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추적 781-1234] 전화번호 3백만원

입력 1994.12.17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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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진 앵커 :

간혹 일부업소의 전화번호가 신기할 정도로 그 업소의 성격에 부합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삿짐센터가 2424라든가 주유소가 5145인 경우 등이 바로 그 대표적인 사례들입니다. 어떻게 그런 번호를 받게 됐을까? 비밀의 열쇠는 웃돈이었습니다.

이른바 인기전화번호의 유출경위를 김용석 기자가 추적했습니다.


김용석 기자 :

“5145 오일사오(주유소)”

“2875 이빨치료(치 과)”

“3989 삶고빨고(세탁소)”


가입비의 열배가 넘는 웃돈을 얹어주고도 쉽게 구할 수 없는 이른바 인기 전화번호부입니다.


이삿짐 센터 주인 :

브로커가 전화번호 하나에 250만원에서 350만원에 거래된다고 했죠.


“얼마 주셨죠?”


250만원 줬습니다.


김용석 기자 :

이렇게 적지 않은 웃돈이 붙다보니 전문 브로커에다 전화국 직원까지 전화번호를 빼내 팝니다.


브로커 :

전화국 직원이 와서 전화번호를 팔아달라고 해서 소해했습니다.


김용석 기자 :

이미 관행처럼 굳어진 전화국의 전화번호 빼돌리기. 심지어는 퇴직자에게 노후대책용 선물로까지 제공됩니다. 지난89년 12월, 서울 천호전화국을 퇴직한 김모씨의 경우 퇴직하면서 갖고 나간 전화번호가 무려 21개나 됩니다. 한결같이 외우기 쉬운 번호들입니다. 가족이나 친척이름으로 받은 것도 다섯개나 됩니다. 전화번호를 부여하는 데는 이곳에 있는 창구과장의 결재가 필요하기 때문에 퇴직 당시 수요조사 과장이었던 진씨가 전화국 내부의 도움이 없이는 이들 번호를 빼낼 수 없습니다.


“퇴직한 연후에 자기 생활보장이란 측면에서.. 인간적으로 부탁을 해가지고 도움 받은 걸로 사려됩니다.”


김용석 기자 :

인기 전화번호는 이른바 전화국 고객들에게 주는 상납선물로도 쓰입니다. 서울 잠실전화국 영업과장이였던 민모씨는 고객들의 부탁을 받고 컴퓨터 대신 자신이 직접 수작업으로 26개의 전화번호를 빼돌렸습니다. 역시 쉽게 기억할 수 있는 인기 전화번호들입니다. 이들 번호에는 현재 3백만원의 웃돈이 붙어있습니다.

시민의 손발이 되고 있는 전화번호에까지 끼어들고 있는 비리, 비밀거래의 관행이 근절되지 않는 한 통신행정에 대한 불신은 계속될 수밖에 없습니다.

KBS 뉴스, 김용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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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장추적 781-1234] 전화번호 3백만원
    • 입력 1994-12-17 2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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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진 앵커 :

간혹 일부업소의 전화번호가 신기할 정도로 그 업소의 성격에 부합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삿짐센터가 2424라든가 주유소가 5145인 경우 등이 바로 그 대표적인 사례들입니다. 어떻게 그런 번호를 받게 됐을까? 비밀의 열쇠는 웃돈이었습니다.

이른바 인기전화번호의 유출경위를 김용석 기자가 추적했습니다.


김용석 기자 :

“5145 오일사오(주유소)”

“2875 이빨치료(치 과)”

“3989 삶고빨고(세탁소)”


가입비의 열배가 넘는 웃돈을 얹어주고도 쉽게 구할 수 없는 이른바 인기 전화번호부입니다.


이삿짐 센터 주인 :

브로커가 전화번호 하나에 250만원에서 350만원에 거래된다고 했죠.


“얼마 주셨죠?”


250만원 줬습니다.


김용석 기자 :

이렇게 적지 않은 웃돈이 붙다보니 전문 브로커에다 전화국 직원까지 전화번호를 빼내 팝니다.


브로커 :

전화국 직원이 와서 전화번호를 팔아달라고 해서 소해했습니다.


김용석 기자 :

이미 관행처럼 굳어진 전화국의 전화번호 빼돌리기. 심지어는 퇴직자에게 노후대책용 선물로까지 제공됩니다. 지난89년 12월, 서울 천호전화국을 퇴직한 김모씨의 경우 퇴직하면서 갖고 나간 전화번호가 무려 21개나 됩니다. 한결같이 외우기 쉬운 번호들입니다. 가족이나 친척이름으로 받은 것도 다섯개나 됩니다. 전화번호를 부여하는 데는 이곳에 있는 창구과장의 결재가 필요하기 때문에 퇴직 당시 수요조사 과장이었던 진씨가 전화국 내부의 도움이 없이는 이들 번호를 빼낼 수 없습니다.


“퇴직한 연후에 자기 생활보장이란 측면에서.. 인간적으로 부탁을 해가지고 도움 받은 걸로 사려됩니다.”


김용석 기자 :

인기 전화번호는 이른바 전화국 고객들에게 주는 상납선물로도 쓰입니다. 서울 잠실전화국 영업과장이였던 민모씨는 고객들의 부탁을 받고 컴퓨터 대신 자신이 직접 수작업으로 26개의 전화번호를 빼돌렸습니다. 역시 쉽게 기억할 수 있는 인기 전화번호들입니다. 이들 번호에는 현재 3백만원의 웃돈이 붙어있습니다.

시민의 손발이 되고 있는 전화번호에까지 끼어들고 있는 비리, 비밀거래의 관행이 근절되지 않는 한 통신행정에 대한 불신은 계속될 수밖에 없습니다.

KBS 뉴스, 김용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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