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L 사고기의 일부계기, 추락당시 멈춰있어 원인규명에 중요단서

⊙류근찬 앵커 :

오늘 괌 사고현장에서 공개된 대한항공 801편의 조종실은 동체 잔해로부터 20여미터 튕겨나가 발견됐지만 고도계 등 각종 계기판의 보존상태가 비교적 양호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그리고 조종실의 계기 가운데 일부가 추락당시 그대로 멈춰서 있어서 의외의 단서가 될수도 있다는 분석입니다.

이승환 기자의 보도입니다.

⊙이승환 기자 :

사고당시의 처참함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는 801편의 조종석입니다. 전선이 여기저기 널려져 있고 디지털 계기판은 전원이 끊기면서 모두 멈춰섰습니다. 그러나 사고 원인을 규명하는 과정에서 이 부서진 조종실 계기판에서 의외의 단서가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 항공 전문가들의 지적입니다. 먼저 사고 비행기에는 착륙과 재이륙 결정에 필요한 최저고도인 결심고도가 당시 조종사가 입력한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항공지도에는 결심고도를 활공각 지시기가 고장났을 경우 3백피트, 정상일 경우는 2백피트로 맞추게 돼있기 때문에 절대고도기의 잔해가 3백피트로 돼있다면 이는 조종사가 고장 사실을 잘 알고 조심스런 착륙을 시도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결심고도가 2백피트로 맞추어져 있다면 조종사는 활공각 지시기를 정상으로 잘못알고 고장난 계기에 따라 착륙을 시도한 것으로 분석할 수 있습니다. 또 관제소가 전달해주는 기압정보로 고도를 파악하는 기압고도계가 사고 당시의 기압 29.86인치로 돼있는지 확인한다면 관제소와의 교신 과정에서 사고가 있었는지 여부도 알 수 있습니다. 기압 정보입력이 잘못됐다면 항공기의 고도에는 치명적인 착오가 생깁니다. 이밖에 전방향 표지시설의 신호를 수신하는 주파수가 정확했는지 확인함으로써 사고 항공기가 VOR로부터의 거리 등을 알고 있었는지 판단할 수 있습니다. 이건 멈춰선 계기상태를 블랙박스기로 분석자료와 접목시킬 경우 사고원인을 밝히는 결정적 단서가 될 수도 있다는게 전문가들의 지적입니다.

KBS 뉴스, 이승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