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추적 781-1234] 병역 기피로 손가락 자른다

입력 1994.09.01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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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가락 자르다

얼마 전, 광주에서 일부 운동권 학생들이 병역의무를 기피할 목적으로 스스로 손가락을 자른 사실이 밝혀져서 충격이 컸습니다. 그런 충격의 현장을 KBS는 더 확인할 수가 있었습니다. 임박한 군입대를 피하기 위해서, 친구들끼리 모여서 서로의 손가락을 잘라주는 젊은이들도 있습니다.

보도에 기동취재부의 민경욱 기자 입니다.


담당의사 :

손을 잘라도 작두로 자른 듯이 아주 싹둑 잘라 가지고 왔더라고...


“자른건 어디서 잘랐어요”

“집에서 잘랐습니다”

“칼은 뭐? 부엌칼로”

“네”

“자를 때 무섭진 않았어요”

“겁났지요. 고개를 돌리고 하나, 둘, 셋 했을 때 자르라고...”


민경욱 기자 :

올해 20살의 소군이, 자신의 손가락을 잘라야겠다는 끔찍한 마음을 먹은 것은 입대를 보름 앞두고 였습니다.


절단 이유

“들리는 소문에 있지 않습니까. 자르면 안 간다더라”


소군의 손을 잘라준 사람은 친구 김모군, 김군 역시 군 입대를 피하기 위해서 한 달 전에 술에 취한 채 끔찍한 일을 저질렀습니다. 김군의 손가락은 소군이 잘라 주었습니다.


“저도 그때 잘라줬을 때요... 처음엔 조마조마하고 처음에 잘라달라고 했을 때는 피했습니다. 나 못 잘라준다. 진짜 못 잘라줘...”


결국, 이번 달과 오는 11월 방위와 현역으로 각각 입대하기로 돼 있던 김군과 소군은, 입대를 피하기 위해 서로의 손가락을 잘라준 것입니다. 이들이 치료를 받은 서울의 한 병원 입니다. 이곳에서만 지난 7개월 동안, 이들을 포함해서 모두 4명이나 인지를 자르고 봉합수술을 받았습니다.

이들 가운데 엑스레이를 찍은 3명의 엑스레이 사진입니다. 모두 오른쪽 둘째 손가락 첫마디가 잘려나갔습니다. 이들은 모두 군입대를 앞둔 징집 대상자들 이었습니다.

손가락을 자른 또 다른 김모군의 병적 기록표 입니다. 김군은 지난해 5월 현역 판정을 받았습니다. 그러나 학력 때문에 방위소집 대상이 된 김군은, 지난 1월 손가락을 자르고 지난 6월 재검에서 징집이 면제 됩니다. 김군의 고용주라는 유두현씨가 제출한 진술서 입니다. 김군이 공사현장에서 윈치에 인지가 잘렸다는 내용 입니다. 그러나 취재진의 확인결과 진술서를 써준 윤씨는, 벌써 몇년재 행방이 묘연한 사람으로 밝혀졌고, 경영한다는 건축사무소도 없는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유두현씨라고 여기에 사시나요”

“우편물만 계속 와서 쌓여요”


김군의 진료 기록카드 입니다. 칼에 잘렸다고 말한 사실이 적혀 있습니다. 김군 병무당국에 제출한 진술서 입니다. 윈치기계 체인에 끼어 인지가 잘렸다고 쓰여 있습니다.

지금 제 뒤로 보이는 것이, 건축현장에서 자재를 운반할 때 사용되는 윈치라는 기계 입니다.


박국성 (원치 기술자) :

윈치는 숙달된 사람만 하고요. 이거는 뭐, 손가락 다치고 깨지고 그런 것은 전혀 없습니다. 손이 이그러졌으면 이그러졌지 짤라지는 건 없지요.


민경욱 기자 :

김군이 엑스레이 사진입니다. 오른쪽 인지의 한마디만 깨끗하게 잘려있습니다. 결국 김군은 몇 가지 허위기록을 제출하고, 자신의 자해 사실을 감춘 채 병역의미를 피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군대를 가느냐 면제가 되느냐를 판정받는 신체검사장 입니다. 신체검사규칙에는 우측 인지 즉, 오른손의 둘째 손가락 한마디고 잘리면 5급 제2국민역으로 판정하게 돼있습니다. 병역이 면제 된다는 얘기 입니다.


외과담당 5위관 :

자해를 했어도 본인이 숨기면 100% 성공할 수도 있어요.


민경욱 기자 :

신체검사 대상자는 한해 약 40만명, 이 가운데 손가락 때문에 병역부적격 판정을 받는 사람은, 해마다 2백50여명으로 추정 됩니다. 현행 병역법은, 군에 가지 않기 위해 몸을 일부로 다치게 하는 경우, 1년 이상 3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도록 돼 있습니다. 자해 사례를 확인하고 고발해야 하는 병무청은 무엇을 하고 있는가?


신용욱 (병무청 징모국장) :

저희들은 그, 지금까지의 저희의 많은 경험에 의해서 병력을 면탈할 목적으로 신체... 극히 저는 없다고 봅니다. 그런 사례가 없었기 때문에 사전당국에 고발한 일은 없습니다.


민경옥 기자 :

그러나 올 들어 적어도 4명이 일부러 손가락을 잘랐다는 사실이 취재결과 확인 됐습니다.

KBS 뉴스, 민경욱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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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장추적 781-1234] 병역 기피로 손가락 자른다
    • 입력 1994-09-01 21:00:00
    뉴스 9

손가락 자르다

얼마 전, 광주에서 일부 운동권 학생들이 병역의무를 기피할 목적으로 스스로 손가락을 자른 사실이 밝혀져서 충격이 컸습니다. 그런 충격의 현장을 KBS는 더 확인할 수가 있었습니다. 임박한 군입대를 피하기 위해서, 친구들끼리 모여서 서로의 손가락을 잘라주는 젊은이들도 있습니다.

보도에 기동취재부의 민경욱 기자 입니다.


담당의사 :

손을 잘라도 작두로 자른 듯이 아주 싹둑 잘라 가지고 왔더라고...


“자른건 어디서 잘랐어요”

“집에서 잘랐습니다”

“칼은 뭐? 부엌칼로”

“네”

“자를 때 무섭진 않았어요”

“겁났지요. 고개를 돌리고 하나, 둘, 셋 했을 때 자르라고...”


민경욱 기자 :

올해 20살의 소군이, 자신의 손가락을 잘라야겠다는 끔찍한 마음을 먹은 것은 입대를 보름 앞두고 였습니다.


절단 이유

“들리는 소문에 있지 않습니까. 자르면 안 간다더라”


소군의 손을 잘라준 사람은 친구 김모군, 김군 역시 군 입대를 피하기 위해서 한 달 전에 술에 취한 채 끔찍한 일을 저질렀습니다. 김군의 손가락은 소군이 잘라 주었습니다.


“저도 그때 잘라줬을 때요... 처음엔 조마조마하고 처음에 잘라달라고 했을 때는 피했습니다. 나 못 잘라준다. 진짜 못 잘라줘...”


결국, 이번 달과 오는 11월 방위와 현역으로 각각 입대하기로 돼 있던 김군과 소군은, 입대를 피하기 위해 서로의 손가락을 잘라준 것입니다. 이들이 치료를 받은 서울의 한 병원 입니다. 이곳에서만 지난 7개월 동안, 이들을 포함해서 모두 4명이나 인지를 자르고 봉합수술을 받았습니다.

이들 가운데 엑스레이를 찍은 3명의 엑스레이 사진입니다. 모두 오른쪽 둘째 손가락 첫마디가 잘려나갔습니다. 이들은 모두 군입대를 앞둔 징집 대상자들 이었습니다.

손가락을 자른 또 다른 김모군의 병적 기록표 입니다. 김군은 지난해 5월 현역 판정을 받았습니다. 그러나 학력 때문에 방위소집 대상이 된 김군은, 지난 1월 손가락을 자르고 지난 6월 재검에서 징집이 면제 됩니다. 김군의 고용주라는 유두현씨가 제출한 진술서 입니다. 김군이 공사현장에서 윈치에 인지가 잘렸다는 내용 입니다. 그러나 취재진의 확인결과 진술서를 써준 윤씨는, 벌써 몇년재 행방이 묘연한 사람으로 밝혀졌고, 경영한다는 건축사무소도 없는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유두현씨라고 여기에 사시나요”

“우편물만 계속 와서 쌓여요”


김군의 진료 기록카드 입니다. 칼에 잘렸다고 말한 사실이 적혀 있습니다. 김군 병무당국에 제출한 진술서 입니다. 윈치기계 체인에 끼어 인지가 잘렸다고 쓰여 있습니다.

지금 제 뒤로 보이는 것이, 건축현장에서 자재를 운반할 때 사용되는 윈치라는 기계 입니다.


박국성 (원치 기술자) :

윈치는 숙달된 사람만 하고요. 이거는 뭐, 손가락 다치고 깨지고 그런 것은 전혀 없습니다. 손이 이그러졌으면 이그러졌지 짤라지는 건 없지요.


민경욱 기자 :

김군이 엑스레이 사진입니다. 오른쪽 인지의 한마디만 깨끗하게 잘려있습니다. 결국 김군은 몇 가지 허위기록을 제출하고, 자신의 자해 사실을 감춘 채 병역의미를 피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군대를 가느냐 면제가 되느냐를 판정받는 신체검사장 입니다. 신체검사규칙에는 우측 인지 즉, 오른손의 둘째 손가락 한마디고 잘리면 5급 제2국민역으로 판정하게 돼있습니다. 병역이 면제 된다는 얘기 입니다.


외과담당 5위관 :

자해를 했어도 본인이 숨기면 100% 성공할 수도 있어요.


민경욱 기자 :

신체검사 대상자는 한해 약 40만명, 이 가운데 손가락 때문에 병역부적격 판정을 받는 사람은, 해마다 2백50여명으로 추정 됩니다. 현행 병역법은, 군에 가지 않기 위해 몸을 일부로 다치게 하는 경우, 1년 이상 3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도록 돼 있습니다. 자해 사례를 확인하고 고발해야 하는 병무청은 무엇을 하고 있는가?


신용욱 (병무청 징모국장) :

저희들은 그, 지금까지의 저희의 많은 경험에 의해서 병력을 면탈할 목적으로 신체... 극히 저는 없다고 봅니다. 그런 사례가 없었기 때문에 사전당국에 고발한 일은 없습니다.


민경옥 기자 :

그러나 올 들어 적어도 4명이 일부러 손가락을 잘랐다는 사실이 취재결과 확인 됐습니다.

KBS 뉴스, 민경욱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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