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둑 극성 경찰 딴청 구멍 뚫린 민생치안의 현장

입력 1993.08.22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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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소식입니다.

지난 4월부터 시작된 범죄소탕 180일 작전이 5달째를 맞고 있습니다.

그러나 경찰이 눈앞에 민생치안 보다는 실적 위주에 치우침으로써 절도사건이 반발하는 지역 주민들은 불안해하고 있습니다.

구멍 뚫린 민생치안의 현장과 범죄 유형별로 평가기준을 마련해논 채 실적 경쟁만을 벌이고 있는 실태를 김주영, 이동헌 두 기자가 차례로 전해드립니다.


김주영 기자 :

경기도 구리시 교문동입니다.

대부분 새로 지어서 깔끔해 보이는 다세대 주택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엉망이 된 집들이 많습니다.

문마다 흉하게 쇠창살이 꽂혀 있는가 하면 곳곳에 유리창이 깨진 채 그대로 방치돼 있습니다.

지난봄부터 하루가 멀다 하고 찾아드는 좀도둑 때문입니다.

새로 지은 주택 몇 채가 있는 이 골목에서만 올해 발생한 절도사건이 20건이 넘습니다.

그런데 이상한 일은 주민들이 도난을 당해도 경찰에 신고하려 들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마을 주민 :

2번째 도둑 맞을 때는 가서 또 그 말만 할 뿐이니까, 입은 사람만 억울하니까 그냥 두자하고 신고 안했어요.


김주영 기자 :

새 주인을 받기도 전에 이사해버린 집도 여러채 눈에 띕니다.

이곳 교문동과 서울 시흥동 일대를 비롯해 좀도둑이 들끊는 마을이 최근 부쩍 늘었지만 경찰은 도둑을 잡는데에는 소극적입니다.

도난신고를 받고 일일이 기록을 남기면 바로 점수가 깎여버리기 때문입니다.


김종호 (구리 파출소장) :

검거하고 뭐하든간에 발생 자체가 감점이 되는거에요, 잡은 점수하고 감점점수하고 상계가 되니까 마찬가지죠.


김주영 기자 :

게다가 성범죄를 저지른 청소년들은 1명에 9점씩인데 반해 절도범은 잡아봐야 2점 뿐입니다.

경찰의 화려한 180일 작전이 계속되는 동안 좀도둑들은 이렇게 구멍 뚫린 민생치안을 비웃고 있습니다.

KBS 뉴스 김주영입니다.


이동헌 기자 :

지난 12일 16살 난 10대 4명이 경찰에 구속됐습니다.

2년 반전 여자친구를 집단으로 성폭행한 혐의, 즉 특수 강간입니다.

2년 넘게 묻혀있던 사건을 경찰이 해결한 셈인데 정작 피해자 가족은 경찰의 수사 사실조차 모르고 있었습니다.

관련자들이 지나간 과거로 묻어 두었던 사건이 경찰 정보원의 제보로 새롭게 들춰진 것입니다.


제보자 친구 :

2년전에 그런거를 왜 지금 그러겠어요.


이동헌 기자 :

이처럼 사건 관련자들은 까맣게 잊고 있던 특수강간 사건의 검거가 최근 크게 늘고 있습니다.


형사 :

강간은 4점인데 특수강간은 9점, 이것 잡으러 모든 것 가 팽개치고 야단.


이동헌 기자 :

지난 4월부터 범죄소탕 180일 작전에 돌입한 경찰은 검거 실력을 높이기 위해 살인범 검거는 5점, 강도는 4점 등 범죄 유형별로 평가 점수를 배정해 놓고 경찰서별로 검거실적 경쟁을 벌여왔습니다.

그런데 대 여성범죄를 척결한다는 명목으로 특수 강간범 검거에 살인범보다 훨씬 높은 9점의 점수를 주다보니 경찰서마다 절도나 폭력 등 민생치안에 직결된 범죄는 외면한 채 몇 년이 지난 특수 강간범 검거에만 치중하는 부작용을 낳고 있습니다.


형사 :

잊어버릴만 하면 찾아가지고 말이야, 2년 전에 강간했냐고 이 지랄한다고, 이게 안된다고, 그게 경찰이 한 일이야.


이동헌 기자 :

죄를 지은 사람이 처벌받는다는 것은 당연합니다.

그러나 실적위주의 검거는 오히려 전과자만을 양산해 민생치안에 더 큰 짐을 지우게 될 것입니다.

KBS 뉴스 이동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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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도둑 극성 경찰 딴청 구멍 뚫린 민생치안의 현장
    • 입력 1993-08-22 2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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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소식입니다.

지난 4월부터 시작된 범죄소탕 180일 작전이 5달째를 맞고 있습니다.

그러나 경찰이 눈앞에 민생치안 보다는 실적 위주에 치우침으로써 절도사건이 반발하는 지역 주민들은 불안해하고 있습니다.

구멍 뚫린 민생치안의 현장과 범죄 유형별로 평가기준을 마련해논 채 실적 경쟁만을 벌이고 있는 실태를 김주영, 이동헌 두 기자가 차례로 전해드립니다.


김주영 기자 :

경기도 구리시 교문동입니다.

대부분 새로 지어서 깔끔해 보이는 다세대 주택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엉망이 된 집들이 많습니다.

문마다 흉하게 쇠창살이 꽂혀 있는가 하면 곳곳에 유리창이 깨진 채 그대로 방치돼 있습니다.

지난봄부터 하루가 멀다 하고 찾아드는 좀도둑 때문입니다.

새로 지은 주택 몇 채가 있는 이 골목에서만 올해 발생한 절도사건이 20건이 넘습니다.

그런데 이상한 일은 주민들이 도난을 당해도 경찰에 신고하려 들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마을 주민 :

2번째 도둑 맞을 때는 가서 또 그 말만 할 뿐이니까, 입은 사람만 억울하니까 그냥 두자하고 신고 안했어요.


김주영 기자 :

새 주인을 받기도 전에 이사해버린 집도 여러채 눈에 띕니다.

이곳 교문동과 서울 시흥동 일대를 비롯해 좀도둑이 들끊는 마을이 최근 부쩍 늘었지만 경찰은 도둑을 잡는데에는 소극적입니다.

도난신고를 받고 일일이 기록을 남기면 바로 점수가 깎여버리기 때문입니다.


김종호 (구리 파출소장) :

검거하고 뭐하든간에 발생 자체가 감점이 되는거에요, 잡은 점수하고 감점점수하고 상계가 되니까 마찬가지죠.


김주영 기자 :

게다가 성범죄를 저지른 청소년들은 1명에 9점씩인데 반해 절도범은 잡아봐야 2점 뿐입니다.

경찰의 화려한 180일 작전이 계속되는 동안 좀도둑들은 이렇게 구멍 뚫린 민생치안을 비웃고 있습니다.

KBS 뉴스 김주영입니다.


이동헌 기자 :

지난 12일 16살 난 10대 4명이 경찰에 구속됐습니다.

2년 반전 여자친구를 집단으로 성폭행한 혐의, 즉 특수 강간입니다.

2년 넘게 묻혀있던 사건을 경찰이 해결한 셈인데 정작 피해자 가족은 경찰의 수사 사실조차 모르고 있었습니다.

관련자들이 지나간 과거로 묻어 두었던 사건이 경찰 정보원의 제보로 새롭게 들춰진 것입니다.


제보자 친구 :

2년전에 그런거를 왜 지금 그러겠어요.


이동헌 기자 :

이처럼 사건 관련자들은 까맣게 잊고 있던 특수강간 사건의 검거가 최근 크게 늘고 있습니다.


형사 :

강간은 4점인데 특수강간은 9점, 이것 잡으러 모든 것 가 팽개치고 야단.


이동헌 기자 :

지난 4월부터 범죄소탕 180일 작전에 돌입한 경찰은 검거 실력을 높이기 위해 살인범 검거는 5점, 강도는 4점 등 범죄 유형별로 평가 점수를 배정해 놓고 경찰서별로 검거실적 경쟁을 벌여왔습니다.

그런데 대 여성범죄를 척결한다는 명목으로 특수 강간범 검거에 살인범보다 훨씬 높은 9점의 점수를 주다보니 경찰서마다 절도나 폭력 등 민생치안에 직결된 범죄는 외면한 채 몇 년이 지난 특수 강간범 검거에만 치중하는 부작용을 낳고 있습니다.


형사 :

잊어버릴만 하면 찾아가지고 말이야, 2년 전에 강간했냐고 이 지랄한다고, 이게 안된다고, 그게 경찰이 한 일이야.


이동헌 기자 :

죄를 지은 사람이 처벌받는다는 것은 당연합니다.

그러나 실적위주의 검거는 오히려 전과자만을 양산해 민생치안에 더 큰 짐을 지우게 될 것입니다.

KBS 뉴스 이동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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