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하늘에서 떨어지는 골프공? …불안한 골프장 이웃 주민들
입력 2018.07.12 (08:34)
수정 2018.07.12 (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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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길을 가는데 갑자기 하늘에서 뭔가가 날아와서 떨어진다면 어떠실 거 같습니까?
그런데, 이게 우박이 아닌 딱딱한 골프공이라면 더욱 놀라 실텐데요.
마을에서 불과 50미터 떨어진 골프장에서 시도때도 없이 공이 날아오는 겁니다.
문제는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골프장은 더 확장할 움직임인 가운데, 잔디를 가꾸기 위한 농약으로 인근 식수원마저 위협받고 있다고 주민들은 호소하고 있습니다.
어떤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건지 지금부터 따라가보시죠.
[리포트]
경기도의 한 농촌 마을입니다.
30가구 정도의 작은 마을, 주민들은 대부분 농사를 짓고 있습니다.
이 마을에 평화가 깨진 건 몇 년 전, 외출이나 밭일을 마음 편히 할 수 없게 됐다는 겁니다.
[김음전/마을 주민 : "안 놀랄 사람이 어디 있어요. 우리 여기 못 살아요. 얻어맞아 죽을 수도 있는 거 아니냐고."]
대체 주민들을 공포에 몰아넣은 정체는 무엇일까?
바로 그때였습니다.
걸어가는 사람 바로 앞으로 갑자기 무언가가 날아왔습니다.
자세히 보니 골프공입니다.
주변에 떨어져 있는 골프공은 한 두 개가 아닌데요, 과연 어디서 날아온 공일까?
성인 키를 조금 넘는 울타리 너머로 골프를 치는 모습이 보일 정도로 가까운 골프장에서 날아온 공이었습니다.
[마귀자/마을 주민 : "수시로 공이 항상 날아오니까 팔 같은데 맞으면 그래도 다행이지만 머리 같은 데 맞으면 치명적이잖아요. 여기도 보세요. 공이 떨어져 있잖아요."]
이처럼 눈 앞이나 사람 주변으로 떨어지는 건 운이 좋은 것이라고 주민들은 말하고 있는데요,
마을 뒷산의 산소를 찾았다가 날아든 공에 팔을 맞아 뼈에 금이 가기도 했다고 합니다.
[김음전/마을 주민 : "(아들이) 산소에 절하러 갔었어요. 절하러 갔다 맞은 거예요. 골프공이 넘어와서……."]
주민들이 두려워하는건 무방비 상태에서 날아오는 공뿐만이 아닙니다.
골프장의 특성상, 잔디 관리에 쓰일 수밖에 없는 농약이 시도 때도 없이 마을로 날아든다고 주장하고 있는데요,
한 주민은 밭일을 하다, 날아온 농약을 몸에 흠뻑 뒤집어썼다고 합니다.
[마을 주민 : "나무에다 기계로 약을 뿌리더라고요. (밭 근처에서) 약을 뿌리니까 내 몸을 버리다시피 했죠."]
골프장 문제를 호소하는건 이 마을 주민뿐만이 아닙니다.
골프장 근처의 한 아파트, 밖은 어둑한데, 거실은 환합니다.
밤늦게까지 골프장이 운영되다보니, 밝게 켜놓은 조명 탓에 제대로 쉴 수 없다고 하소연합니다.
[골프장 근처 아파트 주민: "어떤 때는 아침까지도 조명을 켜요. 그래서 블라인드를 내려놓고 하는 거 아니에요. 그러니까 내가 사는 안식처에서 내가 피해서 살았던 거죠."]
그런데, 지금까지 버텨오던 주민들은 지난달 29일, 환경부 장관 면담을 요청하며 시위에 나섰습니다.
[마을 주민 : "(장관님) 150만 명이 먹는 수돗물과 골프장 중에서 어느 것이 더 소중한가요?"]
무더운 날씨에 나이든 어르신까지 나온 이유는 이처럼 주민들이 고통을 호소하고 있지만, 골프장이 더 확장된다는 소식이 전해진 겁니다.
[마귀자/마을주민 : "여기가 원래는 9홀(약 23만㎡)을 현재 운영 중이고요. 그런데 9홀(약 23만㎡)을 더 확장한 대요."]
주민들은 지금의 피해를 해결하지도 못한 채 증설 공사에 들어갈 수는 없다며 맞서고 있습니다.
골프장 크기가 두 배가 되면 현재 집 문 바로 앞까지 골프장이 확장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마귀자/ 마을 주민 : "골프장이 들어오면 이 담장이 헐려요. 담장이 헐리고 바로 앞에 15m 높이의 울타리를 친다는 거죠. 그래서 불안해서 살 수가 없다는 거죠. 공이 날아오고 하면……."]
반대 이유는 또 있습니다.
여기에다 일대가 골프장이 될 경우 인근의 정수장과 골프장은 300미터 남짓으로 가까워질 것으로 주민들은 예상하고 있습니다.
인근 도시 150만명 이상의 주민들이 마시는 물까지 위협받을 것으로 우려된다는 겁니다.
[한광용/환경분석학 박사 : "'농약을 뿌리면 농약이 어떻게 확산이 되는지를 실험했더니 거의 한 십몇 km씩 날아가더라.' 특히 그 지역의 가임 여성, 임신 여성, 호흡기가 안 좋으신 분들, 어린아이들, 이런 계층들에게는 아주 큰 문제가 되는 거거든요."]
주민들의 느끼는 고통에 대한 골프장 측의 입장을 들어봤습니다.
[골프장 관계자 : "지금 저희는 (피해가) 전혀 없다고 생각을 하고 앞으로도 피해가 없도록 해야 하고 피해가 있으면 안 되죠. 만에 하나라도 피해가 생길 수는 있잖아요. 그런 것은 저희가 당연히 보상도 해야 되고 협의도 해야 하고요."]
증설되는 부지에는 친환경 농약을 사용하고, 더 높은 망을 설치해 공이 날아가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했는데요.
하지만, 현재 피해 상황에 대한 인식은 조금 다릅니다.
먼저, "골프공은 인적이 드문 산 쪽이다." "잔디 농약은 영향이 크지 않으며", "불빛에 대한 피해는 아주 극소수"라는 입장입니다.
골프장 증설 문제는 주민들의 요구로 한강유역환경청의 환경영향평가가 이뤄졌지만 결정은 지자체에게 맡겨졌습니다.
[한강유역환경청 관계자(음성변조) : "동물, 식물, 소음, 진동, 대기, 수질, 악취나 이런 부분까지 검토했습니다. ‘골프공이 안 날아가게 안전망 설치하고 골프 코스하고 사업부지 경계 부분하고 최대한 이격하라.’ 그런 부분을 반영해서 (지자체에서) 승인하는 겁니다."]
지자체는 현재 부지만 선정됐을 뿐, 정해진 것은 아직 없다는 입장입니다.
[마귀자/마을 주민 : "모든 여기 동네 주민들이 대대로 물려받아서 살고, 터전을 마련해서 살던 분들이니까 편안하게 살 수 있게끔 골프장이 안 들어왔으면 좋겠어요. 누구를 위해서 들어오는지 모르겠어요."]
전국의 골프장은 현재 운영, 건설 중인 것을 모두 합치면 5백여 개, 골프 인구는 3백만 명이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좁은 국토에서 모두가 만족하는 공존, 상생의 해법은 과연 뭘까요?
길을 가는데 갑자기 하늘에서 뭔가가 날아와서 떨어진다면 어떠실 거 같습니까?
그런데, 이게 우박이 아닌 딱딱한 골프공이라면 더욱 놀라 실텐데요.
마을에서 불과 50미터 떨어진 골프장에서 시도때도 없이 공이 날아오는 겁니다.
문제는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골프장은 더 확장할 움직임인 가운데, 잔디를 가꾸기 위한 농약으로 인근 식수원마저 위협받고 있다고 주민들은 호소하고 있습니다.
어떤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건지 지금부터 따라가보시죠.
[리포트]
경기도의 한 농촌 마을입니다.
30가구 정도의 작은 마을, 주민들은 대부분 농사를 짓고 있습니다.
이 마을에 평화가 깨진 건 몇 년 전, 외출이나 밭일을 마음 편히 할 수 없게 됐다는 겁니다.
[김음전/마을 주민 : "안 놀랄 사람이 어디 있어요. 우리 여기 못 살아요. 얻어맞아 죽을 수도 있는 거 아니냐고."]
대체 주민들을 공포에 몰아넣은 정체는 무엇일까?
바로 그때였습니다.
걸어가는 사람 바로 앞으로 갑자기 무언가가 날아왔습니다.
자세히 보니 골프공입니다.
주변에 떨어져 있는 골프공은 한 두 개가 아닌데요, 과연 어디서 날아온 공일까?
성인 키를 조금 넘는 울타리 너머로 골프를 치는 모습이 보일 정도로 가까운 골프장에서 날아온 공이었습니다.
[마귀자/마을 주민 : "수시로 공이 항상 날아오니까 팔 같은데 맞으면 그래도 다행이지만 머리 같은 데 맞으면 치명적이잖아요. 여기도 보세요. 공이 떨어져 있잖아요."]
이처럼 눈 앞이나 사람 주변으로 떨어지는 건 운이 좋은 것이라고 주민들은 말하고 있는데요,
마을 뒷산의 산소를 찾았다가 날아든 공에 팔을 맞아 뼈에 금이 가기도 했다고 합니다.
[김음전/마을 주민 : "(아들이) 산소에 절하러 갔었어요. 절하러 갔다 맞은 거예요. 골프공이 넘어와서……."]
주민들이 두려워하는건 무방비 상태에서 날아오는 공뿐만이 아닙니다.
골프장의 특성상, 잔디 관리에 쓰일 수밖에 없는 농약이 시도 때도 없이 마을로 날아든다고 주장하고 있는데요,
한 주민은 밭일을 하다, 날아온 농약을 몸에 흠뻑 뒤집어썼다고 합니다.
[마을 주민 : "나무에다 기계로 약을 뿌리더라고요. (밭 근처에서) 약을 뿌리니까 내 몸을 버리다시피 했죠."]
골프장 문제를 호소하는건 이 마을 주민뿐만이 아닙니다.
골프장 근처의 한 아파트, 밖은 어둑한데, 거실은 환합니다.
밤늦게까지 골프장이 운영되다보니, 밝게 켜놓은 조명 탓에 제대로 쉴 수 없다고 하소연합니다.
[골프장 근처 아파트 주민: "어떤 때는 아침까지도 조명을 켜요. 그래서 블라인드를 내려놓고 하는 거 아니에요. 그러니까 내가 사는 안식처에서 내가 피해서 살았던 거죠."]
그런데, 지금까지 버텨오던 주민들은 지난달 29일, 환경부 장관 면담을 요청하며 시위에 나섰습니다.
[마을 주민 : "(장관님) 150만 명이 먹는 수돗물과 골프장 중에서 어느 것이 더 소중한가요?"]
무더운 날씨에 나이든 어르신까지 나온 이유는 이처럼 주민들이 고통을 호소하고 있지만, 골프장이 더 확장된다는 소식이 전해진 겁니다.
[마귀자/마을주민 : "여기가 원래는 9홀(약 23만㎡)을 현재 운영 중이고요. 그런데 9홀(약 23만㎡)을 더 확장한 대요."]
주민들은 지금의 피해를 해결하지도 못한 채 증설 공사에 들어갈 수는 없다며 맞서고 있습니다.
골프장 크기가 두 배가 되면 현재 집 문 바로 앞까지 골프장이 확장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마귀자/ 마을 주민 : "골프장이 들어오면 이 담장이 헐려요. 담장이 헐리고 바로 앞에 15m 높이의 울타리를 친다는 거죠. 그래서 불안해서 살 수가 없다는 거죠. 공이 날아오고 하면……."]
반대 이유는 또 있습니다.
여기에다 일대가 골프장이 될 경우 인근의 정수장과 골프장은 300미터 남짓으로 가까워질 것으로 주민들은 예상하고 있습니다.
인근 도시 150만명 이상의 주민들이 마시는 물까지 위협받을 것으로 우려된다는 겁니다.
[한광용/환경분석학 박사 : "'농약을 뿌리면 농약이 어떻게 확산이 되는지를 실험했더니 거의 한 십몇 km씩 날아가더라.' 특히 그 지역의 가임 여성, 임신 여성, 호흡기가 안 좋으신 분들, 어린아이들, 이런 계층들에게는 아주 큰 문제가 되는 거거든요."]
주민들의 느끼는 고통에 대한 골프장 측의 입장을 들어봤습니다.
[골프장 관계자 : "지금 저희는 (피해가) 전혀 없다고 생각을 하고 앞으로도 피해가 없도록 해야 하고 피해가 있으면 안 되죠. 만에 하나라도 피해가 생길 수는 있잖아요. 그런 것은 저희가 당연히 보상도 해야 되고 협의도 해야 하고요."]
증설되는 부지에는 친환경 농약을 사용하고, 더 높은 망을 설치해 공이 날아가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했는데요.
하지만, 현재 피해 상황에 대한 인식은 조금 다릅니다.
먼저, "골프공은 인적이 드문 산 쪽이다." "잔디 농약은 영향이 크지 않으며", "불빛에 대한 피해는 아주 극소수"라는 입장입니다.
골프장 증설 문제는 주민들의 요구로 한강유역환경청의 환경영향평가가 이뤄졌지만 결정은 지자체에게 맡겨졌습니다.
[한강유역환경청 관계자(음성변조) : "동물, 식물, 소음, 진동, 대기, 수질, 악취나 이런 부분까지 검토했습니다. ‘골프공이 안 날아가게 안전망 설치하고 골프 코스하고 사업부지 경계 부분하고 최대한 이격하라.’ 그런 부분을 반영해서 (지자체에서) 승인하는 겁니다."]
지자체는 현재 부지만 선정됐을 뿐, 정해진 것은 아직 없다는 입장입니다.
[마귀자/마을 주민 : "모든 여기 동네 주민들이 대대로 물려받아서 살고, 터전을 마련해서 살던 분들이니까 편안하게 살 수 있게끔 골프장이 안 들어왔으면 좋겠어요. 누구를 위해서 들어오는지 모르겠어요."]
전국의 골프장은 현재 운영, 건설 중인 것을 모두 합치면 5백여 개, 골프 인구는 3백만 명이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좁은 국토에서 모두가 만족하는 공존, 상생의 해법은 과연 뭘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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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18-07-12 08:3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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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길을 가는데 갑자기 하늘에서 뭔가가 날아와서 떨어진다면 어떠실 거 같습니까?
그런데, 이게 우박이 아닌 딱딱한 골프공이라면 더욱 놀라 실텐데요.
마을에서 불과 50미터 떨어진 골프장에서 시도때도 없이 공이 날아오는 겁니다.
문제는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골프장은 더 확장할 움직임인 가운데, 잔디를 가꾸기 위한 농약으로 인근 식수원마저 위협받고 있다고 주민들은 호소하고 있습니다.
어떤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건지 지금부터 따라가보시죠.
[리포트]
경기도의 한 농촌 마을입니다.
30가구 정도의 작은 마을, 주민들은 대부분 농사를 짓고 있습니다.
이 마을에 평화가 깨진 건 몇 년 전, 외출이나 밭일을 마음 편히 할 수 없게 됐다는 겁니다.
[김음전/마을 주민 : "안 놀랄 사람이 어디 있어요. 우리 여기 못 살아요. 얻어맞아 죽을 수도 있는 거 아니냐고."]
대체 주민들을 공포에 몰아넣은 정체는 무엇일까?
바로 그때였습니다.
걸어가는 사람 바로 앞으로 갑자기 무언가가 날아왔습니다.
자세히 보니 골프공입니다.
주변에 떨어져 있는 골프공은 한 두 개가 아닌데요, 과연 어디서 날아온 공일까?
성인 키를 조금 넘는 울타리 너머로 골프를 치는 모습이 보일 정도로 가까운 골프장에서 날아온 공이었습니다.
[마귀자/마을 주민 : "수시로 공이 항상 날아오니까 팔 같은데 맞으면 그래도 다행이지만 머리 같은 데 맞으면 치명적이잖아요. 여기도 보세요. 공이 떨어져 있잖아요."]
이처럼 눈 앞이나 사람 주변으로 떨어지는 건 운이 좋은 것이라고 주민들은 말하고 있는데요,
마을 뒷산의 산소를 찾았다가 날아든 공에 팔을 맞아 뼈에 금이 가기도 했다고 합니다.
[김음전/마을 주민 : "(아들이) 산소에 절하러 갔었어요. 절하러 갔다 맞은 거예요. 골프공이 넘어와서……."]
주민들이 두려워하는건 무방비 상태에서 날아오는 공뿐만이 아닙니다.
골프장의 특성상, 잔디 관리에 쓰일 수밖에 없는 농약이 시도 때도 없이 마을로 날아든다고 주장하고 있는데요,
한 주민은 밭일을 하다, 날아온 농약을 몸에 흠뻑 뒤집어썼다고 합니다.
[마을 주민 : "나무에다 기계로 약을 뿌리더라고요. (밭 근처에서) 약을 뿌리니까 내 몸을 버리다시피 했죠."]
골프장 문제를 호소하는건 이 마을 주민뿐만이 아닙니다.
골프장 근처의 한 아파트, 밖은 어둑한데, 거실은 환합니다.
밤늦게까지 골프장이 운영되다보니, 밝게 켜놓은 조명 탓에 제대로 쉴 수 없다고 하소연합니다.
[골프장 근처 아파트 주민: "어떤 때는 아침까지도 조명을 켜요. 그래서 블라인드를 내려놓고 하는 거 아니에요. 그러니까 내가 사는 안식처에서 내가 피해서 살았던 거죠."]
그런데, 지금까지 버텨오던 주민들은 지난달 29일, 환경부 장관 면담을 요청하며 시위에 나섰습니다.
[마을 주민 : "(장관님) 150만 명이 먹는 수돗물과 골프장 중에서 어느 것이 더 소중한가요?"]
무더운 날씨에 나이든 어르신까지 나온 이유는 이처럼 주민들이 고통을 호소하고 있지만, 골프장이 더 확장된다는 소식이 전해진 겁니다.
[마귀자/마을주민 : "여기가 원래는 9홀(약 23만㎡)을 현재 운영 중이고요. 그런데 9홀(약 23만㎡)을 더 확장한 대요."]
주민들은 지금의 피해를 해결하지도 못한 채 증설 공사에 들어갈 수는 없다며 맞서고 있습니다.
골프장 크기가 두 배가 되면 현재 집 문 바로 앞까지 골프장이 확장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마귀자/ 마을 주민 : "골프장이 들어오면 이 담장이 헐려요. 담장이 헐리고 바로 앞에 15m 높이의 울타리를 친다는 거죠. 그래서 불안해서 살 수가 없다는 거죠. 공이 날아오고 하면……."]
반대 이유는 또 있습니다.
여기에다 일대가 골프장이 될 경우 인근의 정수장과 골프장은 300미터 남짓으로 가까워질 것으로 주민들은 예상하고 있습니다.
인근 도시 150만명 이상의 주민들이 마시는 물까지 위협받을 것으로 우려된다는 겁니다.
[한광용/환경분석학 박사 : "'농약을 뿌리면 농약이 어떻게 확산이 되는지를 실험했더니 거의 한 십몇 km씩 날아가더라.' 특히 그 지역의 가임 여성, 임신 여성, 호흡기가 안 좋으신 분들, 어린아이들, 이런 계층들에게는 아주 큰 문제가 되는 거거든요."]
주민들의 느끼는 고통에 대한 골프장 측의 입장을 들어봤습니다.
[골프장 관계자 : "지금 저희는 (피해가) 전혀 없다고 생각을 하고 앞으로도 피해가 없도록 해야 하고 피해가 있으면 안 되죠. 만에 하나라도 피해가 생길 수는 있잖아요. 그런 것은 저희가 당연히 보상도 해야 되고 협의도 해야 하고요."]
증설되는 부지에는 친환경 농약을 사용하고, 더 높은 망을 설치해 공이 날아가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했는데요.
하지만, 현재 피해 상황에 대한 인식은 조금 다릅니다.
먼저, "골프공은 인적이 드문 산 쪽이다." "잔디 농약은 영향이 크지 않으며", "불빛에 대한 피해는 아주 극소수"라는 입장입니다.
골프장 증설 문제는 주민들의 요구로 한강유역환경청의 환경영향평가가 이뤄졌지만 결정은 지자체에게 맡겨졌습니다.
[한강유역환경청 관계자(음성변조) : "동물, 식물, 소음, 진동, 대기, 수질, 악취나 이런 부분까지 검토했습니다. ‘골프공이 안 날아가게 안전망 설치하고 골프 코스하고 사업부지 경계 부분하고 최대한 이격하라.’ 그런 부분을 반영해서 (지자체에서) 승인하는 겁니다."]
지자체는 현재 부지만 선정됐을 뿐, 정해진 것은 아직 없다는 입장입니다.
[마귀자/마을 주민 : "모든 여기 동네 주민들이 대대로 물려받아서 살고, 터전을 마련해서 살던 분들이니까 편안하게 살 수 있게끔 골프장이 안 들어왔으면 좋겠어요. 누구를 위해서 들어오는지 모르겠어요."]
전국의 골프장은 현재 운영, 건설 중인 것을 모두 합치면 5백여 개, 골프 인구는 3백만 명이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좁은 국토에서 모두가 만족하는 공존, 상생의 해법은 과연 뭘까요?
길을 가는데 갑자기 하늘에서 뭔가가 날아와서 떨어진다면 어떠실 거 같습니까?
그런데, 이게 우박이 아닌 딱딱한 골프공이라면 더욱 놀라 실텐데요.
마을에서 불과 50미터 떨어진 골프장에서 시도때도 없이 공이 날아오는 겁니다.
문제는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골프장은 더 확장할 움직임인 가운데, 잔디를 가꾸기 위한 농약으로 인근 식수원마저 위협받고 있다고 주민들은 호소하고 있습니다.
어떤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건지 지금부터 따라가보시죠.
[리포트]
경기도의 한 농촌 마을입니다.
30가구 정도의 작은 마을, 주민들은 대부분 농사를 짓고 있습니다.
이 마을에 평화가 깨진 건 몇 년 전, 외출이나 밭일을 마음 편히 할 수 없게 됐다는 겁니다.
[김음전/마을 주민 : "안 놀랄 사람이 어디 있어요. 우리 여기 못 살아요. 얻어맞아 죽을 수도 있는 거 아니냐고."]
대체 주민들을 공포에 몰아넣은 정체는 무엇일까?
바로 그때였습니다.
걸어가는 사람 바로 앞으로 갑자기 무언가가 날아왔습니다.
자세히 보니 골프공입니다.
주변에 떨어져 있는 골프공은 한 두 개가 아닌데요, 과연 어디서 날아온 공일까?
성인 키를 조금 넘는 울타리 너머로 골프를 치는 모습이 보일 정도로 가까운 골프장에서 날아온 공이었습니다.
[마귀자/마을 주민 : "수시로 공이 항상 날아오니까 팔 같은데 맞으면 그래도 다행이지만 머리 같은 데 맞으면 치명적이잖아요. 여기도 보세요. 공이 떨어져 있잖아요."]
이처럼 눈 앞이나 사람 주변으로 떨어지는 건 운이 좋은 것이라고 주민들은 말하고 있는데요,
마을 뒷산의 산소를 찾았다가 날아든 공에 팔을 맞아 뼈에 금이 가기도 했다고 합니다.
[김음전/마을 주민 : "(아들이) 산소에 절하러 갔었어요. 절하러 갔다 맞은 거예요. 골프공이 넘어와서……."]
주민들이 두려워하는건 무방비 상태에서 날아오는 공뿐만이 아닙니다.
골프장의 특성상, 잔디 관리에 쓰일 수밖에 없는 농약이 시도 때도 없이 마을로 날아든다고 주장하고 있는데요,
한 주민은 밭일을 하다, 날아온 농약을 몸에 흠뻑 뒤집어썼다고 합니다.
[마을 주민 : "나무에다 기계로 약을 뿌리더라고요. (밭 근처에서) 약을 뿌리니까 내 몸을 버리다시피 했죠."]
골프장 문제를 호소하는건 이 마을 주민뿐만이 아닙니다.
골프장 근처의 한 아파트, 밖은 어둑한데, 거실은 환합니다.
밤늦게까지 골프장이 운영되다보니, 밝게 켜놓은 조명 탓에 제대로 쉴 수 없다고 하소연합니다.
[골프장 근처 아파트 주민: "어떤 때는 아침까지도 조명을 켜요. 그래서 블라인드를 내려놓고 하는 거 아니에요. 그러니까 내가 사는 안식처에서 내가 피해서 살았던 거죠."]
그런데, 지금까지 버텨오던 주민들은 지난달 29일, 환경부 장관 면담을 요청하며 시위에 나섰습니다.
[마을 주민 : "(장관님) 150만 명이 먹는 수돗물과 골프장 중에서 어느 것이 더 소중한가요?"]
무더운 날씨에 나이든 어르신까지 나온 이유는 이처럼 주민들이 고통을 호소하고 있지만, 골프장이 더 확장된다는 소식이 전해진 겁니다.
[마귀자/마을주민 : "여기가 원래는 9홀(약 23만㎡)을 현재 운영 중이고요. 그런데 9홀(약 23만㎡)을 더 확장한 대요."]
주민들은 지금의 피해를 해결하지도 못한 채 증설 공사에 들어갈 수는 없다며 맞서고 있습니다.
골프장 크기가 두 배가 되면 현재 집 문 바로 앞까지 골프장이 확장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마귀자/ 마을 주민 : "골프장이 들어오면 이 담장이 헐려요. 담장이 헐리고 바로 앞에 15m 높이의 울타리를 친다는 거죠. 그래서 불안해서 살 수가 없다는 거죠. 공이 날아오고 하면……."]
반대 이유는 또 있습니다.
여기에다 일대가 골프장이 될 경우 인근의 정수장과 골프장은 300미터 남짓으로 가까워질 것으로 주민들은 예상하고 있습니다.
인근 도시 150만명 이상의 주민들이 마시는 물까지 위협받을 것으로 우려된다는 겁니다.
[한광용/환경분석학 박사 : "'농약을 뿌리면 농약이 어떻게 확산이 되는지를 실험했더니 거의 한 십몇 km씩 날아가더라.' 특히 그 지역의 가임 여성, 임신 여성, 호흡기가 안 좋으신 분들, 어린아이들, 이런 계층들에게는 아주 큰 문제가 되는 거거든요."]
주민들의 느끼는 고통에 대한 골프장 측의 입장을 들어봤습니다.
[골프장 관계자 : "지금 저희는 (피해가) 전혀 없다고 생각을 하고 앞으로도 피해가 없도록 해야 하고 피해가 있으면 안 되죠. 만에 하나라도 피해가 생길 수는 있잖아요. 그런 것은 저희가 당연히 보상도 해야 되고 협의도 해야 하고요."]
증설되는 부지에는 친환경 농약을 사용하고, 더 높은 망을 설치해 공이 날아가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했는데요.
하지만, 현재 피해 상황에 대한 인식은 조금 다릅니다.
먼저, "골프공은 인적이 드문 산 쪽이다." "잔디 농약은 영향이 크지 않으며", "불빛에 대한 피해는 아주 극소수"라는 입장입니다.
골프장 증설 문제는 주민들의 요구로 한강유역환경청의 환경영향평가가 이뤄졌지만 결정은 지자체에게 맡겨졌습니다.
[한강유역환경청 관계자(음성변조) : "동물, 식물, 소음, 진동, 대기, 수질, 악취나 이런 부분까지 검토했습니다. ‘골프공이 안 날아가게 안전망 설치하고 골프 코스하고 사업부지 경계 부분하고 최대한 이격하라.’ 그런 부분을 반영해서 (지자체에서) 승인하는 겁니다."]
지자체는 현재 부지만 선정됐을 뿐, 정해진 것은 아직 없다는 입장입니다.
[마귀자/마을 주민 : "모든 여기 동네 주민들이 대대로 물려받아서 살고, 터전을 마련해서 살던 분들이니까 편안하게 살 수 있게끔 골프장이 안 들어왔으면 좋겠어요. 누구를 위해서 들어오는지 모르겠어요."]
전국의 골프장은 현재 운영, 건설 중인 것을 모두 합치면 5백여 개, 골프 인구는 3백만 명이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좁은 국토에서 모두가 만족하는 공존, 상생의 해법은 과연 뭘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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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용 기자 kby@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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