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초점] 현장보고 우루과이 라운드 격렬 시위

입력 1994.02.02 (21:00)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정혜승 기자 :

우루과이 라운드의 재협상을 촉구하는, 전국농민대회. 2만5천여 명이 참가한 마로니에 공원에서의 집회는, 비교적 평온했습니다. 그러나 불안스레 유지되던 질서는 2시간 남짓 지난 오후3시40분쯤, 도심 한복판에서 무너졌습니다. 미 대사관쪽으로 진출하려던 시위대를 경찰이 최루탄을 쏘며 저지하자, 일부 참가자들은 쇠파이프와 각목으로 맞섰습니다. 광교로 진출한 시위대는, 경찰버스에 불을 지르고, 가스차를 뒤집는가 하면, 기동대 차량의 유리창을 마구 부셨습니다. 퇴근시간이 지나도록 종로에서 을지로를 잇는 도심 곳곳은, 타이어 타는 냄새와 불기둥, 최루가스와 돌멩이로 얼룩졌습니다. 6시간 넘게 쫓고 쫓기는 숨바꼭질이 계속되는 동안, 퇴근길의 시민들은 발이 묶여 불편을 겪었고, 주변 상인들은 아예 장사를 포기했습니다. 경찰청은 어제 시위로 농민과 경찰 등, 3백여 명이 다치고, 경찰버스와 소방차 등,10대가 불에 타거나 파손됐다고 밝혔습니다.



오광균 (KBS뉴스 기획부장) :

쇠파이프와 화염병에 의존하는 우리의 시위문화를 보면서, 많은 이들은 깊은 우려와 함께, 부끄러움을 느꼈을 것입니다. 어제 농민들의 우루과이 라운드반대시위는, 분명 독재정권에 항거하는 그런 시위가 아니었습니다. 그러나 결과는, 문민정부가 들어선 이래, 최대 규모의 시위였고, 피해 또한 컸습니다.

뉴스초점. 오늘은, 농민들의 울분과 의사표현의 방식. 그리고 큰 상처를 남긴 과격시위의 전말을, 우루과이 라운드 반대시위를 현장에서 취재한 사회부의 두 기자와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강선규, 추은호 기자입니다.

먼저, 강선규 기자! 구체적인 시위피해 상황. 어떻게 지금 파악되고 있습니까?


강선규 (사회부 기자) :

방금, 리포트에서도 언급이 됐습니다만, 경찰청은 3백19명의 경찰이 다쳤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이 가운데 현재 22명이 병원에서 계속 치료를 받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농민과 학생들도 많이 다쳤으나, 현재 정확한 숫자는 파악이 되지 않고 있습니다. 또, 경찰차량 2대와 청소차 1대가 불에 탔고, 경찰차량과 소방차 6대가 부분적으로 파손이 됐습니다. 또, 경찰장비 40여점이 시위대에게 어제 빼앗겼습니다.


오광균 (KBS뉴스 기획부장) :

추은호 기자! 어제 시위에 대해서는, 당국에서 아주 단호하게 대처하겠다, 그런 입장인데, 특히 검찰의 수사방향. 어떻게 진행되고 있습니까?


추은호 (사회부 기자) :

그동안, 검찰과 경찰이 농민집회에 대해서는, 비교적 관대한 입장에서 대처해 온 것이 사실입니다. 아무래도 쌀 시장 개방이라는 문제가, 농민의 생존권과도 직결되는 문제이기 때문에, 검찰과 경찰로서도 시위에 적극 가담자라고 할지라도, 가급적 구속수사를 해 오지는 않았습니다. 그러나 어제 농민시위는, 경찰차량을 방화하고, 시위진압 경찰관에게 폭력을 가하는 등, 그야말로 과격화 되고 폭력적인 양상을 띠었기 때문에, 검찰과 경찰로서도 이 사건을 그냥 묵고할 수 는 없다. 이런 판단을 내렸습니다. 그래서 검찰과 경찰은, 어제 시위현장에서 연행된 116명을 상대로 해서, 폭력행사의 여부 등을 면밀히 조사한 끝에, 농민 3명 정도를 구속 수사하기로 하고, 적극 가담자 5명은 불구속 입건하기로 했습니다. 80여명은 즉심에 회부됐습니다. 검찰과 경찰은 특히, 어제 농민집회를 주도한 전국농민회총연맹 등,9개 단체의 관계자들에 대해서도 조사를 벌인다는 방침입니다. 이들이 과격시위를 배후 조종한 사실이 있는지, 또 집회 신고사항을 준수하지 않은 경위가 무엇인지를 조사해서, 혐의가 드러나는 대로 모두사법처리 한다는 방침입니다.


오광균 (KBS뉴스 기획부장) :

강선규 기자! 어제, 농민시위는 평화집회로 사실상 신고하지 않았습니까? 그런데도 불구하고, 폭력시위로 이어진 이유. 그 과정. 어떻습니까?


강선규 (사회부 기자) :

먼저, 차트를 보면서 어제 시위과정을 한번 알아보겠습니다. 어제 12시 반쯤부터, 서울 동숭동 대학로에는 농민과 학생들이 집결하기 시작합니다. 이곳에서 정식집회는 2시에 시작이 됩니다. 한 시간 반가량 집회를 마친 시위대들은, 집회 마무리장소인 탑골공원을 향해서 가두행진을 벌이게 됩니다. 종로5가와 3가를 거치면서 탑골공원에 도착한 시간은 오후 5시쯤 입니다. 이때, 일부 시위대가 광화문 쪽으로 진출을 시도하면서 경찰과 충돌이 빚어지게 됩니다. 충돌과정에서 시위대가 흩어지고, 탑골공원과 종각, 그리고 청계로, 을지로 입구로 흩어지게 됩니다. 시내에서 산발적인 시위가 계속되다가 밤8시쯤, 시청 앞에 만여 명의 시위대가 집결하게 됩니다. 경찰은 이들이 시청 안으로 들어갈 것을 우려해, 이곳에서 대규모 진압작전을 펼치게 됩니다. 그 뒤 시위대는 흩어지면서, 남대문과 을지로, 청계천. 이 방향에서산발적인 시위를 벌이다가 밤10쯤 자진 해산하게 됩니다.


오광균 (KBS뉴스 기획부장} :

시청 앞은 당초 시위를 하겠다고 한, 신고한 장소가 아니죠?


강선규 (사회부 기자) :

예, 그렇습니다.


오광균 (KBS뉴스 기획부장) :

그러면, 이렇게 폭력시위로 들어가게 된 이유는 무엇입니까?


강선규 (사회부 기자) :

경찰에서는, 어제 폭력시위의 이유를 이렇게 분석하고 있습니다.

우루과이 라운드 최종 개방이행 계획서 제출예정일인 오는 15일을 앞두고, 국민적인 여론을 환기시켜보자. 이것을 첫 번째 이유로 보고 있습니다. 또한 문민정부 출범이후 특별한 이슈가 없는데다가, 시민과 학생들로 부터도 지지를 받지 못하는 한총련 측에서, 이번기회에 자신들의 입지를 좀 강화해 보자. 그래서 농민들의 과격시위를 유도했다. 또는 부추겼다. 이렇게 분석을 하고 있습니다. 또, 농민들은 어제 술이 취해서 자신들의 울분을 토로했다는 겁니다. 쌀시장을 개방 안겠다는 정부의 발표가 거짓인 것에 대한 분노표출. 이렇게 보고 있습니다. 이로 인해서,청와대와 美대사관으로 진출을 시도했고, 이걸 경찰이 막으면서 충돌이 빚어졌습니다.

그러면, 여기서 당시 현장에 있었던 경찰관과 농민들 얘기를 직접 들어보시죠.


경찰관 :

“골목에서 막 나오니까, 정신없이 당한거죠, 뒤에서.”

“많이 몰려오니까, 도망갔습니다. 달리다가 머리를 맞았습니다.”

“뒤쪽에서 갑자기 2-300명이 쇠파이프를 들고 내리쳐가지고, 한 개 중대가 완전히 뒤로 빠져서, 대원들이 계속 넘어져서 다쳤습니다.”


농민 :

“농민들이 많이 다친 것도 유감이죠, 그런 거는.”

“같은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상당히 안타깝게 생각합니다. 이러한 상황이 벌어진 것은, 농민들만의 잘못도 아니고, 시대상황이 만들어 낸, 하나의 비극이 아니겠는가,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오광균 (KBS뉴스 기획부장) :

추은호 기자! 어제 시위로 퇴근길 도심교통이 상당히 마비되어, 시민들의 불편. 그다음에 불평. 이런 것이 크지 않았겠습니까? 어떻습니까?


추은호 (사회부 기자) :

어제 시위가 벌어진 시간이, 퇴근시간 무렵이지 않았습니까. 게다가 서울시청을 중심으로 해서, 종로. 청계천로. 을지로 일대와 같이, 주로 서울시내 중심가에서 시위가 벌어졌기 때문에, 퇴근길의 시내교통 체증은 이루 말 할 수 가 없었습니다.

이 지역은 과격시위로 인해, 약4시간동안, 차량운행이 완전히 통제됐고, 그 여파로 서울도심으로 향하는 주요 길목은 거의 마비상태가 돼 버렸습니다. 따라서 교통체증에 참다못해 아무곳에나 주차해두는 운전자의 모습도 종종 눈에 띄었고, 지하철을 타려는 사람들로, 안 그래도 혼잡한 퇴근길의 지하철 역사는 그야말로 북새통을 이룰 정도였습니다.


오광균 (KBS뉴스 기획부장) :

우리나라와 함께, 우루과이 라운드의 농산물 협상에 가장 강력히 반대했던 나라는 프랑스였습니다. 우루과이 라운드 협상 타결 전, 프랑스 농민들의 시위를 우리는 잘 기억하고 있습니다. 프랑스 농민들의 요즘 동향을, 파리에서 지종학 특파원이 전해 왔습니다.


지종학 특파원 :

우루과이 라운드 협상에서, 고유농산물을 지키기 위해, 반대시위를 벌였던 프랑스 농민들은, 우리와 같은 입장 이였습니다. 수확량을 줄이고, 농경지의 휴경지를 늘려야 했던, 미국의 요구는, 생활의 터전자체를 축소시키는 결과이기 때문입니다. 대도시는 물론, 전국적인 규모로 시위를 벌였던 농민들은, 아예 농산물을 거리에 버리는 등, 극단적인 형태로 항의 했습니다. 입장이 같은 각국의 농민들이 모여, 국경을 초월한 연합시위를 벌이기도 했으며, 여기엔 우리나라와 일본도 참여 했습니다. 결국, 농산물에 대한 개방은 지켜지지 않은 채, 협상이 끝났음에도 시위는 사라졌습니다.

물론, 정부의 제도적인 지원 대책이 뒤따른다는 조건이 전제되긴 했습니다. 농민들 역시, 개방에 대비한 대책마련에 각자, 또는 협동조합 형태로 품질을 향상시키고m 유통망을 개선해 국제경쟁에 대비하기로 한 것입니다. 생산원가를 줄이며, 좋은 농산물로 감소된 량 이상의 수익을 올리자는 자구책입니다.

파리에서 KBS뉴스, 지종학 입니다.


오광균 (KBS뉴스 기획부장) :

추은호 기자! 사실상 우리가, 문민정부가 들어선 이후에, 시위문화도 상당히 달라지지 않았습니까? 어제 전까지만 해도, 우리시위 문화가 상당히 정착되지 않았느냐 하는, 그런 얘기까지 오갔는데, 어떻습니까?


추은호 (사회부 기자) :

문민정부가 출범한 이후, 폭력시위가 눈에 띄게 줄어든 것은 사실입니다. 특히, 지난해 말 쌀시장 개방소식이 전해진 다음에, 서울도심에서 벌어졌던 농민들의 대규모 시위와 어제시위를 비교해 보지 않을 수 가 없습니다. 당시에는 시위대가 질서정연하고, 그리고 평화적인 모습을 보였지 않았습니까. 농민들의 이런 성숙하고도 의연한 모습에, 우리 모두가 농민들에게 박수를 보내고, 농민들의 아픔에 공감을 느끼는 기억이 불과 한 달 정도 남짓한 전의 일 입니다만, 똑같은 문제를 놓고, 똑같은 계층이 벌인 시위가, 이 전의, 그러니까 권위주의 정권시대에처럼 또다시 폭력으로 얼룩졌다는 점에서, 아직 우리의 시위문화는 멀었구나 라고하는 비애를 느끼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런 폭력시위가 있을 때 마다,되풀이 되는 말입니다만, 아무리 온당하고도, 타당한 주장이더라도 그 표현방식이 불법적이고 폭력적이라면, 국민들은 결국 등을 돌리지 않을 수 가없는 겁니다.


오광균 (KBS뉴스 기획부장) :

강선규 기자! 전국농민회총연맹 등, 농민단체들은 이번 사태와 관련해서 앞으로 어떤 움직임을 보일 것 같습니까?


강선규 (사회부 기자) :

어제 시위에 참가했던 농민가운데 백50여명 정도가, 현재 동국대에서 자신들의 요구가 관철될 때까지 무기한 농성을 벌이겠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경실련 등, 36개 시민단체에서도 오는 5일, 이번 주 토요일이죠. 서울을 비롯한 전국10개 도시에서 시민대회를 개최할 예정입니다. 경찰은 오는 토요일 집회에, 한총련 등, 외부세력이 개입할 경우에는 또 다시 폭력시위가 일어날 수 도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그러나 농민들은 앞으로는 평화적인 시위를 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그럼, 여기서 한 농민단체의 간부 얘기를 직접 들어보시죠.


김준규 (전국농민회총연맹 정책실장) :

예측하지 않은 상황들이 많이 발생했다고 생각을 하는데요, 사실 주최 측이 상황을 준비하는 것도, 어제 당일에 꾸려지게 되고, 또 기계 같은 경우에도 오히려 당국을 통해서 알게 됐고, 또한 새벽에 대회에 참여하려고 올라오던 젊은 농민들이 불의의 교통사고를 당한 것도 작용을 했고, 젊은 경찰들 다치는 거나, 나이 많은 농민들 다치는 거나 다 마음 아픈 일인데, 그런 경우는 어쨌든 유감이라고 생각을 하고, 책임 있는 분들이나 어르신 들,혹은 단체대표들께서 모인자리에서 앞으로 그런 계획들은 정리가 되자 않겠습니까. 가능한 국민적 정서에 맞아야 되겠죠.


오광균 (KBS뉴스 기획부장) :

추은호 기자! 우루과이 라운드 협상에 대한, 국회의 비준이 있을 때까지, 아무래도 농민들의 집회나 시위가 적지 않게 있을 거 같지 않습니까? 당국에서 앞으로 이 문제를 어떻게 대처할거 같습니까?


추은호 (사회부 기자) :

아직 국회에서, 언제 비준동의안을 처리할 수 있을 구체적인 일정은 잡혀있는 것은 아닙니다만, 국회의 비준이 있기 전까지, 농민들의 집회와 시위는 계속될 겁니다. 물론, 앞으로도 합법적이고, 평화적인 농민시위는 당국에서는 계속 보장하겠다. 이런 방침이지만은, 실정법을 어기고 공권력을 유린하는 폭력시위 만큼은, 어떤 경우에도 용납하지 않고 강력히 대처한다는 것이, 검찰과 경찰의 분명한 입장입니다.


오광균 (KBS뉴스 기획부장) :

우루과이 라운드 타결 이후에, 우리의 농어촌 문제는 전 국민의 문제일 것입니다. 그러나 농어민의 항변이 과격과 불법시위 때문에 퇴색되고, 도시민에게 외면당한다면, 이 또한 안타까운 일입니다.

뉴스초점. 지금까지 사회부에 강선규, 추은호 기자와 함께 알아봤습니다. 오늘 두 기자 수고했습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뉴스초점] 현장보고 우루과이 라운드 격렬 시위
    • 입력 1994-02-02 21:00:00
    뉴스 9

정혜승 기자 :

우루과이 라운드의 재협상을 촉구하는, 전국농민대회. 2만5천여 명이 참가한 마로니에 공원에서의 집회는, 비교적 평온했습니다. 그러나 불안스레 유지되던 질서는 2시간 남짓 지난 오후3시40분쯤, 도심 한복판에서 무너졌습니다. 미 대사관쪽으로 진출하려던 시위대를 경찰이 최루탄을 쏘며 저지하자, 일부 참가자들은 쇠파이프와 각목으로 맞섰습니다. 광교로 진출한 시위대는, 경찰버스에 불을 지르고, 가스차를 뒤집는가 하면, 기동대 차량의 유리창을 마구 부셨습니다. 퇴근시간이 지나도록 종로에서 을지로를 잇는 도심 곳곳은, 타이어 타는 냄새와 불기둥, 최루가스와 돌멩이로 얼룩졌습니다. 6시간 넘게 쫓고 쫓기는 숨바꼭질이 계속되는 동안, 퇴근길의 시민들은 발이 묶여 불편을 겪었고, 주변 상인들은 아예 장사를 포기했습니다. 경찰청은 어제 시위로 농민과 경찰 등, 3백여 명이 다치고, 경찰버스와 소방차 등,10대가 불에 타거나 파손됐다고 밝혔습니다.



오광균 (KBS뉴스 기획부장) :

쇠파이프와 화염병에 의존하는 우리의 시위문화를 보면서, 많은 이들은 깊은 우려와 함께, 부끄러움을 느꼈을 것입니다. 어제 농민들의 우루과이 라운드반대시위는, 분명 독재정권에 항거하는 그런 시위가 아니었습니다. 그러나 결과는, 문민정부가 들어선 이래, 최대 규모의 시위였고, 피해 또한 컸습니다.

뉴스초점. 오늘은, 농민들의 울분과 의사표현의 방식. 그리고 큰 상처를 남긴 과격시위의 전말을, 우루과이 라운드 반대시위를 현장에서 취재한 사회부의 두 기자와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강선규, 추은호 기자입니다.

먼저, 강선규 기자! 구체적인 시위피해 상황. 어떻게 지금 파악되고 있습니까?


강선규 (사회부 기자) :

방금, 리포트에서도 언급이 됐습니다만, 경찰청은 3백19명의 경찰이 다쳤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이 가운데 현재 22명이 병원에서 계속 치료를 받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농민과 학생들도 많이 다쳤으나, 현재 정확한 숫자는 파악이 되지 않고 있습니다. 또, 경찰차량 2대와 청소차 1대가 불에 탔고, 경찰차량과 소방차 6대가 부분적으로 파손이 됐습니다. 또, 경찰장비 40여점이 시위대에게 어제 빼앗겼습니다.


오광균 (KBS뉴스 기획부장) :

추은호 기자! 어제 시위에 대해서는, 당국에서 아주 단호하게 대처하겠다, 그런 입장인데, 특히 검찰의 수사방향. 어떻게 진행되고 있습니까?


추은호 (사회부 기자) :

그동안, 검찰과 경찰이 농민집회에 대해서는, 비교적 관대한 입장에서 대처해 온 것이 사실입니다. 아무래도 쌀 시장 개방이라는 문제가, 농민의 생존권과도 직결되는 문제이기 때문에, 검찰과 경찰로서도 시위에 적극 가담자라고 할지라도, 가급적 구속수사를 해 오지는 않았습니다. 그러나 어제 농민시위는, 경찰차량을 방화하고, 시위진압 경찰관에게 폭력을 가하는 등, 그야말로 과격화 되고 폭력적인 양상을 띠었기 때문에, 검찰과 경찰로서도 이 사건을 그냥 묵고할 수 는 없다. 이런 판단을 내렸습니다. 그래서 검찰과 경찰은, 어제 시위현장에서 연행된 116명을 상대로 해서, 폭력행사의 여부 등을 면밀히 조사한 끝에, 농민 3명 정도를 구속 수사하기로 하고, 적극 가담자 5명은 불구속 입건하기로 했습니다. 80여명은 즉심에 회부됐습니다. 검찰과 경찰은 특히, 어제 농민집회를 주도한 전국농민회총연맹 등,9개 단체의 관계자들에 대해서도 조사를 벌인다는 방침입니다. 이들이 과격시위를 배후 조종한 사실이 있는지, 또 집회 신고사항을 준수하지 않은 경위가 무엇인지를 조사해서, 혐의가 드러나는 대로 모두사법처리 한다는 방침입니다.


오광균 (KBS뉴스 기획부장) :

강선규 기자! 어제, 농민시위는 평화집회로 사실상 신고하지 않았습니까? 그런데도 불구하고, 폭력시위로 이어진 이유. 그 과정. 어떻습니까?


강선규 (사회부 기자) :

먼저, 차트를 보면서 어제 시위과정을 한번 알아보겠습니다. 어제 12시 반쯤부터, 서울 동숭동 대학로에는 농민과 학생들이 집결하기 시작합니다. 이곳에서 정식집회는 2시에 시작이 됩니다. 한 시간 반가량 집회를 마친 시위대들은, 집회 마무리장소인 탑골공원을 향해서 가두행진을 벌이게 됩니다. 종로5가와 3가를 거치면서 탑골공원에 도착한 시간은 오후 5시쯤 입니다. 이때, 일부 시위대가 광화문 쪽으로 진출을 시도하면서 경찰과 충돌이 빚어지게 됩니다. 충돌과정에서 시위대가 흩어지고, 탑골공원과 종각, 그리고 청계로, 을지로 입구로 흩어지게 됩니다. 시내에서 산발적인 시위가 계속되다가 밤8시쯤, 시청 앞에 만여 명의 시위대가 집결하게 됩니다. 경찰은 이들이 시청 안으로 들어갈 것을 우려해, 이곳에서 대규모 진압작전을 펼치게 됩니다. 그 뒤 시위대는 흩어지면서, 남대문과 을지로, 청계천. 이 방향에서산발적인 시위를 벌이다가 밤10쯤 자진 해산하게 됩니다.


오광균 (KBS뉴스 기획부장} :

시청 앞은 당초 시위를 하겠다고 한, 신고한 장소가 아니죠?


강선규 (사회부 기자) :

예, 그렇습니다.


오광균 (KBS뉴스 기획부장) :

그러면, 이렇게 폭력시위로 들어가게 된 이유는 무엇입니까?


강선규 (사회부 기자) :

경찰에서는, 어제 폭력시위의 이유를 이렇게 분석하고 있습니다.

우루과이 라운드 최종 개방이행 계획서 제출예정일인 오는 15일을 앞두고, 국민적인 여론을 환기시켜보자. 이것을 첫 번째 이유로 보고 있습니다. 또한 문민정부 출범이후 특별한 이슈가 없는데다가, 시민과 학생들로 부터도 지지를 받지 못하는 한총련 측에서, 이번기회에 자신들의 입지를 좀 강화해 보자. 그래서 농민들의 과격시위를 유도했다. 또는 부추겼다. 이렇게 분석을 하고 있습니다. 또, 농민들은 어제 술이 취해서 자신들의 울분을 토로했다는 겁니다. 쌀시장을 개방 안겠다는 정부의 발표가 거짓인 것에 대한 분노표출. 이렇게 보고 있습니다. 이로 인해서,청와대와 美대사관으로 진출을 시도했고, 이걸 경찰이 막으면서 충돌이 빚어졌습니다.

그러면, 여기서 당시 현장에 있었던 경찰관과 농민들 얘기를 직접 들어보시죠.


경찰관 :

“골목에서 막 나오니까, 정신없이 당한거죠, 뒤에서.”

“많이 몰려오니까, 도망갔습니다. 달리다가 머리를 맞았습니다.”

“뒤쪽에서 갑자기 2-300명이 쇠파이프를 들고 내리쳐가지고, 한 개 중대가 완전히 뒤로 빠져서, 대원들이 계속 넘어져서 다쳤습니다.”


농민 :

“농민들이 많이 다친 것도 유감이죠, 그런 거는.”

“같은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상당히 안타깝게 생각합니다. 이러한 상황이 벌어진 것은, 농민들만의 잘못도 아니고, 시대상황이 만들어 낸, 하나의 비극이 아니겠는가,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오광균 (KBS뉴스 기획부장) :

추은호 기자! 어제 시위로 퇴근길 도심교통이 상당히 마비되어, 시민들의 불편. 그다음에 불평. 이런 것이 크지 않았겠습니까? 어떻습니까?


추은호 (사회부 기자) :

어제 시위가 벌어진 시간이, 퇴근시간 무렵이지 않았습니까. 게다가 서울시청을 중심으로 해서, 종로. 청계천로. 을지로 일대와 같이, 주로 서울시내 중심가에서 시위가 벌어졌기 때문에, 퇴근길의 시내교통 체증은 이루 말 할 수 가 없었습니다.

이 지역은 과격시위로 인해, 약4시간동안, 차량운행이 완전히 통제됐고, 그 여파로 서울도심으로 향하는 주요 길목은 거의 마비상태가 돼 버렸습니다. 따라서 교통체증에 참다못해 아무곳에나 주차해두는 운전자의 모습도 종종 눈에 띄었고, 지하철을 타려는 사람들로, 안 그래도 혼잡한 퇴근길의 지하철 역사는 그야말로 북새통을 이룰 정도였습니다.


오광균 (KBS뉴스 기획부장) :

우리나라와 함께, 우루과이 라운드의 농산물 협상에 가장 강력히 반대했던 나라는 프랑스였습니다. 우루과이 라운드 협상 타결 전, 프랑스 농민들의 시위를 우리는 잘 기억하고 있습니다. 프랑스 농민들의 요즘 동향을, 파리에서 지종학 특파원이 전해 왔습니다.


지종학 특파원 :

우루과이 라운드 협상에서, 고유농산물을 지키기 위해, 반대시위를 벌였던 프랑스 농민들은, 우리와 같은 입장 이였습니다. 수확량을 줄이고, 농경지의 휴경지를 늘려야 했던, 미국의 요구는, 생활의 터전자체를 축소시키는 결과이기 때문입니다. 대도시는 물론, 전국적인 규모로 시위를 벌였던 농민들은, 아예 농산물을 거리에 버리는 등, 극단적인 형태로 항의 했습니다. 입장이 같은 각국의 농민들이 모여, 국경을 초월한 연합시위를 벌이기도 했으며, 여기엔 우리나라와 일본도 참여 했습니다. 결국, 농산물에 대한 개방은 지켜지지 않은 채, 협상이 끝났음에도 시위는 사라졌습니다.

물론, 정부의 제도적인 지원 대책이 뒤따른다는 조건이 전제되긴 했습니다. 농민들 역시, 개방에 대비한 대책마련에 각자, 또는 협동조합 형태로 품질을 향상시키고m 유통망을 개선해 국제경쟁에 대비하기로 한 것입니다. 생산원가를 줄이며, 좋은 농산물로 감소된 량 이상의 수익을 올리자는 자구책입니다.

파리에서 KBS뉴스, 지종학 입니다.


오광균 (KBS뉴스 기획부장) :

추은호 기자! 사실상 우리가, 문민정부가 들어선 이후에, 시위문화도 상당히 달라지지 않았습니까? 어제 전까지만 해도, 우리시위 문화가 상당히 정착되지 않았느냐 하는, 그런 얘기까지 오갔는데, 어떻습니까?


추은호 (사회부 기자) :

문민정부가 출범한 이후, 폭력시위가 눈에 띄게 줄어든 것은 사실입니다. 특히, 지난해 말 쌀시장 개방소식이 전해진 다음에, 서울도심에서 벌어졌던 농민들의 대규모 시위와 어제시위를 비교해 보지 않을 수 가 없습니다. 당시에는 시위대가 질서정연하고, 그리고 평화적인 모습을 보였지 않았습니까. 농민들의 이런 성숙하고도 의연한 모습에, 우리 모두가 농민들에게 박수를 보내고, 농민들의 아픔에 공감을 느끼는 기억이 불과 한 달 정도 남짓한 전의 일 입니다만, 똑같은 문제를 놓고, 똑같은 계층이 벌인 시위가, 이 전의, 그러니까 권위주의 정권시대에처럼 또다시 폭력으로 얼룩졌다는 점에서, 아직 우리의 시위문화는 멀었구나 라고하는 비애를 느끼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런 폭력시위가 있을 때 마다,되풀이 되는 말입니다만, 아무리 온당하고도, 타당한 주장이더라도 그 표현방식이 불법적이고 폭력적이라면, 국민들은 결국 등을 돌리지 않을 수 가없는 겁니다.


오광균 (KBS뉴스 기획부장) :

강선규 기자! 전국농민회총연맹 등, 농민단체들은 이번 사태와 관련해서 앞으로 어떤 움직임을 보일 것 같습니까?


강선규 (사회부 기자) :

어제 시위에 참가했던 농민가운데 백50여명 정도가, 현재 동국대에서 자신들의 요구가 관철될 때까지 무기한 농성을 벌이겠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경실련 등, 36개 시민단체에서도 오는 5일, 이번 주 토요일이죠. 서울을 비롯한 전국10개 도시에서 시민대회를 개최할 예정입니다. 경찰은 오는 토요일 집회에, 한총련 등, 외부세력이 개입할 경우에는 또 다시 폭력시위가 일어날 수 도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그러나 농민들은 앞으로는 평화적인 시위를 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그럼, 여기서 한 농민단체의 간부 얘기를 직접 들어보시죠.


김준규 (전국농민회총연맹 정책실장) :

예측하지 않은 상황들이 많이 발생했다고 생각을 하는데요, 사실 주최 측이 상황을 준비하는 것도, 어제 당일에 꾸려지게 되고, 또 기계 같은 경우에도 오히려 당국을 통해서 알게 됐고, 또한 새벽에 대회에 참여하려고 올라오던 젊은 농민들이 불의의 교통사고를 당한 것도 작용을 했고, 젊은 경찰들 다치는 거나, 나이 많은 농민들 다치는 거나 다 마음 아픈 일인데, 그런 경우는 어쨌든 유감이라고 생각을 하고, 책임 있는 분들이나 어르신 들,혹은 단체대표들께서 모인자리에서 앞으로 그런 계획들은 정리가 되자 않겠습니까. 가능한 국민적 정서에 맞아야 되겠죠.


오광균 (KBS뉴스 기획부장) :

추은호 기자! 우루과이 라운드 협상에 대한, 국회의 비준이 있을 때까지, 아무래도 농민들의 집회나 시위가 적지 않게 있을 거 같지 않습니까? 당국에서 앞으로 이 문제를 어떻게 대처할거 같습니까?


추은호 (사회부 기자) :

아직 국회에서, 언제 비준동의안을 처리할 수 있을 구체적인 일정은 잡혀있는 것은 아닙니다만, 국회의 비준이 있기 전까지, 농민들의 집회와 시위는 계속될 겁니다. 물론, 앞으로도 합법적이고, 평화적인 농민시위는 당국에서는 계속 보장하겠다. 이런 방침이지만은, 실정법을 어기고 공권력을 유린하는 폭력시위 만큼은, 어떤 경우에도 용납하지 않고 강력히 대처한다는 것이, 검찰과 경찰의 분명한 입장입니다.


오광균 (KBS뉴스 기획부장) :

우루과이 라운드 타결 이후에, 우리의 농어촌 문제는 전 국민의 문제일 것입니다. 그러나 농어민의 항변이 과격과 불법시위 때문에 퇴색되고, 도시민에게 외면당한다면, 이 또한 안타까운 일입니다.

뉴스초점. 지금까지 사회부에 강선규, 추은호 기자와 함께 알아봤습니다. 오늘 두 기자 수고했습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