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만강을 가다
줄 잇는 구호행렬
⊙ 류근찬 앵커 :
이번에는 북중 접경지대 두만강을 가다 순서입니다. 오늘은 세번째로 구호의 손길을 기다리는 북녁동포들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중국 도문 국경지대에서 최정길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 최정길 기자 :
친척을 찾아 북한땅으로 들어가는 중국 동포들이 통관검사를 받고 있습니다. 통관 절차가 끝난 소형 트럭이 함경북도 운송군 남양으로 달리고 있습니다. 트럭에 실은 하얀 포대에는 쌀이 들어 있습니다. 북한쪽에 도착한 트럭에서 하역 작업을 하는 장면이 보입니다. 세관 맞은편에서 서성이는 저 사람들이 바로 중국 친척의 도움을 기다리고 있는 북한 주민들입니다. 세관 마당에는 북한 주민에게 전달될 짐 꾸러미들이 여기 저기 널려 있습니다. 훈천서 왔다는 한 50대 여인은 오빠 집에 갖다 줄 쌀과 옷가지가 들어 있는 보따리를 지키며 한숨을 내 쉬었습니다.
"그때 갔을땐 괜찮았는데 이 근래 소문들이 너무 복잡하고. 그저 죽다 살아났다 하니까 가본다"
중국과의 국경지대에는 북한 주민들의 처절한 사연을 담은 쪽지들이 수없이 오가고 있습니다. 전망대에 올라가 벗어제친 옷을 흔들며 북녘 땅을 향해 무언가 신호를 보내는 사람도 있습니다.
⊙ 두만강변 중국동포 :
주소만 있으면 두만강 건너서 다리 밑에 가서 만나보고 하는데 시체를 파출소에서 몽땅 가져와 모래 위에다 딱 놓고서 묻고 나면 돈 100원씩 주었다.
⊙ 최정길 기자 :
몰래 두만강을 넘나드는 주민들이 늘어나자 국경지대의 경비는 한층 강화되었습니다. 해질녁 빨래하는 여인에게 다가가 마을로 돌아가라고 채근되는 초병들의 모습도 볼 수 있습니다. 전쟁지역이 아니면 볼 수 없는 희한한 광경입니다. 국경까지 나와서 구호의 손길을 기다리는 북녘 동포들, 고달픈 삶을 이어가야 하는 이같은 현실에 가슴이 저며옵니다.
도문시 두만강에서 KBS 뉴스, 최정길입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두만강을가다; 쌀싣고 친척살고있는 북한땅 들어가는 중국동포 들과
-
- 입력 1998-05-01 21:00:00
@두만강을 가다
줄 잇는 구호행렬
⊙ 류근찬 앵커 :
이번에는 북중 접경지대 두만강을 가다 순서입니다. 오늘은 세번째로 구호의 손길을 기다리는 북녁동포들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중국 도문 국경지대에서 최정길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 최정길 기자 :
친척을 찾아 북한땅으로 들어가는 중국 동포들이 통관검사를 받고 있습니다. 통관 절차가 끝난 소형 트럭이 함경북도 운송군 남양으로 달리고 있습니다. 트럭에 실은 하얀 포대에는 쌀이 들어 있습니다. 북한쪽에 도착한 트럭에서 하역 작업을 하는 장면이 보입니다. 세관 맞은편에서 서성이는 저 사람들이 바로 중국 친척의 도움을 기다리고 있는 북한 주민들입니다. 세관 마당에는 북한 주민에게 전달될 짐 꾸러미들이 여기 저기 널려 있습니다. 훈천서 왔다는 한 50대 여인은 오빠 집에 갖다 줄 쌀과 옷가지가 들어 있는 보따리를 지키며 한숨을 내 쉬었습니다.
"그때 갔을땐 괜찮았는데 이 근래 소문들이 너무 복잡하고. 그저 죽다 살아났다 하니까 가본다"
중국과의 국경지대에는 북한 주민들의 처절한 사연을 담은 쪽지들이 수없이 오가고 있습니다. 전망대에 올라가 벗어제친 옷을 흔들며 북녘 땅을 향해 무언가 신호를 보내는 사람도 있습니다.
⊙ 두만강변 중국동포 :
주소만 있으면 두만강 건너서 다리 밑에 가서 만나보고 하는데 시체를 파출소에서 몽땅 가져와 모래 위에다 딱 놓고서 묻고 나면 돈 100원씩 주었다.
⊙ 최정길 기자 :
몰래 두만강을 넘나드는 주민들이 늘어나자 국경지대의 경비는 한층 강화되었습니다. 해질녁 빨래하는 여인에게 다가가 마을로 돌아가라고 채근되는 초병들의 모습도 볼 수 있습니다. 전쟁지역이 아니면 볼 수 없는 희한한 광경입니다. 국경까지 나와서 구호의 손길을 기다리는 북녘 동포들, 고달픈 삶을 이어가야 하는 이같은 현실에 가슴이 저며옵니다.
도문시 두만강에서 KBS 뉴스, 최정길입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
좋아요
0
-
응원해요
0
-
후속 원해요
0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