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제일주의로 사라진 장인의식 되살려야

입력 1995.07.13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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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사에 빛나는 예술작품이나 건축물들은 만든 사람의 혼이 담겨있습니다. 장인정신이 있습니다. 이번 삼풍백화점 붕괴는 우리 문화유산 속에 이어져온 장인정신이 그만큼 허약해졌기 때문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김영근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김영근 기자 :

지금도 이 푸른 비취빛깔의 신비를 풀 수 없다는 고려청자. 천년을 그 자리에서 굳건히 버티고 서 있는 석탑. 그것은 만든 이의 혼이 스며있기에 빛깔이 바래지도 또 무너지지도 않습니다. 겨우 5년 만에 무너진 건물은 우리 사회의 무너진 자존심. 곧 매몰된 장인의식의 현주소입니다. 그러나 자신의 일에 모든 것을 쏟아 붓는 현대판 장인의 후예들은 아직도 곳곳에서 그 맥을 잇고 있습니다. 지하공간을 그물처럼 엮고 있는 철근버팀목. 이들 하나하나를 물샐틈없이 붙이는 용접작업은 그야말로 긴장의 연속입니다.


장명수 (용접 15년 경력) :

딴 생각 할 것 없고 용접이 잘못되면 용접이 터지고 버팀도 터지고 앵글이 터지고 전체가 무너지겠죠.


김영근 기자 :

30톤의 철물을 한꺼번에 쏟아 붓고 쇳물을 만드는 작업은 숙련된 기술의 극치입니다. 쇳물을 떠보면 그 온도와 성분의 배합정도를 즉시 알아내야 합니다.


모성국 반장 (제철 20년 경력) :

쇳물을 보려면 10년이 넘어야 되고 제가 한 20년 근무했는데 20년은 더 근무할 겁니다.


김영근 기자 :

진정한 장인은 남들이 쉽게 할 수 없는 일이기에 더욱 자부심을 느끼고 그 일을 천직으로 여깁니다. 공사현장의 모든 공정을 혼자서 만든 천 페이지 분량의 공사계획서와 일일이확인하는 것도 누가 시켜서 하는 일이 아닙니다. 완벽한 작업과 깔끔한 마무리는 스스로와의 약속이기 때문입니다.


김재중 (94년 최우수 건설현장 소장) :

건축물은 좀 시간이 가더라도 딱 한 번에 안전하게 짓는 것이 전 건축물이라고 생각합니다.


김영근 기자 :

그러나 옷곧고 건강한 이런 장인의식은 그동안 성장제일주의가 남긴 빨리빨리 대충대충 좋은 게 좋다는 식의 편의주의에 물들어 서서히 그러나 곳곳에서 무너져왔습니다.


차명신 (건축회사 고문, 경력 30년) :

아무리 무리한 요구를 하더라도 이것이 시방에 맞지 않고 법규에 맞지 않는 일이라면 과감하게 NO를 할 수 있는 그러한 기술인들이 돼야 되겠다고 생각합니다.


김영근 기자 :

원칙을 지키며 책임을 다하는 장인의식의 전통을 잇는 일은 이제 어느 한 분야뿐 아니라 우리 사회 곳곳의 모든 직업인들이 함께 이루어야 할 몫입니다.

KBS 뉴스, 김영근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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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성장제일주의로 사라진 장인의식 되살려야
    • 입력 1995-07-13 21:00:00
    뉴스 9

인류사에 빛나는 예술작품이나 건축물들은 만든 사람의 혼이 담겨있습니다. 장인정신이 있습니다. 이번 삼풍백화점 붕괴는 우리 문화유산 속에 이어져온 장인정신이 그만큼 허약해졌기 때문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김영근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김영근 기자 :

지금도 이 푸른 비취빛깔의 신비를 풀 수 없다는 고려청자. 천년을 그 자리에서 굳건히 버티고 서 있는 석탑. 그것은 만든 이의 혼이 스며있기에 빛깔이 바래지도 또 무너지지도 않습니다. 겨우 5년 만에 무너진 건물은 우리 사회의 무너진 자존심. 곧 매몰된 장인의식의 현주소입니다. 그러나 자신의 일에 모든 것을 쏟아 붓는 현대판 장인의 후예들은 아직도 곳곳에서 그 맥을 잇고 있습니다. 지하공간을 그물처럼 엮고 있는 철근버팀목. 이들 하나하나를 물샐틈없이 붙이는 용접작업은 그야말로 긴장의 연속입니다.


장명수 (용접 15년 경력) :

딴 생각 할 것 없고 용접이 잘못되면 용접이 터지고 버팀도 터지고 앵글이 터지고 전체가 무너지겠죠.


김영근 기자 :

30톤의 철물을 한꺼번에 쏟아 붓고 쇳물을 만드는 작업은 숙련된 기술의 극치입니다. 쇳물을 떠보면 그 온도와 성분의 배합정도를 즉시 알아내야 합니다.


모성국 반장 (제철 20년 경력) :

쇳물을 보려면 10년이 넘어야 되고 제가 한 20년 근무했는데 20년은 더 근무할 겁니다.


김영근 기자 :

진정한 장인은 남들이 쉽게 할 수 없는 일이기에 더욱 자부심을 느끼고 그 일을 천직으로 여깁니다. 공사현장의 모든 공정을 혼자서 만든 천 페이지 분량의 공사계획서와 일일이확인하는 것도 누가 시켜서 하는 일이 아닙니다. 완벽한 작업과 깔끔한 마무리는 스스로와의 약속이기 때문입니다.


김재중 (94년 최우수 건설현장 소장) :

건축물은 좀 시간이 가더라도 딱 한 번에 안전하게 짓는 것이 전 건축물이라고 생각합니다.


김영근 기자 :

그러나 옷곧고 건강한 이런 장인의식은 그동안 성장제일주의가 남긴 빨리빨리 대충대충 좋은 게 좋다는 식의 편의주의에 물들어 서서히 그러나 곳곳에서 무너져왔습니다.


차명신 (건축회사 고문, 경력 30년) :

아무리 무리한 요구를 하더라도 이것이 시방에 맞지 않고 법규에 맞지 않는 일이라면 과감하게 NO를 할 수 있는 그러한 기술인들이 돼야 되겠다고 생각합니다.


김영근 기자 :

원칙을 지키며 책임을 다하는 장인의식의 전통을 잇는 일은 이제 어느 한 분야뿐 아니라 우리 사회 곳곳의 모든 직업인들이 함께 이루어야 할 몫입니다.

KBS 뉴스, 김영근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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