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무서운’ 쓰레기 집하 시설…안전 논란 확산

입력 2018.05.07 (08:29) 수정 2018.05.07 (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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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최근 아파트마다 쓰레기 분리수거 문제를 놓고 한바탕 몸살을 앓기도 했는데요,

이번에는 신도시 등에 설치된 쓰레기 자동집하시설 때문에 주민들의 불안감이 높아지고 있는 곳들이 늘고 있다고 합니다.

지난달에는 수리 기사가 안으로 빨려들어가 사망하는 사고까지 발생했는데요,

주민들이 안전 문제와 잦은 고장, 환경 문제 등을 제기하고 있는 쓰레기 자동집하시설 무엇이 문제인지 뉴스따라잡기에서 현장을 다녀왔습니다.

[리포트]

지난달 24일, 경기도의 한 택지지구.

쓰레기를 수거하는 기계 안을 들여다보던 수리 기사가 갑자기 순식간에 사라졌습니다.

옆에 있는 동료는 어찌할 바를 모릅니다.

택지지구에 설치된 쓰레기 자동집하장치을 고치던 수리 기사가 기계 안으로 빨려 들어간 겁니다.

[조관행/별내발전연합회 운영위원장 : “상당히 아수라장이었죠. 노동자를 찾지 못해서 노동자 찾는 데 혈안이 되어있었습니다.”]

곧바로 수색이 시작됐고, 5시간에 걸친 수색 끝에 피해자 조모 씨가 발견된 곳은 100m 떨어진 곳.

하지만, 조 씨는 이미 숨진 뒤였습니다.

순식간에 발생한 아찔한 사고. 조 씨의 마지막 모습이 목격된 쓰레기통 앞은 추모 장소가 됐습니다.

[신윤희/인근 주민 : “지켜보는 내내 착잡해서 사실 너무 가슴이 아프더라고요. 그거 보는데. 살짝 눈물도 나고…….”]

이번에 사고가 난 쓰레기 자동집하시설은 투입구에 쓰레기를 넣으면 진공청소기처럼 빨아들여 지하 관로를 따라 쓰레기가 집하시설로 모이는 방식입니다.

강력한 흡입력으로 쓰레기를 빨아들이기 때문에 작동시에는 개폐구가 모두 열리지 않는데 사고 당시에는 제어장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남양주 시청 관계자/음성변조 : “점검을 하다 보면 수동으로 작동을 할 수 밖에 없거든요. 수동 작업하다가 이번에 사고가 발생한 거고요.”]

매일 사용하는 쓰레기통에서 일어난 끔찍한 사고. 주민들은 불안하기만 합니다.

[인근 주민 : “진짜 아이들이 장난으로 하다 보면 아이들한테까지 그런 사고가 나지 않나…….”]

이같은 불안감은 다른 아파트에서도 있었습니다.

경기도의 또 다른 아파트. 관리실 직원인 A씨는 2년 전 일만 생각하면 가슴이 철렁합니다.

쓰레기 집하장치 투입구를 수동으로 열어보던 중, 안으로 빨려들어갈 뻔했기 때문입니다.

[경기도 OO아파트 관리사무소 직원/음성변조 : “호흡하기도 힘들고 말 하기도 힘들었어요. 꺼내 달라고 얘기하고 싶은데 숨을 못 쉬니까. 얘기를 못 하니까. 그 정도로 압력이 셌습니다.”]

다행히 금방 작동이 멈춰 큰 사고는 없었습니다.

[경기도 OO아파트 관리사무소 직원/음성변조 : “안경이야 힘이 없으니까 바로 빨려 들어가서 없어졌고 저는 투입구를 잡고 버티고 있다가 다행히 작동이 멈춰서 괜찮았던 상황입니다. 위험한 상황까지 갔었기 때문에 언제든지 일어날 수 있는 상황이라고 생각이 듭니다.”]

쓰레기 자동집하시설은 신도시를 중심으로 현재 전국 17개 택지지구에서 사용중인데요.

일부에선 잦은 고장으로 주민들의 불만이 제기된 상탭니다.

[조관행/별내발전연합회 운영위원장 : “잔 고장이 났을 때는 옆에다 쌓아놔야 합니다. 그러면 거기에서 나는 부작용들, 냄새라든지 그런 부작용들(이 있죠.)"]

고장이 잦았다는 경기도의 한 아파트에선 주민들의 찬반 투표로 기계를 폐쇄하기도 했습니다.

[아파트 주민/경기도 OO시 : “비싼 비용을 주고 분양을 받고 또 시설도 좋은 거 같아서 들어왔는데 막상 (사용)하다 보니까 잔 고장이 있고 또 잔 고장에 의한 비용 발생이 크게 되다 보니까 저희가 관리비로 그걸 수리를 못하겠더라고요.”]

보증 기간이 지나도 고장이 계속되자 아예 중단시킨 겁니다.

[김문규/경기도 OO아파트 입주자 대표 : “2년간 사용하고 6년째 지금 가동을 못 하고 있잖아요. 무려 2년 동안 493차례에 걸쳐서 고장이 났어요.”]

해당 지자체에다 종량제 방식으로 바꿀 것을 요구했지만, 지구단위계획 때문에 어렵다는 것이 지자체 입장.

문제는 이뿐만이 아닙니다. 자동집하시설이 있는데도 바로 옆에 쓰레기봉투들이 쌓여있는 곳도 많습니다.

[아파트 주민 : “문이 안 열리더라고요. 그렇게 될 경우에 경비아저씨한테 물어보니까 그냥 저기, 저기다 버리고 가라는데 사실 보기에는 안 좋죠. 냄새도 나고.”]

[관리 사무소 직원/경기도 OO 아파트/음성변조 : "20리터짜리 13개 정도가 들어가면 꽉 찹니다. 만약에 그 시간에 (업체에서) 빼가지 않고 그러면 앞에 쌓이는 현상이 있어요.”]

이용 카드가 따로 있지만 일부 기계에서는 신용카드나 교통카드로도 열리기도 합니다.

“등록카드입니다. 투입 가능합니다.”

[아파트 주민/경기도 00시 : “시에서 나눠주는 카드 말고도 작동이 되다 보니까 아무래도 열고 들어가거나 혹은 호기심에 들어가 볼 수도 있는 문제니까…….”]

가구당 평균 2~3백 만원의 비싼 비용을 들여 설치됐지만, 사용하지 않는 경우도 있습니다.

[아파트 주민/경기도 00시 : “애초에 쓰는지를 잘 모를걸요? 저도 한 번도 안 써봤어요. 그냥 여기 쓰레기통 있고 음식물쓰레기통 있으니까 그냥 이제 익숙하죠.”]

환경 문제도 제기됩니다.

[장현철/쓰레기 자동집하시설 피해방지대책위원회 위원장 : “음식물 쓰레기와 일반 쓰레기를 분리해서 각각 통에 넣으면 지하에 가면 이것이 혼합되어버립니다. 혼합돼서 배출되니까 이것을, 음식물 쓰레기를 사료, 비료화도 할 수 없고…….”]

이처럼 주민들의 문제 제기가 이어지면서 주민들의 사전 동의와 법적 관리기준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홍수열/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 소장 : “신도시 개발과 분양 이전에 주민들에게 조금 더 자세하게 설명을 해서 주민들의 동의를 거치는 절차를 거칠 필요가 있고요. 설치와 운영과 관련해서 안전하게 설치 및 운영이 될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설치 및 관리기준을 설정할 필요가 있습니다.”]

지자체마다 안전 관리에 대한 용역을 맡기는 등 해법은 찾고 있지만 주민들의 불안을 잠재우긴 쉽지 않은 상황.

최근 쓰레기 분리 수거 대란에다 자동 쓰레기 집하시설 논란으로 쓰레기를 둘러싼 아파트들마다 고민은 깊어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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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 따라잡기] ‘무서운’ 쓰레기 집하 시설…안전 논란 확산
    • 입력 2018-05-07 08:34:00
    • 수정2018-05-07 09:0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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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아파트마다 쓰레기 분리수거 문제를 놓고 한바탕 몸살을 앓기도 했는데요,

이번에는 신도시 등에 설치된 쓰레기 자동집하시설 때문에 주민들의 불안감이 높아지고 있는 곳들이 늘고 있다고 합니다.

지난달에는 수리 기사가 안으로 빨려들어가 사망하는 사고까지 발생했는데요,

주민들이 안전 문제와 잦은 고장, 환경 문제 등을 제기하고 있는 쓰레기 자동집하시설 무엇이 문제인지 뉴스따라잡기에서 현장을 다녀왔습니다.

[리포트]

지난달 24일, 경기도의 한 택지지구.

쓰레기를 수거하는 기계 안을 들여다보던 수리 기사가 갑자기 순식간에 사라졌습니다.

옆에 있는 동료는 어찌할 바를 모릅니다.

택지지구에 설치된 쓰레기 자동집하장치을 고치던 수리 기사가 기계 안으로 빨려 들어간 겁니다.

[조관행/별내발전연합회 운영위원장 : “상당히 아수라장이었죠. 노동자를 찾지 못해서 노동자 찾는 데 혈안이 되어있었습니다.”]

곧바로 수색이 시작됐고, 5시간에 걸친 수색 끝에 피해자 조모 씨가 발견된 곳은 100m 떨어진 곳.

하지만, 조 씨는 이미 숨진 뒤였습니다.

순식간에 발생한 아찔한 사고. 조 씨의 마지막 모습이 목격된 쓰레기통 앞은 추모 장소가 됐습니다.

[신윤희/인근 주민 : “지켜보는 내내 착잡해서 사실 너무 가슴이 아프더라고요. 그거 보는데. 살짝 눈물도 나고…….”]

이번에 사고가 난 쓰레기 자동집하시설은 투입구에 쓰레기를 넣으면 진공청소기처럼 빨아들여 지하 관로를 따라 쓰레기가 집하시설로 모이는 방식입니다.

강력한 흡입력으로 쓰레기를 빨아들이기 때문에 작동시에는 개폐구가 모두 열리지 않는데 사고 당시에는 제어장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남양주 시청 관계자/음성변조 : “점검을 하다 보면 수동으로 작동을 할 수 밖에 없거든요. 수동 작업하다가 이번에 사고가 발생한 거고요.”]

매일 사용하는 쓰레기통에서 일어난 끔찍한 사고. 주민들은 불안하기만 합니다.

[인근 주민 : “진짜 아이들이 장난으로 하다 보면 아이들한테까지 그런 사고가 나지 않나…….”]

이같은 불안감은 다른 아파트에서도 있었습니다.

경기도의 또 다른 아파트. 관리실 직원인 A씨는 2년 전 일만 생각하면 가슴이 철렁합니다.

쓰레기 집하장치 투입구를 수동으로 열어보던 중, 안으로 빨려들어갈 뻔했기 때문입니다.

[경기도 OO아파트 관리사무소 직원/음성변조 : “호흡하기도 힘들고 말 하기도 힘들었어요. 꺼내 달라고 얘기하고 싶은데 숨을 못 쉬니까. 얘기를 못 하니까. 그 정도로 압력이 셌습니다.”]

다행히 금방 작동이 멈춰 큰 사고는 없었습니다.

[경기도 OO아파트 관리사무소 직원/음성변조 : “안경이야 힘이 없으니까 바로 빨려 들어가서 없어졌고 저는 투입구를 잡고 버티고 있다가 다행히 작동이 멈춰서 괜찮았던 상황입니다. 위험한 상황까지 갔었기 때문에 언제든지 일어날 수 있는 상황이라고 생각이 듭니다.”]

쓰레기 자동집하시설은 신도시를 중심으로 현재 전국 17개 택지지구에서 사용중인데요.

일부에선 잦은 고장으로 주민들의 불만이 제기된 상탭니다.

[조관행/별내발전연합회 운영위원장 : “잔 고장이 났을 때는 옆에다 쌓아놔야 합니다. 그러면 거기에서 나는 부작용들, 냄새라든지 그런 부작용들(이 있죠.)"]

고장이 잦았다는 경기도의 한 아파트에선 주민들의 찬반 투표로 기계를 폐쇄하기도 했습니다.

[아파트 주민/경기도 OO시 : “비싼 비용을 주고 분양을 받고 또 시설도 좋은 거 같아서 들어왔는데 막상 (사용)하다 보니까 잔 고장이 있고 또 잔 고장에 의한 비용 발생이 크게 되다 보니까 저희가 관리비로 그걸 수리를 못하겠더라고요.”]

보증 기간이 지나도 고장이 계속되자 아예 중단시킨 겁니다.

[김문규/경기도 OO아파트 입주자 대표 : “2년간 사용하고 6년째 지금 가동을 못 하고 있잖아요. 무려 2년 동안 493차례에 걸쳐서 고장이 났어요.”]

해당 지자체에다 종량제 방식으로 바꿀 것을 요구했지만, 지구단위계획 때문에 어렵다는 것이 지자체 입장.

문제는 이뿐만이 아닙니다. 자동집하시설이 있는데도 바로 옆에 쓰레기봉투들이 쌓여있는 곳도 많습니다.

[아파트 주민 : “문이 안 열리더라고요. 그렇게 될 경우에 경비아저씨한테 물어보니까 그냥 저기, 저기다 버리고 가라는데 사실 보기에는 안 좋죠. 냄새도 나고.”]

[관리 사무소 직원/경기도 OO 아파트/음성변조 : "20리터짜리 13개 정도가 들어가면 꽉 찹니다. 만약에 그 시간에 (업체에서) 빼가지 않고 그러면 앞에 쌓이는 현상이 있어요.”]

이용 카드가 따로 있지만 일부 기계에서는 신용카드나 교통카드로도 열리기도 합니다.

“등록카드입니다. 투입 가능합니다.”

[아파트 주민/경기도 00시 : “시에서 나눠주는 카드 말고도 작동이 되다 보니까 아무래도 열고 들어가거나 혹은 호기심에 들어가 볼 수도 있는 문제니까…….”]

가구당 평균 2~3백 만원의 비싼 비용을 들여 설치됐지만, 사용하지 않는 경우도 있습니다.

[아파트 주민/경기도 00시 : “애초에 쓰는지를 잘 모를걸요? 저도 한 번도 안 써봤어요. 그냥 여기 쓰레기통 있고 음식물쓰레기통 있으니까 그냥 이제 익숙하죠.”]

환경 문제도 제기됩니다.

[장현철/쓰레기 자동집하시설 피해방지대책위원회 위원장 : “음식물 쓰레기와 일반 쓰레기를 분리해서 각각 통에 넣으면 지하에 가면 이것이 혼합되어버립니다. 혼합돼서 배출되니까 이것을, 음식물 쓰레기를 사료, 비료화도 할 수 없고…….”]

이처럼 주민들의 문제 제기가 이어지면서 주민들의 사전 동의와 법적 관리기준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홍수열/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 소장 : “신도시 개발과 분양 이전에 주민들에게 조금 더 자세하게 설명을 해서 주민들의 동의를 거치는 절차를 거칠 필요가 있고요. 설치와 운영과 관련해서 안전하게 설치 및 운영이 될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설치 및 관리기준을 설정할 필요가 있습니다.”]

지자체마다 안전 관리에 대한 용역을 맡기는 등 해법은 찾고 있지만 주민들의 불안을 잠재우긴 쉽지 않은 상황.

최근 쓰레기 분리 수거 대란에다 자동 쓰레기 집하시설 논란으로 쓰레기를 둘러싼 아파트들마다 고민은 깊어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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