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추적 781-1234] 음식물쓰레기 감량기 혈세 낭비

입력 1998.10.24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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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추적 781-1234

천억원들인 무용지물


⊙ 김종진 앵커 :

음식물 쓰레기의 매립장 반입이 엄격히 통제되면서 전국적으로 무려 3만여대의 음식물 쓰레기 감량기가 설치됐습니다. 그런데 이 가운데 40% 가량이 지금은 비싼 운영비와 잦은 고장 등으로 가동되지 않고 있어서 결국 설치비로 쓰인 천억원 정도의 혈세가 고스란히 날아간 셈이 됐습니다.

기동취재부 이재호 기자입니다.


⊙ 이재호 기자 :

인천시내 한 아파트 단지, 음식물 쓰레기 발효장 문이 굳게 잠겨 있습니다. 5천여만원의 시 예산을 들여 4대나 설치했지만 열흘 가량만 가동되다 곧 바로 고장나 버렸기 때문입니다.


- 이 기계를 한번 보세요. 8개월 동안 방치되고 있는 상태인데, 우리 주민이 세금을 내서 시설한 것인데...


1,700만원을 들여 설치한 서울시내 한 대형 음식점의 고속 건조 발효기도 녹슨 채 방치돼 있습니다.


⊙ 음식점 직원 :

음식 쓰레기를 (축산농가에서) 가져가니까 가동 안 한지는 오래됐어요.


⊙ 이재호 기자 :

수원의 한 아파트 단지는 감량기를 설치한 지 두달이 넘었지만 아예 가동조차 않고 있습니다.


- 실질적으로 사용 안했으면서 했다는 것은 눈가리고 아웅식으로 하고 우리 분양대금만 올려받는 그런식 아니예요.


이처럼 고장나거나 사용되지 않고 방치되고 있는 음식물 쓰레기 감량기는 전국적으로 만3천여대, 정부와 각 지방자치단체의 예산지원을 포함한 천억원의 계획이 고스란히 허비되고 말았습니다. 지난 96년 매립장에 음식쓰레기 반입이 통제되자 환경부와 각 지자체는 예산까지 지원하며 감량기 설치를 지침으로 제정했습니다.


⊙ 조인성 (수원시청 계장) :

지자체들이 급했어요. 각 시 군별로 매립지가 얘기하는 그 자체가 법이니까.


⊙ 이재호 기자 :

그러나 설치한 감량기 가운데 상당수가 고장이 잦거나 비싼 운영비 때문에 아예 가동시키지 못한 경우가 많았습니다.


⊙ 아파트 관리직원 :

냄새 많이 나고, 전기료도 비싸고 돈은 돈대로 들고...


⊙ 이재호 기자 :

경비를 들여 발효처리된 음식쓰레기들도 사료 등으로 재활용되지 못하고 그대로 매립되는 사태까지 빚어지고 있습니다.


⊙ 이강용 (돼지 사육농) :

그걸 먹였다가 돼지가 발육이 안좋다든지 중간에서 잘못 먹어서 죽는다든지하면은 그 만큼 손해지.


⊙ 이재호 기자 :

충분한 연구가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감량기만 설치하면 음식쓰레기에서 가축용 사료를 만들어 내거나 부피가 적은 건조 쓰레기를 생산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 잘못됐다는 지적입니다.


⊙ 이규만 (환경부 사무관) :

국고지원을 중단했어요 (감량기를)해보니까 문제가 많아서. 공공자원화 시설을 하면 훨씬 많은 양을 처리할 수 있거든요.


⊙ 이재호 기자 :

감량기 설치에 적극 나섰던 환경부가 이 정책에 문제가 있다고 파악한 때는 전국에 이미 3만여대의 감량기가 설치된 뒤였습니다.

KBS 뉴스 이재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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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장추적 781-1234] 음식물쓰레기 감량기 혈세 낭비
    • 입력 1998-10-24 21:00:00
    뉴스 9

@현장추적 781-1234

천억원들인 무용지물


⊙ 김종진 앵커 :

음식물 쓰레기의 매립장 반입이 엄격히 통제되면서 전국적으로 무려 3만여대의 음식물 쓰레기 감량기가 설치됐습니다. 그런데 이 가운데 40% 가량이 지금은 비싼 운영비와 잦은 고장 등으로 가동되지 않고 있어서 결국 설치비로 쓰인 천억원 정도의 혈세가 고스란히 날아간 셈이 됐습니다.

기동취재부 이재호 기자입니다.


⊙ 이재호 기자 :

인천시내 한 아파트 단지, 음식물 쓰레기 발효장 문이 굳게 잠겨 있습니다. 5천여만원의 시 예산을 들여 4대나 설치했지만 열흘 가량만 가동되다 곧 바로 고장나 버렸기 때문입니다.


- 이 기계를 한번 보세요. 8개월 동안 방치되고 있는 상태인데, 우리 주민이 세금을 내서 시설한 것인데...


1,700만원을 들여 설치한 서울시내 한 대형 음식점의 고속 건조 발효기도 녹슨 채 방치돼 있습니다.


⊙ 음식점 직원 :

음식 쓰레기를 (축산농가에서) 가져가니까 가동 안 한지는 오래됐어요.


⊙ 이재호 기자 :

수원의 한 아파트 단지는 감량기를 설치한 지 두달이 넘었지만 아예 가동조차 않고 있습니다.


- 실질적으로 사용 안했으면서 했다는 것은 눈가리고 아웅식으로 하고 우리 분양대금만 올려받는 그런식 아니예요.


이처럼 고장나거나 사용되지 않고 방치되고 있는 음식물 쓰레기 감량기는 전국적으로 만3천여대, 정부와 각 지방자치단체의 예산지원을 포함한 천억원의 계획이 고스란히 허비되고 말았습니다. 지난 96년 매립장에 음식쓰레기 반입이 통제되자 환경부와 각 지자체는 예산까지 지원하며 감량기 설치를 지침으로 제정했습니다.


⊙ 조인성 (수원시청 계장) :

지자체들이 급했어요. 각 시 군별로 매립지가 얘기하는 그 자체가 법이니까.


⊙ 이재호 기자 :

그러나 설치한 감량기 가운데 상당수가 고장이 잦거나 비싼 운영비 때문에 아예 가동시키지 못한 경우가 많았습니다.


⊙ 아파트 관리직원 :

냄새 많이 나고, 전기료도 비싸고 돈은 돈대로 들고...


⊙ 이재호 기자 :

경비를 들여 발효처리된 음식쓰레기들도 사료 등으로 재활용되지 못하고 그대로 매립되는 사태까지 빚어지고 있습니다.


⊙ 이강용 (돼지 사육농) :

그걸 먹였다가 돼지가 발육이 안좋다든지 중간에서 잘못 먹어서 죽는다든지하면은 그 만큼 손해지.


⊙ 이재호 기자 :

충분한 연구가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감량기만 설치하면 음식쓰레기에서 가축용 사료를 만들어 내거나 부피가 적은 건조 쓰레기를 생산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 잘못됐다는 지적입니다.


⊙ 이규만 (환경부 사무관) :

국고지원을 중단했어요 (감량기를)해보니까 문제가 많아서. 공공자원화 시설을 하면 훨씬 많은 양을 처리할 수 있거든요.


⊙ 이재호 기자 :

감량기 설치에 적극 나섰던 환경부가 이 정책에 문제가 있다고 파악한 때는 전국에 이미 3만여대의 감량기가 설치된 뒤였습니다.

KBS 뉴스 이재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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