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령 택시의 실체

입력 1993.02.05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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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근찬 아나운서 :

다음소식입니다. 유령택시라는게 있습니다. 면허가 취소됐거나 등록이 말소돼서 더 이상 택시가 아닌데도 버젓이 영업을 하고 있는 택시를 말합니다.

이 유령택시들은 현재 서울에서만도 약 150대로 추산되고 있습니다. 이 택시들은 검사를 받을 수 없어서 안전이 문제가 되고 있고 또 보험에도 가입돼 있지 않아서 그야 말로 달리는흉기입니다. KBS 취재팀은 끈질긴 잠복 취재 끝에 이 유령택시의 실체를 포착하는데 성공했습니다. 한가롭게 그럴 리가 없다고만 밝히고 있는 행정당국 관계자들께서는 한번 눈여겨 보시기 바랍니다. 홍기섭 기자의 보도입니다.


홍기섭 기자 :

서울의 한 외곽도로, 영업용 콩코드 택시가 손님 한 사람을 태우고 유유히 달리고 있습니다. 택시번호는 1 아에 7073호, 이 택시가 바로 무적택시입니다. 이 택시의 번호는 이미 2년전에 면허가 취소되고 등록이 말소 됐기 때문에 당연히 운행되어서는 안됩니다. 뿐만 아니라 존재할 수도 없는 유령택시인 셈입니다.

“이 차 번호 죽은거죠? 번호 죽은거죠?”


무적택시 운전자 :

예.


홍기섭 기자 :

언제부터 운행을 하셨습니까?


무적택시 운전자 :

잠깐만요.


홍기섭 기자 :

이 죽은 택시 몰고 다닌 심정이 어떻습니까?


무적택시 운전자 :

심정이야, 꼭 죄지은 것 같지. 일이 되겠습니까? 저는 일할 때 항상 눈이 열 개 이상 달려 있습니다. 백미러, 앞뒤 백미러, 좌우


홍기섭 기자 :

이런 무적택시는 검사도 받지 않습니다. 종합보험은 물론 책임보험에도 가입돼 있지 않습니다. 사고가 나면 보상 한 푼 받을 수 없는 그야말로 흉기나 다름없습니다.


“보험이라든가 검사는 어떻게 받습니까? 보험은 어떻게 되고”


무적택시 운전자 :

전혀 없죠.


홍기섭 기자 :

보험도 없고?


무적택시 운전자 :

예.


홍기섭 기자 :

검사도 1년에 한번씩


무적택시 운전자 :

없죠. 전, 전 아직까지 검사받은 기억 없어, 한번도 없어요.


홍기섭 기자 :

백천실업의 경우 택시 면허가 취소된 것은 모두 26대, 그러나 실제로 번호판까지 회수된 것은 19대에 불과하고 나머지 7대는 어디에선가 버젓이 택시영업을 하고 있습니다.


홍승진 (백천실업 택시기사) :

아직도 7대 정도가 회수가 되지 않고 제가 알기로는 시내에서 운행이 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홍기섭 기자 :

그런데도 서울시는 이 회사의 경우 모두 번호판을 회수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습니다. 자정이 넘은 시간 서울 4 파에 3990호 스텔라 택시, 원래 지난해 사업면허가 취소된 영화 교통 소속의 택시인데도 아예 회사 이름을 지운채 영업하고 있습니다. 또 4 파에 2010호 스텔라 택시는 영화 교통이라는 표기를 잉호로 위장해 영업합니다. 물론 서울시 당국에서는 이런 무적택시에 대해 별도로 수배조치를 취했다고 합니다.


박영준 (서울시 택시계장) :

경찰관서에 현재 수배 의뢰를 내놓고 있는 상태인데 워낙 서울에 운행되고 있는 차량이 많다 보니까 색출해서 그 남바를 회수하고 처분하는데는 굉장히 애로가 많습니다.


홍기섭 기자 :

그러나 검문소의 단말기에는 직권 말소 사실만 나타나 있을 뿐입니다.


고권태 (검문소 의경) :

택시같은 경우는 항상 다니는 검문소라든지 이런 검문소 상설 검문소 같은데는 거의 다 알고 있기 때문에 다 피해다닌다고요.


홍기섭 기자 :

관할 구청이나 자동차 관리 사업소의 태도는 그런 무적택시가 돌아다닌다는 사실을 믿으려 하지 않습니다. 행정 절차상 그럴수가 없다는 설명입니다.


조영자 (서울시 강서구청) :

제가 한 말이 맞는데요.


홍기섭 기자 :

맞아요? 그러니까 직권말소는 번호판까지도 다 회수를 해가지고 한후에,


조영자 (서울시 강서구청) :

등록증도 반납을 하고 번호판도 다 반납을 한 후에 말소를 시키는거고 이게 그래야지 나가는거거든요.


윤영배 (강서구청 계장) :

근데 말소를 하면 번호판을 회수를 해야 됩니다. 번호판을 회수 안했을 때는 말소가 되지를 않거든요.


홍기섭 기자 :

그런데 여기 말소가 돼 있잖아요.


배상필 (강서자동차 관리사업소) :

말소된 차는 운행해서는 안되죠. 무적택시인데, 그것이 있다 한다면 그게 문제죠.


홍기섭 기자 :

서울시에서만 무적택시로 불법 영업하는 택시는 줄 잡아 150여대, 모두가 지입제 사실이 적발돼 면허가 취소된 것들입니다. 지입으로 2천만원 가량을 주고 택시를 산 운전자들이 위험을 무릅쓰고 본전을 빼기 위해 운행하는 것입니다.


무적택시 운전자 :

서울 시내가 전체가 호랑이굴입니다. 저는 호랑이굴을 항상 토끼고

기를 메고 다니는 사람이에요. 어쩔 수 없어요. 어쩔 수 없습니다. 난 이 차 내가 3천만원 주고 포기는 못하니까요.


홍기섭 기자 :

택시 행정을 뿌리채 뒤흔들고 있는 지입택시가 이제 지방으로까지 확산돼가는 현실에서 이런 무적택시도 계속 늘어만 갈 것입니다. 그리고 무적택시를 이용하는 사람이 일반 시민이라는 점에서 그 피해자는 결국 우리 자신일 수 밖에 없습니다.

KBS 뉴스 홍기섭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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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령 택시의 실체
    • 입력 1993-02-05 21:00:00
    뉴스 9

유근찬 아나운서 :

다음소식입니다. 유령택시라는게 있습니다. 면허가 취소됐거나 등록이 말소돼서 더 이상 택시가 아닌데도 버젓이 영업을 하고 있는 택시를 말합니다.

이 유령택시들은 현재 서울에서만도 약 150대로 추산되고 있습니다. 이 택시들은 검사를 받을 수 없어서 안전이 문제가 되고 있고 또 보험에도 가입돼 있지 않아서 그야 말로 달리는흉기입니다. KBS 취재팀은 끈질긴 잠복 취재 끝에 이 유령택시의 실체를 포착하는데 성공했습니다. 한가롭게 그럴 리가 없다고만 밝히고 있는 행정당국 관계자들께서는 한번 눈여겨 보시기 바랍니다. 홍기섭 기자의 보도입니다.


홍기섭 기자 :

서울의 한 외곽도로, 영업용 콩코드 택시가 손님 한 사람을 태우고 유유히 달리고 있습니다. 택시번호는 1 아에 7073호, 이 택시가 바로 무적택시입니다. 이 택시의 번호는 이미 2년전에 면허가 취소되고 등록이 말소 됐기 때문에 당연히 운행되어서는 안됩니다. 뿐만 아니라 존재할 수도 없는 유령택시인 셈입니다.

“이 차 번호 죽은거죠? 번호 죽은거죠?”


무적택시 운전자 :

예.


홍기섭 기자 :

언제부터 운행을 하셨습니까?


무적택시 운전자 :

잠깐만요.


홍기섭 기자 :

이 죽은 택시 몰고 다닌 심정이 어떻습니까?


무적택시 운전자 :

심정이야, 꼭 죄지은 것 같지. 일이 되겠습니까? 저는 일할 때 항상 눈이 열 개 이상 달려 있습니다. 백미러, 앞뒤 백미러, 좌우


홍기섭 기자 :

이런 무적택시는 검사도 받지 않습니다. 종합보험은 물론 책임보험에도 가입돼 있지 않습니다. 사고가 나면 보상 한 푼 받을 수 없는 그야말로 흉기나 다름없습니다.


“보험이라든가 검사는 어떻게 받습니까? 보험은 어떻게 되고”


무적택시 운전자 :

전혀 없죠.


홍기섭 기자 :

보험도 없고?


무적택시 운전자 :

예.


홍기섭 기자 :

검사도 1년에 한번씩


무적택시 운전자 :

없죠. 전, 전 아직까지 검사받은 기억 없어, 한번도 없어요.


홍기섭 기자 :

백천실업의 경우 택시 면허가 취소된 것은 모두 26대, 그러나 실제로 번호판까지 회수된 것은 19대에 불과하고 나머지 7대는 어디에선가 버젓이 택시영업을 하고 있습니다.


홍승진 (백천실업 택시기사) :

아직도 7대 정도가 회수가 되지 않고 제가 알기로는 시내에서 운행이 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홍기섭 기자 :

그런데도 서울시는 이 회사의 경우 모두 번호판을 회수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습니다. 자정이 넘은 시간 서울 4 파에 3990호 스텔라 택시, 원래 지난해 사업면허가 취소된 영화 교통 소속의 택시인데도 아예 회사 이름을 지운채 영업하고 있습니다. 또 4 파에 2010호 스텔라 택시는 영화 교통이라는 표기를 잉호로 위장해 영업합니다. 물론 서울시 당국에서는 이런 무적택시에 대해 별도로 수배조치를 취했다고 합니다.


박영준 (서울시 택시계장) :

경찰관서에 현재 수배 의뢰를 내놓고 있는 상태인데 워낙 서울에 운행되고 있는 차량이 많다 보니까 색출해서 그 남바를 회수하고 처분하는데는 굉장히 애로가 많습니다.


홍기섭 기자 :

그러나 검문소의 단말기에는 직권 말소 사실만 나타나 있을 뿐입니다.


고권태 (검문소 의경) :

택시같은 경우는 항상 다니는 검문소라든지 이런 검문소 상설 검문소 같은데는 거의 다 알고 있기 때문에 다 피해다닌다고요.


홍기섭 기자 :

관할 구청이나 자동차 관리 사업소의 태도는 그런 무적택시가 돌아다닌다는 사실을 믿으려 하지 않습니다. 행정 절차상 그럴수가 없다는 설명입니다.


조영자 (서울시 강서구청) :

제가 한 말이 맞는데요.


홍기섭 기자 :

맞아요? 그러니까 직권말소는 번호판까지도 다 회수를 해가지고 한후에,


조영자 (서울시 강서구청) :

등록증도 반납을 하고 번호판도 다 반납을 한 후에 말소를 시키는거고 이게 그래야지 나가는거거든요.


윤영배 (강서구청 계장) :

근데 말소를 하면 번호판을 회수를 해야 됩니다. 번호판을 회수 안했을 때는 말소가 되지를 않거든요.


홍기섭 기자 :

그런데 여기 말소가 돼 있잖아요.


배상필 (강서자동차 관리사업소) :

말소된 차는 운행해서는 안되죠. 무적택시인데, 그것이 있다 한다면 그게 문제죠.


홍기섭 기자 :

서울시에서만 무적택시로 불법 영업하는 택시는 줄 잡아 150여대, 모두가 지입제 사실이 적발돼 면허가 취소된 것들입니다. 지입으로 2천만원 가량을 주고 택시를 산 운전자들이 위험을 무릅쓰고 본전을 빼기 위해 운행하는 것입니다.


무적택시 운전자 :

서울 시내가 전체가 호랑이굴입니다. 저는 호랑이굴을 항상 토끼고

기를 메고 다니는 사람이에요. 어쩔 수 없어요. 어쩔 수 없습니다. 난 이 차 내가 3천만원 주고 포기는 못하니까요.


홍기섭 기자 :

택시 행정을 뿌리채 뒤흔들고 있는 지입택시가 이제 지방으로까지 확산돼가는 현실에서 이런 무적택시도 계속 늘어만 갈 것입니다. 그리고 무적택시를 이용하는 사람이 일반 시민이라는 점에서 그 피해자는 결국 우리 자신일 수 밖에 없습니다.

KBS 뉴스 홍기섭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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