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산가족 찾는다

입력 1995.01.18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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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성 앵커 :

부자나라 일본도 천재지변에는 손을 들고 있습니다. 강진이 휩쓸고 간 고베시는 지금 6.25전쟁 직후를 방불케 하는 광경이 곳곳에서 연출되고 있습니다. 이산가족찾기의 재판 입니다. 당장 먹을 것이 턱없이 모자랍니다.

현지에 특파된 박영환 기자의 계속된 보도 입니다.


박영환 기자 :

갑자기 닥친 강진을 피해서 맨몸으로 간신히 빠져나왔던 사람들이 애타게 가족을 찾는 메모가 여기저기 나붙어 있습니다. 자신이 임시로 머무는 수용소 위치를 적어놓고 연락이 오기만을 기다립니다. 구조대의 손길을 기다리다 못해 직접 가족을 찾아 나선 사람들도 사망사실을 확인하고는 끝내 울음을 터트리고야 말았습니다. 10번 걸어야 겨우 한번 연결되는 공중전화마다 긴 줄이 늘어섰습니다. 급수차 앞도 사정은 마찬가지 입니다. 마실 물을 확보하기 위해 물통을 들고 몇 시간씩 참고 기다려야 합니다. 심지어 터진 수도관에서 흘러나오는 물을 퍼 담는 사람도 있습니다.


“어디라도 쓸 수 있어요. 끓이면 마실 수도 있고...”


식료품 가게마다 비상식량을 사려는 사람들로 붐빕니다. 열차가 달려야할 철로 위로는 대신 사람들이 걸어 다닙니다. 언제 닥칠지도 모를 여진이 두려워 임시수용소에 들어가기를 거부하고 아예 추위에 떨면서 운동장에서 버티거나 자동차 안에서 밤을 지새운 경우도 많습니다.


“차에서 밤을 새웠나요?”

“네.”


“여진이 겁나 집을 나왔어요.”


힘없이 주먹밥을 받아든 이 노인들의 모습이 춥고 배고픈 겨울을 맞은 고베시민들의 상실감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고베에서 KBS 뉴스, 박영환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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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산가족 찾는다
    • 입력 1995-01-18 21:00:00
    뉴스 9

이윤성 앵커 :

부자나라 일본도 천재지변에는 손을 들고 있습니다. 강진이 휩쓸고 간 고베시는 지금 6.25전쟁 직후를 방불케 하는 광경이 곳곳에서 연출되고 있습니다. 이산가족찾기의 재판 입니다. 당장 먹을 것이 턱없이 모자랍니다.

현지에 특파된 박영환 기자의 계속된 보도 입니다.


박영환 기자 :

갑자기 닥친 강진을 피해서 맨몸으로 간신히 빠져나왔던 사람들이 애타게 가족을 찾는 메모가 여기저기 나붙어 있습니다. 자신이 임시로 머무는 수용소 위치를 적어놓고 연락이 오기만을 기다립니다. 구조대의 손길을 기다리다 못해 직접 가족을 찾아 나선 사람들도 사망사실을 확인하고는 끝내 울음을 터트리고야 말았습니다. 10번 걸어야 겨우 한번 연결되는 공중전화마다 긴 줄이 늘어섰습니다. 급수차 앞도 사정은 마찬가지 입니다. 마실 물을 확보하기 위해 물통을 들고 몇 시간씩 참고 기다려야 합니다. 심지어 터진 수도관에서 흘러나오는 물을 퍼 담는 사람도 있습니다.


“어디라도 쓸 수 있어요. 끓이면 마실 수도 있고...”


식료품 가게마다 비상식량을 사려는 사람들로 붐빕니다. 열차가 달려야할 철로 위로는 대신 사람들이 걸어 다닙니다. 언제 닥칠지도 모를 여진이 두려워 임시수용소에 들어가기를 거부하고 아예 추위에 떨면서 운동장에서 버티거나 자동차 안에서 밤을 지새운 경우도 많습니다.


“차에서 밤을 새웠나요?”

“네.”


“여진이 겁나 집을 나왔어요.”


힘없이 주먹밥을 받아든 이 노인들의 모습이 춥고 배고픈 겨울을 맞은 고베시민들의 상실감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고베에서 KBS 뉴스, 박영환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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