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자수표 암거래조직 적발

입력 1992.04.28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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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자수표 암거래조직 적발; 밀수범이 경영한 동양금은 사무실과 압수한 수표 외화 지폐등 증거물들및 은행 창구 #외화밀반출사건



박대석 앵커 :

달러와 똑같은 여행자 수표관리에 큰 구멍이 나있었음이 검찰에 의해서 확인됐습니다.

검찰은 오늘 2천억 원 이상의 외화를 빼돌린 대규모 여행자 수표 암거래 조직을 적발했다고 발표했습니다. 김시곤, 윤제춘 두 기자가 차례로 보도합니다.


김시곤 기자 :

서울지검 특수1부는 여행자 수표 불법 매매조직 4개와 여행자 수표를 이용해 외국에서 금괴와 한약재를 사들인 밀수조직 8개 그리고 여행자 수표를 유용해 외화를 밀거래한 암달러 조직 등 모두 41명을 적발해 18명을 구속했습니다.

이들 가운데 달아난 동양 금은주식회사의 박희석 씨와 구속된 박재균 씨는 은행으로부터 여행자수표 450여억 원 어치를 사들인 뒤 이를 암달러상에게 팔았고 역시 구속된 보험사원 강숙희 씨는 여행자 수표로 금괴 1,600kg을 밀수했다는 것입니다.

또 금 도매업을 하는 정상표 씨는 금 1,140kg을 밀수한 혐의로 또 이경석 씨는 여행자 수표로 40여억 원 어치의 한약재를 밀수한 혐의로 각각 구속됐습니다.

검찰은 또 여권 원본도 확인하지 않고 여행자 수표를 바꿔준 7개 시중은행 37개 지점에 외환계직원 67명에 대해서는 해당은행에 명단을 통보했습니다.

이번에 적발된 여행자 수표 불법매매 조직이 지난 89년부터 지금까지 여행자 수표를 이용해서 해외로 유출시킨 외화는 모두 2억4천만 달러, 우리 돈으로 1,800여억 원에 이른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특히 지난 한해 유출시킨 외화만 해도 1억3천만 달러로 지난해 우리나라 관광수지 적자액의 30%는 이들의 외화 유출 때문인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이렇게 거액의 외화가 유출된 과정을 보면 불법 매매조직은 시중은행에서 달러를 여행자 수표로 바꾼 뒤 0.6%가량의 차액을 남기고 암달러 조직이나 밀수조직에 팔아넘깁니다.

여행자 수표로 바뀐 외화는 해외여행자나 재산 도피자 그리고 밀수 조직을 통해서 현금보다 훨씬 수월하게 외국으로 빠져 나가는 것입니다.

이렇게 외국으로 유출된 외화는 다시는 돌아오지 않거나 밀수품으로 바뀌어 되돌아오는 것입니다.

이렇게 외화 유출이 가능했던 것은 근본적으로 여행자 수표의 발급자체가 허술했던 때문으로 드러났습니다.

이번 사건에 관련된 7개 시중은행은 여권 원본대신에 사본을 바꾸어 여행자 수표를 발급했으며 심지어 국민은행 장안동 지점은 사본조차도 받지 않았고 동남은행 영등포 지점은 이들 불법 매매조직을 직접 찾아 가서 방문판매를 하기도 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윤제춘 기자 :

이번에 적발된 시중은행들은 여행자 수표를 팔대 여권 원본에 판매액수를 적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외환 실적 올리기에 급급한 나머지 사본만 받거나 그것마저도 챙기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심지어 일부 은행 지점들은 여행자 수표 암거래 조직의 사무실까지 찾아가 출장판매를 해온 것으로 밝혀져 은행 직원들이 이들의 범법사실을 묵인했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그 동안 목표를 초과달성해 온 은행들이 검찰의 단속이 시작되자 여행자 수표 판매목표의 10-20%밖에 채우지 못한 점만 보아도 그동안 여행자 수표가 얼마나 많이 불법 유출됐는지를 알 수 있습니다.

이와 함께 여행자 수표가 대규모로 암거래 될 수 있었던 것은 밀수범과 호화 해외여행자 그리고 재산 해외도피자 등 검은 외화에 대한 수효가 많기 때문입니다.

또 여행자 수표 암거래 단속이후 금값이 갑자기 한 돈에 3천 원씩이나 올랐다는 사실도 밀수범들이 암거래된 여행자 수표를 이용해 대량의 금괴를 밀수함으로서 각종 외화를 밀반출한 사실을 반증하고 있습니다.

여행자 수표는 천 달러짜리까지 고액권이 있고 잃어버렸을 경우 쉽게 재발급 받을 수 있는 반면에 달러 현찰과는 달리 공항 검색에도 걸리지 않아 범법자들에겐 매력적인 대상입니다.

결국 은행의 실적경쟁과 사리사욕에 눈이 어두운 암거래상 그리고 공항의 검색미비로 가능해진 여행자 수표 암거래는 전문 매매조직과 암달러상을 살찌우고 반국가적인 밀수와 국내재산의 해외 유출을 도와 국제수지 적자를 크게 한 요인이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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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행자수표 암거래조직 적발
    • 입력 1992-04-28 21:00:00
    뉴스 9

여행자수표 암거래조직 적발; 밀수범이 경영한 동양금은 사무실과 압수한 수표 외화 지폐등 증거물들및 은행 창구 #외화밀반출사건



박대석 앵커 :

달러와 똑같은 여행자 수표관리에 큰 구멍이 나있었음이 검찰에 의해서 확인됐습니다.

검찰은 오늘 2천억 원 이상의 외화를 빼돌린 대규모 여행자 수표 암거래 조직을 적발했다고 발표했습니다. 김시곤, 윤제춘 두 기자가 차례로 보도합니다.


김시곤 기자 :

서울지검 특수1부는 여행자 수표 불법 매매조직 4개와 여행자 수표를 이용해 외국에서 금괴와 한약재를 사들인 밀수조직 8개 그리고 여행자 수표를 유용해 외화를 밀거래한 암달러 조직 등 모두 41명을 적발해 18명을 구속했습니다.

이들 가운데 달아난 동양 금은주식회사의 박희석 씨와 구속된 박재균 씨는 은행으로부터 여행자수표 450여억 원 어치를 사들인 뒤 이를 암달러상에게 팔았고 역시 구속된 보험사원 강숙희 씨는 여행자 수표로 금괴 1,600kg을 밀수했다는 것입니다.

또 금 도매업을 하는 정상표 씨는 금 1,140kg을 밀수한 혐의로 또 이경석 씨는 여행자 수표로 40여억 원 어치의 한약재를 밀수한 혐의로 각각 구속됐습니다.

검찰은 또 여권 원본도 확인하지 않고 여행자 수표를 바꿔준 7개 시중은행 37개 지점에 외환계직원 67명에 대해서는 해당은행에 명단을 통보했습니다.

이번에 적발된 여행자 수표 불법매매 조직이 지난 89년부터 지금까지 여행자 수표를 이용해서 해외로 유출시킨 외화는 모두 2억4천만 달러, 우리 돈으로 1,800여억 원에 이른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특히 지난 한해 유출시킨 외화만 해도 1억3천만 달러로 지난해 우리나라 관광수지 적자액의 30%는 이들의 외화 유출 때문인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이렇게 거액의 외화가 유출된 과정을 보면 불법 매매조직은 시중은행에서 달러를 여행자 수표로 바꾼 뒤 0.6%가량의 차액을 남기고 암달러 조직이나 밀수조직에 팔아넘깁니다.

여행자 수표로 바뀐 외화는 해외여행자나 재산 도피자 그리고 밀수 조직을 통해서 현금보다 훨씬 수월하게 외국으로 빠져 나가는 것입니다.

이렇게 외국으로 유출된 외화는 다시는 돌아오지 않거나 밀수품으로 바뀌어 되돌아오는 것입니다.

이렇게 외화 유출이 가능했던 것은 근본적으로 여행자 수표의 발급자체가 허술했던 때문으로 드러났습니다.

이번 사건에 관련된 7개 시중은행은 여권 원본대신에 사본을 바꾸어 여행자 수표를 발급했으며 심지어 국민은행 장안동 지점은 사본조차도 받지 않았고 동남은행 영등포 지점은 이들 불법 매매조직을 직접 찾아 가서 방문판매를 하기도 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윤제춘 기자 :

이번에 적발된 시중은행들은 여행자 수표를 팔대 여권 원본에 판매액수를 적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외환 실적 올리기에 급급한 나머지 사본만 받거나 그것마저도 챙기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심지어 일부 은행 지점들은 여행자 수표 암거래 조직의 사무실까지 찾아가 출장판매를 해온 것으로 밝혀져 은행 직원들이 이들의 범법사실을 묵인했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그 동안 목표를 초과달성해 온 은행들이 검찰의 단속이 시작되자 여행자 수표 판매목표의 10-20%밖에 채우지 못한 점만 보아도 그동안 여행자 수표가 얼마나 많이 불법 유출됐는지를 알 수 있습니다.

이와 함께 여행자 수표가 대규모로 암거래 될 수 있었던 것은 밀수범과 호화 해외여행자 그리고 재산 해외도피자 등 검은 외화에 대한 수효가 많기 때문입니다.

또 여행자 수표 암거래 단속이후 금값이 갑자기 한 돈에 3천 원씩이나 올랐다는 사실도 밀수범들이 암거래된 여행자 수표를 이용해 대량의 금괴를 밀수함으로서 각종 외화를 밀반출한 사실을 반증하고 있습니다.

여행자 수표는 천 달러짜리까지 고액권이 있고 잃어버렸을 경우 쉽게 재발급 받을 수 있는 반면에 달러 현찰과는 달리 공항 검색에도 걸리지 않아 범법자들에겐 매력적인 대상입니다.

결국 은행의 실적경쟁과 사리사욕에 눈이 어두운 암거래상 그리고 공항의 검색미비로 가능해진 여행자 수표 암거래는 전문 매매조직과 암달러상을 살찌우고 반국가적인 밀수와 국내재산의 해외 유출을 도와 국제수지 적자를 크게 한 요인이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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