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월세 4배 올린다?”…임대료 분쟁이 부른 비극

입력 2018.06.11 (08:32) 수정 2018.06.11 (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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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북촌, 서촌, 익선동, 망리단, 연트럴파크.

이들 동네의 공통점은 이른바 뜨는 상권들입니다.

동네의 특유의 분위기에 다양한 먹을거리 등이 더해져 인기를 끌고 있는데요.

그런데, 상권이 살아난다고 모두 좋은 것만은 아닌 것 같습니다.

부동산 가격이 덩달아 들썩이면서 임대료가 올라 건물주와 상인 세입자간의 갈등이 생기는 것이죠.

그 갈등이 폭력 사건으로 번진 한 족발집이 있습니다. 어떤 사연인지 지금부터 따라가보시죠.

[리포트]

지난 7일 오전, 서울의 한 주택가, 한 남성이 둔기를 들고 다른 남성에게 달려듭니다.

몸싸움을 벌인 뒤 남성이 달아나자 둔기를 든 남성이 따라가고, 아찔한 추격전은 계속됩니다.

[이OO/피해자/음성변조 : "전속력으로 저한테 돌진하는 거예요. 제 위에 올라타서 머리를 계속 때리려고 하는 거죠. 소리쳐도 도와주는 사람도 없고..."]

다행히 경찰이 출동하면서 사건은 일단락이 됐는데요.

그런데, 현장에 있던 목격자들, 이 두 남성을 알고 있었습니다.

[사건 목격자/음성변조 : "주차장 입구 앞에서 시위하더라고요. 갑자기 월세 올렸다고, 건물주가 여기 산다고 그분한테 시위하러 오신 거까지만 알아요."]

둔기를 든 사람은 임대료 문제로 3개월간 1인 시위를 해오던 김 모 씨.

피해자인 이 모 씨는 건물주였습니다.

지나가던 행인까지 다치게 했던 이 추격전을 벌인 두 사람 사이에는 어떤 일이 있었을까요?

서울 서촌의 한 매장.

유리창이 깨지고 간판은 찾아볼 수 없지만, 7개월 전까지만 해도 김 씨 부부가 8년간 해오던 족발 음식점이었습니다.

[윤OO/김 씨 아내/음성변조 : "새벽 4시까지 포장마차 7년하고 분식점 2년 해서 조금 번 돈에다가 대출받아서 가게를 시작했거든요."]

처음에는 분식점 몇 개가 전부였지만 3~4년 전부터 먹자골목으로 뜨면서 손님이 점점 늘어간 건데요.

2년 전 건물주가 이 씨로 바뀌면서 갈등이 시작됐습니다.

[윤OO/김 씨 아내/음성변조 : "(보증금) 3천만 원에 (월세) 3백만 원 정도 있던 가게를 1억 원에 1천2백만 원을 낼 수 있으면 있고 아니면 계약 만기 되면 나가라는 거예요."]

보증금과 월세가 3~4배 오른 겁니다.

이곳 서촌이 소위 핫플레이스가 되면서 주변 상가 임대료도 덩달아 들썩였습니다.

[인근 상인음성변조 : "주인 마음이야. 근데 주인들이 지금 사실 1년에 한 번씩 올려 달라 그래."]

[인근 상인/음성변조 : "건물주가 새로 바뀌면 임대료가 그때 많이 오르지."]

갑자기 4배나 오른 임대료를 감당하기가 어려웠던 김 씨 부부는 가게를 비워야 했지만, 문제는 권리금이었습니다.

[윤OO/김 씨 아내/음성변조 : "(건물주가) 내건 월세 조건 1,200만 원짜리를 저희가 어떻게 데려올 수 있냐고요. 여기 동네 시세랑 안 맞거든요."]

시간이 계속 흐르자 이 씨는 가게를 비워달라며 명도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월세 감정평가에선 임대료가 300여만 원으로 나왔지만 법원은 건물주의 손을 들어주었습니다.

[이강훈/변호사 : "상가임대차보호법의 계약 갱신 청구 기간이 5년으로 되어있는데요. 연 5%를 상한으로 해서 임대료를 올릴 수가 있습니다. 근데 이제 그 기간이 지나면 임대인이 완전히 새로운 형태의 계약조건을 제안할 수 있는 거죠."]

보호를 받을 수 있는 계약 5년이 지난 겁니다.

[윤OO/김 씨 아내/음성변조 : "20년 넘게 장사하면서 이 동네에서 살면서 벌어놓은 재산이 (가게가) 다거든요."]

빈손을 쫓겨날 처지가 된 김 씨 부부의 사연이 알려지면서 지역 대학생들과 문인들, 시민단체와 상인단체까지 나서 강제 집행을 막아왔습니다.

["상생하라! 상생하라! 함께 살자! 함께 살자!"]

지난해 10월부터 시작된 강제 집행 과정에 김 씨는 손이 크게 다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지난 4일.

12번째 강제 집행을 끝으로 김 씨 부부는 결국 건물에서 나가게 됐습니다.

[이OO/건물주/음성변조 : "문제 본질은 임대료나 이런 문제가 아니잖아요. 계약 기간이 끝나면 계약을 지켜서 나가야지 법원에서 판결을 받았잖아요."]

이 같은 건물주와 세입자 상인의 갈등은 서촌처럼 최근 뜨고 있는 상권에서는 종종 일어나는 일입니다.

9년 전 조용하고 임대료가 낮은 북촌을 찾아 한복집을 열었던 김영리 씨.

하지만 북촌이 유명세를 타면서 상황이 바뀌었습니다.

[김영리/한복점 운영 : "이 동네가 뜨니까 투기꾼들이 몰리는 바람에 건물주가 건물을 사고팔고 하면서 2010년 3월부터 2015년 5월까지 5년 장사하는 동안 건물주가 네 번 바뀌었어요."]

건물주가 바뀔 때마다 임대료도 덩달아 올랐습니다.

[김영리/한복점 운영 : "2014, 2015년도에 두 차례 20% 월세를 올려서 2015년도에는 (처음보다) 두 배 이상의 월세를 주고 살게 되는 거죠."]

계약이 끝나자 강제 집행이 시작돼 한복만 들고 가게에서 쫓겨날 위기에 처했습니다.

1년 넘는 거리 노숙, 1인 시위 끝에 다행히 건물주와 합의를 봤습니다.

새로운 상권이 형성된 이른바 망원동의 '망리단길' 역시 비슷한 사정입니다.

[공인중개사/음성변조 : "한 40~50% 올랐나? 그렇게 건물값이 한 2년 사이로 오른 거죠."]

[공인중개사/음성변조 : "월세가 좀 늘어난 편이죠. 한 1.5배 정도 생각하시면 돼요. 기존에 있던 분들은 부담이 가니깐 그거 때문에 나가시는 분들이 계시는 거 같아요."]

오른 임대료를 감당 못해 기존 거주자들이나 상인들이 쫓겨나는 ‘젠트리피케이션’은 이미 오래전입니다.

[이강훈/변호사 : "임차인들이 한 곳에서 오래 장사할 수 있도록 여건을 보장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월세 증액) 상한이 5%인 것도 계속 누적되면 상당히 높아요. 그래서 물가 상승률을 좀 반영할 수 있는 그런 안들이 나왔으면..."]

과도하게 오른 임대료로 인해 결국 상권이 무너질 경우 상인과 건물주 모두 피해자가 될 수도 있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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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 따라잡기] “월세 4배 올린다?”…임대료 분쟁이 부른 비극
    • 입력 2018-06-11 08:40:31
    • 수정2018-06-11 10:1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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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북촌, 서촌, 익선동, 망리단, 연트럴파크.

이들 동네의 공통점은 이른바 뜨는 상권들입니다.

동네의 특유의 분위기에 다양한 먹을거리 등이 더해져 인기를 끌고 있는데요.

그런데, 상권이 살아난다고 모두 좋은 것만은 아닌 것 같습니다.

부동산 가격이 덩달아 들썩이면서 임대료가 올라 건물주와 상인 세입자간의 갈등이 생기는 것이죠.

그 갈등이 폭력 사건으로 번진 한 족발집이 있습니다. 어떤 사연인지 지금부터 따라가보시죠.

[리포트]

지난 7일 오전, 서울의 한 주택가, 한 남성이 둔기를 들고 다른 남성에게 달려듭니다.

몸싸움을 벌인 뒤 남성이 달아나자 둔기를 든 남성이 따라가고, 아찔한 추격전은 계속됩니다.

[이OO/피해자/음성변조 : "전속력으로 저한테 돌진하는 거예요. 제 위에 올라타서 머리를 계속 때리려고 하는 거죠. 소리쳐도 도와주는 사람도 없고..."]

다행히 경찰이 출동하면서 사건은 일단락이 됐는데요.

그런데, 현장에 있던 목격자들, 이 두 남성을 알고 있었습니다.

[사건 목격자/음성변조 : "주차장 입구 앞에서 시위하더라고요. 갑자기 월세 올렸다고, 건물주가 여기 산다고 그분한테 시위하러 오신 거까지만 알아요."]

둔기를 든 사람은 임대료 문제로 3개월간 1인 시위를 해오던 김 모 씨.

피해자인 이 모 씨는 건물주였습니다.

지나가던 행인까지 다치게 했던 이 추격전을 벌인 두 사람 사이에는 어떤 일이 있었을까요?

서울 서촌의 한 매장.

유리창이 깨지고 간판은 찾아볼 수 없지만, 7개월 전까지만 해도 김 씨 부부가 8년간 해오던 족발 음식점이었습니다.

[윤OO/김 씨 아내/음성변조 : "새벽 4시까지 포장마차 7년하고 분식점 2년 해서 조금 번 돈에다가 대출받아서 가게를 시작했거든요."]

처음에는 분식점 몇 개가 전부였지만 3~4년 전부터 먹자골목으로 뜨면서 손님이 점점 늘어간 건데요.

2년 전 건물주가 이 씨로 바뀌면서 갈등이 시작됐습니다.

[윤OO/김 씨 아내/음성변조 : "(보증금) 3천만 원에 (월세) 3백만 원 정도 있던 가게를 1억 원에 1천2백만 원을 낼 수 있으면 있고 아니면 계약 만기 되면 나가라는 거예요."]

보증금과 월세가 3~4배 오른 겁니다.

이곳 서촌이 소위 핫플레이스가 되면서 주변 상가 임대료도 덩달아 들썩였습니다.

[인근 상인음성변조 : "주인 마음이야. 근데 주인들이 지금 사실 1년에 한 번씩 올려 달라 그래."]

[인근 상인/음성변조 : "건물주가 새로 바뀌면 임대료가 그때 많이 오르지."]

갑자기 4배나 오른 임대료를 감당하기가 어려웠던 김 씨 부부는 가게를 비워야 했지만, 문제는 권리금이었습니다.

[윤OO/김 씨 아내/음성변조 : "(건물주가) 내건 월세 조건 1,200만 원짜리를 저희가 어떻게 데려올 수 있냐고요. 여기 동네 시세랑 안 맞거든요."]

시간이 계속 흐르자 이 씨는 가게를 비워달라며 명도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월세 감정평가에선 임대료가 300여만 원으로 나왔지만 법원은 건물주의 손을 들어주었습니다.

[이강훈/변호사 : "상가임대차보호법의 계약 갱신 청구 기간이 5년으로 되어있는데요. 연 5%를 상한으로 해서 임대료를 올릴 수가 있습니다. 근데 이제 그 기간이 지나면 임대인이 완전히 새로운 형태의 계약조건을 제안할 수 있는 거죠."]

보호를 받을 수 있는 계약 5년이 지난 겁니다.

[윤OO/김 씨 아내/음성변조 : "20년 넘게 장사하면서 이 동네에서 살면서 벌어놓은 재산이 (가게가) 다거든요."]

빈손을 쫓겨날 처지가 된 김 씨 부부의 사연이 알려지면서 지역 대학생들과 문인들, 시민단체와 상인단체까지 나서 강제 집행을 막아왔습니다.

["상생하라! 상생하라! 함께 살자! 함께 살자!"]

지난해 10월부터 시작된 강제 집행 과정에 김 씨는 손이 크게 다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지난 4일.

12번째 강제 집행을 끝으로 김 씨 부부는 결국 건물에서 나가게 됐습니다.

[이OO/건물주/음성변조 : "문제 본질은 임대료나 이런 문제가 아니잖아요. 계약 기간이 끝나면 계약을 지켜서 나가야지 법원에서 판결을 받았잖아요."]

이 같은 건물주와 세입자 상인의 갈등은 서촌처럼 최근 뜨고 있는 상권에서는 종종 일어나는 일입니다.

9년 전 조용하고 임대료가 낮은 북촌을 찾아 한복집을 열었던 김영리 씨.

하지만 북촌이 유명세를 타면서 상황이 바뀌었습니다.

[김영리/한복점 운영 : "이 동네가 뜨니까 투기꾼들이 몰리는 바람에 건물주가 건물을 사고팔고 하면서 2010년 3월부터 2015년 5월까지 5년 장사하는 동안 건물주가 네 번 바뀌었어요."]

건물주가 바뀔 때마다 임대료도 덩달아 올랐습니다.

[김영리/한복점 운영 : "2014, 2015년도에 두 차례 20% 월세를 올려서 2015년도에는 (처음보다) 두 배 이상의 월세를 주고 살게 되는 거죠."]

계약이 끝나자 강제 집행이 시작돼 한복만 들고 가게에서 쫓겨날 위기에 처했습니다.

1년 넘는 거리 노숙, 1인 시위 끝에 다행히 건물주와 합의를 봤습니다.

새로운 상권이 형성된 이른바 망원동의 '망리단길' 역시 비슷한 사정입니다.

[공인중개사/음성변조 : "한 40~50% 올랐나? 그렇게 건물값이 한 2년 사이로 오른 거죠."]

[공인중개사/음성변조 : "월세가 좀 늘어난 편이죠. 한 1.5배 정도 생각하시면 돼요. 기존에 있던 분들은 부담이 가니깐 그거 때문에 나가시는 분들이 계시는 거 같아요."]

오른 임대료를 감당 못해 기존 거주자들이나 상인들이 쫓겨나는 ‘젠트리피케이션’은 이미 오래전입니다.

[이강훈/변호사 : "임차인들이 한 곳에서 오래 장사할 수 있도록 여건을 보장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월세 증액) 상한이 5%인 것도 계속 누적되면 상당히 높아요. 그래서 물가 상승률을 좀 반영할 수 있는 그런 안들이 나왔으면..."]

과도하게 오른 임대료로 인해 결국 상권이 무너질 경우 상인과 건물주 모두 피해자가 될 수도 있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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