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 번 두드려 만드는 한 켤레…“장인을 전시합니다”

입력 2018.07.14 (21:29) 수정 2018.07.16 (1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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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유럽이나 일본 등지에서 '장인'은 사회적으로 대접받는 귀한 존재죠.

하지만 우리나라에선 기술 하나만으로 생계를 유지하고, 존경받는 경우를 찾기 쉽지 않은데요.

그럼에도 묵묵히 한길을 걸어온 구두장이, 수제화 장인의 이야기가 특별한 전시회로 열렸습니다.

박예원 기자가 다녀왔습니다.

[리포트]

서울시 중구 을지로 3가의 낡은 건물.

망치 소리가 쉼 없이 울리는 이곳은 82년 전통의 수제화 가겝니다.

주문이 들어오면 먼저 손님의 발 모양을 본뜬 틀부터 만듭니다.

[장상범/50년 경력 제화공 : "발에 맞게 코르크를 때워 가지고 잘 다듬어야 모양도 나고 (신발이) 발에 편안하게 맞을 수 있는 과정이거든요."]

발 모양과 걸음걸이, 자세까지 고려해 만든 이 틀이, 사이즈 하나로 손님을 규정하는 기성화와 수제화의 차이를 만듭니다.

[임명형/제화업체 대표 : "사이즈가 똑같다고 그래서 다 똑같지는 않아요. 형태라든지 아니면 어느 자리에서도 불편한 게 있단 말이에요."]

못을 박았다가 빼고, 또 박았다 다시 빼는 오랜 작업을 통해 조금씩, 아주 느리게 가죽의 모양을 잡아갑니다.

한 켤레 당 수천 번의 못질은 기본입니다.

[김필호/38년 경력 제화공 : "우리는 처음부터 이런 거를 그려서 손님의 발에 맞춰서 다 때워서 편안하게 만들어 드리는 거거든요. 그런데 (기계는) 목형 하나만 (가지고) 그대로 하는 거예요."]

이 남다른 작업 방식과 특별한 구두장이들이 전시회 주인공이 됐습니다.

수제화 장인 특별전.

고종 황제가 신은 신사화, 고 김영삼 전 대통령의 등산화 등 수제화 자료 220여 점이 전시됐습니다.

우리에겐 낯선 장인 문화를 보고 느낄 수 기회입니다.

[임명형 : "없어서는 안 될 일이구나, 이게. 진짜 발이 불편해서 오시는 분들도 있고 사명감도 생기고, 또 꼭 (수제화가) 있어야 한다는 그런 것도 있고요."]

효율성을 포기하고 자부심과 손님의 만족에 인생을 건 이들, 전시회에서 장인이라는 명예를 얻었습니다.

KBS 뉴스 박예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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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천 번 두드려 만드는 한 켤레…“장인을 전시합니다”
    • 입력 2018-07-14 21:31:40
    • 수정2018-07-16 16:3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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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유럽이나 일본 등지에서 '장인'은 사회적으로 대접받는 귀한 존재죠.

하지만 우리나라에선 기술 하나만으로 생계를 유지하고, 존경받는 경우를 찾기 쉽지 않은데요.

그럼에도 묵묵히 한길을 걸어온 구두장이, 수제화 장인의 이야기가 특별한 전시회로 열렸습니다.

박예원 기자가 다녀왔습니다.

[리포트]

서울시 중구 을지로 3가의 낡은 건물.

망치 소리가 쉼 없이 울리는 이곳은 82년 전통의 수제화 가겝니다.

주문이 들어오면 먼저 손님의 발 모양을 본뜬 틀부터 만듭니다.

[장상범/50년 경력 제화공 : "발에 맞게 코르크를 때워 가지고 잘 다듬어야 모양도 나고 (신발이) 발에 편안하게 맞을 수 있는 과정이거든요."]

발 모양과 걸음걸이, 자세까지 고려해 만든 이 틀이, 사이즈 하나로 손님을 규정하는 기성화와 수제화의 차이를 만듭니다.

[임명형/제화업체 대표 : "사이즈가 똑같다고 그래서 다 똑같지는 않아요. 형태라든지 아니면 어느 자리에서도 불편한 게 있단 말이에요."]

못을 박았다가 빼고, 또 박았다 다시 빼는 오랜 작업을 통해 조금씩, 아주 느리게 가죽의 모양을 잡아갑니다.

한 켤레 당 수천 번의 못질은 기본입니다.

[김필호/38년 경력 제화공 : "우리는 처음부터 이런 거를 그려서 손님의 발에 맞춰서 다 때워서 편안하게 만들어 드리는 거거든요. 그런데 (기계는) 목형 하나만 (가지고) 그대로 하는 거예요."]

이 남다른 작업 방식과 특별한 구두장이들이 전시회 주인공이 됐습니다.

수제화 장인 특별전.

고종 황제가 신은 신사화, 고 김영삼 전 대통령의 등산화 등 수제화 자료 220여 점이 전시됐습니다.

우리에겐 낯선 장인 문화를 보고 느낄 수 기회입니다.

[임명형 : "없어서는 안 될 일이구나, 이게. 진짜 발이 불편해서 오시는 분들도 있고 사명감도 생기고, 또 꼭 (수제화가) 있어야 한다는 그런 것도 있고요."]

효율성을 포기하고 자부심과 손님의 만족에 인생을 건 이들, 전시회에서 장인이라는 명예를 얻었습니다.

KBS 뉴스 박예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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