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9 현장 환승역 혼합 부채질

입력 1993.01.13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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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근찬 앵커 :

지하철의 노선이 늘어나면서 전동차를 갈아타는 이른바 환승역이 수도 크게 늘어나고 있습니다. 서울시내에는 20군데 가까운 이 환승역이 있지만 대부분의 환승역이 타고 내리는 승객보다 전동차를 갈아타는 승객이 훨씬 많다는 특성을 감안하지 않고 일반역과 같은 규모와 기능으로 지어서 지하철을 이용하는 시민들의 불편을 부채질하고 있다는 지적입니다.

박찬욱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박찬욱 기자 :

전동차가 도착하자마자 뛰어나오는 승객들.

비좁은 통로는 순식간에 아수라장으로 변합니다. 밀고. 당기고 안간힘을 써보지만 여기저기서 신음소리만 나올 뿐 한발자국 떼기가 어렵습니다.

지하철을 타기 위해 비좁은 틈새를 비집고 올라오는 사람들, 뒷사람들에 밀려 굴러 떨어질 것 같은 사람들 모두 입에서 욕설이 절로 나옵니다.


돌대가리가 한거지 뭐 이 시설이 한치 앞도 못 내다보고 하는 거야 이게 세상에///

내려 갈려면 10분, 20분 걸려요 이게..


항상 그래요 이거 대한민국 설마 어떤 사람이 설계 했느냐고 이거...


박찬욱 기자 :

이러한 교통지역은 지난해 6월 서울 양천구청과 신도림역을 연결하는 지하철 2호선 연장구간이 개통된 뒤 날마다 벌어지고 있습니다.

전동차가 한번 도착할 때마다 1,000여명의 승객들이 쏟아져 나오지만 이용할 수 있는 통로는 단 한군데 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그나마 이 환승통로의 폭은 겨우 2m

성인남자 3명이 나란히 서면 꽉 찰 정도로 비좁습니다.

이 때문에 열차에서 내린 승객들이 이곳을 빠져나가는데 걸리는 시간은 6~7분. 10분마다 전동차가 도착하는 것을 생각하면 러시아워 시간에는 이러한 혼잡이 계속된다는 것을 쉽게 짐작할 수 있습니다.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승강장 주변이 밖으로 나가는 출구입니다.

3m폭으로 4군데나 만들어 놓았지만 이용하는 사람은 거의 보이지 않습니다.


박용훈 (도시교통연구소장) :

이곳을 이용하는 승객들이 환승 통행하는 사람들입니다.

그래서 어떤 통로를 만든다든지 부대시설을 만들 때 환승에 편리하도록 이게 설계가 됐어야 되는데 지금 현재 이 시설들을 살펴보면 환승을 중심으로 했다기보다도 신도림역이 어떻게 보면 최종 목적지로 되는 그런 듯한 인상을 받게 돼요.


박찬욱 기자 :

국철과 지하철 2호선이 교차하는 신도림역의 사정은 더욱 심각합니다.

이곳을 이용해 전동차를 갈아타는 수는 하루 평균 56만 명. 최근 2년 사이에 이용객수는 2배가 넘을 정도로 그 증가세는 폭발적입니다.

그러나 비좁은 풀랫트홈과 한 노선에 2개밖에 없는 환승통로는 승객들은 무기력한 짐짝으로 만들고 있습니다.


박기옥(회사원) :

사람이 너무 많구요. 여기 들어가는 입구가 너무 좁아 가지구요 부딛치는게 대개 많아요. 사람들하고.


박찬욱 기자 :

역에서는 할 수 없이 아르바이트 학생들까지 고용해 인파를 정리하고 있지만 별다른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습니다.


아르바이트 학생 :

영등포행 같은 게 오면 사람이 전철 앞에까지 밀렸다가 와요 거의요 저희 일하는 애들이...


박찬욱 기자 :

신도림역보다는 덜하지만 이렇게 혼잡을 빚기는 충무로와 시청, 을지로 3개역 등 서울시내 대부분의 환승역이 마찬가지입니다.

전동차를 갈아탄 승객이 타고 내리는 수보다 훨씬 많은 특성의 환승역을 일반역과 구별하지 않은 채 똑같은 규모와 기능으로 건설했기 때문입니다.


박용훈 (도시교통연구소장) :

대부분의 환승역들이 환승거리가 길기 때문에 환승하는 승객들이 상당히 불편을 격고 있고 환승통로 자체도 지금 적정한 통로 폭이 확보되지 않고 있다거나 또는 환승통로상의 어떤 동선 유도하는 안내표지가 지금 제대로 되어 있지 않아서 상당히 혼선을 겪고 있습니다.


박찬욱 기자 :

물론 이러한 문제점들은 개선노력에 따라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습니다.

동대문역과 동대문운동장역 등이 그 좋은 예입니다. 이 역들의 경우 지금도 30만 명이 넘는 많은 환승객이 이용하고 있지만 통로를 늘리는 등의 개선으로 혼잡도는 과거보다 크게 줄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임삼진 (교통전문가) :

여기에 원래 기표소가 있음으로 해서 각각 입구가 하나씩만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것을 약 10cm정도 기표대를 뒤로 밀게 하고 그리고 출입구 하나를 더 만듦으로 인해서 동선이 2개 확보가 되니까 승객들이 이동을 하는 시간도 짧아졌을 뿐만 아니라 훨씬 서로 교차하는 양이 적으니까 통행소통이 훨씬 원활해 졌다고 볼 수가 있습니다.


박찬욱 기자 :

그러나 이러한 것은 미봉책에 불과할 뿐 근본적인 해결책은 되지 못합니다.

앞으로 환승역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수밖에 없습니다.

현재 갈아타는 역의 수만도 16군데, 건설 중인 제2기 지하철도 19군데나 되고 3기 지하철의 경우 더욱 많은 수의 환승역이 생기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지금 환승역들이 안고 있는 문제점들이 이후에도 되풀이 된다면 어떠한 상황이 벌어질지 누구도 장담할 수 없을 것입니다.

KBS뉴스 박찬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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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 9 현장 환승역 혼합 부채질
    • 입력 1993-01-13 21:00:00
    뉴스 9

유근찬 앵커 :

지하철의 노선이 늘어나면서 전동차를 갈아타는 이른바 환승역이 수도 크게 늘어나고 있습니다. 서울시내에는 20군데 가까운 이 환승역이 있지만 대부분의 환승역이 타고 내리는 승객보다 전동차를 갈아타는 승객이 훨씬 많다는 특성을 감안하지 않고 일반역과 같은 규모와 기능으로 지어서 지하철을 이용하는 시민들의 불편을 부채질하고 있다는 지적입니다.

박찬욱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박찬욱 기자 :

전동차가 도착하자마자 뛰어나오는 승객들.

비좁은 통로는 순식간에 아수라장으로 변합니다. 밀고. 당기고 안간힘을 써보지만 여기저기서 신음소리만 나올 뿐 한발자국 떼기가 어렵습니다.

지하철을 타기 위해 비좁은 틈새를 비집고 올라오는 사람들, 뒷사람들에 밀려 굴러 떨어질 것 같은 사람들 모두 입에서 욕설이 절로 나옵니다.


돌대가리가 한거지 뭐 이 시설이 한치 앞도 못 내다보고 하는 거야 이게 세상에///

내려 갈려면 10분, 20분 걸려요 이게..


항상 그래요 이거 대한민국 설마 어떤 사람이 설계 했느냐고 이거...


박찬욱 기자 :

이러한 교통지역은 지난해 6월 서울 양천구청과 신도림역을 연결하는 지하철 2호선 연장구간이 개통된 뒤 날마다 벌어지고 있습니다.

전동차가 한번 도착할 때마다 1,000여명의 승객들이 쏟아져 나오지만 이용할 수 있는 통로는 단 한군데 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그나마 이 환승통로의 폭은 겨우 2m

성인남자 3명이 나란히 서면 꽉 찰 정도로 비좁습니다.

이 때문에 열차에서 내린 승객들이 이곳을 빠져나가는데 걸리는 시간은 6~7분. 10분마다 전동차가 도착하는 것을 생각하면 러시아워 시간에는 이러한 혼잡이 계속된다는 것을 쉽게 짐작할 수 있습니다.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승강장 주변이 밖으로 나가는 출구입니다.

3m폭으로 4군데나 만들어 놓았지만 이용하는 사람은 거의 보이지 않습니다.


박용훈 (도시교통연구소장) :

이곳을 이용하는 승객들이 환승 통행하는 사람들입니다.

그래서 어떤 통로를 만든다든지 부대시설을 만들 때 환승에 편리하도록 이게 설계가 됐어야 되는데 지금 현재 이 시설들을 살펴보면 환승을 중심으로 했다기보다도 신도림역이 어떻게 보면 최종 목적지로 되는 그런 듯한 인상을 받게 돼요.


박찬욱 기자 :

국철과 지하철 2호선이 교차하는 신도림역의 사정은 더욱 심각합니다.

이곳을 이용해 전동차를 갈아타는 수는 하루 평균 56만 명. 최근 2년 사이에 이용객수는 2배가 넘을 정도로 그 증가세는 폭발적입니다.

그러나 비좁은 풀랫트홈과 한 노선에 2개밖에 없는 환승통로는 승객들은 무기력한 짐짝으로 만들고 있습니다.


박기옥(회사원) :

사람이 너무 많구요. 여기 들어가는 입구가 너무 좁아 가지구요 부딛치는게 대개 많아요. 사람들하고.


박찬욱 기자 :

역에서는 할 수 없이 아르바이트 학생들까지 고용해 인파를 정리하고 있지만 별다른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습니다.


아르바이트 학생 :

영등포행 같은 게 오면 사람이 전철 앞에까지 밀렸다가 와요 거의요 저희 일하는 애들이...


박찬욱 기자 :

신도림역보다는 덜하지만 이렇게 혼잡을 빚기는 충무로와 시청, 을지로 3개역 등 서울시내 대부분의 환승역이 마찬가지입니다.

전동차를 갈아탄 승객이 타고 내리는 수보다 훨씬 많은 특성의 환승역을 일반역과 구별하지 않은 채 똑같은 규모와 기능으로 건설했기 때문입니다.


박용훈 (도시교통연구소장) :

대부분의 환승역들이 환승거리가 길기 때문에 환승하는 승객들이 상당히 불편을 격고 있고 환승통로 자체도 지금 적정한 통로 폭이 확보되지 않고 있다거나 또는 환승통로상의 어떤 동선 유도하는 안내표지가 지금 제대로 되어 있지 않아서 상당히 혼선을 겪고 있습니다.


박찬욱 기자 :

물론 이러한 문제점들은 개선노력에 따라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습니다.

동대문역과 동대문운동장역 등이 그 좋은 예입니다. 이 역들의 경우 지금도 30만 명이 넘는 많은 환승객이 이용하고 있지만 통로를 늘리는 등의 개선으로 혼잡도는 과거보다 크게 줄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임삼진 (교통전문가) :

여기에 원래 기표소가 있음으로 해서 각각 입구가 하나씩만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것을 약 10cm정도 기표대를 뒤로 밀게 하고 그리고 출입구 하나를 더 만듦으로 인해서 동선이 2개 확보가 되니까 승객들이 이동을 하는 시간도 짧아졌을 뿐만 아니라 훨씬 서로 교차하는 양이 적으니까 통행소통이 훨씬 원활해 졌다고 볼 수가 있습니다.


박찬욱 기자 :

그러나 이러한 것은 미봉책에 불과할 뿐 근본적인 해결책은 되지 못합니다.

앞으로 환승역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수밖에 없습니다.

현재 갈아타는 역의 수만도 16군데, 건설 중인 제2기 지하철도 19군데나 되고 3기 지하철의 경우 더욱 많은 수의 환승역이 생기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지금 환승역들이 안고 있는 문제점들이 이후에도 되풀이 된다면 어떠한 상황이 벌어질지 누구도 장담할 수 없을 것입니다.

KBS뉴스 박찬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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