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지환 양, "세상이 보고 싶어요"

입력 1995.07.12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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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근찬 앵커 :

어제 기적적으로 살아난 유지환 양이 그 경황 중에도 얼굴을 감싼 수건을 들어 올리고 짧은 순간이었지만 바깥세상을 올려다보는 모습은 정말 감동적이었습니다. 유양은 비록 잿빛하늘에 곧 무너질 것 같은 건물잔해더미만 보였지만 아무리 그래도 죽음의 공포에 비하면 이 세상은 너무 좋은 것이었다고 말했습니다.

이준희 기자의 보도입니다.


이준회 기자 :

유지환 양이 정신을 차렸을 때 주위는 온통 어둠뿐이었습니다.


“유리만 보이고 아무것도 없는 암흑, 암흑뿐이었어요.”


몸을 움직일 수 없는 비좁은 공간. 두려움과 함께 가족들의 모습이 차례로 떠올랐다가 사라집니다. 며칠이 지났을까? 비오는 소리와 함께 기계소리가 가까이 들리던 날. 죽음 같은 어두운 공간에 한줄기 빛이 들어왔습니다. 삶의 빛 희망의 빛이었습니다. 13일간의 암흑 속에서 구조되는 순간 유양은 갑자기 빛을 보면 눈을 다칠지도 모른다는 경고도 아랑곳하지 않았습니다. 세상이보고 싶어졌습니다. 순식간에 수건을 들어 올립니다.


“왜 수건을 들었나요?”

“갑갑하고 세상이 보고 싶어서요.”


유양의 눈앞에 펼쳐진 세상의 모습은 사고가 나기 전과는 딴판이었습니다. 방금 비가 및은 잿빛하늘 그 뒤로 금방이라도 무너져 내릴 것만 같은 건물잔해가 보였습니다. 잿빛하늘이었지만 좋았습니다. 죽음의 공포심도 온데간데없이 사라졌습니다. 그토록 갈망했던 세상이 보였기 때문입니다. 몇 초 후 수건을 다시 내리고 실려 가는 소녀영웅 유지환 양. 비록 부실과 부정으로 얼룩지긴 했지만 이 세상은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곳이었습니다.

KBS 뉴스, 이준회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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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지환 양, "세상이 보고 싶어요"
    • 입력 1995-07-12 21:00:00
    뉴스 9

류근찬 앵커 :

어제 기적적으로 살아난 유지환 양이 그 경황 중에도 얼굴을 감싼 수건을 들어 올리고 짧은 순간이었지만 바깥세상을 올려다보는 모습은 정말 감동적이었습니다. 유양은 비록 잿빛하늘에 곧 무너질 것 같은 건물잔해더미만 보였지만 아무리 그래도 죽음의 공포에 비하면 이 세상은 너무 좋은 것이었다고 말했습니다.

이준희 기자의 보도입니다.


이준회 기자 :

유지환 양이 정신을 차렸을 때 주위는 온통 어둠뿐이었습니다.


“유리만 보이고 아무것도 없는 암흑, 암흑뿐이었어요.”


몸을 움직일 수 없는 비좁은 공간. 두려움과 함께 가족들의 모습이 차례로 떠올랐다가 사라집니다. 며칠이 지났을까? 비오는 소리와 함께 기계소리가 가까이 들리던 날. 죽음 같은 어두운 공간에 한줄기 빛이 들어왔습니다. 삶의 빛 희망의 빛이었습니다. 13일간의 암흑 속에서 구조되는 순간 유양은 갑자기 빛을 보면 눈을 다칠지도 모른다는 경고도 아랑곳하지 않았습니다. 세상이보고 싶어졌습니다. 순식간에 수건을 들어 올립니다.


“왜 수건을 들었나요?”

“갑갑하고 세상이 보고 싶어서요.”


유양의 눈앞에 펼쳐진 세상의 모습은 사고가 나기 전과는 딴판이었습니다. 방금 비가 및은 잿빛하늘 그 뒤로 금방이라도 무너져 내릴 것만 같은 건물잔해가 보였습니다. 잿빛하늘이었지만 좋았습니다. 죽음의 공포심도 온데간데없이 사라졌습니다. 그토록 갈망했던 세상이 보였기 때문입니다. 몇 초 후 수건을 다시 내리고 실려 가는 소녀영웅 유지환 양. 비록 부실과 부정으로 얼룩지긴 했지만 이 세상은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곳이었습니다.

KBS 뉴스, 이준회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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