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후] 공정위가 ‘꼼수’에 세 번 당한 이유
입력 2018.06.28 (08:33)
수정 2018.06.28 (0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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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은 우연, 두 번은 우연의 일치, 세 번은 공작.'
냉전 시절 스파이의 세계에서 통용됐다는 말입니다. 같은 일이 한두 번 일어나면 우연으로 치부할 수 있지만, 세 번 이상 일어나면 적의 공작으로 의심해봐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같은 일이 계속 반복되면, 반드시 이유가 있다는 뜻으로도 해석할 수 있습니다.
2016년 공정거래위원회에서는 아직 내지 않은 과징금을 재무제표에 미리 반영해 회사 재정을 적자로 만들어 과징금을 깎으려는 꼼수가 3건이나 일어났습니다.
한 건은 지난해 국정감사 등을 통해서 외부에 드러났지만, 나머지 2건은 KBS가 이번에 취재를 통해 새롭게 확인했습니다. 비슷한 일이 3건이나 일어난 데에는 역시 이유가 있었습니다.
[연관 기사] [뉴스광장 1부] ‘꼼수 재무제표’로 과징금 감경 추가 확인…전관예우 논란

3~4개월 간격으로 '꼼수' 3건 발생
기업들의 꼼수가 처음 있었던 건 2016년 2월입니다. 골판지 원료 가격 담합에 참여한 12개 업체 가운데 4개 업체가 예상 과징금을 재무제표에 미리 반영해서 공정위에 제출했습니다.
공정위는 조사 과정에서 이 사실을 파악하지 못했고, 과징금 의결을 이틀 앞두고 외부 제보를 통해 잡아냈습니다.
4개월 후인 2016년 6월 시멘트 값 담합 사건에 연루된 성신양회는 이의신청 때 '과징금 선반영' 재무제표를 제출했고, 과징금 절반인 218억 원을 깎는 데 성공했습니다. 공정위는 재무제표가 적자라는 사실은 알았지만, 왜 적자인지는 확인하지 않았습니다.
성신양회는 이후 즉석 시멘트인 드라이 몰탈 가격 담합 사건에서도 같은 재무제표를 제출했습니다. 조사 담당자는 이때도 이 사실을 알지 못하다 과징금 의결 준비 단계에서 의결 담당 직원에게 재무제표를 잘 보라는 얘기를 듣고서야 꼼수를 발견했습니다.

조사 과정 리뷰·사례 공유 안 해
이렇게 비슷한 사건이 3건이나 일어난 이유는 첫 사건 때 대처를 제대로 못 했기 때문입니다. 골판지 가격 담합 사건의 꼼수 사례가 있었을 때 조사 과정에서 부족한 부분이 무엇이었는지 확인해 필요한 조치를 해야 했습니다.
재무제표를 제대로 살펴보지 않았다는 건 조사관들의 심각한 직무유기라고 볼 수도 있는 사안입니다. 감사를 통해 징계까지 할 수 있는 사안인데도 아무 조치가 없었습니다. 감사하지 않았더라도 골판지 사건 사례를 내부에 공유해 재무제표를 검토할 때 꼼꼼하게 하라는 지시만 했더라도 적어도 추가 2건은 막을 수 있었습니다.
공정위 관계자는 "조금 주의를 하고 정보공유가 충분히 됐다면 성신양회 건에서도 조금 더 엄밀하게 봤을 수 있었을 것"이라고 인정하면서도 "그런 면에서 주의 의무를 안 했다고 직원들을 징계한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시스템의 문제를 직원 개인에게 책임을 돌린 모양새입니다.
공정위는 3건의 꼼수가 연달아 일어난 2016년 말, 과징금을 미리 반영한 재무제표를 내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을 과징금 고시에 추가했습니다. 그러나 조사 과정을 개선했다는 내용은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고시 개정으로 기업들이 같은 꼼수를 부리기는 어려워졌지만, 안심할 수는 없습니다. 공정위 조사과정의 허점을 노려서 과징금을 피하거나 낮추려는 기업들의 꼼수는 얼마든지 새로 나타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한 번의 우연이 나타났을 때 제대로 처리하지 않아 같은 일이 두세 번 반복되면, 사람들은 의심하기 시작합니다. 공정위가 의심을 받는다는 건 공정위가 공정한 시장 질서를 만들 거라는 믿음을 거둔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한 번은 우연, 두 번은 우연의 일치, 세 번은 불신'입니다.
냉전 시절 스파이의 세계에서 통용됐다는 말입니다. 같은 일이 한두 번 일어나면 우연으로 치부할 수 있지만, 세 번 이상 일어나면 적의 공작으로 의심해봐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같은 일이 계속 반복되면, 반드시 이유가 있다는 뜻으로도 해석할 수 있습니다.
2016년 공정거래위원회에서는 아직 내지 않은 과징금을 재무제표에 미리 반영해 회사 재정을 적자로 만들어 과징금을 깎으려는 꼼수가 3건이나 일어났습니다.
한 건은 지난해 국정감사 등을 통해서 외부에 드러났지만, 나머지 2건은 KBS가 이번에 취재를 통해 새롭게 확인했습니다. 비슷한 일이 3건이나 일어난 데에는 역시 이유가 있었습니다.
[연관 기사] [뉴스광장 1부] ‘꼼수 재무제표’로 과징금 감경 추가 확인…전관예우 논란

3~4개월 간격으로 '꼼수' 3건 발생
기업들의 꼼수가 처음 있었던 건 2016년 2월입니다. 골판지 원료 가격 담합에 참여한 12개 업체 가운데 4개 업체가 예상 과징금을 재무제표에 미리 반영해서 공정위에 제출했습니다.
공정위는 조사 과정에서 이 사실을 파악하지 못했고, 과징금 의결을 이틀 앞두고 외부 제보를 통해 잡아냈습니다.
4개월 후인 2016년 6월 시멘트 값 담합 사건에 연루된 성신양회는 이의신청 때 '과징금 선반영' 재무제표를 제출했고, 과징금 절반인 218억 원을 깎는 데 성공했습니다. 공정위는 재무제표가 적자라는 사실은 알았지만, 왜 적자인지는 확인하지 않았습니다.
성신양회는 이후 즉석 시멘트인 드라이 몰탈 가격 담합 사건에서도 같은 재무제표를 제출했습니다. 조사 담당자는 이때도 이 사실을 알지 못하다 과징금 의결 준비 단계에서 의결 담당 직원에게 재무제표를 잘 보라는 얘기를 듣고서야 꼼수를 발견했습니다.

조사 과정 리뷰·사례 공유 안 해
이렇게 비슷한 사건이 3건이나 일어난 이유는 첫 사건 때 대처를 제대로 못 했기 때문입니다. 골판지 가격 담합 사건의 꼼수 사례가 있었을 때 조사 과정에서 부족한 부분이 무엇이었는지 확인해 필요한 조치를 해야 했습니다.
재무제표를 제대로 살펴보지 않았다는 건 조사관들의 심각한 직무유기라고 볼 수도 있는 사안입니다. 감사를 통해 징계까지 할 수 있는 사안인데도 아무 조치가 없었습니다. 감사하지 않았더라도 골판지 사건 사례를 내부에 공유해 재무제표를 검토할 때 꼼꼼하게 하라는 지시만 했더라도 적어도 추가 2건은 막을 수 있었습니다.
공정위 관계자는 "조금 주의를 하고 정보공유가 충분히 됐다면 성신양회 건에서도 조금 더 엄밀하게 봤을 수 있었을 것"이라고 인정하면서도 "그런 면에서 주의 의무를 안 했다고 직원들을 징계한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시스템의 문제를 직원 개인에게 책임을 돌린 모양새입니다.
공정위는 3건의 꼼수가 연달아 일어난 2016년 말, 과징금을 미리 반영한 재무제표를 내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을 과징금 고시에 추가했습니다. 그러나 조사 과정을 개선했다는 내용은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고시 개정으로 기업들이 같은 꼼수를 부리기는 어려워졌지만, 안심할 수는 없습니다. 공정위 조사과정의 허점을 노려서 과징금을 피하거나 낮추려는 기업들의 꼼수는 얼마든지 새로 나타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한 번의 우연이 나타났을 때 제대로 처리하지 않아 같은 일이 두세 번 반복되면, 사람들은 의심하기 시작합니다. 공정위가 의심을 받는다는 건 공정위가 공정한 시장 질서를 만들 거라는 믿음을 거둔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한 번은 우연, 두 번은 우연의 일치, 세 번은 불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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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은 우연, 두 번은 우연의 일치, 세 번은 공작.'
냉전 시절 스파이의 세계에서 통용됐다는 말입니다. 같은 일이 한두 번 일어나면 우연으로 치부할 수 있지만, 세 번 이상 일어나면 적의 공작으로 의심해봐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같은 일이 계속 반복되면, 반드시 이유가 있다는 뜻으로도 해석할 수 있습니다.
2016년 공정거래위원회에서는 아직 내지 않은 과징금을 재무제표에 미리 반영해 회사 재정을 적자로 만들어 과징금을 깎으려는 꼼수가 3건이나 일어났습니다.
한 건은 지난해 국정감사 등을 통해서 외부에 드러났지만, 나머지 2건은 KBS가 이번에 취재를 통해 새롭게 확인했습니다. 비슷한 일이 3건이나 일어난 데에는 역시 이유가 있었습니다.
[연관 기사] [뉴스광장 1부] ‘꼼수 재무제표’로 과징금 감경 추가 확인…전관예우 논란

3~4개월 간격으로 '꼼수' 3건 발생
기업들의 꼼수가 처음 있었던 건 2016년 2월입니다. 골판지 원료 가격 담합에 참여한 12개 업체 가운데 4개 업체가 예상 과징금을 재무제표에 미리 반영해서 공정위에 제출했습니다.
공정위는 조사 과정에서 이 사실을 파악하지 못했고, 과징금 의결을 이틀 앞두고 외부 제보를 통해 잡아냈습니다.
4개월 후인 2016년 6월 시멘트 값 담합 사건에 연루된 성신양회는 이의신청 때 '과징금 선반영' 재무제표를 제출했고, 과징금 절반인 218억 원을 깎는 데 성공했습니다. 공정위는 재무제표가 적자라는 사실은 알았지만, 왜 적자인지는 확인하지 않았습니다.
성신양회는 이후 즉석 시멘트인 드라이 몰탈 가격 담합 사건에서도 같은 재무제표를 제출했습니다. 조사 담당자는 이때도 이 사실을 알지 못하다 과징금 의결 준비 단계에서 의결 담당 직원에게 재무제표를 잘 보라는 얘기를 듣고서야 꼼수를 발견했습니다.

조사 과정 리뷰·사례 공유 안 해
이렇게 비슷한 사건이 3건이나 일어난 이유는 첫 사건 때 대처를 제대로 못 했기 때문입니다. 골판지 가격 담합 사건의 꼼수 사례가 있었을 때 조사 과정에서 부족한 부분이 무엇이었는지 확인해 필요한 조치를 해야 했습니다.
재무제표를 제대로 살펴보지 않았다는 건 조사관들의 심각한 직무유기라고 볼 수도 있는 사안입니다. 감사를 통해 징계까지 할 수 있는 사안인데도 아무 조치가 없었습니다. 감사하지 않았더라도 골판지 사건 사례를 내부에 공유해 재무제표를 검토할 때 꼼꼼하게 하라는 지시만 했더라도 적어도 추가 2건은 막을 수 있었습니다.
공정위 관계자는 "조금 주의를 하고 정보공유가 충분히 됐다면 성신양회 건에서도 조금 더 엄밀하게 봤을 수 있었을 것"이라고 인정하면서도 "그런 면에서 주의 의무를 안 했다고 직원들을 징계한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시스템의 문제를 직원 개인에게 책임을 돌린 모양새입니다.
공정위는 3건의 꼼수가 연달아 일어난 2016년 말, 과징금을 미리 반영한 재무제표를 내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을 과징금 고시에 추가했습니다. 그러나 조사 과정을 개선했다는 내용은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고시 개정으로 기업들이 같은 꼼수를 부리기는 어려워졌지만, 안심할 수는 없습니다. 공정위 조사과정의 허점을 노려서 과징금을 피하거나 낮추려는 기업들의 꼼수는 얼마든지 새로 나타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한 번의 우연이 나타났을 때 제대로 처리하지 않아 같은 일이 두세 번 반복되면, 사람들은 의심하기 시작합니다. 공정위가 의심을 받는다는 건 공정위가 공정한 시장 질서를 만들 거라는 믿음을 거둔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한 번은 우연, 두 번은 우연의 일치, 세 번은 불신'입니다.
냉전 시절 스파이의 세계에서 통용됐다는 말입니다. 같은 일이 한두 번 일어나면 우연으로 치부할 수 있지만, 세 번 이상 일어나면 적의 공작으로 의심해봐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같은 일이 계속 반복되면, 반드시 이유가 있다는 뜻으로도 해석할 수 있습니다.
2016년 공정거래위원회에서는 아직 내지 않은 과징금을 재무제표에 미리 반영해 회사 재정을 적자로 만들어 과징금을 깎으려는 꼼수가 3건이나 일어났습니다.
한 건은 지난해 국정감사 등을 통해서 외부에 드러났지만, 나머지 2건은 KBS가 이번에 취재를 통해 새롭게 확인했습니다. 비슷한 일이 3건이나 일어난 데에는 역시 이유가 있었습니다.
[연관 기사] [뉴스광장 1부] ‘꼼수 재무제표’로 과징금 감경 추가 확인…전관예우 논란

3~4개월 간격으로 '꼼수' 3건 발생
기업들의 꼼수가 처음 있었던 건 2016년 2월입니다. 골판지 원료 가격 담합에 참여한 12개 업체 가운데 4개 업체가 예상 과징금을 재무제표에 미리 반영해서 공정위에 제출했습니다.
공정위는 조사 과정에서 이 사실을 파악하지 못했고, 과징금 의결을 이틀 앞두고 외부 제보를 통해 잡아냈습니다.
4개월 후인 2016년 6월 시멘트 값 담합 사건에 연루된 성신양회는 이의신청 때 '과징금 선반영' 재무제표를 제출했고, 과징금 절반인 218억 원을 깎는 데 성공했습니다. 공정위는 재무제표가 적자라는 사실은 알았지만, 왜 적자인지는 확인하지 않았습니다.
성신양회는 이후 즉석 시멘트인 드라이 몰탈 가격 담합 사건에서도 같은 재무제표를 제출했습니다. 조사 담당자는 이때도 이 사실을 알지 못하다 과징금 의결 준비 단계에서 의결 담당 직원에게 재무제표를 잘 보라는 얘기를 듣고서야 꼼수를 발견했습니다.

조사 과정 리뷰·사례 공유 안 해
이렇게 비슷한 사건이 3건이나 일어난 이유는 첫 사건 때 대처를 제대로 못 했기 때문입니다. 골판지 가격 담합 사건의 꼼수 사례가 있었을 때 조사 과정에서 부족한 부분이 무엇이었는지 확인해 필요한 조치를 해야 했습니다.
재무제표를 제대로 살펴보지 않았다는 건 조사관들의 심각한 직무유기라고 볼 수도 있는 사안입니다. 감사를 통해 징계까지 할 수 있는 사안인데도 아무 조치가 없었습니다. 감사하지 않았더라도 골판지 사건 사례를 내부에 공유해 재무제표를 검토할 때 꼼꼼하게 하라는 지시만 했더라도 적어도 추가 2건은 막을 수 있었습니다.
공정위 관계자는 "조금 주의를 하고 정보공유가 충분히 됐다면 성신양회 건에서도 조금 더 엄밀하게 봤을 수 있었을 것"이라고 인정하면서도 "그런 면에서 주의 의무를 안 했다고 직원들을 징계한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시스템의 문제를 직원 개인에게 책임을 돌린 모양새입니다.
공정위는 3건의 꼼수가 연달아 일어난 2016년 말, 과징금을 미리 반영한 재무제표를 내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을 과징금 고시에 추가했습니다. 그러나 조사 과정을 개선했다는 내용은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고시 개정으로 기업들이 같은 꼼수를 부리기는 어려워졌지만, 안심할 수는 없습니다. 공정위 조사과정의 허점을 노려서 과징금을 피하거나 낮추려는 기업들의 꼼수는 얼마든지 새로 나타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한 번의 우연이 나타났을 때 제대로 처리하지 않아 같은 일이 두세 번 반복되면, 사람들은 의심하기 시작합니다. 공정위가 의심을 받는다는 건 공정위가 공정한 시장 질서를 만들 거라는 믿음을 거둔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한 번은 우연, 두 번은 우연의 일치, 세 번은 불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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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현태 기자 highfive@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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