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리포트] 수출 세계 2위 터키드라마, 세계를 매혹시키다

입력 2018.06.09 (22:02) 수정 2018.06.09 (2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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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터키는 우리나라와 비슷한 점이 참 많은데요 언어, 경제 규모, 문화, 정서 외에도 드라마가 그렇습니다.

터키 드라마는 터키에서는 물론, 남미 같은 외국에서도 큰 인기를 끌고 있는데요 수출 규모로는 미국에 이어 세계 2위입니다.

드라마 덕분에 관광객도 늘고 있다는데요, 한국 드라마까지 리메이크되고 있습니다.

터키의 드라마 열풍, 김형덕 특파원이 전해드립니다.

[리포트]

터키 이스탄불의 평범한 중산층인 누만 씨의 집...

4대가 함께 사는 대가족이지만 터키에서는 흔한 일입니다.

집안 여성들이 간단한 음식을 준비하는 사이, 가족들은 텔레비전 앞으로 모여듭니다.

[딜라라 : "터키 드라마는 우리 문화와 전통, 국민적 정서가 잘 배어 있어서 많이 봐요"]

[누만 : "매일 드라마를 보지요. 매주 4편을 보는데, 모두 사극 드라마지요."]

터키에서는 누만 씨 집안이 특별히 TV 드라마를 많이 보는 게 아닙니다.

대부분의 터키인은 TV 드라마에 빠져 울고 웃는다고 할만큼 드라마를 즐깁니다.

[이크누르 : "보통의 터키인들은 다 드라마에 빠져 있어요. 가족들이 모여서 커피나 차 마시며 즐기죠"]

일주일간 터키의 TV 채널에서 요즘 방영되는 드라마가 모두 64편이나 된다고 합니다.

터키 드라마의 인기는 국내를 넘어 세계로 뻗어 갔습니다.

터키 문화부가 밝힌 지난 한해 터키 TV드라마 수출액은 3억 5천만 달러입니다.

미국에 이어 세계 두 번째 수출 규모입니다.

2008년 천만 달러 수준이던 드라마 수출액이 10년이 채 안돼 30배가 늘어난 겁니다.

[핀토/글로벌 에이전시 대표 : "터키 드라마는 매우 특별하고 독특합니다. 세계 어느 콘텐츠하고도 비교할 수 없지요. 세계적으로 많은 팬이 생기는 이유입니다."

특히 중동 지역에서 가장 먼저 터키 드라마의 인기가 폭발했습니다.

‘누르’라는 여주인공 이름을 딴 드라마는 2008년 처음 방영되며 중동을 흔들었습니다.

사랑과 일, 모두 적극적이며 주체적으로 어려움을 헤쳐 가는 TV 드라마 속 같은 이슬람권 여주인공들의 모습은 중동 여성들에게 충격을 줬습니다.

한 아랍권 매체는 터키 드라마가 억압받던 중동 여성들을 자각시켜, 이혼율 증가 등으로 이어진 사회현상을 다루기도 했습니다.

터키 역사의 가장 찬란한 시기를 그린 '위대한 세기'는 명실상부하게 터키 드라마의 한 시대를 활짝 열었습니다.

이후 중동을 넘어 발칸 지역과 아시아, 러시아와 남미 국가들까지 앞다퉈 터키 드라마를 수입하기 시작했습니다.

터키의 대표적인 관광지를 둘러보는 관광객들...

[아말/요르단 관광객 : "여러 터키 드라마를 봤는데 너무 좋았어요.직접 터키의 위대함을 보려고 관광을 오게 됐어요"]

특히 아랍권의 관광객들이 크게 늘었습니다.

2004년 터키를 방문한 바레인 관광객이 3천 백여 명에서 2016년에는 4만 천여 명으로 열 배 이상 급증했습니다.

[에나드/사우디아라비아 관광객 : "터키 최신 인기 사극을 보고 터키 오게 됐는데, 매우 역사적이고 멋진 드라마지요."]

이스탄불 외곽의 한 서민 아파트.

밤늦게 일을 마치고 돌아온 아프가니스탄 출신의 유스프 씨 부부는 드라마 시청으로 하루의 피로를 풉니다.

[이라데/아프가니스탄 출신 : "아프간에서도 터키 드라마를 많이 봤는데,터키 온 이후로도 즐겁게 보고 있습니다."

분쟁으로 얼룩진 고향 땅을 1년 전에 등진 이 젊은 부부는 고향 마을 주민들과 함께 보던 터키 드라마를 이곳에 와서도 여전히 즐기고 있습니다.

[유스프/아프가니스탄 출신 : "같이 이슬람권인데 드라마 내용은 매우 다양합니다. 또 드라마를 아주 잘 만듭니다. 그래서 좋아해요."]

이슬람권을 바탕으로 세계의 대제국을 이뤘던 역사와 문화적 포용력은 터키드라마의 가장 큰 강점입니다.

아시아와 유럽이 만나는 이곳, 이스탄불에서 주로 만들어지는 터키 드라마는 동양과 서양이 모두 공감할 수 있는 정서와 매력을 담고 있습니다.

터키 드라마의 제작 현장을 직접 찾아가 봤습니다.

이 드라마는 젊은이의 도전과 좌절, 또 성공과 사랑을 그린 전형적인 내용입니다.

경쟁에서 이겨야 하고, 세계적인 수준에 맞추다 보니 제작비 투입 규모도 커지고 있습니다.

터키 드라마의 편당 제작비는 중동 드라마보다 보통 2배가 넘습니다.

[할릴자데/드라마 감독 : "제작비 투입을 보면 국내서 이익내기가 솔직히 조금 힘든 상황이에요. 해외로 수출해야만 해요. 그래야 이익이 나거든요."]

또 마르지 않는 샘처럼 재미있는 이야기가 담긴 드라마가 끝없이 생산돼야 합니다.

한국드라마는 중요한 샘 가운데 하나입니다.

한국에서 오래 전 인기를 끌었던 드라마가 터키에서 다시 제작됐습니다.

병원에서 뒤바뀐 아이가 다른 삶을 산다는 줄거리의 이 드라마는 큰 인기를 끌며 4년째 제작되고 있습니다.

벌써 30편의 한국 드라마가 터키 드라마로 리메이크돼 터키 TV에서 방영됐습니다.

[할릴자데/드라마 감독 : "한국과 터키 문화가 너무 비슷해요. 리메이크 계속 이뤄진 건 정서가 비슷하기 때문이죠."]

최근 중동 최대 민영TV인 MBC가 터키 드라마를 방영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방송사를 보유한 사우디아라비아와 터키 간의 정치적 갈등이 이유인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터키 드라마는 남미 등 새로운 시장 개척에 적극 나섰습니다.

[핀토/글로벌 에이전시 대표 : "터키 드라마는 이제 전 세계 주요 지역을 망라해 공략하고 있는데, 여전히 성장의 여지는 크다고 봅니다."]

대중문화산업의 파급력을 깨달은 터키 정부는 적극 지원에 나섰습니다.

140여 개국 4억 명이 본다는 터키 드라마의 수출 규모를 5년 뒤에는 3배로 늘린다는 야심찬 계획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터키 이스탄불에서 김형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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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로벌 리포트] 수출 세계 2위 터키드라마, 세계를 매혹시키다
    • 입력 2018-06-09 22:49:51
    • 수정2018-06-09 23:05:00
    특파원 보고 세계는 지금
[앵커]

터키는 우리나라와 비슷한 점이 참 많은데요 언어, 경제 규모, 문화, 정서 외에도 드라마가 그렇습니다.

터키 드라마는 터키에서는 물론, 남미 같은 외국에서도 큰 인기를 끌고 있는데요 수출 규모로는 미국에 이어 세계 2위입니다.

드라마 덕분에 관광객도 늘고 있다는데요, 한국 드라마까지 리메이크되고 있습니다.

터키의 드라마 열풍, 김형덕 특파원이 전해드립니다.

[리포트]

터키 이스탄불의 평범한 중산층인 누만 씨의 집...

4대가 함께 사는 대가족이지만 터키에서는 흔한 일입니다.

집안 여성들이 간단한 음식을 준비하는 사이, 가족들은 텔레비전 앞으로 모여듭니다.

[딜라라 : "터키 드라마는 우리 문화와 전통, 국민적 정서가 잘 배어 있어서 많이 봐요"]

[누만 : "매일 드라마를 보지요. 매주 4편을 보는데, 모두 사극 드라마지요."]

터키에서는 누만 씨 집안이 특별히 TV 드라마를 많이 보는 게 아닙니다.

대부분의 터키인은 TV 드라마에 빠져 울고 웃는다고 할만큼 드라마를 즐깁니다.

[이크누르 : "보통의 터키인들은 다 드라마에 빠져 있어요. 가족들이 모여서 커피나 차 마시며 즐기죠"]

일주일간 터키의 TV 채널에서 요즘 방영되는 드라마가 모두 64편이나 된다고 합니다.

터키 드라마의 인기는 국내를 넘어 세계로 뻗어 갔습니다.

터키 문화부가 밝힌 지난 한해 터키 TV드라마 수출액은 3억 5천만 달러입니다.

미국에 이어 세계 두 번째 수출 규모입니다.

2008년 천만 달러 수준이던 드라마 수출액이 10년이 채 안돼 30배가 늘어난 겁니다.

[핀토/글로벌 에이전시 대표 : "터키 드라마는 매우 특별하고 독특합니다. 세계 어느 콘텐츠하고도 비교할 수 없지요. 세계적으로 많은 팬이 생기는 이유입니다."

특히 중동 지역에서 가장 먼저 터키 드라마의 인기가 폭발했습니다.

‘누르’라는 여주인공 이름을 딴 드라마는 2008년 처음 방영되며 중동을 흔들었습니다.

사랑과 일, 모두 적극적이며 주체적으로 어려움을 헤쳐 가는 TV 드라마 속 같은 이슬람권 여주인공들의 모습은 중동 여성들에게 충격을 줬습니다.

한 아랍권 매체는 터키 드라마가 억압받던 중동 여성들을 자각시켜, 이혼율 증가 등으로 이어진 사회현상을 다루기도 했습니다.

터키 역사의 가장 찬란한 시기를 그린 '위대한 세기'는 명실상부하게 터키 드라마의 한 시대를 활짝 열었습니다.

이후 중동을 넘어 발칸 지역과 아시아, 러시아와 남미 국가들까지 앞다퉈 터키 드라마를 수입하기 시작했습니다.

터키의 대표적인 관광지를 둘러보는 관광객들...

[아말/요르단 관광객 : "여러 터키 드라마를 봤는데 너무 좋았어요.직접 터키의 위대함을 보려고 관광을 오게 됐어요"]

특히 아랍권의 관광객들이 크게 늘었습니다.

2004년 터키를 방문한 바레인 관광객이 3천 백여 명에서 2016년에는 4만 천여 명으로 열 배 이상 급증했습니다.

[에나드/사우디아라비아 관광객 : "터키 최신 인기 사극을 보고 터키 오게 됐는데, 매우 역사적이고 멋진 드라마지요."]

이스탄불 외곽의 한 서민 아파트.

밤늦게 일을 마치고 돌아온 아프가니스탄 출신의 유스프 씨 부부는 드라마 시청으로 하루의 피로를 풉니다.

[이라데/아프가니스탄 출신 : "아프간에서도 터키 드라마를 많이 봤는데,터키 온 이후로도 즐겁게 보고 있습니다."

분쟁으로 얼룩진 고향 땅을 1년 전에 등진 이 젊은 부부는 고향 마을 주민들과 함께 보던 터키 드라마를 이곳에 와서도 여전히 즐기고 있습니다.

[유스프/아프가니스탄 출신 : "같이 이슬람권인데 드라마 내용은 매우 다양합니다. 또 드라마를 아주 잘 만듭니다. 그래서 좋아해요."]

이슬람권을 바탕으로 세계의 대제국을 이뤘던 역사와 문화적 포용력은 터키드라마의 가장 큰 강점입니다.

아시아와 유럽이 만나는 이곳, 이스탄불에서 주로 만들어지는 터키 드라마는 동양과 서양이 모두 공감할 수 있는 정서와 매력을 담고 있습니다.

터키 드라마의 제작 현장을 직접 찾아가 봤습니다.

이 드라마는 젊은이의 도전과 좌절, 또 성공과 사랑을 그린 전형적인 내용입니다.

경쟁에서 이겨야 하고, 세계적인 수준에 맞추다 보니 제작비 투입 규모도 커지고 있습니다.

터키 드라마의 편당 제작비는 중동 드라마보다 보통 2배가 넘습니다.

[할릴자데/드라마 감독 : "제작비 투입을 보면 국내서 이익내기가 솔직히 조금 힘든 상황이에요. 해외로 수출해야만 해요. 그래야 이익이 나거든요."]

또 마르지 않는 샘처럼 재미있는 이야기가 담긴 드라마가 끝없이 생산돼야 합니다.

한국드라마는 중요한 샘 가운데 하나입니다.

한국에서 오래 전 인기를 끌었던 드라마가 터키에서 다시 제작됐습니다.

병원에서 뒤바뀐 아이가 다른 삶을 산다는 줄거리의 이 드라마는 큰 인기를 끌며 4년째 제작되고 있습니다.

벌써 30편의 한국 드라마가 터키 드라마로 리메이크돼 터키 TV에서 방영됐습니다.

[할릴자데/드라마 감독 : "한국과 터키 문화가 너무 비슷해요. 리메이크 계속 이뤄진 건 정서가 비슷하기 때문이죠."]

최근 중동 최대 민영TV인 MBC가 터키 드라마를 방영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방송사를 보유한 사우디아라비아와 터키 간의 정치적 갈등이 이유인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터키 드라마는 남미 등 새로운 시장 개척에 적극 나섰습니다.

[핀토/글로벌 에이전시 대표 : "터키 드라마는 이제 전 세계 주요 지역을 망라해 공략하고 있는데, 여전히 성장의 여지는 크다고 봅니다."]

대중문화산업의 파급력을 깨달은 터키 정부는 적극 지원에 나섰습니다.

140여 개국 4억 명이 본다는 터키 드라마의 수출 규모를 5년 뒤에는 3배로 늘린다는 야심찬 계획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터키 이스탄불에서 김형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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