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미군 철수 절대 없다? 천만의 말씀!”

입력 2018.07.08 (14:47) 수정 2018.07.08 (1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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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한미군 정책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습니다"

주한미군 철수. 매우 민감한 문제다. 자칫 잘못 건드리면 벌집이 된다. 이는 최근까지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실제 문정인 대통령 외교안보특보가 기고문을 통해 주한미군 철수를 간접 시사했다가 여론의 집중포화를 맞기도 했다. 그게 5월 초의 일이다.

이런 강력한 인화성은 미국 대통령이라고 예외가 아니다. 지난달 12일 북미정상회담 기자회견에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주한미군 철수를 가능성 수준에서 언급하자, 큰 파장이 일었다. 한미 양국 정부는 곧바로 긴급 진화에 나설 수밖에 없었다.

'주한미군 철수 가능성'을 대담하게 관측하는 이가 있다. 이동혁 VOA(Voice of America, 미국의소리) 한국어방송 국장이다. 그는 VOA에서 북한 취재를 총괄하는 선임 기자다. 지난달 19일 미국 워싱턴 VOA 본사에서 이동혁 국장을 만났다.

6월 19일, 미국 워싱턴 VOA 본사에서 만난 이동혁 국장6월 19일, 미국 워싱턴 VOA 본사에서 만난 이동혁 국장

"미국 정부의 대북 정책을 VOA만큼 근거리에서 취재하는 언론사는 없다고 봐요. VOA는 미 국무부의 대북 정책 담당자들을 하루에도 몇 차례씩 취재하고요. 원하는 답을 못 얻으면 밤 10시, 11시에도 국무부 관료를 괴롭힙니다."

워싱턴 정가의 대북 동향을 누구보다 꼼꼼히 취재했기에 대담한 관측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이 국장은 미국 정부, 특히 국무부를 수시로 취재하며 '피부로 느낀' 생생한 취재기를 전해줬다. 한국의 전문가와 시민들이 트럼프 정부의 대북 정책을 오해 또는 오판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3대 포인트를 꼽았다.

√ "주한미군 철수 없을 거라 확신하면 오판"

이 국장은 문정인 특보 사례를 언급했다. 한국에서 큰 논란이 됐지만, 문 특보의 발언은 충분히 할만한 얘기였다는 것이다. 주한미군 문제가 급변할 가능성이 그만큼 높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다만, 굳이 왜 그 시점에 논란이 될 발언을 했는지는 이해하기 어렵다고 했다.

"많은 전문가들이 이렇게 봅니다. 미국 외교 정책의 핵심은 Status Quo(현상 유지)이기 때문에 주한미군은 절대 철수하지 않을 것이라고.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는 근본적으로 달라요. 트럼프도 그렇고, 티파티(공화당내 보수 세력)도 그렇고, 미국 내 대안 정치세력이 속속 등장하고 있죠. 이들은 미국이 경찰국가 역할을 하는 걸 강하게 반대합니다. 트럼프 행정부 내부에는 매티스 국방장관처럼 정통 공화당 시각을 가진 이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이들도 있죠. 대표적인 경우가 스티브 배넌 전 수석전략가죠."

이 국장은 현재 미국의 군사 전문가들 사이에서 주한미군 문제가 활발하게 논의되고 있다고 말했다. 민감한 문제이기 때문에 드러내지 않을 뿐, 물밑에선 다양한 가능성을 따져보고 있다는 것이다. 이 국장은 "주한미군 정책 패러다임이 바뀌는 것은 분명 맞습니다."라고 강조했다.

한국 기자들에게 미국 정부 취재기를 말하고 있는 모습한국 기자들에게 미국 정부 취재기를 말하고 있는 모습

√ "북한의 체제 보장 '최다 언급'은 트럼프 정부"

트럼프 행정부 보다 북한의 체제 보장에 적극적인 정부는 없다! 이 국장은 이렇게 진단했다. 한국 전문가들 사이에선 거의 들어볼 수 없는 판단이다. 이런 동향은 이미 지난해부터 일찌감치 감지됐다는 것이 이 국장의 취재 결과다.

"클린턴, 부시, 오바마 행정부 중 어느 곳도 북한의 체제 보장에 대해 이렇게까지 자세히 얘기한 정부는 없습니다. 일단 '4가지 노(No)' 정책을 분명히 했죠. 미국의 주류 언론이나 한국 언론은 지난해까지 트럼프 정부가 전쟁에 '꽂혀있다'고 보도했죠. 하지만, 트럼프 정부의 강한 압박은 북한을 협상 테이블로 유인하려는 전략이었습니다. 그 일환으로 '4가지 노(No)'를 말했던 거죠."

※ '4가지 노(No)' 정책은?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해 5월, 중국을 통해 ▲국가체제의 전환을 추구하지 않는다 ▲ 김정은 정권 붕괴를 추구하지 않는다 ▲ 남북통일을 가속화 하려 하지 않는다 ▲ 미군은 한반도를 남북으로 나누는 38선을 넘어서 북한에 진공하지 않는다는 방침을 북측에 통보했다.

√ "북한 인권 문제? 크게 신경 안 쓸 것"

익히 알려졌듯, 미국의 주류 언론은 트럼프의 대북 정책에 비판적이다. 주요 논거 중 하나가 북한의 인권 문제다. 북한 인권을 개선하지 않고 인권 탄압에 앞장선 독재자와 외교적 거래를 하는 것은 정의롭지도 않고 전략적이지도 않다는 것이다. 이 국장은 민주당은 물론 공화당 안에서도 이런 기류가 매우 강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는 여기에 크게 신경 안 쓸 것 같다고 선을 그었다.

"미국도 외교안보정책의 운전자는 의회가 아닙니다. 대통령입니다. 대북제재 문제는 오바마 정부 말기에 통과된 '북한제재법'에 구속받기 때문에 의회의 협조가 필요하지만, 그 외의 다른 이슈는 사정이 다르죠. 인권 문제에 크게 신경 안 쓸 겁니다. 최우방인 일본이 지속적으로 납북자 문제를 제기하지만, 트럼프 정부는 이를 염두에 안 두죠. 같은 맥락입니다."

북한의 인권 문제에 대해서는 로우-프로파일(low-profile)을 지킬 것이라는 게 이 국장의 취재 결과였다. 단적인 사례를 소개했다. 오바마 행정부에 북한 인권 담당관으로 로버트 킹이라는 인물이 있었다. 이 보직이 트럼프 행정부에서는 파트 타임으로 바뀌었다는 것이다.

《이 기사는 한국언론진흥재단 KPF 디플로마-탐사보도 교육과정의 하나로 작성되었습니다》


※ 미국의 소리(VOA) 방송은?
▷ 어떤 곳? 1942년 설립된 미국의 국영방송.
▷ 하는 일? 미국의 정책과 문화를 43개 언어(한국어 포함)로 국제방송. 라디오를 주력으로 하며, TV와 SNS도 병행.
▷ 북한과 어떤 관련? 1970년대 초까지는 남북 모두를 상대로 방송. 당시 한국 방송사들이 VOA를 매일 방송하기도 함. 1970년대 중반 이후부터는 북한만 상대로 방송함. 미국의 시각에서 북한 관련 뉴스를 보도함.
▷ 북한에서 청취 가능? 정확한 청취율 조사는 불가능하나, 북한 정부 관리들이 미국의 대북 정책을 학습하고 동향을 파악하는 데 집중적으로 활용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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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주한미군 철수 절대 없다? 천만의 말씀!”
    • 입력 2018-07-08 14:47:39
    • 수정2018-07-08 18:51:25
    취재K
"주한미군 정책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습니다"

주한미군 철수. 매우 민감한 문제다. 자칫 잘못 건드리면 벌집이 된다. 이는 최근까지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실제 문정인 대통령 외교안보특보가 기고문을 통해 주한미군 철수를 간접 시사했다가 여론의 집중포화를 맞기도 했다. 그게 5월 초의 일이다.

이런 강력한 인화성은 미국 대통령이라고 예외가 아니다. 지난달 12일 북미정상회담 기자회견에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주한미군 철수를 가능성 수준에서 언급하자, 큰 파장이 일었다. 한미 양국 정부는 곧바로 긴급 진화에 나설 수밖에 없었다.

'주한미군 철수 가능성'을 대담하게 관측하는 이가 있다. 이동혁 VOA(Voice of America, 미국의소리) 한국어방송 국장이다. 그는 VOA에서 북한 취재를 총괄하는 선임 기자다. 지난달 19일 미국 워싱턴 VOA 본사에서 이동혁 국장을 만났다.

6월 19일, 미국 워싱턴 VOA 본사에서 만난 이동혁 국장
"미국 정부의 대북 정책을 VOA만큼 근거리에서 취재하는 언론사는 없다고 봐요. VOA는 미 국무부의 대북 정책 담당자들을 하루에도 몇 차례씩 취재하고요. 원하는 답을 못 얻으면 밤 10시, 11시에도 국무부 관료를 괴롭힙니다."

워싱턴 정가의 대북 동향을 누구보다 꼼꼼히 취재했기에 대담한 관측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이 국장은 미국 정부, 특히 국무부를 수시로 취재하며 '피부로 느낀' 생생한 취재기를 전해줬다. 한국의 전문가와 시민들이 트럼프 정부의 대북 정책을 오해 또는 오판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3대 포인트를 꼽았다.

√ "주한미군 철수 없을 거라 확신하면 오판"

이 국장은 문정인 특보 사례를 언급했다. 한국에서 큰 논란이 됐지만, 문 특보의 발언은 충분히 할만한 얘기였다는 것이다. 주한미군 문제가 급변할 가능성이 그만큼 높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다만, 굳이 왜 그 시점에 논란이 될 발언을 했는지는 이해하기 어렵다고 했다.

"많은 전문가들이 이렇게 봅니다. 미국 외교 정책의 핵심은 Status Quo(현상 유지)이기 때문에 주한미군은 절대 철수하지 않을 것이라고.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는 근본적으로 달라요. 트럼프도 그렇고, 티파티(공화당내 보수 세력)도 그렇고, 미국 내 대안 정치세력이 속속 등장하고 있죠. 이들은 미국이 경찰국가 역할을 하는 걸 강하게 반대합니다. 트럼프 행정부 내부에는 매티스 국방장관처럼 정통 공화당 시각을 가진 이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이들도 있죠. 대표적인 경우가 스티브 배넌 전 수석전략가죠."

이 국장은 현재 미국의 군사 전문가들 사이에서 주한미군 문제가 활발하게 논의되고 있다고 말했다. 민감한 문제이기 때문에 드러내지 않을 뿐, 물밑에선 다양한 가능성을 따져보고 있다는 것이다. 이 국장은 "주한미군 정책 패러다임이 바뀌는 것은 분명 맞습니다."라고 강조했다.

한국 기자들에게 미국 정부 취재기를 말하고 있는 모습
√ "북한의 체제 보장 '최다 언급'은 트럼프 정부"

트럼프 행정부 보다 북한의 체제 보장에 적극적인 정부는 없다! 이 국장은 이렇게 진단했다. 한국 전문가들 사이에선 거의 들어볼 수 없는 판단이다. 이런 동향은 이미 지난해부터 일찌감치 감지됐다는 것이 이 국장의 취재 결과다.

"클린턴, 부시, 오바마 행정부 중 어느 곳도 북한의 체제 보장에 대해 이렇게까지 자세히 얘기한 정부는 없습니다. 일단 '4가지 노(No)' 정책을 분명히 했죠. 미국의 주류 언론이나 한국 언론은 지난해까지 트럼프 정부가 전쟁에 '꽂혀있다'고 보도했죠. 하지만, 트럼프 정부의 강한 압박은 북한을 협상 테이블로 유인하려는 전략이었습니다. 그 일환으로 '4가지 노(No)'를 말했던 거죠."

※ '4가지 노(No)' 정책은?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해 5월, 중국을 통해 ▲국가체제의 전환을 추구하지 않는다 ▲ 김정은 정권 붕괴를 추구하지 않는다 ▲ 남북통일을 가속화 하려 하지 않는다 ▲ 미군은 한반도를 남북으로 나누는 38선을 넘어서 북한에 진공하지 않는다는 방침을 북측에 통보했다.

√ "북한 인권 문제? 크게 신경 안 쓸 것"

익히 알려졌듯, 미국의 주류 언론은 트럼프의 대북 정책에 비판적이다. 주요 논거 중 하나가 북한의 인권 문제다. 북한 인권을 개선하지 않고 인권 탄압에 앞장선 독재자와 외교적 거래를 하는 것은 정의롭지도 않고 전략적이지도 않다는 것이다. 이 국장은 민주당은 물론 공화당 안에서도 이런 기류가 매우 강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는 여기에 크게 신경 안 쓸 것 같다고 선을 그었다.

"미국도 외교안보정책의 운전자는 의회가 아닙니다. 대통령입니다. 대북제재 문제는 오바마 정부 말기에 통과된 '북한제재법'에 구속받기 때문에 의회의 협조가 필요하지만, 그 외의 다른 이슈는 사정이 다르죠. 인권 문제에 크게 신경 안 쓸 겁니다. 최우방인 일본이 지속적으로 납북자 문제를 제기하지만, 트럼프 정부는 이를 염두에 안 두죠. 같은 맥락입니다."

북한의 인권 문제에 대해서는 로우-프로파일(low-profile)을 지킬 것이라는 게 이 국장의 취재 결과였다. 단적인 사례를 소개했다. 오바마 행정부에 북한 인권 담당관으로 로버트 킹이라는 인물이 있었다. 이 보직이 트럼프 행정부에서는 파트 타임으로 바뀌었다는 것이다.

《이 기사는 한국언론진흥재단 KPF 디플로마-탐사보도 교육과정의 하나로 작성되었습니다》


※ 미국의 소리(VOA) 방송은?
▷ 어떤 곳? 1942년 설립된 미국의 국영방송.
▷ 하는 일? 미국의 정책과 문화를 43개 언어(한국어 포함)로 국제방송. 라디오를 주력으로 하며, TV와 SNS도 병행.
▷ 북한과 어떤 관련? 1970년대 초까지는 남북 모두를 상대로 방송. 당시 한국 방송사들이 VOA를 매일 방송하기도 함. 1970년대 중반 이후부터는 북한만 상대로 방송함. 미국의 시각에서 북한 관련 뉴스를 보도함.
▷ 북한에서 청취 가능? 정확한 청취율 조사는 불가능하나, 북한 정부 관리들이 미국의 대북 정책을 학습하고 동향을 파악하는 데 집중적으로 활용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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