대로 땅속으로 들어가 마을 주민들의 식수원이 되고 있습니다.

마을의 모든 가정과 가게는 이 지하수를 펌프로 끌어올려 그대로 사용합니다.

["맛있어?"]

이런 환경은 외지인들을 불러 모으고 있습니다.

농지 한가운데 위치한 건물.

헛간이 아닌 커피 전문점입니다.

이 가게 주인인 47살 요시노리 씨.

주변 대도시에서 살다 가족들과 함께 3년 전 이곳으로 이주했습니다.

[요시노리/전입자 커피전문점 운영 : "3년 반 됐는데 전혀 불편하지 않습니다. 무엇보다 공기가 맑아서 살기가 좋습니다. 생활하는데 쾌적함을 느낍니다."]

이처럼 외지에서 전입하는 인구가 연간 400여 명에 이릅니다.

대부분 30~40대 젊은층인데 도심에 나갔다 다시 고향으로 돌아온 사람들도 많습니다.

외국인들도 증가하고 있습니다.

이 마을에 있는 일본 유일의 공립 일본어학교 덕분입니다.

3년 전 14명으로 개교해 지금은 330여 명의 학생이 다니고 있습니다.

전체 마을 주민의 4%를 차지합니다.

중국과 타이완, 태국뿐 아니라 유럽이나 러시아에서 온 학생들도 있습니다.

[이리나/러시아 유학생 : "어떤 가게를 가도 항상 어디서 왔느냐고 관심 갖고 말을 걸어주는 게 좋아요."]

학비의 절반 가량은 장학금으로 되돌려줍니다.

학교 예산의 80%를 국가가 지원해 주기 때문에 가능한 일입니다.

[마스다 요시유키/사무국장 : "이 지역 자치단체의 예산부담은 20%입니다.이건 사립에서는 불가능한 일입니다."]

히가시가와의 현재 인구는 8천3백여 명.

지난 20년 사이에 20%나 인구가 늘었습니다.

야나기사와 쇼이치로 공무원 이 지역 주택 가동률이 90~99% 입니다. 신임 공무원도 히가시가와에 집을 구할 수 없을 정도입니다.

[마쓰오카 이치로/마을 촌장 : "우리 사회는 인간 한 명 한 명이 가로로 연결돼 있는 수평의 사회입니다. 대도시는 수직으로 연결돼 있습니다. 우리는 가로로 연결되는 걸 소중하게 생각합니다."]

잘 할 수 있는 것과 다른 데 없는걸 자신들의 매력으로 만드는 게 경쟁력이고, 경쟁력이 있으면 사람들이 모인다고 히가시가와 마을은 말하고 있습니다.

히가시가와에서 이민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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