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1234 ; 인력난 따른 불법취업 실태

입력 1991.10.27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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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 앵커 :

어렵고 힘든 일 또는 궃은 일을 싫어 하는 것은 인지상정, 어찌보면 당연하고도 자연스러운 일인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요즘 우리 주변에 궃은 일 안하려는 풍조는 도가 지나쳐서 우리사회 인력수급이 위기상황에 까지 이르게 됐습니다. 유흥업소 등 서비스산업으로 인력이 몰리는 바람에 농촌이나 공장의 인력난은 이제 한계에 도달했다는 지적입니다. 그래서 외국에서 일손을 들여와야 하는 문제가 현안으로 대두되고 있습니다. 현장 1234, 오늘은 인력난의 현장을 집중 취재했습니다. 지난 몇 년 사이 외국인 불법 취업자수가 부쩍 늘어나 이젠 전국적으로 약 만 2,3천명으로 확산되고 있습니다. 외국인 취업실태 김진수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김진수 기자 :

김포 국제공항 제 1청사 시각은 낮 1시반 입니다. 마닐라발 UA 항공기가 방금 도착했습니다. 한국에서의 취업을 희망하는 필리핀인들이 우리나라로 들어올 수 있는 길은 배편이없는 관계로 이곳 공항밖에는 달리 없습니다. 취재진은 이들 필리핀들이 어떻게 우리나라에서 취업을 하는지 알아보기 위해 쏟아져 들어오는 필리핀인들 가운데 한 일행을 추적했습니다. 서울 청계상가에 있는 센트럴 호텔입니다. 비교적 방값이 싸고 도심 가까이에 위치해 동남아나 중동쪽에서 오는 외국인들에게 잘 알려져 있는 호텔입니다. 취재진이 공항에서부터 따라온 필리핀인들오 이곳 호텔에 여장을 풀었습니다. 취업정보를 구하기 위해서인지 움직임이 활발합니다. 여자들도 2명이 포함돼 있습니다. 저녁 7시, 이들이 전화를 하는 곳을 취재진이 확인한바 마닐라로의 국제통화를 제외하고는 인천에 있는 가정집 한군데와 포장용 상자를 만드는 공장 등이었습니다. 밤 9시, 이들의 일행이 아닌 필리핀 여인 한명이 호텔로 들어섭니다. 이 여인은 오늘 도착한 필리핀인들이 묵고있는 방을 찾아다니다가 외출중임을 확인하고는 어딘가에 전화를 하고 호텔을 떠났습니다. 호텔관계자는 이 여인이 필리핀인들이 투숙을 할 때 마다 호텔을 찾아온다며 아마 취업을 알선해주는 역할을 맡고 있는 것 같다고 설명합니다. 날이 밝았습니다. 일행을 실은 차가 호텔을 떠나 어디론가 달리고 있습니다. 경인고속도로로 들어선 것으로 보이는 것이 분명합니다. 인천에 도착한 이 차는 일행을 바로 이 건물 앞에 내려놓고 떠났습니다. 건물 3층에 올라가자 조그만 공장 하나가 나타납니다. 각종 상자를 만들고 있는 이 공장이 한국인보다 필리핀인들이 더 많습니다. 한국인 16명에 필리핀인은 20명입니다.

이곳의 필리핀인들은 여기서 숙식을 해결하면서 남의 눈에 띄지 않도록 외출도 삼간채 정해진 일만 반복해하고 있었습니다. 여기서 이들이 받는 봉급은 25만원수준, 필리핀에서 같은 일을 할 때의 10배정도가 됩니다.


종업원 :

사실 우리는 여기 관광하러 왔다. 다행히 이 회사를 알게 돼 일하게 됐다. 그러나 누구의 초청을 받은 것은 아니다.


김진수 기자 :

얼마나 오래 여기서 일하기를 희망하나?


종업원 :

2년 동안이다.


김진수 기자 :

취재진이 쫓아온 필리핀인들 일행은 창고 옆의 방에서 이 공장의 사주를 만나기 위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당신들 모두 여기 취업하기를 원하나?


외국인 :

나만이다.


김진수 기자 :

다른 사람은?


외국인 :

잘 모르겠다.

김진수 기자 :

당신은 어떻게 생각하나? 여기서 일할 것인가?


외국인 :

물론이다.


김진수 기자 :

이렇게 사람 모으는데 당신의 역할은?


외국인 :

내 딸이 여기서 일한다.


김진수 기자 :

이들의 설명에 따르면 각자 필리핀을 출발했으며 서울행 비행기안에서 만나 함께 행동을 하게됐고 바로 이 사람의 딸이 취업하고 있는 이 공장을 찾아오게 됐다는 것입니다. 한마디로 이들은 취업을 위해 무작정 서울행을 한 필리핀인들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들의 태도는 불법취업자라기에는 너무도 당당합니다. 이들이 부적처럼 지니고 다니다가 취재진 앞에 내놓은 것은 우리나라의 외국인취업 확대기사가 개재된 필리핀의 한 일간지였습니다. 다시말해 우리나라 경제가 겪고 있는 인력난을 잘 알고 있고 따라서 외국인 취업이 불가피하지 않느냐는 식이었습니다. 결국 외국인력의 선별수용이 전제되지 않는한 필리핀인들을 비롯한 동남아 각국사람들의 불법취업은 앞으로 더욱 늘어날 것으로만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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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장 1234 ; 인력난 따른 불법취업 실태
    • 입력 1991-10-27 21:00:00
    뉴스 9

김홍 앵커 :

어렵고 힘든 일 또는 궃은 일을 싫어 하는 것은 인지상정, 어찌보면 당연하고도 자연스러운 일인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요즘 우리 주변에 궃은 일 안하려는 풍조는 도가 지나쳐서 우리사회 인력수급이 위기상황에 까지 이르게 됐습니다. 유흥업소 등 서비스산업으로 인력이 몰리는 바람에 농촌이나 공장의 인력난은 이제 한계에 도달했다는 지적입니다. 그래서 외국에서 일손을 들여와야 하는 문제가 현안으로 대두되고 있습니다. 현장 1234, 오늘은 인력난의 현장을 집중 취재했습니다. 지난 몇 년 사이 외국인 불법 취업자수가 부쩍 늘어나 이젠 전국적으로 약 만 2,3천명으로 확산되고 있습니다. 외국인 취업실태 김진수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김진수 기자 :

김포 국제공항 제 1청사 시각은 낮 1시반 입니다. 마닐라발 UA 항공기가 방금 도착했습니다. 한국에서의 취업을 희망하는 필리핀인들이 우리나라로 들어올 수 있는 길은 배편이없는 관계로 이곳 공항밖에는 달리 없습니다. 취재진은 이들 필리핀들이 어떻게 우리나라에서 취업을 하는지 알아보기 위해 쏟아져 들어오는 필리핀인들 가운데 한 일행을 추적했습니다. 서울 청계상가에 있는 센트럴 호텔입니다. 비교적 방값이 싸고 도심 가까이에 위치해 동남아나 중동쪽에서 오는 외국인들에게 잘 알려져 있는 호텔입니다. 취재진이 공항에서부터 따라온 필리핀인들오 이곳 호텔에 여장을 풀었습니다. 취업정보를 구하기 위해서인지 움직임이 활발합니다. 여자들도 2명이 포함돼 있습니다. 저녁 7시, 이들이 전화를 하는 곳을 취재진이 확인한바 마닐라로의 국제통화를 제외하고는 인천에 있는 가정집 한군데와 포장용 상자를 만드는 공장 등이었습니다. 밤 9시, 이들의 일행이 아닌 필리핀 여인 한명이 호텔로 들어섭니다. 이 여인은 오늘 도착한 필리핀인들이 묵고있는 방을 찾아다니다가 외출중임을 확인하고는 어딘가에 전화를 하고 호텔을 떠났습니다. 호텔관계자는 이 여인이 필리핀인들이 투숙을 할 때 마다 호텔을 찾아온다며 아마 취업을 알선해주는 역할을 맡고 있는 것 같다고 설명합니다. 날이 밝았습니다. 일행을 실은 차가 호텔을 떠나 어디론가 달리고 있습니다. 경인고속도로로 들어선 것으로 보이는 것이 분명합니다. 인천에 도착한 이 차는 일행을 바로 이 건물 앞에 내려놓고 떠났습니다. 건물 3층에 올라가자 조그만 공장 하나가 나타납니다. 각종 상자를 만들고 있는 이 공장이 한국인보다 필리핀인들이 더 많습니다. 한국인 16명에 필리핀인은 20명입니다.

이곳의 필리핀인들은 여기서 숙식을 해결하면서 남의 눈에 띄지 않도록 외출도 삼간채 정해진 일만 반복해하고 있었습니다. 여기서 이들이 받는 봉급은 25만원수준, 필리핀에서 같은 일을 할 때의 10배정도가 됩니다.


종업원 :

사실 우리는 여기 관광하러 왔다. 다행히 이 회사를 알게 돼 일하게 됐다. 그러나 누구의 초청을 받은 것은 아니다.


김진수 기자 :

얼마나 오래 여기서 일하기를 희망하나?


종업원 :

2년 동안이다.


김진수 기자 :

취재진이 쫓아온 필리핀인들 일행은 창고 옆의 방에서 이 공장의 사주를 만나기 위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당신들 모두 여기 취업하기를 원하나?


외국인 :

나만이다.


김진수 기자 :

다른 사람은?


외국인 :

잘 모르겠다.

김진수 기자 :

당신은 어떻게 생각하나? 여기서 일할 것인가?


외국인 :

물론이다.


김진수 기자 :

이렇게 사람 모으는데 당신의 역할은?


외국인 :

내 딸이 여기서 일한다.


김진수 기자 :

이들의 설명에 따르면 각자 필리핀을 출발했으며 서울행 비행기안에서 만나 함께 행동을 하게됐고 바로 이 사람의 딸이 취업하고 있는 이 공장을 찾아오게 됐다는 것입니다. 한마디로 이들은 취업을 위해 무작정 서울행을 한 필리핀인들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들의 태도는 불법취업자라기에는 너무도 당당합니다. 이들이 부적처럼 지니고 다니다가 취재진 앞에 내놓은 것은 우리나라의 외국인취업 확대기사가 개재된 필리핀의 한 일간지였습니다. 다시말해 우리나라 경제가 겪고 있는 인력난을 잘 알고 있고 따라서 외국인 취업이 불가피하지 않느냐는 식이었습니다. 결국 외국인력의 선별수용이 전제되지 않는한 필리핀인들을 비롯한 동남아 각국사람들의 불법취업은 앞으로 더욱 늘어날 것으로만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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