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추적] 인색한 장학금

입력 1999.03.07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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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에 수석으로 합격한 신입생이 다른 대학에도 합격해서 옮겨갔다면 수석 합격생에게 주기로 했던 장학금은 차석에게 주어야 당연하지 않겠습니까? 그러나 대부분 사립대학들이 그러지 않았습니다. 기동취재부 이충형 기자가 상식을 벗어난 장학행정을 고발합니다.


⊙ 이충형 기자 :

서울에 있는 한 사립대학의 신입생들입니다. 정시모집 공학부에 합격한 학생 150명 가운데 입학장학금을 받은 학생이 단 한 명도 없습니다. 애초에 장학금 대상자들이 모두 다른 대학으로 가 버린 뒤 남은 입학생 가운데 실질적인 수석합격자에게도 장학금을 주지 않은 것입니다.


⊙ 00대학 신입생 :

장학금에 대한 기대가 진짜 컸어요. 장학금을 위해 취미까지 포기하고 공부했거든요.


⊙ 이충형 기자 :

대학측은 장학금을 다음 순위 학생들에게 승계해 줄 수는 없다고 밝혔습니다.


⊙ 00 대학 장학 담당자 :

애초에 장학생 선발된 사람만 자격이 있지 후보자를 올려주는 법도 있나요?


⊙ 이충형 기자 :

이렇게 전국 대부분의 사립대학들이 장학금을 최종 합격자가 아닌 최초 합격자를 기준으로 주고 있습니다. 서울에 있는 한 대학의 장학생 등록 현황표입니다. 성적순으로 선발된 20명의 장학생 가운데 15명이 다른 대학으로 가버려 실제로 장학금 혜택을 받은 학생은 5명 뿐입니다. 사정은 지방에 있는 사립대학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장학금 수혜자의 수가 원래의 절반도 안 되는 학교가 많습니다.


⊙ 지방소재 대학 관계자 :

76명 가운데 25명이 혜택을 받았어요.

- 나머지 51명은?

타대학으로 빠져나간 거죠.


⊙ 이충형 기자 :

고려대 등을 제외한 전국 대부분의 대학이 장학금 수혜자를 최초 선발자에 한정한다고 모집요강에 미리 밝히지도 않은 채 학교 임의대로 장학금을 주지 않고 있는 것입니다. 그러나 성균관대와 한국 외국어대 등 극히 일부 대학에서는 신입생 장학금을 최종 합격자 가운데서 주고 있어 좋은 대조가 되고 있습니다.


⊙ 이효익 (성균관대 교학처장) :

학생들과 학부모에 대한 약속 지켜야 하고, 집행하지 않으면 계획했던 장학규모나 학생 복지가 줄어들어.


⊙ 이충형 기자 :

약속했던 장학금을 주지 않은데 대해 신입생들은 대학이 학생들을 상대로 거짓말을 했다며 반발하고 있습니다.


⊙ 신입생 :

이 학교가 좋은 학교다, 장학금 이만큼 많이 준다, 이것밖에 안 돼요. 입학하면 아무 말도 못할테니까.


⊙ 이충형 기자 :

뒤늦게 이같은 사실을 알게 된 각 대학 총학생회는 학교 측에 장학금을 다시 줄 것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 강훈석 (건국대 총학생회장) :

입시제도가 바뀐 뒤 한 사람이 4군데씩 지원할 수 있는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학사행정입니다.


⊙ 이충형 기자 :

또 일부 대학에서는 이렇게 남은 장학금을 재학생들의 몫으로 돌리겠다고 밝혔지만 구체적인 계획은 세우지 않고 있습니다.


⊙ 김인회 (연세대 교수) :

학교가 신입생을 속였다고 의심하는 분위기가 생기면 그 자체로 교육기관의 생명력은 끝나는 거죠.


⊙ 이충형 기자 :

각 대학이 앞을 다투어 약속했던 신입생 장학금, 대학이 실질적인 수혜자를 줄이는 방법으로 내놓아야 할 돈을 챙기고 있다는 비난을 면치 못하고 있습니다.

KBS 뉴스, 이충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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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장추적] 인색한 장학금
    • 입력 1999-03-07 21:00:00
    뉴스 9

대학에 수석으로 합격한 신입생이 다른 대학에도 합격해서 옮겨갔다면 수석 합격생에게 주기로 했던 장학금은 차석에게 주어야 당연하지 않겠습니까? 그러나 대부분 사립대학들이 그러지 않았습니다. 기동취재부 이충형 기자가 상식을 벗어난 장학행정을 고발합니다.


⊙ 이충형 기자 :

서울에 있는 한 사립대학의 신입생들입니다. 정시모집 공학부에 합격한 학생 150명 가운데 입학장학금을 받은 학생이 단 한 명도 없습니다. 애초에 장학금 대상자들이 모두 다른 대학으로 가 버린 뒤 남은 입학생 가운데 실질적인 수석합격자에게도 장학금을 주지 않은 것입니다.


⊙ 00대학 신입생 :

장학금에 대한 기대가 진짜 컸어요. 장학금을 위해 취미까지 포기하고 공부했거든요.


⊙ 이충형 기자 :

대학측은 장학금을 다음 순위 학생들에게 승계해 줄 수는 없다고 밝혔습니다.


⊙ 00 대학 장학 담당자 :

애초에 장학생 선발된 사람만 자격이 있지 후보자를 올려주는 법도 있나요?


⊙ 이충형 기자 :

이렇게 전국 대부분의 사립대학들이 장학금을 최종 합격자가 아닌 최초 합격자를 기준으로 주고 있습니다. 서울에 있는 한 대학의 장학생 등록 현황표입니다. 성적순으로 선발된 20명의 장학생 가운데 15명이 다른 대학으로 가버려 실제로 장학금 혜택을 받은 학생은 5명 뿐입니다. 사정은 지방에 있는 사립대학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장학금 수혜자의 수가 원래의 절반도 안 되는 학교가 많습니다.


⊙ 지방소재 대학 관계자 :

76명 가운데 25명이 혜택을 받았어요.

- 나머지 51명은?

타대학으로 빠져나간 거죠.


⊙ 이충형 기자 :

고려대 등을 제외한 전국 대부분의 대학이 장학금 수혜자를 최초 선발자에 한정한다고 모집요강에 미리 밝히지도 않은 채 학교 임의대로 장학금을 주지 않고 있는 것입니다. 그러나 성균관대와 한국 외국어대 등 극히 일부 대학에서는 신입생 장학금을 최종 합격자 가운데서 주고 있어 좋은 대조가 되고 있습니다.


⊙ 이효익 (성균관대 교학처장) :

학생들과 학부모에 대한 약속 지켜야 하고, 집행하지 않으면 계획했던 장학규모나 학생 복지가 줄어들어.


⊙ 이충형 기자 :

약속했던 장학금을 주지 않은데 대해 신입생들은 대학이 학생들을 상대로 거짓말을 했다며 반발하고 있습니다.


⊙ 신입생 :

이 학교가 좋은 학교다, 장학금 이만큼 많이 준다, 이것밖에 안 돼요. 입학하면 아무 말도 못할테니까.


⊙ 이충형 기자 :

뒤늦게 이같은 사실을 알게 된 각 대학 총학생회는 학교 측에 장학금을 다시 줄 것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 강훈석 (건국대 총학생회장) :

입시제도가 바뀐 뒤 한 사람이 4군데씩 지원할 수 있는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학사행정입니다.


⊙ 이충형 기자 :

또 일부 대학에서는 이렇게 남은 장학금을 재학생들의 몫으로 돌리겠다고 밝혔지만 구체적인 계획은 세우지 않고 있습니다.


⊙ 김인회 (연세대 교수) :

학교가 신입생을 속였다고 의심하는 분위기가 생기면 그 자체로 교육기관의 생명력은 끝나는 거죠.


⊙ 이충형 기자 :

각 대학이 앞을 다투어 약속했던 신입생 장학금, 대학이 실질적인 수혜자를 줄이는 방법으로 내놓아야 할 돈을 챙기고 있다는 비난을 면치 못하고 있습니다.

KBS 뉴스, 이충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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