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스페셜] 우즈벡 경제개혁…‘기회의 땅’ 되나

입력 2018.06.16 (22:19) 수정 2018.06.16 (22:49)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앵커]

우즈베키스탄은 옛 독립국가연합 내 제1의 한인동포 밀집거주지역인데요,

고려인 강제이주의 역사로 잘 알려져 있죠,

그런데 이 우즈베키스탄이 지난해부터 '혁명적으로' 변하고 있다고 합니다.

경제 개혁을 통해 외국인 투자가 늘면서 우리에게도 더 큰 기회의 땅이 될 수 있을지 하준수 특파원이 현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우즈베키스탄 수도 타슈켄트에서 40km 외곽에 있는 한국조폐공사 자회사인 GKD입니다.

이 회사에선 우즈베키스탄의 풍부한 면화를 이용해 지폐의 원료가 되는 '면 펄프'를 생산합니다.

보통 목화에서 면 성분을 제거하고 나면 목화씨가 남는데, 씨에 붙어 있는 짧은 면섬유, 즉 '린터'를 원료로 사용합니다.

[강남석/GKD 생산본부장 : "1번 비비스에선 가성소다를 투입해 원료 속에 남아있는 이물질을 녹여 냅니다. 2번 비비스에선 과산화수소를 투입해 전반적인 표백작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 걸쭉한 형태의 '표백 펄프'가 형성되는데 이를 탈수시키고, 200도의 열로 건조시키면, '면 펄프'가 완성됩니다.

지폐의 원료인 면 펄프가 연평균 만 5천톤 정도 생산됩니다.

우리나라의 지폐용지는 전량 이곳에서 조달할 뿐더러 러시아, 스페인, 우크라이나 등 12개 나라, 20개 업체에도 수출합니다.

[이문표/조폐공사 자회사 GKD 대표 : "전 세계 지폐용 면 펄프 시장에서 GKD가 20% 수준을 가지고 있다고 보시면 됩니다."]

우즈베키스탄은 인구 3200만 명으로 중앙아시아 전체 인구의 45%를 차지하고 있고 금과 우라늄, 가스 등 천연자원도 풍부해 잠재력 높은 소비시장입니다.

"우즈베키스탄에는 260여 개 한국 기업들이 진출해 있고 러시아와 중국에 이어 우리나라가 3대 투자국입니다."

지난해 말 한국의 투자금액은 6억 8천만 달러입니다.

그런데 최근까지만 해도 자유로운 경제활동에 걸림돌이 되는 몇가지 애로사항들이 있었습니다.

대표적인 예가 이중환율 제도입니다.

정부 공식 환율은 1달러에 4천 숨인데 시장에 가면 1달러에 8천 숨으로 바꿔주는 겁니다.

[김일우/ 대우면방 법인장 : "재무제표를 외화와 현지화, 이중으로 작성해야 되는 불편함이 있었고, 또 외국 투자기업 입장에선 이 나라 정부,기업들의 회계자료를 보기 어려운 상황이었습니다."]

수출액의 50%는 무조건 현지화로 환전해 은행에 예치해야 하는 '강제 매각제'도 독소조항이었습니다.

또 우즈벡 정부가 외화 유출을 강력히 통제했기 때문에 공식환율로 달러를 사거나 해외 송금에 어려움이 많았습니다.

[송준하/서중물류 지사장 : "물건 수입해 판매한 이후에 우즈벡 숨을 환전해서 한국이나 다른 나라로 송금하는게 가장 어려웠습니다. 머 안될때는 1년 2년씩 환전을 대기하기도 했었죠."]

여기에 혁명적 변화가 생긴 것은 미르지요예프 새 대통령이 취임한 이후 지난해부터입니다.

우즈베키스탄 정부는 지난해 9월 외환 자유화 우선 조치를 발표하는 등 중요한 기업환경 개선 조치들을 잇따라 단행했습니다.

이중환율제를 폐지한 것은 결국 외국 투자 유치 때문입니다.

[쿠치카로프/우즈벡 부총리 : "(강제매각제)는 마치 세금 같아서 기업들이 이익을 잃고 있었죠.또 과실송금에 대한 보장이 없어 외국 투자가 오지 않았습니다."]

경제의 투명성도 높아졌습니다.

우즈벡 정부는 올 상반기 외국 투자가 지난해보다 15% 증가했다고 밝혔습니다.

또 까다롭기로 악명 높았던 공항 입국 심사 절차도 대폭 간소화됐습니다.

입국때 의무적으로 써내던 세관 신고서가 올 1월 1일부터 없어졌습니다.

까다롭던 짐 검사도 간편해졌습니다.

절차가 간소화되니 보통 2시간 정도 걸리던 입국 시간이 절반 이하로 줄었습니다.

[다미노프/공항 세관 검사관 : "국제 규범을 따르는 것이죠. 우리나라를 찾는 손님이 공항을 나오는데 2~3분 밖에 걸리지 않으면 첫 인상이 얼마나 좋겠어요."]

지난 2월부터 한국인에게 무비자 입국을 허용한 것은 화룡점정입니다.

급한 용무가 생긴 기업인에게는 대단한 희소식입니다.

[성종환/넥서스투어 대표 : "상용, 비즈니스 쪽으로 오시는 분들이 옛날에는 비자를 한번 받으려면 최소 12일에서 2주가 걸렸습니다."]

'코리언 디아스포라'라는 특별한 역사적 배경은 물론 한국과의 전략적 파트너십이 배경에 깔려 있습니다.

[압두하키모프/우즈벡 관광위원장 : "결국 미르지요예프 대통령의 결단이었는데요, '왜 한국 친구들에게 비자 같은 장애물이 있어야 되는가'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지난해 3만 8천명이던 한국 관광객은 올해 말엔 8만 명까지 늘 것으로 예상됩니다.

풍부한 시장 잠재력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기업들이 투자를 꺼려했던 많은 장애 요인들이 해소되면서, 더 많은 진출 기회가 생겼습니다.

외환 자유화 조치 이후로 국가신용등급을 획득했고 WTO 가입 추진 등으로 향후 경제개방 수준이 더 높아질 것으로 기대됩니다.

[최조환/코트라 타슈켄트 무역관장 : "우즈벡 정부의 중점 육성 산업을 관심있게 지켜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농산물 가공분야, 제약 산업,건축 자재 같은 분야에서 많은 산업 기회가 있을 수 있다고 봅니다."]

1991년 독립 이후 목격되는 근본적인 변화가 과연 얼마나 갈지 모른다는 일부 의구심에 대해 우즈벡 정부는 단호히 말합니다.

[쿠치카로프/우즈벡 부총리 : "개혁은 계속될 겁니다. 정직하게 말씀드리는데요, 지금까지 한 것보다 더 많은 일들을 해야 합니다."]

다만, 아직도 외국인투자법 등 관련 법규가 미비하고 행정 관행 등으로 예상치 못한 어려움이 있기 때문에 시장 수요를 확인하고 법규를 검토하는 등 충분한 사전준비가 필요합니다. 우즈베키스탄에서 하준수였습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특파원 스페셜] 우즈벡 경제개혁…‘기회의 땅’ 되나
    • 입력 2018-06-16 22:38:46
    • 수정2018-06-16 22:49:35
    특파원 보고 세계는 지금
[앵커]

우즈베키스탄은 옛 독립국가연합 내 제1의 한인동포 밀집거주지역인데요,

고려인 강제이주의 역사로 잘 알려져 있죠,

그런데 이 우즈베키스탄이 지난해부터 '혁명적으로' 변하고 있다고 합니다.

경제 개혁을 통해 외국인 투자가 늘면서 우리에게도 더 큰 기회의 땅이 될 수 있을지 하준수 특파원이 현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우즈베키스탄 수도 타슈켄트에서 40km 외곽에 있는 한국조폐공사 자회사인 GKD입니다.

이 회사에선 우즈베키스탄의 풍부한 면화를 이용해 지폐의 원료가 되는 '면 펄프'를 생산합니다.

보통 목화에서 면 성분을 제거하고 나면 목화씨가 남는데, 씨에 붙어 있는 짧은 면섬유, 즉 '린터'를 원료로 사용합니다.

[강남석/GKD 생산본부장 : "1번 비비스에선 가성소다를 투입해 원료 속에 남아있는 이물질을 녹여 냅니다. 2번 비비스에선 과산화수소를 투입해 전반적인 표백작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 걸쭉한 형태의 '표백 펄프'가 형성되는데 이를 탈수시키고, 200도의 열로 건조시키면, '면 펄프'가 완성됩니다.

지폐의 원료인 면 펄프가 연평균 만 5천톤 정도 생산됩니다.

우리나라의 지폐용지는 전량 이곳에서 조달할 뿐더러 러시아, 스페인, 우크라이나 등 12개 나라, 20개 업체에도 수출합니다.

[이문표/조폐공사 자회사 GKD 대표 : "전 세계 지폐용 면 펄프 시장에서 GKD가 20% 수준을 가지고 있다고 보시면 됩니다."]

우즈베키스탄은 인구 3200만 명으로 중앙아시아 전체 인구의 45%를 차지하고 있고 금과 우라늄, 가스 등 천연자원도 풍부해 잠재력 높은 소비시장입니다.

"우즈베키스탄에는 260여 개 한국 기업들이 진출해 있고 러시아와 중국에 이어 우리나라가 3대 투자국입니다."

지난해 말 한국의 투자금액은 6억 8천만 달러입니다.

그런데 최근까지만 해도 자유로운 경제활동에 걸림돌이 되는 몇가지 애로사항들이 있었습니다.

대표적인 예가 이중환율 제도입니다.

정부 공식 환율은 1달러에 4천 숨인데 시장에 가면 1달러에 8천 숨으로 바꿔주는 겁니다.

[김일우/ 대우면방 법인장 : "재무제표를 외화와 현지화, 이중으로 작성해야 되는 불편함이 있었고, 또 외국 투자기업 입장에선 이 나라 정부,기업들의 회계자료를 보기 어려운 상황이었습니다."]

수출액의 50%는 무조건 현지화로 환전해 은행에 예치해야 하는 '강제 매각제'도 독소조항이었습니다.

또 우즈벡 정부가 외화 유출을 강력히 통제했기 때문에 공식환율로 달러를 사거나 해외 송금에 어려움이 많았습니다.

[송준하/서중물류 지사장 : "물건 수입해 판매한 이후에 우즈벡 숨을 환전해서 한국이나 다른 나라로 송금하는게 가장 어려웠습니다. 머 안될때는 1년 2년씩 환전을 대기하기도 했었죠."]

여기에 혁명적 변화가 생긴 것은 미르지요예프 새 대통령이 취임한 이후 지난해부터입니다.

우즈베키스탄 정부는 지난해 9월 외환 자유화 우선 조치를 발표하는 등 중요한 기업환경 개선 조치들을 잇따라 단행했습니다.

이중환율제를 폐지한 것은 결국 외국 투자 유치 때문입니다.

[쿠치카로프/우즈벡 부총리 : "(강제매각제)는 마치 세금 같아서 기업들이 이익을 잃고 있었죠.또 과실송금에 대한 보장이 없어 외국 투자가 오지 않았습니다."]

경제의 투명성도 높아졌습니다.

우즈벡 정부는 올 상반기 외국 투자가 지난해보다 15% 증가했다고 밝혔습니다.

또 까다롭기로 악명 높았던 공항 입국 심사 절차도 대폭 간소화됐습니다.

입국때 의무적으로 써내던 세관 신고서가 올 1월 1일부터 없어졌습니다.

까다롭던 짐 검사도 간편해졌습니다.

절차가 간소화되니 보통 2시간 정도 걸리던 입국 시간이 절반 이하로 줄었습니다.

[다미노프/공항 세관 검사관 : "국제 규범을 따르는 것이죠. 우리나라를 찾는 손님이 공항을 나오는데 2~3분 밖에 걸리지 않으면 첫 인상이 얼마나 좋겠어요."]

지난 2월부터 한국인에게 무비자 입국을 허용한 것은 화룡점정입니다.

급한 용무가 생긴 기업인에게는 대단한 희소식입니다.

[성종환/넥서스투어 대표 : "상용, 비즈니스 쪽으로 오시는 분들이 옛날에는 비자를 한번 받으려면 최소 12일에서 2주가 걸렸습니다."]

'코리언 디아스포라'라는 특별한 역사적 배경은 물론 한국과의 전략적 파트너십이 배경에 깔려 있습니다.

[압두하키모프/우즈벡 관광위원장 : "결국 미르지요예프 대통령의 결단이었는데요, '왜 한국 친구들에게 비자 같은 장애물이 있어야 되는가'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지난해 3만 8천명이던 한국 관광객은 올해 말엔 8만 명까지 늘 것으로 예상됩니다.

풍부한 시장 잠재력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기업들이 투자를 꺼려했던 많은 장애 요인들이 해소되면서, 더 많은 진출 기회가 생겼습니다.

외환 자유화 조치 이후로 국가신용등급을 획득했고 WTO 가입 추진 등으로 향후 경제개방 수준이 더 높아질 것으로 기대됩니다.

[최조환/코트라 타슈켄트 무역관장 : "우즈벡 정부의 중점 육성 산업을 관심있게 지켜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농산물 가공분야, 제약 산업,건축 자재 같은 분야에서 많은 산업 기회가 있을 수 있다고 봅니다."]

1991년 독립 이후 목격되는 근본적인 변화가 과연 얼마나 갈지 모른다는 일부 의구심에 대해 우즈벡 정부는 단호히 말합니다.

[쿠치카로프/우즈벡 부총리 : "개혁은 계속될 겁니다. 정직하게 말씀드리는데요, 지금까지 한 것보다 더 많은 일들을 해야 합니다."]

다만, 아직도 외국인투자법 등 관련 법규가 미비하고 행정 관행 등으로 예상치 못한 어려움이 있기 때문에 시장 수요를 확인하고 법규를 검토하는 등 충분한 사전준비가 필요합니다. 우즈베키스탄에서 하준수였습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