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벤져스’ 벌써 100만…‘액션의 논리’가 다르다
입력 2018.04.25 (18:54)
수정 2018.04.26 (0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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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벤져스’ 벌써 100만…‘액션의 논리’가 다르다
개봉 첫날 98만...이틀째 100만 돌파
<어벤져스:인피니티 워>가 개봉한 25일 하루 동안 든 관객은 98만 명(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이다. 배급사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에 따르면 이튿날인 26일 오전 100만 명을 넘었다. 역대 최단 기록이다. 현재 이 영화의 전국 스크린 수는 2,461개, 역시 최다 기록이다. 스크린 점유율도 46%다. 극장 업계에선 이미 1천만 관객 돌파를 당연시하는 분위기다. 이번 주부터 5월 황금연휴까지 이렇다 할 경쟁작도 없어 독주는 계속될 태세다.
마블 스튜디오 탄생 10주년 기념작 <어벤져스:인피니티 워> (이하 <어벤져스3>)프로젝트를 맡은 제작진에게 가장 큰 숙제는 무엇이었을까. <아이언맨>(2008) 이후 마블은 총 19편의 슈퍼히어로 영화를 내놨다. 지난 10년간 관객들이 ‘볼 만큼 봤다’는 게 제작진의 고심이었을 터다. 이제 관객들은 영웅들의 갖은 초능력 액션을 나열하고 쌓아올리기만 하면 피로감을 느낀다. 슈퍼히어로 여러 명이 한 데 모인다는 설정에서 적잖은 관객들이 부담을 갖기 시작했다. 치고 박고 부수는 컴퓨터그래픽의 연속에 감동하는 관객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 이 점을 누구보다 잘 아는 이들은, 다름 아닌 마블 제작진이다. 그들은 정면승부를 택했다.
캡틴 아메리카와 아이언맨, 헐크와 토르, 스파이더맨과 블랙팬서, 블랙 위도우와 윈터솔저, 완다와 비전, 스타로드, 가모라, 닥터 스트레인지까지. 죄다 출격했다. <어벤져스>의 영웅들은 1·2편에서 ‘지구의 운명’을 놓고 싸웠다. 이번 3편에서의 풍전등화는 호방하게도 '전 우주의 운명’이다. 명백하게 2차대전 나치를 악의 축으로 놓고 출발한 시리즈는, 2편에서 탐욕스러운 인류가 제거돼야만 세상을 구할 수 있다고 판단한 인공지능을 상대 삼았다. 3편에 등장하는 무시무시한 악당은 우주의 인구를 절반으로 줄여야 한다고 믿는 전체주의자다.
'마블 히어로' 전원 출격...'액션 논리'에 설득력 갖춰
이미 <어벤져스>의 슈퍼히어로들은 충분히 익숙하므로 관건은 얼마나 창의적인 악역을 등장시키느냐다. 주인공들이 누구와 왜 싸우느냐가 영화의 주제의식을 가늠할 기준이 된다는 뜻이기도 하다. 4편으로 이어질 이 영화의 마지막 장면은 그런 점에서 적지 않은 가능성을 짐작하게 하지만, 더 이상의 언급은 스포일러가 되므로 자세한 설명은 피하기로 한다(감독과 배우들이 전 세계를 돌며 이 점을 신신당부하고 있다).
이 영화가 관객을 설득하는 대목은 무엇보다 ‘액션의 논리’에 있다. 마블의 컴퓨터그래픽은 어떤 상상이든 구현해낼 수 있지만 이게 양날의 칼이다. 주먹질 한 번 발길질 한 차례에 정교한 계산이 담기지 않을 경우 눈높이 올라간 요즘 관객은 대번에 혀를 차게 돼 있다. 영웅을 모조리 모아놨으니 이들의 각기 다른 능력을 뷔페처럼 즐길 수 있지만 이 또한 동전의 양면이다. 주인공들이 격투에 합류하는 시점과 순서가 조금만 어그러져도 상대방을 제압하는 초능력은 의미가 없어지거나 재미가 없어지거나 둘 중 하나가 돼버리기 때문이다. 영화는 이런 액션 장면들을 정밀한 아날로그 시계처럼 설계하고 조립해 논리를 맞춰간다. 그 주역은 <캡틴 아메리가:윈터 솔저>(2014)와 <캡틴 아메리카:시빌 워>(2016)를 통해 능력을 검증 받은 뒤 <어벤저스3>의 메가폰을 넘겨받은 안소니 루소·조 루소 형제 감독이다.
'캡틴 아메리카' 시리즈의 액션 설계 계승
<어벤져스3>의 이야기는 <캡틴 아메리카> 시리즈에서 이어진다. 편이 갈려 대판 싸운 어벤져스들, 특히 <어벤져스>의 양대 축인 캡틴 아메리카와 아이언맨은 이번 시리즈에서도 화해하지 못한 채 각자의 위치에서 악의 무리를 상대한다. 촬영 로케이션 역시 뉴욕 도심부터 스코틀랜드, 아이슬란드, 필리핀, 브라질 등 종횡무진했다. 제작비는 우리 돈 5천억 원 이상, 연이어 제작 중인 <어벤져스4>(2019 개봉 예정)와 합치면 1조 원이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
마블 스튜디오의 <토르>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닥터 스트레인지> <블랙 팬서> 시리즈를 보지 못한 관객이 이번 영화의 재미를 온전히 누리기는 어렵다. 과거에는 제작진이 이런 점을 걱정해 친절한 해설성 장면을 넣기도 했지만 이것도 옛날 얘기가 됐다. IPTV나 넷플릭스, 온라인 다운로드 등 갖은 경로를 통해 지난 영화를 얼마든지 찾아볼 수 있는 시대의 풍경이다. '즐기려면 복습하라'는 마블의 자신감이기도 하다.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마블 스튜디오 영화가 구축한 세계 혹은 그 세계관)는 이렇게 은하계 영토를 넓히고 있다.
<어벤져스:인피니티 워>가 개봉한 25일 하루 동안 든 관객은 98만 명(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이다. 배급사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에 따르면 이튿날인 26일 오전 100만 명을 넘었다. 역대 최단 기록이다. 현재 이 영화의 전국 스크린 수는 2,461개, 역시 최다 기록이다. 스크린 점유율도 46%다. 극장 업계에선 이미 1천만 관객 돌파를 당연시하는 분위기다. 이번 주부터 5월 황금연휴까지 이렇다 할 경쟁작도 없어 독주는 계속될 태세다.
마블 스튜디오 탄생 10주년 기념작 <어벤져스:인피니티 워> (이하 <어벤져스3>)프로젝트를 맡은 제작진에게 가장 큰 숙제는 무엇이었을까. <아이언맨>(2008) 이후 마블은 총 19편의 슈퍼히어로 영화를 내놨다. 지난 10년간 관객들이 ‘볼 만큼 봤다’는 게 제작진의 고심이었을 터다. 이제 관객들은 영웅들의 갖은 초능력 액션을 나열하고 쌓아올리기만 하면 피로감을 느낀다. 슈퍼히어로 여러 명이 한 데 모인다는 설정에서 적잖은 관객들이 부담을 갖기 시작했다. 치고 박고 부수는 컴퓨터그래픽의 연속에 감동하는 관객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 이 점을 누구보다 잘 아는 이들은, 다름 아닌 마블 제작진이다. 그들은 정면승부를 택했다.
캡틴 아메리카와 아이언맨, 헐크와 토르, 스파이더맨과 블랙팬서, 블랙 위도우와 윈터솔저, 완다와 비전, 스타로드, 가모라, 닥터 스트레인지까지. 죄다 출격했다. <어벤져스>의 영웅들은 1·2편에서 ‘지구의 운명’을 놓고 싸웠다. 이번 3편에서의 풍전등화는 호방하게도 '전 우주의 운명’이다. 명백하게 2차대전 나치를 악의 축으로 놓고 출발한 시리즈는, 2편에서 탐욕스러운 인류가 제거돼야만 세상을 구할 수 있다고 판단한 인공지능을 상대 삼았다. 3편에 등장하는 무시무시한 악당은 우주의 인구를 절반으로 줄여야 한다고 믿는 전체주의자다.
'마블 히어로' 전원 출격...'액션 논리'에 설득력 갖춰
이미 <어벤져스>의 슈퍼히어로들은 충분히 익숙하므로 관건은 얼마나 창의적인 악역을 등장시키느냐다. 주인공들이 누구와 왜 싸우느냐가 영화의 주제의식을 가늠할 기준이 된다는 뜻이기도 하다. 4편으로 이어질 이 영화의 마지막 장면은 그런 점에서 적지 않은 가능성을 짐작하게 하지만, 더 이상의 언급은 스포일러가 되므로 자세한 설명은 피하기로 한다(감독과 배우들이 전 세계를 돌며 이 점을 신신당부하고 있다).
이 영화가 관객을 설득하는 대목은 무엇보다 ‘액션의 논리’에 있다. 마블의 컴퓨터그래픽은 어떤 상상이든 구현해낼 수 있지만 이게 양날의 칼이다. 주먹질 한 번 발길질 한 차례에 정교한 계산이 담기지 않을 경우 눈높이 올라간 요즘 관객은 대번에 혀를 차게 돼 있다. 영웅을 모조리 모아놨으니 이들의 각기 다른 능력을 뷔페처럼 즐길 수 있지만 이 또한 동전의 양면이다. 주인공들이 격투에 합류하는 시점과 순서가 조금만 어그러져도 상대방을 제압하는 초능력은 의미가 없어지거나 재미가 없어지거나 둘 중 하나가 돼버리기 때문이다. 영화는 이런 액션 장면들을 정밀한 아날로그 시계처럼 설계하고 조립해 논리를 맞춰간다. 그 주역은 <캡틴 아메리가:윈터 솔저>(2014)와 <캡틴 아메리카:시빌 워>(2016)를 통해 능력을 검증 받은 뒤 <어벤저스3>의 메가폰을 넘겨받은 안소니 루소·조 루소 형제 감독이다.
'캡틴 아메리카' 시리즈의 액션 설계 계승
<어벤져스3>의 이야기는 <캡틴 아메리카> 시리즈에서 이어진다. 편이 갈려 대판 싸운 어벤져스들, 특히 <어벤져스>의 양대 축인 캡틴 아메리카와 아이언맨은 이번 시리즈에서도 화해하지 못한 채 각자의 위치에서 악의 무리를 상대한다. 촬영 로케이션 역시 뉴욕 도심부터 스코틀랜드, 아이슬란드, 필리핀, 브라질 등 종횡무진했다. 제작비는 우리 돈 5천억 원 이상, 연이어 제작 중인 <어벤져스4>(2019 개봉 예정)와 합치면 1조 원이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
마블 스튜디오의 <토르>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닥터 스트레인지> <블랙 팬서> 시리즈를 보지 못한 관객이 이번 영화의 재미를 온전히 누리기는 어렵다. 과거에는 제작진이 이런 점을 걱정해 친절한 해설성 장면을 넣기도 했지만 이것도 옛날 얘기가 됐다. IPTV나 넷플릭스, 온라인 다운로드 등 갖은 경로를 통해 지난 영화를 얼마든지 찾아볼 수 있는 시대의 풍경이다. '즐기려면 복습하라'는 마블의 자신감이기도 하다.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마블 스튜디오 영화가 구축한 세계 혹은 그 세계관)는 이렇게 은하계 영토를 넓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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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봉 첫날 98만...이틀째 100만 돌파
<어벤져스:인피니티 워>가 개봉한 25일 하루 동안 든 관객은 98만 명(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이다. 배급사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에 따르면 이튿날인 26일 오전 100만 명을 넘었다. 역대 최단 기록이다. 현재 이 영화의 전국 스크린 수는 2,461개, 역시 최다 기록이다. 스크린 점유율도 46%다. 극장 업계에선 이미 1천만 관객 돌파를 당연시하는 분위기다. 이번 주부터 5월 황금연휴까지 이렇다 할 경쟁작도 없어 독주는 계속될 태세다.
마블 스튜디오 탄생 10주년 기념작 <어벤져스:인피니티 워> (이하 <어벤져스3>)프로젝트를 맡은 제작진에게 가장 큰 숙제는 무엇이었을까. <아이언맨>(2008) 이후 마블은 총 19편의 슈퍼히어로 영화를 내놨다. 지난 10년간 관객들이 ‘볼 만큼 봤다’는 게 제작진의 고심이었을 터다. 이제 관객들은 영웅들의 갖은 초능력 액션을 나열하고 쌓아올리기만 하면 피로감을 느낀다. 슈퍼히어로 여러 명이 한 데 모인다는 설정에서 적잖은 관객들이 부담을 갖기 시작했다. 치고 박고 부수는 컴퓨터그래픽의 연속에 감동하는 관객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 이 점을 누구보다 잘 아는 이들은, 다름 아닌 마블 제작진이다. 그들은 정면승부를 택했다.
캡틴 아메리카와 아이언맨, 헐크와 토르, 스파이더맨과 블랙팬서, 블랙 위도우와 윈터솔저, 완다와 비전, 스타로드, 가모라, 닥터 스트레인지까지. 죄다 출격했다. <어벤져스>의 영웅들은 1·2편에서 ‘지구의 운명’을 놓고 싸웠다. 이번 3편에서의 풍전등화는 호방하게도 '전 우주의 운명’이다. 명백하게 2차대전 나치를 악의 축으로 놓고 출발한 시리즈는, 2편에서 탐욕스러운 인류가 제거돼야만 세상을 구할 수 있다고 판단한 인공지능을 상대 삼았다. 3편에 등장하는 무시무시한 악당은 우주의 인구를 절반으로 줄여야 한다고 믿는 전체주의자다.
'마블 히어로' 전원 출격...'액션 논리'에 설득력 갖춰
이미 <어벤져스>의 슈퍼히어로들은 충분히 익숙하므로 관건은 얼마나 창의적인 악역을 등장시키느냐다. 주인공들이 누구와 왜 싸우느냐가 영화의 주제의식을 가늠할 기준이 된다는 뜻이기도 하다. 4편으로 이어질 이 영화의 마지막 장면은 그런 점에서 적지 않은 가능성을 짐작하게 하지만, 더 이상의 언급은 스포일러가 되므로 자세한 설명은 피하기로 한다(감독과 배우들이 전 세계를 돌며 이 점을 신신당부하고 있다).
이 영화가 관객을 설득하는 대목은 무엇보다 ‘액션의 논리’에 있다. 마블의 컴퓨터그래픽은 어떤 상상이든 구현해낼 수 있지만 이게 양날의 칼이다. 주먹질 한 번 발길질 한 차례에 정교한 계산이 담기지 않을 경우 눈높이 올라간 요즘 관객은 대번에 혀를 차게 돼 있다. 영웅을 모조리 모아놨으니 이들의 각기 다른 능력을 뷔페처럼 즐길 수 있지만 이 또한 동전의 양면이다. 주인공들이 격투에 합류하는 시점과 순서가 조금만 어그러져도 상대방을 제압하는 초능력은 의미가 없어지거나 재미가 없어지거나 둘 중 하나가 돼버리기 때문이다. 영화는 이런 액션 장면들을 정밀한 아날로그 시계처럼 설계하고 조립해 논리를 맞춰간다. 그 주역은 <캡틴 아메리가:윈터 솔저>(2014)와 <캡틴 아메리카:시빌 워>(2016)를 통해 능력을 검증 받은 뒤 <어벤저스3>의 메가폰을 넘겨받은 안소니 루소·조 루소 형제 감독이다.
'캡틴 아메리카' 시리즈의 액션 설계 계승
<어벤져스3>의 이야기는 <캡틴 아메리카> 시리즈에서 이어진다. 편이 갈려 대판 싸운 어벤져스들, 특히 <어벤져스>의 양대 축인 캡틴 아메리카와 아이언맨은 이번 시리즈에서도 화해하지 못한 채 각자의 위치에서 악의 무리를 상대한다. 촬영 로케이션 역시 뉴욕 도심부터 스코틀랜드, 아이슬란드, 필리핀, 브라질 등 종횡무진했다. 제작비는 우리 돈 5천억 원 이상, 연이어 제작 중인 <어벤져스4>(2019 개봉 예정)와 합치면 1조 원이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
마블 스튜디오의 <토르>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닥터 스트레인지> <블랙 팬서> 시리즈를 보지 못한 관객이 이번 영화의 재미를 온전히 누리기는 어렵다. 과거에는 제작진이 이런 점을 걱정해 친절한 해설성 장면을 넣기도 했지만 이것도 옛날 얘기가 됐다. IPTV나 넷플릭스, 온라인 다운로드 등 갖은 경로를 통해 지난 영화를 얼마든지 찾아볼 수 있는 시대의 풍경이다. '즐기려면 복습하라'는 마블의 자신감이기도 하다.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마블 스튜디오 영화가 구축한 세계 혹은 그 세계관)는 이렇게 은하계 영토를 넓히고 있다.
<어벤져스:인피니티 워>가 개봉한 25일 하루 동안 든 관객은 98만 명(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이다. 배급사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에 따르면 이튿날인 26일 오전 100만 명을 넘었다. 역대 최단 기록이다. 현재 이 영화의 전국 스크린 수는 2,461개, 역시 최다 기록이다. 스크린 점유율도 46%다. 극장 업계에선 이미 1천만 관객 돌파를 당연시하는 분위기다. 이번 주부터 5월 황금연휴까지 이렇다 할 경쟁작도 없어 독주는 계속될 태세다.
마블 스튜디오 탄생 10주년 기념작 <어벤져스:인피니티 워> (이하 <어벤져스3>)프로젝트를 맡은 제작진에게 가장 큰 숙제는 무엇이었을까. <아이언맨>(2008) 이후 마블은 총 19편의 슈퍼히어로 영화를 내놨다. 지난 10년간 관객들이 ‘볼 만큼 봤다’는 게 제작진의 고심이었을 터다. 이제 관객들은 영웅들의 갖은 초능력 액션을 나열하고 쌓아올리기만 하면 피로감을 느낀다. 슈퍼히어로 여러 명이 한 데 모인다는 설정에서 적잖은 관객들이 부담을 갖기 시작했다. 치고 박고 부수는 컴퓨터그래픽의 연속에 감동하는 관객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 이 점을 누구보다 잘 아는 이들은, 다름 아닌 마블 제작진이다. 그들은 정면승부를 택했다.
캡틴 아메리카와 아이언맨, 헐크와 토르, 스파이더맨과 블랙팬서, 블랙 위도우와 윈터솔저, 완다와 비전, 스타로드, 가모라, 닥터 스트레인지까지. 죄다 출격했다. <어벤져스>의 영웅들은 1·2편에서 ‘지구의 운명’을 놓고 싸웠다. 이번 3편에서의 풍전등화는 호방하게도 '전 우주의 운명’이다. 명백하게 2차대전 나치를 악의 축으로 놓고 출발한 시리즈는, 2편에서 탐욕스러운 인류가 제거돼야만 세상을 구할 수 있다고 판단한 인공지능을 상대 삼았다. 3편에 등장하는 무시무시한 악당은 우주의 인구를 절반으로 줄여야 한다고 믿는 전체주의자다.
'마블 히어로' 전원 출격...'액션 논리'에 설득력 갖춰
이미 <어벤져스>의 슈퍼히어로들은 충분히 익숙하므로 관건은 얼마나 창의적인 악역을 등장시키느냐다. 주인공들이 누구와 왜 싸우느냐가 영화의 주제의식을 가늠할 기준이 된다는 뜻이기도 하다. 4편으로 이어질 이 영화의 마지막 장면은 그런 점에서 적지 않은 가능성을 짐작하게 하지만, 더 이상의 언급은 스포일러가 되므로 자세한 설명은 피하기로 한다(감독과 배우들이 전 세계를 돌며 이 점을 신신당부하고 있다).
이 영화가 관객을 설득하는 대목은 무엇보다 ‘액션의 논리’에 있다. 마블의 컴퓨터그래픽은 어떤 상상이든 구현해낼 수 있지만 이게 양날의 칼이다. 주먹질 한 번 발길질 한 차례에 정교한 계산이 담기지 않을 경우 눈높이 올라간 요즘 관객은 대번에 혀를 차게 돼 있다. 영웅을 모조리 모아놨으니 이들의 각기 다른 능력을 뷔페처럼 즐길 수 있지만 이 또한 동전의 양면이다. 주인공들이 격투에 합류하는 시점과 순서가 조금만 어그러져도 상대방을 제압하는 초능력은 의미가 없어지거나 재미가 없어지거나 둘 중 하나가 돼버리기 때문이다. 영화는 이런 액션 장면들을 정밀한 아날로그 시계처럼 설계하고 조립해 논리를 맞춰간다. 그 주역은 <캡틴 아메리가:윈터 솔저>(2014)와 <캡틴 아메리카:시빌 워>(2016)를 통해 능력을 검증 받은 뒤 <어벤저스3>의 메가폰을 넘겨받은 안소니 루소·조 루소 형제 감독이다.
'캡틴 아메리카' 시리즈의 액션 설계 계승
<어벤져스3>의 이야기는 <캡틴 아메리카> 시리즈에서 이어진다. 편이 갈려 대판 싸운 어벤져스들, 특히 <어벤져스>의 양대 축인 캡틴 아메리카와 아이언맨은 이번 시리즈에서도 화해하지 못한 채 각자의 위치에서 악의 무리를 상대한다. 촬영 로케이션 역시 뉴욕 도심부터 스코틀랜드, 아이슬란드, 필리핀, 브라질 등 종횡무진했다. 제작비는 우리 돈 5천억 원 이상, 연이어 제작 중인 <어벤져스4>(2019 개봉 예정)와 합치면 1조 원이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
마블 스튜디오의 <토르>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닥터 스트레인지> <블랙 팬서> 시리즈를 보지 못한 관객이 이번 영화의 재미를 온전히 누리기는 어렵다. 과거에는 제작진이 이런 점을 걱정해 친절한 해설성 장면을 넣기도 했지만 이것도 옛날 얘기가 됐다. IPTV나 넷플릭스, 온라인 다운로드 등 갖은 경로를 통해 지난 영화를 얼마든지 찾아볼 수 있는 시대의 풍경이다. '즐기려면 복습하라'는 마블의 자신감이기도 하다.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마블 스튜디오 영화가 구축한 세계 혹은 그 세계관)는 이렇게 은하계 영토를 넓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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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형국 기자 spianato@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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