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번호판 훔쳐서 범행

입력 1995.05.26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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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에서 번호판만을 때가는 도난사건이 잇따르고 있습니다. 훔친 번호판은 대부분 범죄에 이용되기 마련이지만 경찰은 수사하기가 귀찮다는 이유로 분실처리만 하고 끝내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창룡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이창룡 기자 :

멀쩡하게 세워둔 승용차에서 하루밤새 번호판만 감쪽같이 사라졌습니다.


번호판 분실 신고자 :

아침에 출근하러 나와 보니 번호판 없어졌다.


이창룡 기자 :

지난해부터 부쩍 늘기 시작한 번호판 분실은 서울시내 경찰서마다 이미 올 들어서만 백여 건이 넘게 접수될 만큼 급증했습니다. 대부분 도난당하는 번호판은 앞 번호판입니다. 뒷 번호판은 봉인이 돼 있어서 쉽게 해체할 수 없지만 앞 번호판은 이렇게 나사만 돌리면 쉽게 떼어 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이들 번호판들이 범죄도구로 악용된다는 점입니다. 실제로 지난 빈일 서울에서는 훔친 번호판을 부착한 차량으로 테니스장 등을 돌며 수십 장의 신용카드를 훔쳐온 사람이 경찰에 잡혔습니다. 범인은 수사망을 피하려고 훔친 번호판을 여러 차례 바꿔치기 하는 수법을 썼습니다. 또 같은 날 대전에서도 번호판을 훔쳐 택시처럼 위장한 뒤 강도질을 일삼은 범인들이 경찰에 잡히기도 했습니다. 이들의 차량에서는 놀랍게도 수십 개의 번호판이 쏟아져 나왔습니다.


강도 용의자 :

한명은 망을 보고 한명은 뜯고 그래서 번호판 번갈아 범행했다.


이창룡 기자 :

훔친 번호판이 이처럼 범죄에 자주 이용돼 도난차량과 다름없게 됐지만 경찰은 신고를 받아 수배를 하기는커녕 전혀 딴소리입니다.


“위조를 하거나 차를 바꿔 타버리지 뭐한다고…….”


경찰의 이런 안일한 생각은 백여 건에 이르는 번호판 분실사건에 비해 도난 처리된 건수가 서너 건밖에 안 되는 데서도 확연히 드러납니다. 도난으로 접수할 경우 미제사건으로 남을 가능성만 커 대부분 분실신고로 접수하기 때문입니다. 이 때문에 훔친 번호판을 단 차량들은 검문에도 걸리지 않고 오늘도 거리를 질주하고 있습니다.

KBS 뉴스, 이창룡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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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동차 번호판 훔쳐서 범행
    • 입력 1995-05-26 21:00:00
    뉴스 9

자동차에서 번호판만을 때가는 도난사건이 잇따르고 있습니다. 훔친 번호판은 대부분 범죄에 이용되기 마련이지만 경찰은 수사하기가 귀찮다는 이유로 분실처리만 하고 끝내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창룡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이창룡 기자 :

멀쩡하게 세워둔 승용차에서 하루밤새 번호판만 감쪽같이 사라졌습니다.


번호판 분실 신고자 :

아침에 출근하러 나와 보니 번호판 없어졌다.


이창룡 기자 :

지난해부터 부쩍 늘기 시작한 번호판 분실은 서울시내 경찰서마다 이미 올 들어서만 백여 건이 넘게 접수될 만큼 급증했습니다. 대부분 도난당하는 번호판은 앞 번호판입니다. 뒷 번호판은 봉인이 돼 있어서 쉽게 해체할 수 없지만 앞 번호판은 이렇게 나사만 돌리면 쉽게 떼어 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이들 번호판들이 범죄도구로 악용된다는 점입니다. 실제로 지난 빈일 서울에서는 훔친 번호판을 부착한 차량으로 테니스장 등을 돌며 수십 장의 신용카드를 훔쳐온 사람이 경찰에 잡혔습니다. 범인은 수사망을 피하려고 훔친 번호판을 여러 차례 바꿔치기 하는 수법을 썼습니다. 또 같은 날 대전에서도 번호판을 훔쳐 택시처럼 위장한 뒤 강도질을 일삼은 범인들이 경찰에 잡히기도 했습니다. 이들의 차량에서는 놀랍게도 수십 개의 번호판이 쏟아져 나왔습니다.


강도 용의자 :

한명은 망을 보고 한명은 뜯고 그래서 번호판 번갈아 범행했다.


이창룡 기자 :

훔친 번호판이 이처럼 범죄에 자주 이용돼 도난차량과 다름없게 됐지만 경찰은 신고를 받아 수배를 하기는커녕 전혀 딴소리입니다.


“위조를 하거나 차를 바꿔 타버리지 뭐한다고…….”


경찰의 이런 안일한 생각은 백여 건에 이르는 번호판 분실사건에 비해 도난 처리된 건수가 서너 건밖에 안 되는 데서도 확연히 드러납니다. 도난으로 접수할 경우 미제사건으로 남을 가능성만 커 대부분 분실신고로 접수하기 때문입니다. 이 때문에 훔친 번호판을 단 차량들은 검문에도 걸리지 않고 오늘도 거리를 질주하고 있습니다.

KBS 뉴스, 이창룡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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