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후] 폭행당해도 ‘무용지물’…대형마트 CCTV 화질 어떻길래?

입력 2018.06.22 (09:43) 수정 2018.06.22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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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낮에 대형마트에서 폭행 사건, CCTV는 무용지물?

하루에도 수천 명이 오가는 대기업 대형마트. 주차장은 물론 매장 구석구석 폐쇄회로TV(CCTV)가 설치돼 있고, 층마다 직원들이 근무해 어디서든 안내받을 수 있습니다. 주 고객층인 여성을 포함해 대부분 소비자가 안심하고 방문할 수 있는 장소일 겁니다.

그런데 이런 유명 대형마트 주차장에서 대낮에 폭행사건이 일어나도 확인하기 어렵다면 어떨까요?

취재진이 처음 제보를 들었을 때도 여러 의구심이 들었습니다. 밤늦은 시간도 아닌 대낮에, 대형마트 주차장에서 CCTV도 충분히 있을 법한 장소에서 폭행이 일어났는데도 증명하기 어렵다는 게 사실일까? 취재를 시작했습니다.


사건의 발단, 대형마트 주차장 폭행은 어떻게 벌어진 걸까?

사건 발생은 이랬습니다. 지난 11일 월요일 오후 4시 20분쯤, 경남 창원의 한 대형마트 주차장에서 50대 여성과 남편이 카트에 담긴 쇼핑 물품을 차량 트렁크에 옮기고 여성 혼자 카트를 반납하려 이동했습니다. 이때, 근처에 주차돼 있던 차량에서 한 40대 남성이 내려 여성에게 다가가면서 실랑이가 벌어졌습니다. 여성은 "상대방이 다짜고짜 욕설을 쏟아내 이유를 모르겠다"는 입장이었고, 40대 남성은 경찰 조사에서 "카트를 반납하는 문제를 두고 실랑이가 벌어졌다"고 말했습니다.

실랑이는 순식간에 폭행으로 번졌습니다. 이 여성은 남편과 40대 남성의 싸움을 말리다가 늑골이 부러져 전치 3주의 부상을 당했습니다. 5분도 안 되는 사이 벌어진 일입니다.


차량 블랙박스와 대형마트CCTV 있는데도 입증 어려워?

다친 여성은 피해를 입증하고 싶었습니다. 주차장에 여러 대의 CCTV가 설치돼 있고, 곳곳에 차량 블랙박스가 있을 테니 경찰 조사를 통해 구체적인 사건 전말이 드러날 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아니었습니다. 해당 장소를 가까이에서 비추는 대형마트 CCTV는 없었습니다. 경찰수사 결과 현장을 제대로 비춘 차량 블랙박스도 없었고, 그나마 20m 넘게 떨어진 곳에 설치된 대형마트 CCTV가 유일했습니다.


유일한 증거 대형마트 CCTV, 모자이크 수준의 노후 모델

두 사람의 싸움을 말리다 큰 부상을 당한 50대 여성, 폭행 피해를 증명하기 위해 믿을 건 사실상 이 CCTV뿐이었습니다. 아수라장 속에서 어떻게 다치게 됐는지 명확히 기억하기 어려웠던 겁니다. 하지만 CCTV를 확인한 뒤 중년 부부와 대형마트 관계자, 경찰 모두 똑같은 말을 했습니다.

"화질이 너무 나빠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알 수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취재진이 CCTV 원본을 확인해 보니 카메라 코앞에서 지나는 차량 번호판을 알아보기도 어려운 수준의 저화질이었습니다. 20m 거리에서 일어나는 소동은 아예 알아볼 수도 없었습니다. 사람 여러 명의 형체만 겨우 보였습니다. 모자이크할 필요조차 없는 수준이었습니다. 이렇다 보니 이 여성은 어떻게 다치게 됐는지 경찰에 진술하는 데 애를 먹고 있었습니다. 해당 주차장 구역을 비추는 CCTV가 이렇게 적을지도, 대형마트 CCTV의 화질이 이렇게 나쁠지도 몰랐다며 억울함과 불안함을 동시에 내비치기도 했습니다.


한 해 매출 최소 수백억 원, 고객 보안은 어떻게?

대형마트의 입장은 해당 CCTV가 설치한 지 오래된 모델이라 화질이 선명하지 않은 것은 맞지만,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아예 식별되지 않는 수준은 아니라는 것이었습니다. 또 해당 CCTV를 비롯해 일부만 저화질 CCTV이고 나머지 CCTV는 최신 모델이라며 1~2년 안에 교체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설치 시점 등 CCTV에 관한 구체적인 정보는 관련 자료를 찾을 수 없다며 답변을 피했습니다. 언제 교체할지도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습니다.

대형마트 등은 누구나 오갈 수 있는 공개된 장소에서는 개인정보보호법에 따라 범죄 예방이나 시설 안전, 화재 예방 등의 목적에서 CCTV 설치가 허용됩니다. 하지만 이런 저화질 CCTV가 도움될 리 없습니다. 특히 이번 경우처럼 고객 폭행 사건에도 대형마트 CCTV 화면이 별 도움이 되지 않아 사실상 무용지물이었습니다. 이 지역에서만 한해 최소 수백억 원이 넘는 매출을 올리는 대형마트가 정작 보안에는 무심하다는 인상을 받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대형마트, 백화점 등 주차장에서 일어나는 범죄는 해마다 2만 건이 넘습니다. 경찰청 통계를 보면 지난 2015년은 2만 5,334건, 2016년은 2만 3,259건입니다. 이 가운데 살인, 강도, 강간 등 강력범죄도 2015년 255건, 2016년 244건이나 됩니다. 모든 범죄를 막을 수야 없겠지만, 최소한의 보안시설은 갖춰야 할 이유입니다. 저화질 CCTV로는 고객 불안은 당연한 일입니다. 대다수 시민에게 대형마트를 오가는 것은 이제 일상입니다. 누구나 안심하고 방문할 수 있도록, 대형마트가 고객 안전에 보다 주의를 기울이기를 바라봅니다. 

[연관 기사] [뉴스7] 대형마트 주차장 보안 요원 있었지만…대낮 50대 부부 폭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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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취재후] 폭행당해도 ‘무용지물’…대형마트 CCTV 화질 어떻길래?
    • 입력 2018-06-22 09:43:44
    • 수정2018-06-22 10:54:50
    취재후·사건후
대낮에 대형마트에서 폭행 사건, CCTV는 무용지물?

하루에도 수천 명이 오가는 대기업 대형마트. 주차장은 물론 매장 구석구석 폐쇄회로TV(CCTV)가 설치돼 있고, 층마다 직원들이 근무해 어디서든 안내받을 수 있습니다. 주 고객층인 여성을 포함해 대부분 소비자가 안심하고 방문할 수 있는 장소일 겁니다.

그런데 이런 유명 대형마트 주차장에서 대낮에 폭행사건이 일어나도 확인하기 어렵다면 어떨까요?

취재진이 처음 제보를 들었을 때도 여러 의구심이 들었습니다. 밤늦은 시간도 아닌 대낮에, 대형마트 주차장에서 CCTV도 충분히 있을 법한 장소에서 폭행이 일어났는데도 증명하기 어렵다는 게 사실일까? 취재를 시작했습니다.


사건의 발단, 대형마트 주차장 폭행은 어떻게 벌어진 걸까?

사건 발생은 이랬습니다. 지난 11일 월요일 오후 4시 20분쯤, 경남 창원의 한 대형마트 주차장에서 50대 여성과 남편이 카트에 담긴 쇼핑 물품을 차량 트렁크에 옮기고 여성 혼자 카트를 반납하려 이동했습니다. 이때, 근처에 주차돼 있던 차량에서 한 40대 남성이 내려 여성에게 다가가면서 실랑이가 벌어졌습니다. 여성은 "상대방이 다짜고짜 욕설을 쏟아내 이유를 모르겠다"는 입장이었고, 40대 남성은 경찰 조사에서 "카트를 반납하는 문제를 두고 실랑이가 벌어졌다"고 말했습니다.

실랑이는 순식간에 폭행으로 번졌습니다. 이 여성은 남편과 40대 남성의 싸움을 말리다가 늑골이 부러져 전치 3주의 부상을 당했습니다. 5분도 안 되는 사이 벌어진 일입니다.


차량 블랙박스와 대형마트CCTV 있는데도 입증 어려워?

다친 여성은 피해를 입증하고 싶었습니다. 주차장에 여러 대의 CCTV가 설치돼 있고, 곳곳에 차량 블랙박스가 있을 테니 경찰 조사를 통해 구체적인 사건 전말이 드러날 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아니었습니다. 해당 장소를 가까이에서 비추는 대형마트 CCTV는 없었습니다. 경찰수사 결과 현장을 제대로 비춘 차량 블랙박스도 없었고, 그나마 20m 넘게 떨어진 곳에 설치된 대형마트 CCTV가 유일했습니다.


유일한 증거 대형마트 CCTV, 모자이크 수준의 노후 모델

두 사람의 싸움을 말리다 큰 부상을 당한 50대 여성, 폭행 피해를 증명하기 위해 믿을 건 사실상 이 CCTV뿐이었습니다. 아수라장 속에서 어떻게 다치게 됐는지 명확히 기억하기 어려웠던 겁니다. 하지만 CCTV를 확인한 뒤 중년 부부와 대형마트 관계자, 경찰 모두 똑같은 말을 했습니다.

"화질이 너무 나빠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알 수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취재진이 CCTV 원본을 확인해 보니 카메라 코앞에서 지나는 차량 번호판을 알아보기도 어려운 수준의 저화질이었습니다. 20m 거리에서 일어나는 소동은 아예 알아볼 수도 없었습니다. 사람 여러 명의 형체만 겨우 보였습니다. 모자이크할 필요조차 없는 수준이었습니다. 이렇다 보니 이 여성은 어떻게 다치게 됐는지 경찰에 진술하는 데 애를 먹고 있었습니다. 해당 주차장 구역을 비추는 CCTV가 이렇게 적을지도, 대형마트 CCTV의 화질이 이렇게 나쁠지도 몰랐다며 억울함과 불안함을 동시에 내비치기도 했습니다.


한 해 매출 최소 수백억 원, 고객 보안은 어떻게?

대형마트의 입장은 해당 CCTV가 설치한 지 오래된 모델이라 화질이 선명하지 않은 것은 맞지만,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아예 식별되지 않는 수준은 아니라는 것이었습니다. 또 해당 CCTV를 비롯해 일부만 저화질 CCTV이고 나머지 CCTV는 최신 모델이라며 1~2년 안에 교체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설치 시점 등 CCTV에 관한 구체적인 정보는 관련 자료를 찾을 수 없다며 답변을 피했습니다. 언제 교체할지도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습니다.

대형마트 등은 누구나 오갈 수 있는 공개된 장소에서는 개인정보보호법에 따라 범죄 예방이나 시설 안전, 화재 예방 등의 목적에서 CCTV 설치가 허용됩니다. 하지만 이런 저화질 CCTV가 도움될 리 없습니다. 특히 이번 경우처럼 고객 폭행 사건에도 대형마트 CCTV 화면이 별 도움이 되지 않아 사실상 무용지물이었습니다. 이 지역에서만 한해 최소 수백억 원이 넘는 매출을 올리는 대형마트가 정작 보안에는 무심하다는 인상을 받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대형마트, 백화점 등 주차장에서 일어나는 범죄는 해마다 2만 건이 넘습니다. 경찰청 통계를 보면 지난 2015년은 2만 5,334건, 2016년은 2만 3,259건입니다. 이 가운데 살인, 강도, 강간 등 강력범죄도 2015년 255건, 2016년 244건이나 됩니다. 모든 범죄를 막을 수야 없겠지만, 최소한의 보안시설은 갖춰야 할 이유입니다. 저화질 CCTV로는 고객 불안은 당연한 일입니다. 대다수 시민에게 대형마트를 오가는 것은 이제 일상입니다. 누구나 안심하고 방문할 수 있도록, 대형마트가 고객 안전에 보다 주의를 기울이기를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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