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구로구 아파트 재건축 공사, 일조권 문제로 공사중지 판결

새로운 건물들이 우후죽순처럼 들어서고 있는 요즘 일조권을 둘러싸고 마찰을 빚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같은 일조권이 문제가 돼서 이미 진행되고 있는 아파트 공사에 대해서 이례적으로 공사중지 결정이 내려졌습니다.

박진현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박진현 기자 :

서울시 구로구 고척2동 지난 95년부터 시작된 아파트 재건축 공사에 인근 주민들은 불만이 많습니다.

⊙노분자 (주민) :

교도소 같애요 집에 들어오면 그래가지고 감옥에 갇힌 것처럼 해가지고 앞이 답답해요. 가슴이 콱 막히는 것 같고 짓눌린 기분이 든단 말이에요.

⊙박진현 기자 :

대낮인데도 불을 켜지 않으면 집안은 어둡습니다. 설계대로 22층까지 높인다면 집 위치에 따라 다르지만 많게는 10개월이 넘게 햇빛을 보지 못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여러차례 설계를 변경해줄 것을 요구했지만 현행 건축법에는 일조시간과 관련된 규제가 없기 때문에 시공회사측은 법적으로 하자가 없다는 답변만 되풀이 했습니다. 사정이 이렇자 주민들은 법원에 공사를 중지시켜달라는 신청을 냈습니다. 이에 대해 서울 고등법원은 동지날을 기준으로 오전 8시부터 오후 4시 사이에 일조시간이 적어도 4시간은 돼야 한다며 주민들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이에 따라 21층까지 올리기로 한 13개 동 가운데 17층까지 골조공사를 마친 8개동은 현 상태에서 내장공사만 할 수 있습니다. 재판부의 이번 결정은 일조권이 금전적인 보상을 받는데 그치는 부수적인 권리가 아니라 진행중인 공사까지 중지시킬 수 있는 보다 적극적인 권리임을 처음으로 확인한 것이어서 주목됩니다. 결국 자신의 소유권 행사라 하더라도 남의 권리를 침해해서는 안된다는 상식이 다시한번 강조된 셈입니다.

KBS 뉴스, 박진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