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중소기업 사장, 회사자금 횡령한 부하직원 법원에 선처부탁-석방

⊙황수경 앵커 :

오늘 서울지방법원에서는 회사돈 11억원을 횡령한 혐의로 구속기소된 한 중소기업 사장이 가벼운 집행유예로 풀려난 일이 있었습니다. 막대한 피해를 입고 딱한 처지에 놓인 중소기업 사장에게 법원이 선처를 내린 것입니다.

어떤 사연인지 박진현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박진현 기자 :

연간 매출액 백억원 정도의 지업사를 운영하고 있는 이경호 사장, 얼마전 믿었던 직원으로부터 배신을 당했습니다. 영업부장이었던 김모씨가 자신의 빚을 갚기 위해 회사돈을 횡령한 것입니다. 김씨가 약속어음을 위조하고 종이를 회사몰래 틈틈히 챙긴돈은 자그마치 11억4천만원, 그러나 김씨가 구속되고 시간이 지나면서 이사장은 김씨는 물론 그의 가족들에 대한 걱정이 자주 떠올라 용서를 결심했다고 합니다.

⊙이경우 (삼미지업사 사장) :

용서를 해서 사람을 다시 만들어야지, 한번 잘못했다고 무자르듯이 잘라서 고생시키고, 자를 수는 없는거예요.

⊙박진현 기자 :

이사장은 이때부터 김씨에 대한 고소를 취하하고 담당 재판부에 김씨의 성실성과 개인적인 착복을 위한 횡령이 아니었다는 점을 강조한 탄원서를 제출하며 법원의 선처를 간청했습니다. 이경우 사장이 여러차례 선처부탁에 따라 재판부는 김씨를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으로 석방했습니다. 재판부는 특히 판결을 선고하면서 그에게 피해를 입은 이사장이 재판부에 김씨를 선처해달라고 부탁한 따뜻한 마음은 법원도 배척할 수 없었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사장은 법원이 무거운 죄에도 불구하고 석방해준 김씨를 복직시켜 새롭게 삶을 살아가도록 반성의 기회도 줄 계획입니다.

⊙이사장과 김씨의 전화통화 :

건강은 이상없지?

예. 예. 월요일날 전화 올리겠습니다.

고생많이 했다.

예. 고맙습니다. 사장님.

그래 월요일날 나와라.

⊙박진현 기자 :

인간의 따뜻한 마음이 법의 잣대보다 앞선 훈훈한 사례였습니다.

KBS 뉴스, 박진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